소설리스트

환생 오크 마법사-175화 (175/360)

13장 블랙 드래곤 카르티네(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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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장 블랙 드래곤 카르티네(16)

"정말 가시는 겁니까?"

세라는 떠날 준비를 하는 카르티네와 맥을 향해 얘기했다.

"그래."

"...정말 르티네님은 알 수 없는 분이시군요. 3위로 누릴 수 있는 특혜들을 모두 가볍게 포기하시다니. 저라면 못할 겁니다."

"걱정 마세요! 아마 저도 못할 거에요!"

맥이 옆에서 세라를 위로해줬고 카르티네는 원래 많이 있던 하인들의 숫자가 줄어든 것을 보고 세라에게 물어봤다.

"하인이 많이 줄었군. 왜지?"

"며칠 전에 있었던 르티네 님의 시합 때 갑자기 관중들이 쓰러지고 죽은 일이 있었지 않았습니까?"

"그랬지."

카르티네는 자신의 함성, 드래곤 피어를 맞아서 그렇게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모를 리가 없었다.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관중들의 70% 이상이 죽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해설자들도 죽어서 현재 경기를 진행할 수 없는 사태라고 합니다. 그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 인원이 필요해 각 투사들에게 투입되어 있는 하인들 중 일부를 사용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렇군. 그런데 너는 내 시합을 보지 않았었나?"

"일 처리를 하느라 늦게 들어가서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글쎄. 왜 그렇게 됐는지 모르겠군."

카르티네는 세라의 질문에 시선을 피하면서 모른 척을 했다.

'몇몇은 내가 원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겠지만 정확한 근거가 없어서 말을 하지 못하고 있겠지.'

그녀의 예상대로 몇몇 투사들이 그녀의 함성이 관중들을 그렇게 만들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누가 함성만으로 사람을 죽이게 만들 수 있다고 하면 믿을 수 있을까? 더구나 그녀가 드래곤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거의 확신을 갖고 있는 두 노인도 건드리지 않기로 했기에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었다.

"아, 그리고 마레스 밖으로 나가실 때 조심하세요."

"왜지?"

"지금 마레스에 현상금 사냥꾼들이 대거 몰려들었다고 합니다. 다 르티네님의 현상금을 노리는 것 같습니다."

"나?"

"르티네님의 현상금이 현재 1200골드를 넘어섰습니다."

"1200골드요?!"

맥이 옆에서 금액을 듣고 깜짝 놀라워했다.

"꽤 올랐군. 왜 오른 거지?"

"르티네님의 순위가 오르면서 동시에 위험성도 높게 측정돼서 올라간 겁니다. 그러면서 현상금을 노리는 사냥꾼들도 덩달아 많아진 것이죠. 제가 듣기로 벌써 100명이 넘었다고 들었습니다."

"재밌군. 내가 도시를 나가는 순간 들이닥치겠다는 생각인가?"

"아마 그런 것 같습니다."

"심심풀이 정도는 되겠지. 아, 맥. 그거 가져와라."

"예."

맥은 카르티네의 말에 한 주머니를 낑낑 거리며 가져왔다. 맥이 낑낑 되는 것을 본 세라는 주머니가 좀 무겁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카르티네는 맥이 들고 있던 주머니를 한 손으로 잡고 세라에게 넘겨주었다.

"자, 이별 선물이다."

"예?"

"지금까지 잘해준 대가이다. 어차피 나는 금전에 관심이 없어서 맥에게 알아서 모아두라고 했지. 그러다 보니 이렇게 쌓였군."

"이,이건 르티테님이 승리하시면서 얻은 금,금액이잖습니까? 제,제가 어찌 이 돈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어차피 우린 필요 없어. 그러니 줄 때 받아."

"맞아요. 거절도 여러 번이면 실례라는 말이 있잖아요."

세라는 덜덜 떨면서 카르티네가 들고 있는 주머니를 받았다. 직접 받아보니 들고 있는게 힘들 정도로 무게가 묵직했다. 주머니의 틈을 통해서 안을 슬쩍 들여다보니 모두 금화로 가득차 있어서 최소 1000골드는 되어 보였다.

"이,이렇게 많은 거,거금을..."

"네가 담당관이 된 이유는 돈 때문일거 아냐? 성격이 좋지 않은 투사들을 받아주는 담당관을 할 정도라면 돈이 많이 필요하겠지. 줄 때 가져가라."

"감사합니다...정말 감사합니다..."

세라는 카르티네의 말을 듣고 눈물을 흘렸다. 카르티네는 자신의 행동에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는 세라를 보고 조금 이상한 감정이 느껴졌다. 그 감정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알아차리기 전에 카르티네는 몸을 돌렸다.

"그럼 우린 이만 가겠다."

"세라 누나 잘 지내세요!"

세라는 사라져 가는 그 둘을 향해 눈물을 흘리면서도 계속 손을 흔들어주었고 그렇게 카르티네와 맥은 투기장을 나가게 되었다.

며칠 전에 있었던 카르티네와 레이트의 싸움으로 경기장은 초토화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쓰러져 죽거나 기절한 관중들은 모두 경기장 밖으로 이동하여서 현재 투기장에는 한 명의 인물을 제외하고 아무도 없었다.

혼자 있는 인물, 그리즈는 초토화된 경기장을 둘러보며 혼잣말을 했다.

"내가 살아있는게 정말 신기할 정도네. 어제는 진짜 무슨 일이 일어날 줄 알았어."

어제 그녀의 함성을 듣고 식은땀이 나면서 몸이 자동으로 떨린 것을 생각하면 자신도 아직 한참 멀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리즈 꼬맹이."

"어? 어르신들. 왜 여기에?"

"투기장이 다시 활성화되기 전에 할 게 있어야 말이지. 심심해서 그냥 들렀다."

"나는 편지 좀 붙였네."

"편지요? 누구한테 말입니까?"

"하하! 누구긴 누구야? 제자 놈이겠지. 안 그래?"

"맞네만 여간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네. 그 못난 제자 놈이 잘 해낼련지 원."

"메스 님은 충분히 잘 해내실 겁니다. 이래 봬도 인류 최강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인류 최강? 푸하하핫! 우리나 먼저 이겨놓고 그 듀로크란 자까지 이긴 후에 얘기하라고 하지."

"그러고 보니 그 르티네란 여자는 듀로크를 만나러 왔다고 했지요. 듀로크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요?"

"나야 모르지?"

"크흠...내 생각으로는 무슨 인연이 있지 않을까 싶네. 어제 싸우면서 다들 느끼지 않았나? 그녀가 드래곤이라는 것을."

"뭐...그렇지?"

"...예."

그들은 그녀의 함성에도 버티며 그녀가 변하는 모습을 직접 본 이들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녀가 드래곤일 것 같은 근거가 여러 가지 존재하여 충분히 추측이 가능했다.

"드래곤인 그녀가 듀로크란 자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그가 그만큼 강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원래 알고 있던 자인지는 모르겠네. 혹...듀로크란 자도 드래곤일 수도 있지."

레이트의 말에 그리즈는 침묵으로 일관하였고 타노스는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 고민도 오래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이제는 무슨 상관이야? 르티네는 이제 도시 밖으로 나간다는데?"

"맞네. 우리의 손을 떠났으니 이제는 못난 제자 놈에게 맡기는 수밖에."

"뭐. 언젠가는 우리가 움직이는 날이 올 수도 있겠지."

"그런 날이 오지 않으면 좋겠건만 왠지 그 날이 올 것 같네."

"오? 오랜만에 의견이 같은데? 나도 비슷한데."

"두 어르신들 모두 불안한 얘기는 하지 말아주세요. 어르신들이 그렇게 얘기하면 진짜로 벌어질 것 같다고요."

그리즈는 썩은 미소를 지으며 두 노인을 향해 얘기했고 두 노인은 그 말에 미소를 지으며 웃어주었다. 시간이 지나서 두 노인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그건 아직 먼 미래의 얘기였다.

"르티네 누나. 눈치채셨죠?"

"그래. 꽤 많은 숫자군. 100명은 충분히 넘겠어."

카르티네는 투사장을 나와서 도시의 입구를 향해 맥과 함께 걸어갔다. 그런데 투사장에서 나오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많은 인물들이 그녀의 뒤를 쫓아오고 있었다. 그들이 세라가 얘기했던 현상금 사냥꾼들이라는 것은 물어보지 않고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100명이 넘는 이가 2명을 따라가고 있자 거리에 있던 많은 사람들도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길을 열어주었다. 그러면서 마치 행렬을 이끄는 것처럼 변하였다. 보는 사람들도 긴장이 흐르는 가운데 어느새 그 행렬은 도시의 입구까지 이어졌다.

"맥."

"예."

"내가 먼저 나가서 처리할테니 끝나면 나와라."

"알겠어요. 그런데 무기는 필요 없으세요?"

"괜찮다."

카르티네는 맥을 놔두고 혼자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경비병은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온 행렬을 보고 조금 긴장하며 카르티네를 맞이했다.

"나가시는 겁니까?"

"그래."

"나가시는 순간 저희 마레스에서 지켜주는 의무는 없어집니다.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그래."

"알겠습니다. 즐거운 여행 되시기 바랍니다."

경비병의 인사와 함께 입구가 열렸고 카르티네는 아무런 주저도 없이 열린 문을 통해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이어서 그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현상금 사냥꾼들이 달려 나왔다. 100여 명이 넘는 사냥꾼들은 그녀를 중심으로 감쌌고 퇴로를 차단하였다.

"바글바글하군. 모두 내 현상금이 탐나서 그런가?"

"....."

카르티네의 말에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카르티네는 이들이 전에 만났던 사냥꾼들보다 훨씬 강하고 전문적인 이들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그들의 몸은 언제든지 반응할 수 있도록 긴장된 상태였고 눈은 자신의 몸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었다.

"나쁘지 않군. 하지만 너희들도 어리석다. 내 무력은 들어서 알고 있겠지?"

카르티네가 자세를 잡자 사냥꾼들이 긴장하는 기색이 뿜어져 나왔다.

"숫자로 밀어붙이면 어떻게든 될 거라고 생각했나? 어서 덤벼."

카르티네는 오른손을 까딱거리며 도발했지만 누구 하나 먼저 나서는 이는 없었다. 그들도 모두 먼저 나가서 당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안 와? 그럼..."

그 순간 사냥꾼들의 눈에서 카르티네가 사라졌다. 그리고 카르티네는 어느새 한 사냥꾼의 앞에 나타나면서 그를 가격했다.

"내가 가도록 하지."

퍽!!

"쿠에엑!!"

배에 카르티네의 주먹을 맞은 사냥꾼은 피가 섞인 토사물을 내뱉으며 날아갔다. 그러자 그와 동시에 사냥꾼들이 일제히 그녀를 덮쳤고 카르티네는 그것을 보고 발로 땅을 가격했다.

쿵! 퍼퍼퍼퍽!

"우웨엑!!"

"쿨럭!"

"크아아악!"

카르티네의 주먹에 맞은 사냥꾼들이 모두 쓰러져나갔다. 무기로 막아도 무기가 산산조각 나면서 부서졌고 방패로 막아도 방패가 찌그러지면서 그녀의 주먹을 막을 수 없었다.

"이거 생각보다 좋은데?"

카르티네가 취하고 있는 자세는 바로 시모스의 발경이었다. 하지만 완전히 시모스의 발경과 같지 않고 카르티네가 자신에게 걸맞게 변형시킨 발경이었다.

시모스의 발경이 발로 바닥을 찬 충격을 주먹으로 전달해 상대의 내부를 강타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녀의 발경은 발로 찬 충격이 주먹으로 전달해올 때 마나까지 합쳐서 상대에게 폭발시키는 것이라고 보면 됐다.

한마디로 카르티네의 발경은 폭발물이 터지는 것처럼 주먹을 기점으로 폭발이 일어났다.

"사냥감은 혼자다! 모두 덮쳐!"

주먹에 맞은 부위가 폭발하듯이 피와 살점들이 튀어나오면서 그녀에게 맞은 사냥꾼들은 모두 전투불능이 되었다. 그런데도 다른 사냥꾼들은 다친 이들을 신경 쓰지 않고 침착하게 그녀를 향해 공격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또다시 카르티네의 자세가 변했다.

까까까깡!!

"뭐야?!"

"이건? 실드?"

카르티네를 중심으로 투명한 막이 생겨서 사냥꾼들의 공격은 모두 무산되었다. 그와 동시에 주먹과 발을 쉼 없이 움직이며 사냥꾼들을 타격했고 그들의 무기를 빼앗아서 휘두르기도 했다. 차원이 다른 힘과 스피드를 유지하면서 무식하게 싸우는 그녀의 새로운 방식에 사냥꾼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이게 바로 전투법사다."

그녀가 싸우는 방식은 전투법사 리트의 싸우는 방식에 변화를 준 것이다. 리트는 신체강화 마법을 걸고 싸웠지만 드래곤인 카르티네가 사용하는 신체강화 마법과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결국 마법의 현저한 차이 때문에 리트는 허무하게 져버렸지만 그가 싸우는 방식은 나쁘지 않았다.

그런 방식이 카르티네의 신체강화 마법과 만나니 더욱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커억!"

"뭐,뭐야? 저 년은?!"

"살,살려줘!"

"보이지가 않아! 어디 있는 거야?!"

사냥꾼들은 그녀의 몸에 생채기 하나 주지 못하고 그녀의 움직임에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 시체는 점점 쌓여만 갔고 일방적으로 당하는 상황 속에서 사냥꾼들은 전의를 잃어만가고 있었다.

급기야 아직 싸우고 있는 이들이 있는데도 도망치려는 자들이 생겨났고 카르티네가 그들을 보고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일섬."

어떤 사냥꾼이 들고 있던 검을 빼앗아서 휘둘렀다. 그러자 도망치던 사냥꾼들이 멀리 있었는데도 검에서 검압이 날아와 그들을 일시에 이등분으로 잘라내었다. 그리고 그 검압은 그들을 자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뒤에 있던 바위까지 두 쪽으로 갈라내었다.

그 모습을 본 사냥꾼들은 일제히 멍하니 그 광경을 지켜보았고 도시에서 구경하고 있던 이들도 반응이 다르지 않았다.

"아직 부족해. 수련이 필요하겠어."

며칠 동안 맥이 말해준 것과 자신이 알고 있는 원리를 부합하여 레이트의 '일섬'을 따라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사용한 '일섬'이 레이트의 '일섬'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파괴력, 스피드 모두 다 부족하군. 역시 하루 아침에 따라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닌 건가."

카르티네는 조금 아쉬워하면서도 자신이 인정한 인간이 사용하는 기술이니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사냥꾼들의 입장에서 그녀가 사용한 '일섬'은 그들의 전의를 완전히 꺾어버리는데 주요한 역할을 하였다.

"항,항복하겠다!"

"나,나도!"

한 명이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자 너도 나도 같이 갖고 있던 무기를 버리며 손을 들었다. 하지만 카르티네는 그들이 항복을 하든지 말든지 관심이 없었다. 왜냐하면 모두 죽일 생각이였기 때문이었다.

"크아아악!!"

"왜,왜?! 우린 항복했다고?!"

"항복하면 살려줄 거라고 생각했나? 웃기는군. 남에게 이를 들어내고 항복하면 살아날 거라는 뻔뻔한 생각을 하다니. 뻔뻔한 것도 정도가 있다."

카르티네는 무기를 버린 사냥꾼들을 일거에 죽이기 시작했고 그것을 본 사냥꾼들이 도망치거나 그녀에게 덤벼들었지만 결국 전멸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마레스의 입구에는 100여 명이 넘는 사냥꾼들의 시체가 쌓였고 피와 내장으로 바닥이 붉게 물들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카르티네도 피로 샤워를 한 것처럼 붉게 물들어져 있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맥. 이제 가자."

"예!"

맥은 카르티네의 부름에 그녀의 곁으로 빠르게 달려갔다. 그렇게 카르티네와 맥은 마레스를 떠났고 남은 시체들을 마레스의 시민들이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수도 클리스톰. 클리스톰에 있는 왕성의 한 공간 속에서 회의가 열기를 띠며 진행되고 있었다. 아무드 국왕은 물론이고 그의 수호기사인 크리드와 아무드를 보좌하는 실로스 후작과 기사단장인 메스까지 있었다.

그리고 그레이드 남작, 히드 백작, 휴나 남작 등 전쟁에서 활약했던 귀족들은 물론이고 다른 귀족들까지 모두 모여있었다. 그들은 현재 전쟁의 피해복구로 인한 일이나 기타 다른 건을 주제로 회의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노티카의 피해 복구는 어느 정도 되었죠?"

"제일 큰 피해를 입었기에 조금 늦는 편입니다. 대략 50% 정도 진행된 것 같습니다."

"속도를 조금 더 빠르게 진행하도록 하십쇼."

"예!"

복구 작업의 책임장을 맡게 된 그레이드 남작은 힘차게 대답하며 아무드 국왕의 명을 받았다.

"그럼 이어서 다음 건으로 넘어가겠습니다. 내용은 현상수배자에 대한 것입니다."

"현상수배자?"

아무드는 실로스 후작이 현상수배자라는 말을 하는 것에 의아해했다. 왜냐하면 이렇게 간부들이 모인 곳에서 현상수배자에 대한 내용이 나온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예. 그냥 평범한 현상수배자가 아니여서 이렇게 주제에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으음...자세한 사정을 얘기해주십쇼."

"예. 오늘 마레스에서 마법 통신을 통해서 알아낸 내용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그녀의 이름은 르티네라고 합니다. 마레스의 투기장에 들어간 현상수배자인데 놀랍게도 참가자로 시작해 한번도 지지 않고 3위까지 올라갔다고 합니다."

"3위?"

"호오?"

마레스의 투기장에 얼마나 많은 강자들이 몰려있는지 귀족들은 알고 있었기에 실로스 후작의 말에 놀라워했다.

"그리고 그녀는 2위와의 경기를 시작했는데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그때 관중들의 대다수가 죽었다고 합니다."

"죽었다고 했습니까?"

"예.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 회의에 오르게 된 이유는 그게 아닙니다. 놀랍게도 그녀에게는 현재 2000골드란 수배금이 달려 있습니다."

"2000골드?!"

"휘유우~ 굉장한데?"

2000골드란 말에 많은 이들이 놀라워했고 메스는 휘파람을 불며 감탄했다.

"이렇게 높은 금액이 정해진 것은 그녀가 투기장에서 높은 순위에 오르게 된 것도 있지만 마레스에서 벌어진 사냥꾼 몰살 사건 때문에 그렇습니다."

"몰살 사건?"

"그녀는 2위한테 지고 난 후로 마레스에서 떠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때 당시 그녀의 수배금은 1200골드로 현상금 사냥꾼들의 목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냥꾼들이 100여 명이 넘게 모였고 그녀가 도시에서 벗어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그 르티네란 여성이 마레스에서 떠나려고 했다고 하니 분명히 충돌이 있었겠군요."

"맞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100여 명이 넘는 사냥꾼들의 몰살이었습니다."

"허허...그럴수가."

"생각보다 심각하군요."

실로스 후작의 말에 많은 귀족들이 탄성을 지어내었고 그와 동시에 일의 심각성을 잘 알 수 있었다.

"예. 이번과 같이 배상금 때문에 그녀에게 사냥꾼들이 몰릴 겁니다. 그리고 그녀보다 더 실력 있는 사냥꾼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 희생자는 점점 늘어나겠죠. 그렇다고 그녀의 수배금을 맘대로 내려서는 공정성에 위배됩니다."

"맞는 말이군요. 실로스 후작. 미리 생각해둔 방법이 있나요?"

아무드 국왕의 말에 실로스 후작에게 모든 시선이 쏠렸고 그 시선을 받은 실로스 후작은 헛기침을 한번 한 후에 얘기했다.

"제가 생각한 방법은...그녀를 상대할만한 자를 보내서 잡아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냥꾼들도 수배자가 잡혔기에 더 이상 그녀에게 몰리지 않을 것이고 저희 나이트에서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과연 그렇군요. 그렇다면 문제는 그녀를 상대할만한 자가 누구냐가 되는 것이겠군요. 그녀의 무력은 어느 정도라고 합니까?"

"상당하다고 합니다. 최소 소드마스터 중급 이상으로 판별됩니다."

"소드마스터 중급?!"

"현상 수배자가 소드마스터 중급이라니...터무니 없는 일이군."

"사냥꾼들이 당해내지 못한 것도 이해가 되네."

"그렇다면 소드마스터 중급 이상을 보내야 한다는 것인데..."

회의에 참석한 이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메스와 크리드에게 돌아갔다. 메스가 그 시선을 보고 자신이 나서겠다고 얘기하려는 찰나 크리드가 먼저 선수를 쳤다.

"그녀는 제가 맡겠습니다."

"뭐? 넌 수호기사란 직책이 있잖아!"

"솔직히 저보다는 메스님이 전하 곁에 있는 것이 더 안전합니다. 그리고 제가 있는 것보다 메스님이 왕성에 있는 것이 모든 면으로 봐서 이득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며 얘기하는 크리드의 말에 메스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뒤통수를 긁적인 후에 두 손을 들어서 항복하는 자세를 취했다.

"알겠다, 알겠어. 네가 그렇게 완강하게 원한다면 내가 뭐라고 할 수는 없지."

"감사합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그녀를 상대하고 싶은지 물어봐도 될까?"

메스의 질문은 그 장소에 있는 이들이 모두 공통으로 궁금해하는 것이었다.

"이번에 게덴과의 전쟁 때 저의 한계를 느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한계를 벗어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저와 비슷한 실력자를 만나서 실전을 겪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나이트에는 저와 같은 실력을 가진 이가 없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합니다."

"네가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은 알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오히려 그러한 위기가 없으면 더 올라가지 못할 겁니다."

"알겠다. 네 뜻이 그렇다면 말리지 않겠다."

"감사합니다. 전하. 잠시만 수호기사의 의무를 벗어나도 되겠습니까?"

크리드는 국왕 아무드에게 한쪽 무릎을 꿇으며 얘기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혼자는 보내지 못합니다. 저는 크리드가 죽는 것을 원하지 않거든요."

"감사합니다! 전하!"

크리드는 혼자 가고 싶었지만 그래도 허락해준 국왕 아무드에게 고개를 수그렸다. 그리고 이렇게 크리드와 몇 명의 기사들이 카르티네를 목표로 움직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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