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장 블랙 드래곤 카르티네(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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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장 블랙 드래곤 카르티네(15)
"오늘 그 신성과 검신이 붙는다며?"
"그럴 줄 알고 미리 일이 있다고 했지. 이 경기를 보기 위해서."
"소문에 의하면 그 르티네란 여성은 현상수배자라고 하던데? 수배금이 1000골드를 돌파했대."
"정말?! 아무리 3위라고 해도 너무 높은 거 아니야?"
"지금까지 보여준 것에 비하면 그 정도는 돼야지. 나는 오히려 적다고 생각하는데?"
"하긴. 그럼 오늘은 누구한테 걸 거야? 얼마 정도?"
"글쎄...참 고민되네. 이만큼 누가 이길지 예상이 불가능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
"전설과 신성의 싸움이니까."
투기장은 지금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지금까지 이만한 사람이 모였던 전례가 없었을 정도로 그만큼 둘의 경기는 많은 사람들을 기대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북적거리는 관중들을 바라보는 인물이 있었다.
"파미르 선배. 여기 있었군요."
"스니커."
해설자 스니커는 해설을 하는 장소에 미리 와 있는 파미르를 보고 얘기했다.
"왜 벌써 오셨어요? 아직 경기가 시작하려면 멀었잖아요."
"그냥...기분이 좀 묘하더라고."
"뭐가요?"
"스니커. 너 여기서 해설을 몇 년 했지?"
"음...약 5년 정도 됐죠."
"나는 10년이 넘었어. 그리고 그동안 수많은 투사들을 봤지. 검신과 권신이 들어올 때부터 있었고 미친 자들도 많았다. 그런 이들을 보면서 늘어난게 뭔지 아나?"
"아니요."
"감이야."
"감?"
"그래. 감. 투사들을 보면 아, 저 녀석은 위험하겠구나. 아, 이 녀석은 약하구나. 이런게 대충 느껴지거든. 세월의 흔적이랄까?"
"대단하네요! 저도 시간이 지나면 느낄 수 있을까요?"
"과연 그건 어떨까? 하여튼 말을 돌려서 내가 이 말을 하는 건 르티네란 투사가 위험한 녀석이라는 거야."
"위험하다는 것은 저도 알 것 같아요."
"아니, 내가 해설자 인생을 살면서 그만큼 위험하다고 느껴진 적이 없었어."
"그,그 정도인가요?"
스니커는 파미르의 말에 침을 꼴깍 삼켰다.
"그런 투사가 검신과 붙는다면 어떻게 될까? 나는 한편으로 기대되면서 두려워. 그리고 기분이 묘한게 이상해. 뭔가가 벌어질 것 같은 느낌이야."
"몸이 좋지 않으시면 쉬시는게 어때요? 해설자는 다른 사람을 쓰도록 하죠."
"아니, 그렇다고 오늘 쉴 수는 없지. 저렇게 관중들이 많은데 말이야."
스니커는 파미르의 말에 더 이상 뭐라고 하지 않았다. 파미르는 자신의 불안감이 쓸데없는 걱정이었다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관중들을 쳐다보았다.
"그럼 갔다 오겠네."
"경기 기대하고 있겠다. 재밌는 경기를 보여달라고."
"저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검신 레이트는 타노스와 그리즈에게 배웅을 받고 경기장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이동하면서 기대감에 차서 자신의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고 레이트는 자신을 질책했다.
'이 나이가 돼서도 이렇게 들떠있다니. 나도 한참 멀었군.'
레이트는 쓴웃음을 지으며 경기장 안으로 들어갔다. 반대쪽에서 르티네 투사가 들어오는 것이 보였고 해설자의 말과 함께 관중들의 환호성이 들려왔다. 투기장에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가득 채운 관중들은 평소보다 감정이 더 업되어 있었고 해설자들의 목소리도 고양되어 있었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인가 보군. 하긴 그럴 수밖에.'
그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던 레이트는 심판의 지도 하에 선정된 자리로 걸어갔다. 이내 눈앞까지 레이트와 카르티네는 다가왔고 심판이 인터뷰를 하겠다며 마이크를 건네주었다. 하지만 레이트는 심판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한 후에 심판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카르티네를 향해 얘기했다.
"하나 궁금한 것이 있네. 대답해줄 수 있겠나?"
"뭔데?"
"자네는 왜 투기장에 들어왔나? 아니, 왜 나이트 왕국에 온 것이지?"
원초적인 질문. 레이트는 그녀가 왜 나이트에 오고 이 투기장에 왔는지 궁금하였다.
"투기장에 온 것은 너와 같이 강한 자를 만나고 싶어서. 나이트에 온 것은 찾는 인물이 나이트 왕국에 있다고 들어서 그렇다."
"찾는 인물?"
"듀로크라고 아나?"
"모를 수가 없지. 이번 전쟁을 끝내게 한 인물이지 않은가?"
"그가 내가 아는 사람일 수도 있어서 말이지. 나이트에 있었다고 들어서 찾으러 가는 중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투기장에 들른 것인가?"
"뭐, 그런 거지."
"그리고 약한 자들도 그냥 죽인 것인가?"
"죽이면 안 된다는 규칙도 없지 않았나? 그리고 약한 녀석이 강한 녀석에게 죽는 것은 세상의 당연한 섭리 아닌가?"
"약육강식...강한 자가 모든 것을 가진다는 건가? 나쁘지 않은 생각이네. 하지만..."
"응?"
"항상 자네가 강자의 입장일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허황된 생각이라고 생각하네만?"
오싹!
철컥.
"어?"
"뭐야?"
"아직 경기 시작 안 했습니다! 두 투사들은 뒤로 빠져주십쇼!"
관중들은 갑자기 일어난 행동에 의아해했고 심판은 두 투사를 떨어트리려 다가왔다. 왜냐하면 그들의 눈에는 어느새 레이트와 카르티네의 몸이 맞닿고 있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아직 시작하지 않았네. 조금 있으면 원 없이 싸울 수 있으니 조금만 참게나."
"....."
레이트는 다시 자신의 자리로 갔고 카르티네는 레이트의 말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만큼 그녀는 충격을 받은 것이다.
'내,내가 인간에게 쫄았다고? 드래곤인 내가?!'
상황은 조금 전으로 돌아간다.
"항상 자네가 강자의 입장일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허황된 생각이라고 생각하네만?"
카르티네는 레이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지 못하고 그에게 뭐라고 얘기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의 눈을 보고 카르티네는 등꼴이 한순간 오싹해졌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검을 뽑아내었다.
그런데 검이 검집에서 뽑아져 나오기도 전에 뭔가에 막혀서 뽑히지 않았다. 그제야 제정신을 차린 카르티네는 어느새 레이트가 다가와서 검 손잡이로 검을 뽑지 못하게 누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자신이 검을 뽑는 것을 보는 순간 접근해서 손잡이로 막은 것이다.
'내,내가 식은땀을 흘리고 있다고? 하찮은 인간에게?! 그것도 눈을 본 것만으로?!'
카르티네는 자신이 왜 무의식적으로 검을 뽑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자신이 검을 뽑는 것보다 빠르게 접근해왔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다. 손잡이에 막혀서 검을 뽑지 못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레이트는 그런 카르티네의 당황하고 있는 심정을 잘 알고 있는 모양인지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 미소를 본 카르티네는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후회하게 만들어주마."
"기대하겠네."
심판은 두 명의 투사가 경기 준비를 마친 것을 보고 종소리를 울리게 하였고 그와 동시에 두 명이 움직였다.
쾅!!!
"우와아악!!"
"방어막을 가동해라!"
둘이 부딪힌 충격파에 의해서 관중들이 뒤로 쓰러졌고 그로 인해 투기장의 방어막이 가동되었다. 하지만 방어막이 가동되었음에도 위태위태할 정도로 둘의 싸움은 차원이 달랐다.
카르티네가 검을 뽑아들어서 일방적으로 레이트를 공격했다. 누가 보면 카르티네가 압도적으로 경기를 이끌어가는 것처럼 볼 수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카르티네가 검을 수십 번 휘둘러서 레이트를 공격했지만 레이트는 옆으로 피하거나 검면으로 힘을 흘리는 등 여유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뭐하는 거지? 봐주는 거냐?!"
"봐주는 거냐고 물었나? 미안하지만 그렇지 않네. 그저 자네가 얼마나 빠르고 위력적인 검을 휘두르는지 알기 위해서 공격을 받아주고 있을 뿐이지."
"그게 그거잖아!"
카르티네의 검에서 마나가 폭발적으로 나오면서 레이트를 강타했다. 하지만 레이트는 정면으로 검을 부딪치지 않고 검면으로 흘리면서 힘을 효과적으로 분산시켰다.
"자네는 나보다 더한 힘을 가지고 있네. 하지만 힘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지 못하지."
그 말을 하면서 드디어 레이트가 검으로 카르티네를 향해 휘둘렀다. 카르티네는 검의 사정거리 바깥으로 몸을 빼면서 검을 피할 수 있었다.
푸화악!
"어?"
카르티네는 분명히 검의 사정거리에서 벗어났었는데 피부가 갈라지면서 피가 나오는 것을 보고 의아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뭐지?'
또다시 레이트가 검을 휘둘렀고 카르티네는 피했지만 피부가 갈라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똑똑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볼 수 있었다.
"놀랍군. 검압만으로 이 정도라니."
"두 번 만에 눈치채다니. 역시 자네는 다르구만."
검을 피했는데도 불구하고 상처를 입었던 이유는 검압 때문이었다. 그런데 검압만으로 드래곤인 자신의 피부를 찢을 정도면 직접 타격을 받으면 어떻게 될지 카르티네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피를 보게 되어서 그런지 그녀의 본성이 이성을 조금씩 갉아먹기 시작했다.
눈이 파충류의 눈으로 변하고 그녀의 몸에서 쉴 새 없이 무한한 마나가 풍겨 나왔다. 아직까지는 이성을 잃지 않고 있었지만 언제 본성을 드러낼지 모르는 상태였다.
"크윽. 짜릿짜릿하군."
그런 엄청난 존재감을 뿜어내는 카르티네를 앞에 두고 레이트는 미소를 지었다. 카르티네는 그 미소를 보고 그의 얼굴을 두 쪽으로 찢어놓고 싶다고 생각하며 검을 검집에 넣은 후에 자신의 특기인 발검을 사용했다. 지금까지와 차원이 다른 속도와 파괴를 가진 검이 그를 향해 나아갔다.
카르티네의 검이 검집에서 뽑혀 나와서 레이트의 얼굴을 향해 나아가고 있을 때 레이트는 그제야 검을 검집에 넣고 자세를 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이 얼굴에 몇cm 남겼을 때까지 기다리고 나서야 레이트는 검을 뽑았다.
"일섬(一閃)."
한순간 빛이 지나갔다. 빛은 카르티네의 검을 두 동강 내고 로브까지 찢어내는 것에 멈추지 않고 가슴에서 허리까지 커다란 상흔을 만들었다.
"크아아악!!!"
지금까지와 확연히 다른 고통에 카르티네는 비명을 질렀다. 그 모습을 본 레이트는 짧게 혀를 차면서 아쉬워했다. 왜냐하면 그는 이번 공격으로 카르티네를 두 동강 내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검이 더 단단했고 로브에도 마법이 부여되어 있는지 반발감이 느껴졌다.
살면서 일섬으로 잘라버리지 못한 것이 없었던 레이트에게 있어서 놀라워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 일섬은 그녀에게도 충격으로 다가왔다.
"감,감히 내게 이런 상처를 줘?!"
더욱 커다란 고통은 그녀의 본성을 더욱 끄집어내었고 그녀의 몸을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
"컥!"
"으억!"
"몸,몸이..."
"뭐,뭐야?"
카르티네는 드래곤 피어를 내뱉었고 그에 의한 영향으로 관중석의 많은 이들이 공포에 휩싸여 심장마비로 죽거나 쓰러졌다. 간간이 투사들이나 어느 정도 무력이 있는 자들이 버텼지만 그들도 자신의 몸을 가누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였다.
"드디어 실체를 드러내는 건가?"
레이트는 등에서 식은땀이 조금 나는 것을 느꼈지만 카르티네의 실체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더 컸다. 카르티네의 몸이 비늘로 둘러지기 시작했고 이빨도 짐승처럼 뾰족한 이빨로, 몸도 점점 커지려고 하고 있었다.
【다 죽여버리겠다! 남김없이 다!】
경기는 이제 제대로 진행될 수 없다고 할 정도로 투기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고 구경하고 있던 권신 타노스도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한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면.
"르티네 누나! 정신 차려요!"
조그마한 소년의 한 목소리. 하지만 수많은 이들이 쓰러져 있어서 소년의 목소리는 투기장에 울려 퍼졌다. 그러자 놀랍게도 변화하던 카르티네의 몸이 진행을 멈추었다.
"멈쳤어?"
"저 소년은 분명히 일행이었던?"
레이트와 타노스는 카르티네의 변화가 멈춘 것을 보고 소년, 맥을 쳐다보았다.
'저 목소리는 누구였지?'
"우리는 클리스톰에 가기로 했잖아요! 안 그래요?!"
'클리스톰? 거기가 어디지? 왜 가려고 했지?'
"듀로크님을 만나기로 했잖아요!"
'듀로크...베아트리스. 내 친우. 내 유일한 친구.'
베아트리스라는 말에 그제야 카르티네의 이성이 조금씩 되찾아가기 시작했다.
"그를 찾아가야죠! 이 이상 하시면 안 돼요! 듀로크님에게 폐를 끼칠 수 있다고요!"
'내가 드래곤이라는 것을 들키면...그에게도 의심이 갈 수도 있어. 그러면 나는 그의 유희를 방해할 수도 있게 되는 건가?'
본능은 자신에게 상처를 입힌 인간과 함께 이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들라고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성은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아마 과거라면 카르티네는 본능에 맡기고 본 모습으로 변했을 것이다.
하지만 투기장에서 만났었던 수많은 인간들, 그리고 맥과 베아트리스라는 존재는 그녀를 변하게 만들었다. 이성과 본능이 그녀의 내면 속에서 대결을 하고 결국 본능을 우선시하는 블랙 드래곤이 이성을 앞세우는 카르티네에게 패배했다.
그러면서 변하고 있던 몸도 이내 다시 원래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갔고 눈과 이빨도 인간의 것으로 변화하였다. 동시에 지금까지 입었던 상처들도 모두 사라져 갔다. 카르티네는 이내 인간의 몸으로 돌아온 후에 부러진 검을 줍고 앞에 서 있는 두 노인을 바라보며 얘기했다.
"쳇. 운 좋은 줄 알아라."
"웃기는군. 우리 둘이서 너를 못 잡을 것 같냐? 그까짓 도마뱀 한마..."
"쉿. 조용히 하게."
타노스가 카르티네의 말에 발끈하며 뭐라고 하려고 했지만 레이트가 그의 입을 막는 것으로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
"상황이 이렇게 됐지만 이어서 할 건가? 나는 별로 추천하지는 않네."
"...됐다. 흥이 식었군. 나는 이만 투기장을 떠나겠다."
"그 듀로크를 만나러 수도로 가는 것인가?"
"그래. 너희들은 듀로크와 맥에게 고마워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나와 상대했던 투사들에게도."
카르티네는 그 말을 끝으로 경기장 밖으로 나갔고 그 뒤를 맥이 뒤쫓아갔다.
"왜 입을 막아?!"
"좋게 끝난 거 나쁘게 할 필요가 어디 있나?"
"그러는 넌?! 너도 그 녀석이 변하는 것을 기대했잖아."
"그런 마음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네만 그것은 너무 우리 생각만 한 거 아닌가? 지금만 해도 이렇게 쓰러진 이들이 많은데 본 모습을 보이면 어떻게 되겠나?"
"쳇. 그럼 저 녀석이 그냥 수도로 가는 것을 보고만 있을 거냐?"
"그녀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사악하지 않을 수도 있네. 거기다 그 맥이라는 소년이 그녀에게 브레이크를 걸어줄 수도 있다는 것을 보지 않았나? 오히려 건드려서 좋지 않은 것도 있네."
"흐음...똥 같은 느낌?"
"...비유가 좀 그렇지만 비슷한 것이겠지. 하지만 미리 수도에 언질을 보낼걸세."
"누구? 그 녀석에게?"
"오랜만에 소식을 보내게 되겠군. 미련한 제자 녀석에게."
"하하하! 그 녀석이라면 어떻게든 해주겠지."
남은 두 노인은 한 가지의 문제를 해결하고 이내 경기장에 쓰러져 있는 관중들을 보며 이것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르티네 누나. 상처는 괜찮아요?"
"그래. 멀쩡하다."
"다행이네요. 근데 검은 어쩌죠?"
"쓸만한 검이었는데 아쉽군. 이게 부러질 줄이야."
드워프가 만든 검으로 엄청난 내구성을 가지고 있었고 그녀의 마나로 둘러쌌는데도 레이트의 일섬을 막지 못했다. 그만큼 그의 공격은 상상을 초월했다는 것이다.
"걱정 마세요. 다음 도시 로이트는 대장간의 도시에요. 대장장이들이 모여있을 뿐더러 드워프들도 있다고 들었어요."
"그럼 가서 고치면 되겠군. 따로 챙기도록 하지."
"예."
맥이 부러진 검을 가지고 낑낑되며 카르티네 뒤를 따라왔다. 카르티네는 좀 전에 있었던 일을 상기하며 맥에게 얘기했다.
"좀 전의 일은 고마웠다."
"헤헤~ 아니에요."
"그런데 내가 무섭지 않나?"
"예? 왜요?"
"나는 인간이 아니니까."
"인간이 아니라고 해서 무서워해야 할 이유가 되지는 않잖아요?"
카르티네는 맥이 참 독특한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발산한 드래곤 피어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 유일한 인간이였고 인간이 아닌 것을 알고도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않았다.
처음으로 자신의 옆에 있어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되는 인간이었다.
"참! 그러고 보니 그 레이트라는 노인의 검은 정말 끝내줬어요. 이렇게 말해도 괜찮을지 모르겠는데 르티네 누나의 검보다 아름다웠어요."
"그의 검은 나도 인정한다. 잠깐...너 그 검의 경로를 봤나?"
"예. 제가 태어나면서 본 것 중에 제일 빠른 움직임이였어요. 한순간에 이동했다고 느껴질 정도였어요."
카르티네는 일섬이라고 불리는 그의 기술. 자신보다 훨씬 늦게 검을 뽑았음에도 먼저 다가올 정도로 빠른 스피드와 검과 로브, 피부 모두를 베어버릴 정도의 파괴력을 가진 기술이었다.
그런 기술을 맥이 봤다고 하고 있었다.
"그가 어떤 움직임을 취했는지까지 봤나?"
"예."
"그럼 네가 나에게 그것을 가르쳐줄 수 있겠군."
카르티네는 씨익 웃으면서 미소를 지었고 맥은 카르티네가 무슨 의도로 얘기하는지 눈치챌 수 있었다.
"하지만 제 설명만으로 일섬이라는 기술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을까요?"
"원리만 알고 흉내만 낼 수 있으면 나만의 기술로 만들어내면 된다."
"그렇군요! 그럼 제가 알고 있는 것을 모두 가르쳐 드릴게요!"
"기대하겠다."
맥과 카르티네는 이날 서로 간의 유대가 더욱 깊어졌고 그와 더불어 투기장의 상황은 그 날을 기점으로 급변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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