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장 블랙 드래곤 카르티네(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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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장 블랙 드래곤 카르티네(14)
"....."
한 명의 남성이 눈을 감고 앉아서 명상을 하고 있었다. 몇 시간째 꼼짝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던 남성은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를 듣고 그제야 눈을 떴다.
"방해해서 미안하네."
"아닙니다. 두 분이 오시는 것이 어떻게 방해가 되겠습니까?"
남성, 그리즈를 찾아온 두 명은 바로 권신 타노스와 검신 레이트였다.
"준비는 끝났나?"
"예.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준비했습니다."
"그 르티네라는 여성의 최근 경기를 보고 나니 우리가 생각했던 존재일 가능성이 더 높아진 것 같네. 조심하게나."
"저도 드래곤으로 변한 세이든과 정령왕을 상대하는 것을 보고 얼추 확신했습니다."
"술법은 완성됐나?"
"예. 다행히 시간 내에 완성했습니다."
타노스의 물음에 그리즈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그 술법이라면 어쩌면 이길 수도 있겠지. 확률이 많이 낮지만."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십니까?"
"술법이 발동되었다고 했을 때 10%."
"나도 그와 비슷하네."
"10%라...아주 낮지는 않군요."
"그리즈님. 경기 준비가 끝났다고 합니다."
그리즈는 자신의 담당원인 미네가 와서 얘기하는 것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죽지마라. 꼬맹이."
"물러서는 것도 하나의 용기가 필요하네."
"걱정 마세요. 저도 죽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까요."
그리즈는 담당원 미네를 따라가기 시작했고 두 노인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단, 저도 한번 따끔한 맛을 보여주지 않으면 성이 차지 않네요."
"오늘도 열심히 하고 오세요. 르티네 누나."
"승리하시길 바랍니다."
"그래."
카르티네가 3위 그리즈에게 도전장을 전달하라고 세라에게 말한지 3일이 지났다. 그 3일 동안 지금까지 이해할 수 없었던 것들을 고민하며 세라와 많은 대화를 나누었지만 결국 그때보다 나아진 점은 없었다.
카르티네는 세라와 맥 그리고 수십 명의 하인들의 배웅을 받으며 경기장으로 갔다. 4위로 되면서 별장도 훨씬 커졌고 하인도 많이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그것 말고 다른 특혜도 있었지만 카르티네는 관심이 일절 없어서 뭔지 알지 못하고 있었다.
"오늘은 그리즈라는 녀석이었던가? 은신의 대가라고 했었지. 과연 엘라임보다 강할까? 왠지 아닐 것 같지만."
순위가 더 낮은데도 강한 녀석들이 있었던 것처럼 그리즈란 남성은 별로 기대되지는 않았다. 그래도 3위이니 어느 정도의 무력은 가지고 있겠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가다보니 카르티네는 어느새 경기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모두 기다리셨습니다. 지금부터 경기를...."
"참 기대되는..."
'아아..빨리 시작하고 끝나면 좋겠군.'
해설자들이 시끄럽게 얘기하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와중에 카르티네는 상대를 쳐다보았다. 그리즈란 남성이 자신에게서 눈을 돌리지 않고 계속 쳐다보고 있었지만 그의 몸에서 느껴지는 마나량은 많지 않았다.
오히려 4위인 카밀리에가 월등하게 많았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에 경기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 퍼졌고 카르티네는 무심한 눈으로 그리즈를 쳐다보며 칼에 손을 대었다.
'그냥 빨리 끝내자. 그리고 돌아가서 검신과의 대결을 기대하는게 낫겠군.'
카르티네는 자신의 특기인 발검을 하여 그리즈를 향해 공격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어?"
그리즈가 자신의 검을 피한 것이었다. 그것도 발걸음을 한번 움직이는 것으로. 더구나 그리즈는 검을 피한 동시에 단검으로 자신을 공격해오고 있었다.
깡!
당황한 카르티네는 로브로 단검을 막고 다시 검을 뽑아서 그리즈를 공격했다. 하지만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이 그리즈는 또 가볍게 검을 피했다.
"이 녀석...빠르잖아?"
"역시 예상대로 놀라워하는군."
"그리즈는 자네와 나를 제외하고 여기서 제일 빠른 스피드와 날렵함을 가지고 있지. 놀라워하는 것도 어쩔 수 없을 거네."
"저 꼬맹이는 겁만 없으면 완벽할 텐데. 실력도 출중하고."
"맞는 말이지만 그게 한순간에 변하겠는가? 그리고 겁이 많더라도 그도 할 때는 하는 이일세."
"알고 있어. 그리고 지금이 그 할 때라는 거지."
'피부가 외공을 쌓은 것처럼 단단해. 그렇다면 급소를 노리는 수밖에 없어.'
그리즈는 카르티네의 검을 피하면서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
'먼저 목.'
목을 향해 단검을 내밀자 카르티네가 손으로 막았다.
'다음은 눈.'
발로 눈을 향해 걷어차면서 발에 장착되어 있는 칼을 튀어나오게 했다. 그러자 카르티네가 놀라워하면서 몸을 뒤로 뺐다.
'급소는 공격이 유용한 것 같아. 그렇다면...'
그리즈는 한순간에 뒤로 빠진 후에 두 손을 마주 잡고 손을 현란하게 움직였다. 손가락과 손이 각자 다른 움직임을 취하면서 그리즈의 입이 쉼 없이 움직이면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카르티네는 그리즈가 무슨 행동을 하는지 알 수 없어서 경계한 상태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서 쉼 없이 움직이던 손과 입이 멈추었고 그리즈가 얘기했다.
"인술. 분신술."
그리즈의 몸이 2개로 늘어났다. 그리고 2개는 4개로. 4개는 어느새 8개로 늘어났다.
"뭐야? 환영?"
8개까지 늘어난 그리즈의 몸은 그제야 늘어난 것을 멈추고 각자 몸을 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목소리가 모두 겹쳐서 들려왔다.
""환영이 아닙니다. 마법을 쓴 것이 아니니까요.""
카르티네는 그리즈의 말대로 마법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왜냐하면 환영마법을 사용할 경우 환영과 실체는 마나의 밀도와 구성 요소가 달라서 능숙한 마법사라면 충분히 눈치챌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8명의 몸은 모두 똑같은 마나를 가지고 있고 구성 요소도 같았다.
"내가 보지 못한 기술이 있다니 놀랍군."
""보지 못하는 것도 어쩔 수 없을 겁니다. 이 대륙의 기술이 아니거든요.""
"뭐?"
""지금 사용하는 기술은 인술이라고 해서 다른 세계의 기술입니다. 아주 옛날에 이쪽 세계로 우연히 오게 된 자가 남긴 기술을 제가 이어서 받게 됐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 덕분에 나이트의 암살단에서 추방당하게 되었지요.""
"다른 세계의 기술이라...흥미롭군."
카르티네는 다른 세계라고 하니 흥미가 다시 생기는 것을 느꼈다. 처음에 카르티네는 다른 세계의 존재를 믿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친구 베아트리스가 자신이 다른 세계 인물이라는 것을 밝혔고 다른 차원에서 있었던 일들을 말해주면서 그 지식을 바탕으로 한 독창적인 결과물까지 만들어내자 믿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베아트리스와 같은 다른 세계인이 남긴 기술이라고 하니 흥미가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너를 너무 얕봤군. 이제 제대로 상대해주마."
"그럼 저도 전력으로 밀어붙이겠습니다."
카르티네가 자세를 다시 잡았고 그리즈 8개의 몸이 동시에 카르티네를 향해 달려들었다. 1명이었던 그리즈 조차 카르티네보다 빨리 움직였었는데 8개의 몸으로 늘어나자 카르티네는 방어에 몰두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방어를 하더라도 모든 공격을 막을 수는 없었다.
다행히 그리즈의 단검이 카르티네의 피부를 뚫지는 못했지만 똑같은 곳에 다시 공격당하니 조금씩 상흔이 생기기 시작했다. 급소만 막기만 해도 밀리는 것을 느낀 카르티네는 다른 수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흡!"
카르티네가 발로 땅을 세게 밟았다. 그러면서 충격파가 그리즈를 덮쳤고 그와 동시에 잠깐 틈이 생기면서 움직임이 멈추었다. 그리고 그 순간을 카르티네는 놓치지 않았다. 검이 뽑아지면서 그리즈의 몸들을 지나갔고 검에 찢긴 그리즈들은 몸이 연기로 바뀌면서 사라져갔다.
그렇게 아주 짧은 순간에 공격당해서 연기로 사라진 그리즈가 4명이었다. 나머지 4명의 그리즈는 뒤로 빠져서 카르티네를 중심으로 동서남북에 위치하였다.
""역시 놀랍군요. 그 순간을 노리다니.""
"이게 끝은 아니겠지?"
""당연하죠. 당신을 위해서 준비해둔게 있습니다.""
"기대되는군."
4명의 그리즈는 다시 손을 움직이며, 즉. 인을 맺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의 옆구리에 있는 하나의 두루마리를 꺼내서 펼친 다음에 바닥에 두고 인을 맺던 두 손을 두루마리에 얹어두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두루마리에 적혀져 있던 글자들이 두루마리 밖으로 나와 꿈틀대며 움직이기 시작했고 동서남북으로 나누어져 있는 두루마리끼리 연결되었다.
그리고 하나의 원을 만들고 원 내부에 알 수 없는 글자가 가득 채웠다.
""술법 발동! 오감차단진!""
그리즈가 시동어를 내뱉는 동시에 두루마리와 글자로 만들어진 원이 빛을 발산하였고 관중은 물론이고 카르티네의 시야까지 모두 가렸다.
『윽...뭐야?』
빛 때문에 잠시 눈을 감았는데 다시 떠보니 좀 전과 확연히 다른 광경이 보였다. 완전한 어둠.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끝없는 어둠으로 가득했다. 눈을 뜨고 있어도 마치 감고 있는 것처럼 자신의 몸은 물론이고 아무런 것도 보이지 않았다.
『목소리도?』
말하고 있었지만 자신의 목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손으로 팔을 만졌지만 만지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자신의 몸이 존재하는지조차 의심이 갔다.
『감각을 완전히 차단한 건가?』
"발동됐군."
"성공했구만. 오감차단진이라고 했었나?"
"맞네. 누가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네. 그렇지 않은가?"
"그렇지.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 5개의 감각을 모두 차단한다면 웬만한 사람의 정신은 붕괴할 테니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공간 속에서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아무것도 만지지 못하고 느낄 수 없다면 자신이 진정으로 그 공간에 존재하는지 의심을 하게 되지. 그리고 그 의심을 시작으로 시간이 갈수록 정신붕괴가 일어날 거네."
"우리 빼고는 다 당해낼 수밖에 없겠지. 하지만 저 여자도 통할까?"
"그리즈한테는 미안하지만 확률은 적다고 예상하네."
"그렇지?"
그리고 그 순간 두루마리 하나가 조금 찢어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4명의 그리즈는 바닥에 앉아서 인을 맺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관중들이 보기에는 글자로 이루어진 원의 중심에서 카르티네가 혼자서 중얼거리면서 자신의 몸을 만지작거리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제3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고 카르티네에게는 술법이 들어가서 밖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 술법이 계속 유지되게 하기 위해서 4명의 그리즈는 계속 인을 맺으면서 집중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크윽."
"밀,밀린다."
카르티네의 몸에서 갑자기 엄청난 마나가 풍겨오기 시작했다. 그에 맞혀서 술법이 밀리기 시작했고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바닥에 박힌 글자들이 넘실거리고 있었고 두루마리가 조금씩 찢어지고 있었다. 거기서 만족하지 못했는지 카르티네는 더욱 무식하게 마나를 뿜어내었고 그리즈는 이를 악물고 버텼지만 이내 두루마리 4개가 동시에 절반으로 찢어졌다.
""컥!""
그와 동시에 4명의 그리즈가 뭔가에 맞은 것처럼 뒤로 날아갔고 박혀있던 많은 글자들도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돌아왔군. 생각보다 신선했어."
"힘,힘으로 부숴버리다니..역시 대단합니다."
"이걸로 끝인가?"
"아직입니다!"
4명의 그리즈는 품속에서 하나의 주먹만한 동그란 구슬을 꺼내어서 바닥에 던져두었다. 그러자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면서 주변을 가득 채웠다.
"시야뿐만 아니라 냄새도 맡지 못하게 하는 건가?"
연기는 톡 쏘는 듯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고 시야를 충분히 가릴 수 있는 검은색을 띠고 있었다. 그리즈는 호흡과 발소리를 완벽히 차단할 수 있는 모양인지 움직이는 소리가 일절 들리지 않았다.
"과연 은신의 대가라고 불릴 만 하군. 하지만 그래도 지울 수 없는게 있지."
카르티네는 자세를 잡고 앞이 보이지 않는 연기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와 동시에 4명의 그리즈가 검에 당해서 쓰러졌다.
"바로 본연의 마나를."
""젠,젠장.""
연기로 시각과 후각을 차단하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게 접근했지만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마나를 숨길 수는 없었다. 검에 당한 4명의 그리즈 중 3명은 연기로 사라졌고 가슴이 길게 베인 한 명의 그리즈를 향해 카르티네는 다가왔다.
"이제 끝내주도록 하지."
"...푸훗."
"응?"
"푸하하핫!!"
피를 흘리면서도 웃는 그리즈를 보고 카르티네는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뭐가 웃기지?"
"크흐흐...혹시 이거 아시나요? 마나까지 가려주는 투명 망토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 전 세계에 10개도 되지 않는 '신의 망토'라 불리는 망토가 있다는 것을. 모습, 냄새, 소리, 마나까지 차단해준다고 하지."
"잘,잘 알고 있군요. 그,그러면 그중 하나는..."
【누가 가지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겠죠?】
나머지 한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고 카르티네는 무의식적으로 등 뒤로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미리 준비하고 있던 한 명의 인물은 검을 피하고 카르티네의 목을 향해 단검을 밀어넣었다.
푸욱!
"너,너?!"
"분신술로 미리 한 명을 만들어놨죠."
카르티네의 목에 단검을 밀어 넣은 인물은 바로 또 다른 그리즈였다. 그리고 동시에 피를 흘리고 있던 그리즈는 연기로 변하면서 사라졌다.
"그,그게 신의 망토인가?"
"그렇습니다."
그리즈의 몸은 망토로 가려져 있는 모양인지 상체만 보이고 있었고 그리즈의 얼굴에는 승리를 확신하는 듯한 미소가 가득했다.
"놀,놀랍군. 그,그런 물건이 여기 있을 줄이야."
"칭찬 고맙군요."
"하지만 나의 승리다."
"예?"
목을 뚫고 들어갔던 그리즈의 단검이 마치 무언가에 밀리는 것처럼 목에서 빠져나왔다. 그리즈가 있는 힘껏 밀어 넣었지만 나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단검이 만든 상처를 통해서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지만 카르티네가 손가락을 상처 부분에 가져다대자 손가락에서 빛이 나면서 상처가 빠르게 사라져버렸다.
"설,설마 치유마법?"
"조금만 더 깊숙하게 들어왔다면 아무리 나라도 위험했을 거야."
그리즈는 자신이 찌른 목의 상처가 흔적도 남지 않고 사라진 것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한쪽 손을 들며 얘기했다.
"항복할게요. 이길 가망성이 보이지 않는군요."
"빠르고 탁월한 선택이군."
"최선을 다했는데 통하지 않았다면 어쩔 수 없죠. 그리고 저는 원래 목표를 달성했거든요."
"목표?"
"한 방 먹이는 거요."
그리즈의 얼굴에는 만족한 표정이 가득했고 카르티네는 왠지 이기고도 진 것 같은 찜찜함을 느꼈다. 그리고 그렇게 3,4위의 경기는 끝이 났다.
"50위부터 전승으로 올라오고 드디어 3위 그리즈 투사까지 이겼습니다! 직접 보고도 믿겨지지가 않는군요."
"그야말로 신성! 하지만 그 신성도 이제는 긴장해야 할 겁니다. 왜냐하면 이제 남은 2명의 투사는 다른 이들과 차원이 다른 초인들이거든요."
"과연 르티네 투사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도전을 할 것인가? 기대하지 않을 수 없군요."
흥분한 해설자들의 말과 함께 그리즈가 경기장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를 기다리고 있는 2명의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검신과 권신이였다.
"어르신들!"
"좋은 경기였다. 꼬맹이."
"그녀를 상대로 한 방 먹이다니. 자네 생각보다 꽤 선전했네."
"하하! 제가 생각해도 그런 것 같습니다. 아직도 제가 살아있는게 믿어지지 않습니다."
그리즈는 자신의 몸을 한번씩 훑어보면서 뭔가 떨어지지 않았는지 확인을 하는 행동을 하였다.
"그러고 보니 자네가 만든 술법. 오감차단진이라고 했나?"
"예. 맞습니다."
"그 술법 역시 힘으로 깨진 건가?"
"그렇습니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차원이 다른 마나량에 일방적으로 밀렸습니다. 완성된 술법은 웬만해서 깨지지 않는데 이렇게 무식하게 깨지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하하! 그 정도는 돼야 재밌지 않겠나? 오랜만에 심장이 두근거린다고."
"나도 늙어서 주책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겠지만 그와 비슷한 심정이네."
"그 여자가 우리 둘 중에 누구를 선택할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뽑아줬으면 하는군. 아니, 가서 나를 선택하라고 미리 얘기를 할까?"
"허허. 그런 잔머리는 굴리지 말게나. 그녀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하도록 하게."
"좋아! 그렇다면 누가 선택하든 최선을 다하기! 어때?!"
"바라던 바네. 나도 오랜만에 모든 힘을 발휘하고 싶으니까. 자네와는 이제 너무 싸우지 않았는가?"
"하긴. 둘 다 너무 오래 지내다 보니 약점과 강점을 다 알고 있어서 재미가 없지. 그래서 더 기대되는 거라고. 모든 힘을 발휘해도 질 수도 있을 것 같은 새로운 상대! 이만큼 재밌는게 어디 있겠는가?! 크하하하!"
"그 의견엔 나도 동의하네."
그리즈는 두 노인이 말하는 것을 들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그녀가 이 두 노인에게 도전할지 안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 경기가 치러질 것 같은 느낌이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오늘도 수고하셨어요! 르티네 누나!"
"굉장한 경기였습니다. 르티네님."
르티네가 경기를 끝내고 돌아오면서 맥과 세라, 그리고 많은 하인들이 그녀를 배웅해줬다. 그런데 세라는 카르티네의 표정을 보고 그녀가 뭔가 불만족스러워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얘기했다.
"뭔가 석연치 않습니까?"
"네 말대로 조금 그렇군."
"어떤 점이 그렇습니까?"
"경기는 내가 이겼다. 그리즈란 녀석은 나한테 거의 일방적으로 밀려서 졌지. 하지만 그는 졌지만 만족스러운 얼굴이였다."
"아마 그리즈님은 카르티네님에게 유효한 공격을 줬다는 것에 만족하지 않았을까요?"
"그거랑 경기의 승패는 관련이 없지 않았나?"
"그래도 그리즈님은 만족했을 겁니다. 카르티네님을 막강한 상대라고 생각했고 그 상대에게 자신의 타격이 유효하게 들어갔다는 것이 크게 느껴졌겠지요."
"그런가?"
그리즈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그녀가 자신보다 강한 상대를 만나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녀와 비슷한 존재인 베아트리스도 진심으로 싸운 적이 없었고 그녀는 지상 최강의 드래곤이였기에 위에서 내려다보는 존재가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머지 않아서 달라지게 된다.
"세라."
"예."
"2위 검신에게 도전장을 날리고 와라."
"드,드디어 입니까?"
세라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말을 더듬으며 얘기했다. 그만큼 자신이 담당하는 투사와 전설 검신과 붙는 것은 크게 다가왔다.
"그래. 날짜는 그쪽에서 좋을 대로 잡으라고 해라."
"알,알겠습니다."
세라는 조금 상기된 표정으로 방을 나갔고 남아있는 카르티네를 바라본 맥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르티네 누나."
"응?"
"지금 웃고 있어요?"
카르티네는 맥의 말에 손을 입가에 가져다 대었고 그제야 자신이 웃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웃고 있는군."
"기대되서요?"
"그래. 얼마나 궁금한지 기대되는군. 내 생에 있어서 그만한 자를 만나기가 힘들었으니까."
카르티네의 말대로 그녀의 유희를 비롯해 드래곤으로서 살아온 시간 동안 그만한 실력자를 만나기 힘들었다. 그나마 마왕이 출현했을 때 그런 인간들이 있었지만 그것도 오래 전의 이야기였다. 드래곤으로서도 오래됐다고 느껴질 정도로.
"저도 기대돼요! 르티네 누나! 꼭 이기셔야 해요!"
"당연한 소리를 하는군. 내가 질 것 같나?"
"아니요! 저한테는 르티네 누나가 최고니까요!"
맥은 미소를 지으며 카르티네에게 자신 있게 얘기했다. 그리고 그때 조그마한 이변이 생긴다.
두근.
'뭐지?'
맥의 미소를 보며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조금 움직인 것 같다고 카르티네는 느꼈다. 하지만 그 움직임과 조그마한 감정은 빠르게 사라졌고 카르티네는 자신이 착각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조그마한 움직임이 자신을 조금씩 변화하게 만든 시점이라는 것을 모른 채 카르티네는 경기 날짜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시간은 지나서...경기 날짜가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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