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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오크 마법사-172화 (172/360)

13장 블랙 드래곤 카르티네(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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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장 블랙 드래곤 카르티네(13)

파란 머리와 파란 눈을 가지고 있는 카밀리에와 물로 이루어진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물의 정령왕 엘라임. 둘은 마치 자매처럼 보일 정도로 자연스러움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다 물의 정령왕 엘라임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위엄을 뿜어낼 정도로 차원이 다른 존재인 것을 관중들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런 모습으로 보게 된 것은 처음인가?"

[그렇군. 그리고 그만큼 나에게 유리하다는 말이지.]

"과연 그럴까?"

카르티네는 물의 창과 맞붙고 있던 검을 뒤로 빼내었다. 그리고 다시 검집에 넣은 후에 그녀의 특기인 발검을 시전했다.

깡!!

엄청난 속도를 가진 카르티네의 검이 엘라임을 공격했지만 엘라임의 앞에 물로 이루어진 커다란 방패가 등장하면서 검의 진로를 막았다. 엔다이론의 물기둥을 가볍게 이등분했던 그녀의 검이 엘라임의 방패는 뚫지 못했다.

그리고 동시에 경기장의 습도가 한순간에 낮아졌다. 그 이유는 엘라임이 대기의 습도를 모아서 공중에 물 덩어리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었다. 물 덩어리는 한순간에 열을 발산시키고 얼음 덩어리로 변했다.

얼음 덩어리는 카르티네를 향해 떨어졌고 카르티네는 검으로 얼음 덩어리를 양분했지만 그 순간 양분된 얼음 덩어리가 다시 물로 돌아왔고 카르티네를 감쌌다. 카르티네는 검으로 물을 몇 등분시켰지만 물은 빠르게 다시 결합하면서 숨을 못 쉬게 계속 유지하였다.

꾸르륵...

카르티네는 아무리 자신이라도 이 이상 숨을 쉬지 못하면 힘들다는 것을 느끼고 결국 마법을 사용하였다.

"실드!"

조그마한 주먹 크기였던 실드가 내부부터 커져서 한순간에 카르티네를 감쌀 정도로 증가했다. 그와 동시에 물이 실드에 밀려서 밖으로 밀려 나갔다.

"내가 마법을 사용하게 하다니. 제법이군."

[이제 시작이다. 각오하시지.]

엘라임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움직였다. 그러자 하늘이 갑자기 어두컴컴해지면서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먹구름은 투기장의 위에서 회오리치기 시작했고 누가 봐도 비이상적인 움직임을 취하고 있었다.

[찌릿찌릿한 맛을 보여주마.]

엘라임이 손을 위에서 아래로 내렸고 그와 동시에 빛이 번쩍였다.

콰콰쾅!! 파지직...

먹구름이 모여있던 하늘에서 번개가 떨어지면서 시야가 한순간 마비되었다. 그리고 경기장에는 조그마한 크레이터와 함께 전기가 번쩍이고 있었다. 크레이터의 중심에는 카르티네가 서 있었고 그녀의 몸에는 번개에 맞은 흔적이 남아있었다.

옷이 조금 그을려졌고 아직 번개의 힘이 남아있는 모양인지 전기가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짜릿하군. 로브를 뚫고 들어올 정도의 힘이라니."

[아직 끝이 아니다.]

엘라임은 다시 손을 위에서 아래로 내렸고 이어서 하늘에서 번개가 또 카르티네를 향해 내리쳤다. 하지만 이번에 카르티네는 검을 위로 던졌고 번개는 카르티네가 아닌 검을 향해 직격했다.

번개에 맞은 검을 다시 잡은 카르티네는 엘라임의 오른팔을 향해 휘둘러서 오른팔을 잘라내었다.

"번개는 높은 곳을 좋아하지."

[훗. 그럼 이건 어떻지?]

잘린 오른팔에 물이 모이면서 거인의 주먹처럼 비이상적으로 커졌다. 오른팔만 십수 미터로 커져서 몸의 균형이 맞지 않을 것처럼 보였지만 엘라임은 마치 원래의 몸처럼 가볍게 주먹을 휘둘러서 카르티네를 강타했다.

쾅!!

액체로 이루어져 있는데도 물로 이루어진 거대한 주먹은 마치 단단한 쇠로 맞은 것처럼 카르티네를 날려 보냈다. 카르티네는 날아가던 도중 몸을 비틀어서 착지를 하였다.

그리고 그녀는 검을 꺼내 들며 엘라임에게 얘기했다.

"옛날에 나와 싸웠던 기억은 나는가?"

[기억나지. 지금과 같은 상황은 아니였지만.]

"너를 소환한 녀석들은 나를 막으려고 하거나 나를 사냥하러 온 이들이었지. 하지만 그 녀석들은 모두 다 죽어버렸다. 바로 나한테서."

[그랬었지.]

"그리고 그게 네 약점이다. 소환사를 지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

카르티네가 앞으로 돌진해갔다. 하지만 지금까지 엘라임을 향해 갔던 것과 다르게 이번에 그녀의 목표는 카밀리에였다.

"어?"

멀리 떨어져서 싸움을 지켜보던 카밀리에는 자신을 향해 빠르게 다가오는 카르티네를 보고 당황했다. 하지만 그녀에게 가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자가 있었으니 바로 엘라임이였다.

쾅!!

엘라임이 카밀리에의 앞에 서서 물로 이루어진 방패를 만들어냈다. 검이 방패에 부딪히면서 충격파를 내보냈고 좀 전과 같은 상황이 이루어질 것 같았다. 하지만 검이 아주 조금씩, 천천히 방패를 자르기 시작했고 이내 방패를 이등분하였다.

방패가 잘린 것을 본 엘라임은 커다란 주먹을 휘둘렀지만 카르티네가 옆으로 피하면서 카밀리에를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카밀리에가 검의 사정거리에 들어온 것을 느낀 카르티네는 검을 휘둘렀고 그것을 본 카밀리에는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악!"

깡!

하지만 검이 그녀에게 닿기 전에 엘라임의 커진 주먹이 카밀리에를 가렸고 이내 검은 주먹을 강타했다. 동시에 카르티네는 다시 움직여서 카밀리에를 공격하려고 했고 엘라임은 그것을 막기 위해 움직였다. 이와 같은 과정이 반복되면서 카밀리에의 눈에는 자신을 중심으로 엄청 빠르게 움직이는 2명의 존재가 있다는 것만 알 수 있었다.

"하하하! 언제까지 방어만 할 수 있을 것 같냐?!"

[.....]

"...엘라임?"

"방어하는 것을 포기하고 나를 공격하면 유효한 타격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이라도 있지. 하지만 소환자를 지키고 있다가는 방어만 하다가 끝날 것이다!"

[시끄럽다. 언제부터 말이 그렇게 많아졌지?]

카밀리에는 엘라임이 말을 하지는 않지만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것도 자신을 지켜주려고 하다가 그렇게 상황이 흘러가는 것도 눈치챘다.

"...엘라임..나 때문에 그러지 않아도..."

[너도 시끄럽다. 내가 너 하나를 보호한다고 해서 밀릴 것 같냐? 나는 정령왕이다. 정령 중에 최정점에 서 있는 자지. 이 정도쯤은 가뿐하다.]

카밀리에는 엘라임이 자신에게 걱정을 끼치게 하고 싶지 않아서 허세를 부리는 건지 아니면 진짜로 여유가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엘라임을 믿어보고 싶었다.

"...알겠어. 너를 믿을게."

[당연하지. 나는 물의 정령왕이다.]

카르티네는 여전히 엘라임을 몰아붙이고 있었고 엘라임은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카르티네가 더 깊숙이 들어온 순간 엘라임이 움직였다. 물로 이루어진 엘라임의 몸이 한순간에 고슴도치처럼 뾰족한 물의 가시를 수도 없이 만들었다.

깊숙이 들어온 카르티네는 가시를 피하기 위해서 빠르게 뒤로 빠졌다. 그리고 그것이 엘라임이 노리던 것이었다.

푸푸푹!

어느새 공중에는 물로 이루어진 무수한 가시들이 생성되어 있었고 카르티네가 뒤로 빠지는 사이에 그녀를 향해 공격했다. 처음 한 개의 가시에 맞은 카르티네의 몸이 흔들렸고 이어서 날아오는 가시에도 그녀의 몸이 들썩였다. 그리고 이어서 수십 개의 가시가 그녀를 공격하자 그녀의 몸이 이리저리 움직였다.

퍼퍼퍼퍽!

수십 개의 가시가 그녀의 몸을 관통하였고 카르티네는 가시에 고정되었다. 카밀리에는 가시에 박힌 그녀가 움직이지 않고 축 늘어진 것을 보고 얘기했다.

"해,해냈어. 엘라임."

[그래. 우리의 승리인 것 같군.]

"정말 대단해! 역시 엘라임이야!"

[괜히 정령왕이 아니란 말이지.]

카밀리에는 엘라임에게 안기며 기뻐했고 엘라임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잘난 체를 하였다. 관중들은 물론이고 모든 이들이 카밀리에의 승리를 점치고 있었다. 단 몇 명을 빼고.

"기뻐하기에는 이르다고."

푸욱!

"...어?"

[컥!...너?...어떻게?]

엘라임의 가슴에 마나로 둘러싸인 검이 등을 뚫고 나와있었다. 엘라임이 힘겹게 고개를 돌려보니 거기에는 멀쩡한 카르티네가 있었다.

"일루젼 마법을 눈치채지 못하다니. 너도 많이 허술해졌군. 인간과 같이 다녀서 그런가?"

무수한 가시에 박혔던 또 하나의 카르티네의 몸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엘라임은 힘겹게 2개의 물기둥을 만들어서 등 뒤에 있는 카르티네를 공격했고 카르티네는 검을 뽑은 후에 뒤로 빠졌다.

"엘라임! 괜찮아?!"

[괜,괜찮다. 이,이 정도 상처쯤은..]

"이 정도 상처? 아까와 다르게 정확히 몸을 꿰뚫었다. 아마 몸을 유지하는 것조차 힘들걸?"

카르티네의 말대로 엘라임의 몸을 구성하던 물이 조금씩 바닥에 떨어지고 있었다.

"엘라임! 빨리 정령계로 돌아가서 상처를 치료해야..."

[그럴 수는 없다! 내가 돌아가는 순간 저,저 녀석은 분명히 너,너를 죽이려 할 거다.]

"잘 알고 있네."

카르티네는 다시 검을 꺼내들었고 엘라임은 유지하기 힘든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이어서 두 팔에 물의 회오리를 만들었다.

"엘,엘라임. 그만해. 이,이렇게까지 할 필요 없어."

[아,아니. 그럴 수 없다.]

"그래. 그래야지. 와라!"

【우오오오!】

엘라임은 함성을 지르며 카르티네를 향해 돌격했고 물의 회오리와 검이 맞부딪혔다. 엘라임은 카르티네의 공격에 버티는 것처럼 보였지만 몸을 구성하던 물이 바닥에 떨어져서 축축하게 만들 정도로 갈수록 상황이 좋지 않아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카밀리에는 그런 광경을 보고 괴로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엘라임..그만해."

검에 팔이 잘려서 바닥에 떨어졌다. 팔로 이루어졌던 물이 액체로 돌아가면서 바닥을 적셨다.

"이 이상 상처 입지 마.."

검이 가슴을 스쳐지나가면서 피가 아닌 물이 튀어나왔다.

"그만해. 난 더 이상 나 때문에 상처 입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

검이 다리를 자르고 지나갔고 엘라임의 몸이 앞으로 꼬꾸라졌다. 그리고 카르티네는 마지막 마무리를 하려는 모양인지 검을 위로 올렸다. 그 광경을 보는 관중들이 함성을 질렀고 엘라임은 만신창이가 돼서 쓰러졌고 움직일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와중에 카밀리에에게 고개를 돌려서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리고...그 미소를 본 카밀리에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며 앞으로 뛰쳐나갔다.

"그만해!!!"

서걱!

"뭐야?"

[카,카밀리에!!]

엘라임을 마무리 하려고 하던 카트리네의 검이 갑자기 난입한 카밀리에의 몸을 갈랐다. 그런 행동을 할 거라고 예상하지 못한 카르티네도 놀라워했지만 움직일 힘도 없던 엘라임은 어디서 힘이 나는지 다리가 한 짝 없음에도 벌떡 일어나서 쓰러지는 카밀리에를 붙잡았다.

[카,카밀리에! 정신 차려!]

"엘,엘라임...쿨럭!"

검이 어깨부터 허리까지 지나가서 피와 내장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누가 봐도 살 가망성이 없는 상처였다.

"미,미안해...나,나를 지켜주려고 했는데...이,이렇게 되어서."

[네가 미안해할게 뭐가 있어?!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것인데!]

"그,그래? 쿨럭!"

[말하지 마! 상태가 더 위독해져!]

"죽,죽을 때만,만큼은 맘,맘대로 하게 해줘."

[누가 죽게 만든데?! 나는 물의 정령왕이야! 치유쯤이야 가볍다고!]

"허,허세를 부리지 않아도 돼. 지,지금 몸,몸을 유지하는 것,것만으로도 힘,힘들잖아. 쿨럭!"

카밀리에의 말대로 지금 이 와중에도 엘라임의 몸은 붕괴하고 있었다.

"그,그냥 이,이 말을 하,하고 싶었어. 네,네가 있어서 나,나는 정말 행복했어."

[카밀리에...]

"다,다음 생에 만나면 또 친,친구로 지내자."

[당연하지. 당연한 것을 왜 얘기하고 있어?]

남아있는 한쪽의 손으로 카밀리에의 손을 잡아주었다. 하지만 카밀리에의 손은 벌써 체온을 잃어가고 있어서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그런 모습을 엘라임은 힘겹게 슬픈 표정으로 지켜보았다.

"그,그래? 기,기쁘네...나,나도 다음 생에는 정,정령으로 태어나..."

힘겹게 얘기하던 카밀리에는 무슨 말을 끝까지 하려다가 이내 손에서 힘이 없어지고 고개가 축 늘어졌다.

[카밀리에!]

"죽었군."

[아직이야! 아직 살아있어!]

"뭐?"

카르티네는 카밀리에가 숨이 끊어진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엘라임이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몸을 이루고 있던 물로 카밀리에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뭐하는 거야?"

[상처를 치료하는 거다!]

엘라임의 말대로 카밀리에의 상처가 마치 시간을 되돌리는 것처럼 사라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광경을 본 카르티네는 이해하지 못하는 광경을 보는 것처럼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엘라임에게 얘기했다.

"그러면 네 생명력도 같이 빠져 나갈 텐데?"

[알고 있어!]

"네 생명력을 저 인간에게 불어넣고 있군. 그러면 넌 몇백 년의 시간 동안 동면만 취해야겠지. 그러면 이 녀석을 다시는 보지 못할 텐데?"

[알고 있다고!]

"그냥 놔둬도 죽어서 보지 못하고 치료한다고 해도 보지 못할텐데 왜 하는 거지? 아니, 오히려 동면을 취해야 하니 더 좋지 않다고 할 수 있지."

[그만큼 이 녀석이 소중하니까! 카르티네! 너는 이해할 수 없겠지! 소중한 것이 어떤 존재인지를!]

"소중한 것?"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키고 싶은 존재! 언제까지나 평생 함께하고 싶은 존재! 모든 것을 희생하더라도 아깝지 않을 존재가 바로 그런 것이다!]

카르티네는 엘라임이 말한 소중한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그게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까지 지켜야 할 존재라는 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하나만은 알 수 있었다. 그 소중한 것이라는 것이 엘라임을 바뀌게 하였고 그녀에게 그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저 인간이 그렇게 좋은가?"

[그래! 그녀가 있음으로서 나는 기쁨을 느낀다! 그녀가 슬퍼하면 나도 슬프다! 옆에 같이 있는 것만으로 나는 행복감을 느낀다! 그만큼 그녀는 나에게 소중한 존재다!]

카밀리에의 상처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면서 그녀를 감싸고 있던 물이 바닥에 떨어졌다. 5미터에 가깝던 엘라임의 몸이 이제는 1미터만해졌고 그녀는 카밀리에에게 가까이 가서 숨소리와 심장 소리를 확인했다.

두근. 두근.

"살았군."

[다행이야...정말...다행이야.]

엘라임은 이보다 더 만족할 수 없을 만큼 미소를 지으며 카밀리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엘라임의 몸이 조금씩 흐려지기 시작했다.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끝났군."

[그래. 이제 돌아가야지. 그리고 동면을 곧바로 취하게 되겠군.]

"후회하지 않나?"

[후회? 전혀. 오히려 만족하지. 조금 아쉬운 점은 이제 카밀리에를 볼 수 없다는 걸까?]

엘라임이 카밀리에를 바라보는 시선에 아쉬움이 담겨 있었다.

"나는 이해할 수 없군. 소중한 것이 어떤 것인지."

[과거의 나였다면 똑같이 나도 이해할 수 없겠지.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내가 왜 과거에 그렇게 지냈는지 후회스럽다. 너도 한번 소중한 것을 찾아내길 바란다.]

"...그런가?"

[너도 찾게 되면 나와 똑같이 후회하겠지. 지금까지 왜 소중한 것을 모르고 살았나..하고.]

"....."

[그럼 나는 이만 가보겠다. 인연이 되면 만나도록 하지. 블랙 드래곤 카르티네.]

그 말을 끝으로 엘라임은 사라졌고 경기는 카르티네의 승리로 끝나버렸다.

경기가 끝나고 몇 시간이 지나고, 의식을 되찾은 카밀리에가 카르티네를 찾아왔다.

"왔나?"

"예."

"몸 아픈 곳은 없나?"

"걱정하신 덕분에 멀쩡합니다."

죽을 뻔한 상처를 준 가해자와 피해자의 대화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그들의 대화는 평온했다.

"엘라임은 정령계로 귀환했다. 아마 수백 년 동안 동면을 취하면서 생명력을 다시 되찾을 것이다."

"알고 있습니다. 꿈 속에서 얘기하고 떠나더군요."

"...너는 내가 밉지 않나?"

"예?"

"네 입장에서는 소중한 동료를 만나지 못하게 하는 원인일텐데."

그 말대로 카르티네는 카밀리에에게 죽을 정도의 상처를 준 가해자일뿐더러 엘라임과 만나지 못하게 한 장본인이였다. 그런데 카밀리에가 자신을 미워하지 않는 것을 보고 카르티네는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미워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르티네님을 미워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잖아요? 그리고 그건 경기에 벌어진 일이니까요."

"...그런가?"

"예. 엘라임을 다시 만나지 못하는 것은 슬프지만 덕분에 깨달은 것도 있으니까요."

"깨달은 것?"

"엘라임이 저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그리고 제가 쓸데없이 과거에 집착했고 이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소중한 것이라...엘라임도 같은 말을 했지."

"그래요? 기쁘네요."

카밀리에는 진심으로 기뻐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표정을 본 카르티네는 소중한 것이 과연 무엇이길래 저런 감정을 느끼게 하고 아무런 주저 없이 자기희생을 하는지 궁금증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오늘 제가 찾아온 것은 오늘부로 투사장을 떠나려고 해서 인사차원에서 들른 거에요."

"음? 어디로 가나?"

"엘라임을 다시 소환하기 위해서 수련을 쌓으려고 해요. 제 그릇이 더 커지고 능력이 더 좋아진다면 제가 죽기 전에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해맑은 표정. 희망에 가득 찬 얼굴을 본 카르티네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카밀리에가 인사를 하고 나갈 때까지 그녀는 멍한 상태를 유지하였다.

시모스에 이어서 세이든, 그리고 카밀리에까지. 갖가지의 다른 인간들의 감정과 경험은 그녀에게 많은 것을 변화시키게 하였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시작했던 인간에 대한 관심이 이제는 커다란 과제로 다가온 것이다.

거기다 자신과 비슷한 존재였던 물의 정령왕 엘라임까지 변한 것을 보고 카르티네는 더 이상 쉽게 넘길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혼란하군. 혼란해. 이해할 수 없는 것만 가득하니 머리가 복잡할 수밖에. 그들, 인간을 이해하려면 더 많은 인간을 만나봐야 하는 수밖에 없는 건가? 모르겠군...모르겠어.'

카르티네는 여전히 그 문제를 혼자서 고민하기 시작했고 또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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