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오크 마법사-171화 (171/360)

13장 블랙 드래곤 카르티네(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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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장 블랙 드래곤 카르티네(12)

검이 자신의 몸을 훑고 지나갔다. 불타는 고통과 함께 자신을 이루고 있던 피와 내장이 상처를 통해서 나왔다. 그리고 검을 휘두른 여자는 쓰러지는 자신을 보고 미소를 짓고 있었다.

"헉!"

한 명의 여성이 침대에서 자고 있던 도중에 벌떡 일어났다. 그녀의 등은 식은땀으로 가득했고 목은 건조해서 쩍쩍 갈라져 있었다. 그녀는 물 한 컵을 들이킨 후에 한숨을 쉬고 다시 침대에 앉았다.

그때 그녀의 옆에 물로 이루어진 인간의 형상을 가진 존재가 나타났다. 주먹만한 크기에 여자 꼬맹이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또 그 꿈을 꾸었나?]

"응."

[너무 압박감을 느끼는 거 아닌가?]

"모르겠어. 예지몽인가? 아니면 네 말대로 내가 압박을 느껴서 그런 걸까?"

[확실히 그녀에게는 위험한 냄새가 난다. 제대로 맡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네가 모르는 것도 있네."

[제대로 소환을 하면 알 수 있겠지. 하지만 이렇게 네 눈에만 보이는 상태라면 나도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제한적이다.]

"그렇구나."

여성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창문을 열고 차가운 밤공기를 맡으면서 야경을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나를 소환해라.]

"...위험하다 싶으면."

[네가 과거에 나를 불안정하게 소환해서 주위에 피해를 준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지 않나?]

"알고 있어. 하지만...불안하거든. 또 그런 일이 벌어질까 봐."

여성의 이름은 카밀리에. 바닷물 같이 파란색을 띠는 긴 머리카락과 생명이 넘쳐흐르는 물과 같이 파란 눈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투기장에 4위에 머무르고 있는 투사로 물의 상급 정령을 소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소문대로 물의 정령왕, 엘라임을 소환할 수 있었고 그녀의 옆에 있는 주먹만한 꼬맹이가 바로 엘라임이었다. 그녀에게만 보이는 모습으로 계약을 하게 되면서 그녀의 곁을 떠돌고 있다.

[네가 어렸을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지금은 안정되어 있다. 오히려 나를 소환하고 남을 정도로 너의 그릇은 놀랍도록 크다. 나를 소환한 자들 중에서 꼽을 정도지.]

"그래? 위로 고마워. 하지만 나는 잊을 수 없거든. 내가 무리해서 소환한 결과 부모님이 죽은 것을...평생 잊을 수 없겠지."

카밀리에의 맑은 눈동자에 슬픔이 묻혀 있는 것을 본 엘라임은 더 이상 몰아붙일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알겠다. 하지만 경기 당일 나를 소환해라. 아니면 너는 꿈속에서 본 대로 될 것이다.]

"알겠어. 명심할게."

엘라임은 그 대답을 듣고 카밀리에의 눈앞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카밀리에는 그렇게 얘기했지만 과연 경기날 자신이 트라우마를 깨고 소환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렇게 경기날이 이틀 남은 시점에서 시간은 흘러만 가고 있었다.

다음 날 카밀리에는 외출을 하였다. 외출을 자주 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술렁이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밖으로 나가는 것을 선택하였다. 기사의 도시답게 기사들이 주를 이루었지만 그래도 평범한 사람들이 지내는데 불편함을 겪을 정도는 아니였다.

[여전히 기사들이 많군.]

"기사 도시니까. 이번 전쟁 때 제일 많은 기사들을 뽑아낸 것도 여기 마레스니까."

[그렇군...응? 이곳은?]

"왜?"

[정령의 냄새가 나는군.]

카밀리에는 그저 발이 이끄는 대로 나아가다가 엘라임이 말하는 것을 듣고 발을 멈췄다.

"여기는...세이든님이 살던 곳인데?"

카밀리에는 커다란 별장과 실험실로 예측되는 별도의 집이 있는 것을 보고 세이든이 살고 있던 곳임을 알 수 있었다.

[저곳에서 정령의 냄새가 난다.]

"세이든님은 자신의 몸에 실험하는 연금술사였으니까. 아마 정령도 실험하지 않았을까?"

[그 녀석은 이번에 죽은 것을 고맙게 여겨야 할 것이다. 살아있었으면 내가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게 만들어줬을 텐데.]

정령으로 실험했다는 말에 엘라임이 분노하는게 느껴졌지만 그녀는 말리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카밀리에에게 정령은 친구와 같았기 때문에 엘라임이 느끼는 감정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카밀리에와 엘라임이 실험실을 보고 있었는데 그때 실험실의 문을 열고 나오는 이가 있었다.

"음...너는?"

"어? 당신은...르티네님?!"

카밀리에는 자신의 꿈속에서 항상 나오는 그녀가 눈앞에 있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왜 세이든님의 실험실에서 나오시는 거죠?"

"세이든을 이겼으니까 집을 옮길 수밖에 없어서 그렇다. 그러는 너야말로 왜 여기에 왔지?"

"저는 그저...산책을 하다 보니 정령의 느낌이 나서."

"정령? 실험실에서 나오는 냄새를 말하는 것이군."

"르티네님도 정령의 냄새를 맡을 수 있으세요?"

정령의 냄새는 정령사의 기질에 따라서 맡을 수 있는 정도가 다르다. 기질이 높으면 높을수록 냄새에 민감하였고 정령의 기운을 잘 감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정령의 냄새를 맡았다는 것은 르티네에게 정령사의 기질이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맡을 수 있지. 거기다 네게서 넘쳐흐르는 정령사의 기운도 느낄 수 있다."

"저한테서요?"

"그래. 살면서 본적이 없었을 정도로 정령사의 기질을 타고났군. 엘라임이 옆에서 따라다니는게 이해가 되는군."

르티네의 말에 카밀리에는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놀라워했다. 그 이유는 자신만이 볼 수 있는 엘라임을 마치 보이는 것처럼 시선을 마주치고 그녀의 이름을 얘기했기 때문이었다.

[이 여자...내가 보여?]

"그런 의문을 갖다니. 너도 많이 변했군. 세월이 변하게 하였나?"

[뭐라고?]

"나를 알아보지 못한 것부터 네가 둔해졌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그렇게 인간을 싫어했으면서 이 여자 때문에 변한 것이냐? 다른 정령왕이 기가 막혀 하겠군."

[너...설마?]

엘라임은 르티네의 눈을 보고 그녀가 누군지 눈치챈 모양인지 표정이 한순간에 변해버렸다.

[네가 왜 여기 있는 거지?]

"내가 여기 있으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나? 정령왕 엘라임."

[또 심심풀이로 인간들을 죽이는 건가?]

"네가 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대체 두 분 다 무슨 말을 하는 거죠?"

자신만 빼고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는 두 존재를 보고 카밀리에는 당황했다.

"우리는 질긴 인연이거든. 아니 인연이기보다는 원수에 가깝다고 하는게 낫겠지."

"그게 사실인가요?"

카밀리에는 엘라임에게 물어봤고 엘라임은 그저 침묵하는 것으로 대답했다. 물의 정령왕 엘라임과 블랙 드래곤 카르티네는 서로 상성이 좋을 수 없었다.

물은 생명의 근원으로 생명, 활력 등을 의미하여 물의 정령으로 치료를 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하지만 블랙 드래곤은 독이 주를 이루는 드래곤으로 물과 정반대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존재할 때부터 둘은 친하게 지낼 수 없었다. 그런 그들이 몇천 년동안 만나기 싫어도 알고 지냈기에 서로에 대해서 모르는게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것을 잘 알고 있는 엘라임이였기에 카밀리에의 물음에 아니라고 답할 수 없었던 것이다.

"지금 반응을 보니 과거에 네가 어떻게 지냈는지 얘기하지 않았나 보군."

[닥쳐라! 너도 정체를 들키면 좋을게 없을 것이다!]

"킥. 그렇긴 하지. 그럼 우리 둘 다 조용히 있는 것으로 할까?"

[....]

"정령왕을 소환할 수 있다는 말에 기대했는데 정답이었군. 재밌는 싸움이 되겠어."

카르티네는 미소를 씨익 지으면서 카밀리에를 쳐다보았고 엘라임이 다가와 그녀의 시선을 막아주었다.

[카밀리에가 다치게 두지 않을 것이다!]

"그럴 수 있다면 해봐. 기대하겠다."

카르티네는 그 말을 끝으로 세이든이 사용하던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 남은 카밀리에와 엘라임은 침묵을 유지한 채 다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계속 이어질 것 같던 침묵도 카밀리에가 먼저 입을 여는 것으로 깨졌다.

"엘라임."

[...왜?]

"과거는 묻지 않을게요. 누구든 말하고 싶지 않은 비밀이 있죠. 하지만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요?"

[뭐지?]

"그녀는 강하나요?"

[...네 모든 힘을 발휘해도 힘들 정도로.]

"그렇군요."

엘라임의 대답에 카밀리에는 놀라지도 실망하지도 않았다. 그저 당연한 것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놀라지...않는군. 두려워하지도.]

"예. 왠지는 모르겠는데 당연한 것을 들은 것 같아요. 항상 그런 꿈을 꿔서 그런 걸까요?"

[모르겠다. 하지만 너는 나를 소환해야 한다. 그녀를 상대하려면 그 수밖에 없다.]

"...."

[알겠나?]

"...예. 노력할게요."

확실치 않은 대답과 함께 대화는 끝이 났고 시간이 지나 경기 날짜가 다가왔다.

"모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지금 바로 5위 피의 여검사 르티네와 4위 물의 정령술사 카밀리에의 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우와아아아!!

관중들의 함성 소리와 함께 두 명의 투사가 각각 다른 입구에서 나왔다. 두 투사는 관중들의 시선을 집중적으로 받는 가운데 서로 마주 보고 얼굴을 확인할 수 있는 거리까지 가까이 다가왔다.

"오늘 재밌게 놀아보도록 하지."

"기대에 부합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엘라임은 그저 카르티네를 째려보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어서 심판의 경기 시작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카밀리에가 먼저 움직였다.

"엔다이론 소환!"

물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여인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엔다이론은 물의 상급 정령으로 물을 자유자재로 조종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물을 조종한다고 해서 약할 거라고 생각하면 크나큰 오산이다.

압축된 물은 쇠를 뚫을 정도로 강하고 끓는 물은 화상을 입힐 정도로 온도가 높다. 더구나 대기의 습도를 조절하거나 열을 빼앗는 등 다양한 공격 방법이 존재하였다. 그만큼 물의 상급 정령, 엔다이론은 위협적인 존재였다.

그런 엔다이론은 자신의 몸 앞에 커다란 물기둥을 만들어서 바로 카르티네를 공격했다.

깡!

물과 검이 부딪혔는데 놀랍게도 쇳소리가 울려 퍼졌다. 거기다 검이 물을 반으로 갈랐지만 물기둥이 다시 합쳐져 카르티네를 공격했다.

"아! 저게 바로 칼로 물 베기 인가요? 르티네 투사가 아무런 타격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 상황을 르티네 투사는 어떻게 헤쳐나갈까요?!"

해설자들이 흥분하며 말을 내뱉는 가운데 카르티네는 계속 검으로 물을 베고 있었다.

[이상하군.]

"예? 뭐가요?"

카밀리에는 좋은 상황 속에서 엘라임이 하는 말을 듣고 되물었다.

[저렇게 순순히 당할 녀석이 아닐 텐데.]

엘라임은 카르티네가 여전히 검으로 물을 베는 것을 보고 불안해했고 그의 예상대로 상황은 급변했다.

카르티네는 하던 대로 똑같이 물기둥을 검으로 이등분시켰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가 앞으로 돌진했고 물기둥이 다시 붙기도 전에 카르티네가 엔다이론 앞에 접근했다. 계속 물기둥을 가르기만 했던 카르티네의 움직임에 익숙해진 엔다이론은 한순간 빨라진 그녀를 인지하는데 느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틈을 카르티네는 놓치지 않았다.

서걱!

[끼야아악!!]

카르티네의 검이 물로 이루어진 엔다이론을 절반으로 자르고 지나갔다. 원래 정령은 물리공격을 받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 본래의 몸은 정령계에 있었고 소환된 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법으로 공격받거나 마나로 뭉쳐진 검에는 타격을 받는다.

거기다 치명적인 타격이면 정령계에 있는 몸까지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엄청난 마나가 담긴 카르티네의 검에 이등분 된 엔다이론은 버티지 못하고 정령계로 강제 귀환 당해버렸다.

"엔다이론!"

"빨리 정령왕을 소환해라. 후회하기 싫으면."

[인정하기 싫지만 나를 소환해야 한다.]

"...."

[카밀리에?]

"운디네 소환!"

카밀리에는 물의 하급정령 운디네를 열 마리 소환했다. 하지만 운디네들이 움직이기도 전에 카르티네의 검이 먼저 움직였고 열마리의 운디네들이 비명을 지르며 사라졌다.

"지금 장난치나? 하급정령들로 어떻게 가능하다고 생각했나?"

[빨리 나를 소환해라! 카밀리에!]

카르티네는 검을 들고 그녀를 위협했고 엘라임이 소리치며 카밀리에를 닦달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밀리에는 엘라임을 소환하지 않았다.

"왜 소환하지 않지?"

"두렵습니다."

"뭐가 두렵지?"

"제 주변에 있는 이가 다칠까 봐 두렵습니다."

"뭐?!...푸흡...푸하하핫!!"

카르티네는 마치 재밌는 농담을 들은 것처럼 큰 소리로 웃음을 내뱉었다.

"뭐가 그렇게 웃기죠?"

남은 진지하게 얘기하는데 비웃은 카르티네를 보고 카밀리에는 눈썹을 올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호수를 품을 수 있으면서 대야물이 온다고 무서워하는 것과 뭐가 다르냐? 천하의 겁쟁이가 따로 없군!"

[시끄러! 네가 카밀리에 대해서 뭘 아냐?! 자신 때문에 부모를 잃은 슬픔을 네가 아느냐?!]

"모르지. 하지만 과거가 무슨 상관이지? 과거 때문에 현재를 나아가지 못하면 그것은 쓸데없는 과거다. 발목만 잡는 거슬리는 장애물에 불과하지."

카밀리에는 카르티네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 실제로 엘라임을 소환하지 못하는 것은 자신의 트라우마. 즉, 과거가 붙잡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이러면 어떨까?"

"어?"

카르티네는 검을 천장으로 향한 채 위로 올렸다. 누구도 그녀가 무슨 행동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다가 이내 그녀의 검에서 넘실대며 나오는 마나를 볼 수 있었다. 마나로 만들어진 검은 처음에 1미터밖에 안되다가 이내 3미터, 5미터가 되고 점점 커져갔다.

그와 연쇄반응으로 관중들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위로 올라갔고 입이 벌어졌다. 이내 마나로 만들어진 검의 크기가 수직으로 수십 미터를 넘어갔고 그 위용에 모두 말을 잃었다.

"내가 여기서 너를 향해 검을 내리면 어떻게 될까?"

"예?"

"너를 비롯해서 뒤에 있는 녀석들까지 타격을 받겠지."

"!"

"네가 소환하지 않아서 그들이 다치는 것이다. 어디 끝까지 고집하나 보지."

그녀의 말을 듣고 카밀리에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가 카르티네의 공격을 막지 않으면 관중들이 죽는다. 하지만 그 공격을 막으려고 엘라임을 소환한다고 해도 피해자가 나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었다. 더구나 카밀리에는 트라우마까지 가지고 있었다.

그런 두 개의 결정 속에서 카르티네의 검은 점점 내려왔고 그녀의 심정을 더욱 급하게 만들었다.

'어떡하지?! 엘라임을 소환해야 하나? 하,하지만 그러다가 폭주하면...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나는 물론이고 뒤에 있는 사람들도 죽을 거야. 엔다이론을 몇 명 소환해? 아니야, 한순간도 버티지 못할 거야. 그러면 어떻게 해야...'

갖가지의 생각들이 올라와서 복잡하게 뒤엉켰다. 그녀가 그렇게 어떤 방법을 취해야 할지 결정하지도 못하고 초조해 하고 있을 때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동시에 시간이 정지했다.

'뭐..지?'

관중들의 흥분한 표정도 굳었고 함성도 들리지 않았다. 마치 석상이 된 것처럼 모든 것들이 정지했다. 눈앞에서 내려오고 있던 검도 멈추었고 미소를 짓고 있는 카르티네도 멈추었다.

'이건...'

[카밀리에.]

'엘라임?'

[네 자신을 믿어라. 그리고 나를 믿어라. 너는 약한 여자가 아니다. 너는 겨우 나를 소환하는 것으로 폭주할 만큼 약한 여자가 아니다. 과거에 얽매여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자도 아니다. 네 자신을 믿어라. 자신을 믿지 못한다면 나를 믿어라. 내가 누구냐?]

'물의 정령왕.'

[그래. 물을 다스리는 정령 중 제일 정점에 서 있는 정령왕이다. 그런 내가 보장하마. 너는 나를 소환해도 남을 만큼 커다란 그릇을 가지고 있다. 나를 믿어라!]

'믿음...'

[나를 믿어라. 그리고 네 자신을 믿어라. 너는 강하다! 저 녀석의 공격을 막을 만큼!]

카밀리에는 엘라임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진심으로 자신을 믿고 한치의 불안감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엘라임의 감정이 그녀에게 자신감을 주었다.

'엘라임. 네 말대로 너를 믿을게. 그리고 나를 믿을게.'

[그래. 이제 과거를 떨치고 앞으로 나아가자.]

이어서 말이 끝나자마자 카르티네의 검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고 시간이 움직였다. 동시에 카밀리에도 소리쳤다.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내라! 엘라임 소환!"

쾅!!!

카르티네의 마나로 둘러싸인 검이 뭔가에 부딪히면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충격파를 만들었다. 하지만 카르티네는 검이 막혔는데도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드디어 나왔나? 기다리느라 지겨웠다."

[미안하군. 하지만 기다렸던 만큼 재밌게 해주도록 하지.]

충격파로 생긴 먼지가 사라지면서 보이는 엘라임의 모습에 관중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5미터가 넘는 크기를 가지고 물로 이루어져 있는 여인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녀의 몸 주변에는 물이 쉼 없이 회전하고 있었고 머리에는 왕관이 씌여 있었다.

하늘거리는 옷이 그녀의 몸을 가려주고 있었고 물로 만들어져 있는 창은 카르티네의 검과 맞붙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본 이들은 모두 경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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