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오크 마법사-170화 (170/360)

13장 블랙 드래곤 카르티네(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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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장 블랙 드래곤 카르티네(11)

"오늘도 흥미진진한 경기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바로 피의 여검사 르티네 대 미치광이 연금술사 세이든의 경기입니다. 지금까지 초스피드로 올라온 신성 르티네 투사. 50위부터 현 7위까지 쉬지 않고 올라왔는데요. 이쯤 되면 체력이 고갈되지 않을까요?"

"그것은 범인에게만 해당하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초인들이 체력을 회복하는 속도는 범인과 차원이 다르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군요. 과연 르티네 투사를 막을 자가 존재할 것인지 저는 개인적으로 궁금합니다."

"어떨지요? 저는 참고로 세이든 투사도 만만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세이든 투사에게 도전했던 이들은 모두 사지 중 하나는 꼭 잃어버렸거든요."

"과연 오늘의 경기가 어떻게 될지 참 기대됩니다. 오! 지금 투사들이 경기장에 입장하고 있습니다. 모두 함성으로 맞이해주십쇼."

관중들이 함성을 지르면서 투사들을 맞이해주었고 경기장에 들어오던 카르티네는 상대 세이든에 대해서 관찰했다. 얼굴은 가면으로 가려져 있어서 볼 수 없었고 가죽옷을 입고 있었다.

등에는 종류를 알 수 없는 날개가 붙어있었고 팔은 수많은 몬스터들이 합성된 것처럼 어디는 회색 빛깔을 띠는가 하면 어디부터는 초록색을 띠는 등 흉한 모습이었다.

다리는 마치 아이언 골렘의 피부처럼 금속으로 되어있는 부분도 있었고 괴생명체의 촉수처럼 꿈틀대는 곳도 있었다. 한마디로 수많은 것들을 합성시키다가 실패한 키메라 같은 모습이었다.

"오랜만의...도전자군...이게...얼마만이지?"

칼을 가는 것처럼 신경에 거슬리는 목소리가 세이든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리고 미치광이라는 별명을 가진 것에 비해서 의외로 정신이 멀쩡해 보여서 카르티네는 의아해했다.

"미치광이라고 하더니 정보가 잘못됐나?"

"다른...사람...기준으로...보면...미치광이가...맞겠지...누가...직접...자신의...몸에...실험을...하겠는가?...나처럼...머리에...나사가...하나...빠지지...않는...이상."

"내가 알기로 그렇게 자신의 몸에 실험하는 이유가 몬스터에 대한 복수라고 했는데. 맞나?"

"맞다."

"복수랑 자신에게 실험하는 거랑 무슨 상관이 있지?"

"그것들을...이루고...있던...것이...나와...동일시...되면서...나와...같은...고통을...겪게...하는...것이다...그리고...그것들의...몸으로...이루어진...나는...더...높게...올라가서...그들을...모두...죽일...것이다."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지만 가면을 쓰고 있음에도 빛나고 있는 광기의 눈은 그가 진심으로 얘기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나를 이기고서 얘기하는게 좋을 거다. 알고 있다시피 나는 상대가 누구든 봐주지 않거든."

"그것은...나도...마찬가지지...새로운...소재를...실험하다가...모두...항복하니까."

"모든 것을 사용해봐라. 후회하지 않도록."

"그럼...시작하겠다."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세이든이 먼저 움직였다. 그의 팔이 마치 고무줄처럼 늘어나서 카르티네를 향해 나아갔고 팔에서 무수한 가시가 튀어나와서 공격했다.

하지만 그 팔이 카르티네에게 닿기도 전에 카르티네의 손이 움직였고 늘어났던 팔이 잘려서 툭 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하지만 그 순간 잘린 단면에서 새로운 팔이 생겨났고 팔 끝에는 3개로 이루어진 발톱이 붙어있었다.

"트롤의 재생력인가?"

"내...몸의...피는...대부분...마법으로...강화한...트롤의...피로...이루어져...있지...그뿐만이...아니다."

세이든이 6개의 발톱을 앞세워서 공격했다. 카르티네는 검면으로 발톱 공격을 막았는데 놀랍게도 시모스의 공격에도 밀리지 않던 카르티네의 몸이 뒤로 밀렸다.

"이 힘은?"

"오우거의...근섬유를...모아서...만든...근육이지...거기다...아이언...골렘의...피부까지!"

세이든은 발로 카르티네의 검을 걷어찼다. 검날에 부딪혔는데도 발에는 흠집 하나 생기지 않았고 카르티네는 또 뒤로 밀려났다. 카르티네는 뒤로 밀려난 후에 손잡이를 잡고 있는 손을 쥐었다 피며 세이든에게 얘기했다.

"생각보다 딱딱하군."

"당연하지...골렘의...피부를...이식했으니까."

"하지만 이게 끝은 아니겠지?"

"뭐라고?"

"이게 끝이면 난 실망할 거야. 빨리 카드를 더 꺼내라고."

마치 재밌는 장난감을 보고 업신여기는 듯한 시선에 세이든은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나오겠다면!"

세이든은 품속에 있는 약병 하나를 꺼내어 마시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세이든의 몸이 변형하기 시작했다. 등 뒤에 붙어있던 날개가 몇 배는 더 커지고 몸도 4미터까지 비대해졌다.

제각각 다른 몬스터들로 이루어져 있던 피부도 순수한 검은색으로 통일됐고 얼굴이 커지면서 버티지 못한 가면이 부서져 떨어졌다. 사람의 얼굴이라고 보기에 힘들 정도로 추악한 얼굴을 가지고 있던 세이던은 마치 미노타우로스처럼 변했다.

머리에 양쪽에 커다란 뿔이 튀어나오면서 마치 마계의 생물처럼 변했다. 그 모습을 본 관중들은 더욱 함성을 질렀고 해설자들도 흥분하며 말을 내뱉었다.

"이건?"

카르티네는 세이든에게서 나는 냄새가 드래곤 산맥에서 봤었던 검은 몬스터들의 냄새와 아주 흡사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검은 연기로 둘러싸인 몬스터를 잡았었나?"

"알고...있는...몬스터...인가?...그...녀석을...잡아...오는데...힘들었다고...하지."

"검도 잘 들어가지 않고 마방기능이 들어있더군. 어떻게 만들어진지는 몰라도 상당한 놈들이더군."

"그럼...내가...얼마나...강해졌는지...알겠군."

"과연 그럴까?"

카르티네의 검이 움직이면서 거대한 세이든의 팔을 지나갔다. 그러자 놀랍게도 두께만 카르티네의 허리와 비슷한 팔이 잘려서 바닥에 떨어졌다.

"뭐,뭐야?!"

"아까보다 더 단단해졌을 뿐이지, 자르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회복력 하나는 놀랍지만."

잘려진 단면을 통해서 팔이 다시 자라났고 세이든은 거대한 몸을 이끌고 카르티네에게 다가왔다. 하지만 그가 한걸음을 채 움직이기도 전에 그의 팔과 다리가 절단나며 떨어졌다. 그리고 이어서 또 회복되었지만 회복이 따라가기도 전에 카르티네의 검이 훑고 지나갔다.

"네 회복이 더 빠를까? 아니면 내 공격이 더 빠를까?"

"이,이...년이!"

회복을 하면 할수록 다시 재생되는데 걸리는 시간이 증가했다. 간간이 손톱과 말발굽처럼 생긴 발이 카르티네를 공격했지만 그녀에게 유효한 공격을 줄 수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가면 갈수록 회복은 느려지고 바닥은 세이든의 피로 축축해졌다.

"헉...헉..."

"이제 회복도 눈에 띄게 느려졌군. 이게 끝이냐?"

"....."

거구의 세이든이 숨을 거칠게 쉬며 카르티네의 말에 입을 다물었다. 카르티네는 그런 세이든의 모습을 보고 한심하다는 듯이 얘기했다.

"실망이군. 이렇게 복수심이 약하다니."

"지금...뭐라고...했지?"

그녀의 말에 세이든이 그녀에게 시선을 맞혔다.

"네 복수심이 이렇게 약했나? 지금까지 약한 몬스터들을 상대하고 만족하는 쓰레기였군."

"네...년은...대체...뭐라고...지껄이는...거냐?!"

"한 가지 가르쳐줄까? 나도 어떻게 보면 몬스터야. 네가 증오하는 몬스터라고."

세이든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다. 하지만 그때 카르티네의 눈이 도마뱀의 눈동자로 변했고 그 눈동자를 본 순간 지금까지와 차원이 다른 기세를 풍겨왔다.

"몬스터...몬스터...몬스터!...내...가족과...딸들을...죽인...녀석들!"

살기만으로도 상대를 씹어먹을 정도로 눈은 광기에 가득 차서 이성을 잃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주저하던 모습과 정반대로 그는 품속에서 하나의 약병을 꺼내어 입에 부어 넣었다.

"그건?"

카르티네는 세이든이 어떤 수를 쓸지 기대하다가 약병에서 익숙한 기운을 느끼고 의아해했다. 그리고 세이든의 몸이 또 변하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악!!"

살이 불룩해지면서 쉼 없이 팽창해갔고 검은색의 피부는 황금색으로 변해갔다. 4미터의 거구가 무색해질 정도로 그의 몸은 팽창했고 변하는 것이 끝났을 때는 전과 부피 차이가 몇십 배에 달했다.

높이만 해도 20미터에 육박하고 온몸에는 황금색의 비늘이 자리 잡으며 3미터에 달하는 꼬리가 생성되었다. 등 뒤에는 몸집에 비해서 작은 날개가 나왔고 뾰족해 보이는 이와 더불어 파충류의 눈을 가지고 있었다.

"저,저건?!"

"드,드래곤?!"

누가 봐도 드래곤의 모습이었다. 카르티네는 그 약병에서 느껴졌던 기운이 드래곤 하트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후...기분 좋군. 이렇게 넘치는 힘이라니."

지금까지 듣기 거북했던 목소리가 아닌 매끄러운 목소리가 세이든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드래곤을 잡은 적이 있었나?"

"최근에 힘들게 구할 수 있었다. 드래곤 하트를 재료 삼아서 변신할 수 있을 약을 만들었지만 확신이 없었지. 그래도 이렇게 변하니...왜 드래곤들이 인간을 하찮게 여기는지 알겠군."

세이든의 말에 카르티네는 피식 웃은 후에 이어서 얘기했다.

"그래서 이제 복수를 그만둘 건가?"

"헛소리. 이렇게 변했다고 해도 나의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모습으로 변했으니 더 수월하게 죽일 수 있겠지."

"그것도 나를 이겼을 때라는 것을 잊은 것은 아니겠지?"

"...그러고 보니 너도 몬스터라고 했지. 죽어라."

세이든의 입이 벌어지면서 전격으로 이루어진 브레스가 모이는 것이 보였고 전격은 새하얀 빛을 내며 주위를 밝히었다. 전격 브레스는 이내 드래곤의 얼굴만한 크기로 커졌고 카르티네는 그런 브레스를 그대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내 세이든은 준비가 끝났다는 것을 알아차렸고 브레스를 뿜어내었다.

지지지직!

전기가 부딪히면서 내는 소리와 함께 브레스가 카르티네를 덮쳤고 가만히 있던 카르티네가 그제야 손을 움직였다.

콰콰콰쾅!!

브레스가 땅을 강타하면서 초토화시켰고 그로 인한 먼지가 관중석을 덮쳤다.

"쯧. 약하게 할 걸 그랬나."

세이든은 먼지가 휘날리는 것을 보며 불평했다. 하지만 한 목소리가 들리면서 그 말은 쏙 다시 들어갔다.

"불평할 여유가 있나 보지?"

"어,어떻게?"

세이든은 먼지가 사라지면서 멀쩡한 카르티네를 보고 경악했다. 카르티네는 당연한 말을 하는 것처럼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얘기했다.

"검으로 브레스를 이등분 시켰지. 하지만 그것 말고도 네가 착각하고 있는 것이 총 3가지가 있다."

"3,3가지?"

"첫 번째. 너는 드래곤을 잡았지만 그건 정확히 말하자면 골드 드래곤의 헤츨링이다. 크기를 보면 충분히 알 수 있지."

헤츨링. 드래곤의 새끼로 태어난지 몇백 년이 되지 않는 드래곤을 말하고 헤츨링은 드래곤 본연의 힘을 내지 못해서 사냥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헤츨링들은 성룡이 될 때까지 부모의 레어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였다.

"두 번째. 너는 지금 완전히 드래곤으로 변했다고 생각하겠지만 일시적인 변신에 불과하다. 그 증거로 너는 지금 브레스를 제외하고 마법을 사용할 수 없겠지. 안 그런가?"

"네,네 년은 대체 정체가 뭐냐?! 뭐길래 그것을 모두 알고 있고 브레스를 자른단 말이냐?!!"

세이든은 드래곤의 커다란 중량을 가지고 꼬리를 휘둘렀다. 하지만 카르티네는 꼬리를 가볍게 피한 후에 점프하여 검을 꺼내 들고 세이든의 목으로 보이는 곳을 찔렀다.

"컥!"

검이 목을 뚫고 들어갔고 카르티네는 검을 잡고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상태에서 세이든의 귓가에 얘기했다.

"세 번째. 그것은 바로 내가 드래곤이라는 거지."

그 말을 들은 세이든의 눈이 대문짝만하게 커졌고 이내 카르티네의 검이 관통한 목의 절반을 자르고 밖으로 나왔다. 붉은 피가 상처에서 흘러나와서 바닥을 적셨고 드래곤의 모습을 유지하던 세이든도 원래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드래곤 때 생긴 목의 상처가 그대로 인간의 모습으로 변해도 남아있었다. 하지만 회복력이 아직 남아있어서 그런지 세이든은 곧바로 죽지 않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아직 살아있었군. 편하게 해줄까?"

"그럴...필요...없다...얼마...남지...않았다는...것은...내가...안다."

세이든은 절반 잘린 목에서 공기가 빠져나가는 소리가 들리는데도 힘겹게 얘기했다. 카르티네는 그가 아직도 죽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복수심 때문인가 싶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네게...하고...싶은...말이...있다."

"나에게? 뭐지?"

"...고맙다."

"..뭐?"

카르티네는 생뚱맞은 세이든의 말에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의...고통을...끝내줘서...고맙다...드디어...나의...가족을...만날...수...있겠...구..나."

그 말을 끝으로 세이든은 행복한 미소와 함께 눈물을 흘리며 눈을 감았다. 그렇게 세이든과 카르티네의 경기는 끝이 났다.

"르티네님. 짐을 옮길 준비를 해도 되겠습니까?"

세이든을 이긴 카르티네는 5위가 되면서 새로운 별장을 향해 이동하려고 세라는 카르티네를 찾아갔다. 그런데 방으로 들어가자 카르티네가 뭔가를 계속 생각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줘 세라는 같이 온 하인들을 보내고 옆에 앉았다.

"왜 그러십니까?"

"이해하기 힘든게 있어서 말이지."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거면 도와드리겠습니다."

카르티네는 세라를 한번 쳐다본 후에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세이든이 죽기 전에 나한테 고맙다고 하더군."

"고맙다고요?"

"그래. 자신의 고통을 끝내줘서.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아. 저는 조금 알 것 같기도 해요."

"뭐?"

"몬스터들을 수집하고 복수하는게 쓸모없는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거라도 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었겠죠. 그리고 차라리 그렇게 힘들게 살 바에는 죽어서 가족들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을 거에요. 하지만 자신의 손으로는 죽고 싶지 않으니까 자신을 막아줄 사람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던 거죠. 그게 바로 르티네님이었던 거고요."

"그러니까...자신을 죽여주면서 막아준 것이 고맙다는 거냐?"

"예."

"그리고 죽어서 가족들을 만나게 되어서?"

"예. 저는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

"...알겠다. 짐과 별장은 알아서 처리해라."

"예. 그럼."

세라가 간 이후에도 카르티네는 그녀가 말한 것을 다시 떠올리며 생각해봤다. 하지만 모순된 감정을 가지고 정반대의 행동을 취하는 세이든을 카르티네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것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이라는 건가? 참으로 난해하군. 차라리 마왕과 싸우는게 더 쉽겠어."

시모스에 이어서 세이든도 카르티네에게 하나의 다른 관점을 가지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고 다음 경기 날짜가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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