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장 블랙 드래곤 카르티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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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장 블랙 드래곤 카르티네(8)
트리탄에게 도전의 뜻을 보인지 3일 후 결전의 날이 다가왔다. 3일 동안 맥은 주로 관중석에 가서 경기들을 보았고 카르티네는 눈을 감고 공상에 빠져 있었다.
"르티네님. 준비가 끝났다고 합니다."
3일 동안 거의 움직이지 않던 카르티네가 세라의 말에 그제야 눈을 뜨고 일어났다. 그녀는 누워있을 때도 식사할 때도 항상 로브와 칼을 소지하고 있어서 따로 준비할 것이 없었다.
세라는 그것도 신기했지만 그것보다 더 궁금한게 있어서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르티테님. 하나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뭐지?"
"3일 동안 거의 눈을 감고 누워만 계셨는데 무슨 생각을 하신 겁니까?"
"시모스의 움직임을 생각하고 있었다."
"예?"
"맥이 말한 움직임을 떠올려서 내가 사용할 수 있나 계속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해봤지. 하지만 아직 정보가 부족하더군. 직접 부딪혀봐야 알겠어."
"그,그렇군요."
세라는 범인의 한계를 느끼고 이내 알아들은 것처럼 대답했다.
"맥은 어디 갔지?"
"미리 가 있겠다고 했습니다."
"그런가? 그럼 갔다 오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트리탄님을 꺾으시게 된다면 방을 미리 옮겨놓겠습니다."
"그러도록."
세라는 고개를 수그리며 카르티네를 보내주었고 카르티네는 인솔하는 자를 따라 경기장의 입구에 들어가서 해설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지금부터 피의 여검사 르티네와 중검 트리탄의 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우와아아아!
"양측 투사들은 입장해주십쇼."
카르티네가 경기장에 입장하는 동시에 반대편에서 거구의 트리탄이 들어왔다. 170 정도의 키를 가지고 있는 카르티네 앞에 250의 트리탄이 서자 꼬맹이와 어른 차이보다 더 크게 느껴졌다.
하지만 누구도 카르티네를 무시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녀가 보여준 무력을 모두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경기를 시작하기 전에 인터뷰를 잠시 나누겠습니다. 트리탄님부터 하겠습니다. 르티네 투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솔직히 오늘 나오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호오? 무슨 생각입니까?"
"오늘이 저의 마지막 날이 될 수 있으니 어떻게 해야 후 회없이 모든 힘을 발휘할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대단한 각오시군요. 그만큼 르티네 투사가 강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겁니까?"
"강하다? 그 정도가 아닙니다. 그녀는...괴물이라고 하는 편이 제일 적절한 단어겠군요."
트리탄의 말이 농담인줄 알아들은 심판과 관중들이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트리탄의 표정이 진지하자 웃음은 이내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그,그럼 르티네님도 인터뷰하겠습니다. 오늘도 단 한칼에 끝내실 겁니까?"
"아니. 그럴 수 있지만 오늘은 그러지 않겠다. 이번엔 조금 재밌을 것 같으니."
"하,하하. 재,재밌는 대답이군요. 그럼 이제 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심판이 빠르게 경기장 밖으로 나가면서 종소리가 울렸다. 트리탄은 등 뒤에 매고 있는 철검의 손잡이에 손을 얹어두고 언제든지 휘두를 준비를 갖추었다. 그러는 반면에 카르티네는 여전히 팔짱을 끼고 있었다.
"자세를 취하지 않을 겁니까?"
"언제든지 공격해라. 난 준비되어 있으니까."
"그럼!"
트리탄은 덩치에 맞지 않는 스피드로 철검을 꺼내서 휘둘렀다. 거한의 파워가 담긴 철검은 모든 것을 부술 것처럼 보였고 카르티네의 얼굴을 향해 다가갔다.
쾅!!
"아닛!"
"저럴수가!"
관중들은 물론이고 보고 있던 모든 이들이 눈앞에 보이는 광경에 놀라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트리탄의 철검을 카르티네가 한 손으로 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익!"
트리탄의 팔에 힘줄이 튀어나오고 얼굴에서도 땀이 흐르는 것을 봐서 트리탄이 봐주는 것도 아니였다. 그런데 카르티네는 트리탄의 파워가 담긴 철검을 한 손으로 잡고 아무런 상처도 없었다.
"당신도...강지체입니까?"
"강지체? 아. 시모스란 녀석처럼? 미안하지만 그건 아니다. 나는 그저 무식하게 마나로 몸을 둘러싸고 있는 거지."
"설마...소드마스터?"
트리탄은 소드마스터가 되면 오러 블레이드를 구현할 수 있고 더욱 능숙한 이들은 몸에 마나로 둘러싸서 방어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었다. 트리탄의 입장에서는 눈앞에 있는 여인이 소드마스터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소드마스터? 아, 그 강한 검사들? 뭐, 비슷할 수도 있지."
"윽...하앗!"
트리탄은 다시 철검을 위로 올려서 있는 힘껏 내리찍었다. 이번에는 철검에 오러가 실려있는 것이 보였고 트리탄이 전력으로 휘둘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트리탄이 전력으로 휘두른 철검의 풍압에 모래바람이 휘날렸고 시야를 가렸다.
관중들은 대체 어떻게 되었을지 보고 싶어서 빨리 모래바람이 사라지기만을 기다렸고 이내 먼지가 사라지고 보이는 광경에 함성을 질렀다.
"젠장!"
카르티네의 손에 엄연히 자신과 차원이 다른 오러가 뭉쳐있는 것을 보고 트리탄은 욕설을 내뱉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엄연히 얘기하자면 소드마스터에게만 볼 수 있는 오러와는 달랐다.
소드마스터들은 10의 마나를 가지고 50의 효율을 발휘한다고 했을 때 카르티네는 10의 마나를 가지고 잘해봤자 10의 효율을 발휘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카르티네가 검의 길을 심도있게 수련하며 연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카르티네가 가지고 있는 마나의 양은 차원이 달랐다. 소드마스터들이 10의 마나를 가지고 50의 효율을 발휘한다면 카르티네는 처음부터 1000의 마나를 가지고 1000의 효율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카르티네가 처음부터 검에 관심을 갖고 수련하며 연마했다면 아마 막을 수 있는 자는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는 드래곤. 넘쳐나는 마나만 가지고도 대부분의 상대를 압도할 수 있었기에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계기가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이게 끝이냐? 크기만 했을 뿐이고 알맹이가 없군."
"아직입니다!"
압도적인 힘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트리탄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카르티네의 도발에 뒤로 빠져서 독특한 자세를 취했다. 왼쪽 발을 제일 최전방으로 내세우고 상체를 앞으로 수그리며 칼을 뒤로 빼내었다. 두 손은 칼의 손잡이를 잡고 있었고 언제든지 앞으로 뛰쳐나갈 것처럼 그의 근육들은 꿈틀거리고 있었다.
"휠윈드!"
트리탄의 함성과 함께 그의 몸이 앞으로 치고 나갔다. 그리고 동시에 그의 몸이 회전하면서 칼이 카르티네에게 다가왔다. 휠윈드는 돌진력과 회전력, 그리고 완력까지 합친 기술로 적이 쓰러질 때까지 계속 도는 트리탄의 기술이었다.
카르티네는 빠른 스피드와 함께 다가오는 트리탄의 검을 보며 자신의 검 손잡이에 손을 얹어두었다. 그리고 검을 뽑았다.
깡!
청량한 쇳소리가 울려 퍼졌고 계속해서 돌면서 공격해야 하는 트리탄의 몸이 카르티네를 지나서 멈추었다. 그들을 지켜보는 관중들도 침묵을 유지하며 바라보고 있을 때 육중한 소리가 들려왔다.
쿵!!!
엄청난 크기를 가진 철검의 반쪽이 날아가서 경기장의 한구석에 처박혔다. 철검의 두께만 20cm가 넘어 보이는데도 단면이 깔끔하게 잘려져 있었다. 트리탄은 움직이기 힘든 몸을 돌리며 카르티네에게 시선을 마주쳤다.
"굉,굉장하군요...저,저의 패배입니다."
푸화아악!!
몸을 돌리는 순간 잘려져 있던 피부가 벌어지면서 피분수가 터져 나왔고 거구의 트리탄이 경기장에 쓰러졌다. 그리고 동시에 심판이 입을 열었다.
"르티네 투사의 승리!"
우와아아아!!
카르티네는 곧바로 입구를 향해 걸어갔고 해설자들은 흥분하며 얘기하기 시작했다.
"속전속결! 연승행진! 그야말로 아무도 막을 수 없는 신성입니다! 대체 저런 인재가 어디 있다가 이제 나타난 거죠?"
"저도 감탄을 숨길 수 없군요. 누가 봐도 압도적으로 트리탄의 힘이 강할 거라고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그런 트리탄의 철검을 정면으로 맞고도 아무렇지도 않다니. 실로 믿을 수 없습니다."
"에...지금 들어온 소식에 의하면 트리탄 투사는 안타깝게도 즉사했다고 합니다. 그러면 르티네 투사의 연승과 함께 죽인 기록도 계속해서 이어지겠군요."
"이렇게 많은 투사들이 죽은 적은 과거에 없었을 겁니다. 그것도 한 투사에 의해서 말이죠."
"과연 누가 신성을 막을 수 있을까요? 이상 해설자 파미르와."
"스니커였습니다."
관중들은 마지막 경기였던 르티네와 트리탄의 싸움에 대해서 얘기를 하며 다들 투기장에서 나가기 시작했다. 그들의 표정은 모두 상기된 상태로 조금 흥분한 것 같았다.
그런 와중에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있는 이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바로 투사들이었다. 그 이유는 카르티네가 트리탄과 상대했을 때 나온 마나를 투사들은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식할 정도로 차원이 다른 마나의 양. 그것은 카르티네가 어느 정도의 괴물인지를 말해주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모든 투사들이 그런 것은 아니였다.
"마족은 아니군."
"그런 것 같네. 어두운 마나가 아닌 것 같으니."
"...두 어르신은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카르티네에게서 나온 마나에 놀라서 멍하니 있던 그리즈는 두 노인이 말하는 대화에 정신을 차렸다.
"저번에 얘기하지 않았나? 마족 아니면 드래곤 같다고."
"예. 그랬었죠."
"하지만 마나의 성질이 마족과는 관계가 없었네. 그렇다면 드래곤일 가능성이 제일 높지."
"드,드래곤..."
그리즈는 제일 아니였으면 하는 말을 듣고 눈앞이 깜깜해지는 것을 느꼈다. 저 카르티네가 점점 올라온다면 분명히 자신에게 도전을 걸 것이고 그렇다면 상대를 해야 할지 포기를 해야 할지 벌써부터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만에 하나 그녀의 심리를 건드리는 일이 생긴다면 자신은 물론이고 이 도시가 사라질 수 있었다.
"드래곤이라...재밌겠군. 안 그런가?"
"킁. 두말하면 잔소리지! 벌써부터 몸이 근질거리는군. 드래곤과 싸울 기회가 언제 있겠는가?"
두 노인의 말을 듣던 그리즈는 어이가 없어서 말을 잇지 못하였다. 그리고 문득 드래곤과 이 두 노인이 싸운다면 과연 누가 이길지 궁금해졌다. 최강체인 드래곤이 진다는 것이 상상이 되지 않았지만 이 괴물 같은 두 노인이 진다는 것도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 대결이 언제 올지는 호기심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그리즈였다.
"르티네 누나. 오늘도 수고하셨어요."
맥이 입구에서 카르티네를 반겨주었다. 맥 옆에는 세라가 서 있었고 그녀도 카르티네를 맞이해 주었다.
"수고하셨습니다. 20위가 되면서 방을 더 좋은 곳으로 옮겼습니다."
"그런가? 그럼 이제 10위 시모스에게 도전하도록."
"알겠습니다."
이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카르티네가 곧바로 도전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세라였다.
"아, 그리고 이건 관심이 없을 수도 있으신데 르티네님과 맥님의 현상금이 올랐습니다."
"현상금이?"
"예. 아마 르티테님의 랭킹이 올라가면서 그 무력에 맞혀서 오른 것 같습니다."
"그런가?"
세라의 예상대로 카르티네는 자신의 현상금이 올라가든 내려가든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현상금 사냥꾼들에게는 민감한 문제였다. 현상금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그들에게는 맛있어 보이는 음식과 같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이 도시에서 생활하시는 동안은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럼 도시 밖으로 나가면 재밌어지겠군."
"나가실 겁니까?"
세라는 랭킹에 오른 투사들이 도시 밖으로 나가는 전례가 없었기에 카르티네의 말에 놀라워했다.
"르티네 누나는 수도를 목표로 하고 있거든요. 여기는 그냥 지나가는 길에 들른 거에요."
"그,그런가요? 놀랍네요.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는데도 그런 결정을 하시다니. 저라면 그러지 못할 거에요."
"르티네 누나는 특별하거든요. 에헴!"
맥은 자랑스럽다는 듯이 가슴을 치켜세우며 얘기했다. 그런 맥이 귀엽게 보이는지 세라는 옆에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세라."
"예,예?!"
"10위부터 1위까지 신상정보가 적혀진게 있나?"
"있습니다."
"가져오도록. 이제부터는 누구랑 붙어야 할지 고민해봐야 할 듯하니까."
"알겠습니다."
세라는 드디어 카르티네가 상대를 보고 고민하면서 선택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세라는 카르티네가 상대와의 상성 및 자신과 비교를 통해서 고르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카르티네는 재밌어 보이는 상대를 찾는 것뿐이었다.
그들이 경기장에서 방으로 돌아갔을 때는 이미 방이 교체된 상태였다. 지금까지 쓰던 방보다 약 3배는 더 넓어 보이는 방에 맥은 신나서 방안에서 날뛰었고 카르티네는 세라가 준 리스트를 받아서 볼 준비를 하였다.
"그럼 어디 봐볼까?"
카르티네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리스트를 열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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