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오크 마법사-164화 (164/360)

13장 블랙 드래곤 카르티네(5)

-----------------------------------

13장 블랙 드래곤 카르티네(5)

돈으로 떡칠했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화려한 집. 그 안에 한 명의 20대 남성이 아름다운 여성 몇 명을 껴안고 자고 있었다. 그렇게 평화스러워 보이는 상황 속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와 평화를 깨트렸다.

똑똑.

"스코프님. 호출입니다."

"알겠다."

스코프는 호출이라는 말에 자리에 일어나서 기지개를 폈다.

"아. 귀찮네."

그는 금전왕이라고 불리는 남성이었다. 엄청난 부를 가지고 있었고 동시에 현상수배자였다. 하지만 그가 잡히지 않고 이렇게 여유롭게 활동하는 이유는 그가 50위에 해당하는 투사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강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약하지도 않은 무력으로 딱 50위를 유지할 만한 실력만 유지했다. 왜냐하면 그에게는 랭킹을 올릴 이유가 없었다. 그에게는 막대한 부가 있었기에 대부분의 일을 맘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현상수배자의 신분도 돈으로 없앨 수 있었지만 나중에 말이 나올 것을 대비해서 그는 투사의 신분을 선택한 것이었다. 그가 50위를 유지하는 이유도 현상수배자의 신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다른 랭킹원들의 도전을 받고 싶지 않은 것도 있었다.

딱 하나의 단점이라고 한다면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참가자와의 싸움이었지만 그것도 금전으로 해결하거나 실력으로 해결하면 될 일이었다. 참가자들이 랭킹원들보다 무력이 약하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새로운 신성이라도 나타나면 모를까. 뭐, 그렇다 하더라도 돈을 주고 항복해달라 하면 될 일이지."

평생 만져보지도 못할 돈을 주면 모든게 해결이 되었다. 오늘도 그렇게 해결하게 될 거라는 굳센 믿음과 함께 스코프는 침대에서 내려왔다.

"으음...어디 가세요?"

"응. 투기장에. 오늘도 빠르게 끝내고 올 테니 기다리고 있어."

"기대할게요."

"빨리 갔다 오세요."

스코프의 말에 여인들이 침대에서 뒤척이며 그가 나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방에서 나온 스코프는 집사가 주는 옷을 입은 후에 준비해둔 마차를 타고 투기장으로 이동했다.

"오늘 상대는 누구지?"

"르티네라는 한 여성입니다."

"예쁜가?"

"로브로 가려져 있는데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그래? 이거 오늘 좋은 날이 되겠는걸?"

욕구에 가득 찬 음흉한 미소를 짓고 어떻게 르티네라는 여자를 꼬실까 고민하는 사이에 마차는 투기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집사. 장비를."

"예."

집사는 황금으로 된 갑옷과 검을 마차에서 꺼내 들어서 스코프가 입는 것을 도와주었다. 스코프는 장비를 모두 장착한 후에 다가오는 직원들을 따라서 투기장으로 들어갔다.

"오늘은 한 명을 초대할 거니까 미리 준비해두라고 해. 집사."

"알겠습니다."

"빨리 끝내고 오도록 하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집사는 스코프가 끝날 때까지 기다릴 모양인지 마차를 대기시켜 놓고 그 옆에 서 있었다. 스코프는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서 경기장에 들어가는 입구까지 이동할 수 있었고 동시에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지금부터 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우와아아아!!

해설가의 목소리와 함께 관중이 환호성을 질렀다.

"먼저 백코너. 50위를 유지하며 엄청난 부를 가지고 있는 금전왕~~~스코프!"

함성소리와 함께 스코프는 입구에서 모습을 드러내 관중에게 손을 흔들어주는 여유까지 보여주었다.

"그리고 상대인 흑코너. 토너먼트를 승승장구하며 올라온 새로운 참가자. 피의 여검사~~~르티네!"

상대쪽 입구에서 로브로 얼굴을 가린 여성이 걸어왔다. 그녀는 엄청난 함성소리가 들려오는데도 관중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고 그저 걸어오고 있었다. 스코프와 그녀와의 거리가 몇 미터도 남지 않을 정도로 가까워져서야 그들은 멈추었다.

심판으로 보이는 직원이 확성 마법이 걸린 마이크로 스코프에게 얘기를 걸고 그의 입에 마이크를 가져다 대었다.

"벌써 배당률이 엄청나게 올라가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심판의 목소리는 관중이 모두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크게 울려 퍼졌다. 선수의 소개가 끝나면 그 짧은 사이에 배당은 실시간으로 바뀌게 된다. 스코프는 시선을 올려서 배당률을 보았고 배당률은 무려 1:50. 그만큼 자신에게 많이 걸었고 르티네에게 적게 걸었다는 것이었다.

"무리도 아니지. 난 부동의 50위니까."

스코프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래도 레이디에게는 이만한 창피가 없으니 내가 레이디에게 걸겠다."

"신사적이시군요. 얼마를 거실 건가요?"

"3000골드."

우와아아!!

3000골드는 엄청난 거액이었다. 아마 모든 관중이 건 금액의 절반이 넘을 금액이었다. 그것을 증명하듯이 1:50을 유지하던 배당이 단번에 1:2까지 떨어졌다.

"그런 거액을 쓰시다니. 이번에 질 생각이십니까?"

"진다고? 이런,이런. 나는 그냥 선의를 베풀 뿐이네. 나에게 3000골드란 얼마 되지 않는 금액이니까."

"과연 금전왕이군요. 그럼 상대편에게도 묻겠습니다. 3000골드를 걸어주었는데 어떻게 생각합니까?"

심판이 이번에는 르티네에게 마이크를 가져다 대었지만 르티네는 시선 한번 마주치지 않고 얘기했다.

"관심 없다. 빨리 경기나 진행해라."

"르티네님은 차가운 여자였군요. 스코프님. 르티네님의 요청에 따라서 경기를 시작해도 되겠습니까?"

"언제든지."

"알겠습니다! 그럼 경기 시작하겠습니다!"

우와아아아!!

함성소리와 함께 심판이 경기장 밖으로 나갔고 시합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스코프는 이제 자신이 나설 차례라는 것을 알고 입을 열었다.

"당신은 무엇 때문에 이곳에 오셨습니까?"

"강한 녀석들과 싸우고 싶어서."

"...예?"

스코프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다른 대답에 당황했다. 지금까지 만난 이들의 대부분은 금전 혹은 범죄자의 신분 때문에 투사에 지원한 자들이었다. 종종 기사들이 자신의 힘이 어느 정도까지 통하는지 알고 싶어서 오는 경우가 있긴 있었다. 하지만 여자가 그러는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진심입니까?"

"...아까부터 너무 조잘조잘 되는군. 싸우려고 나온 거 아닌가?"

"아,아니 그건."

스코프는 말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르티네라는 여자에게서 이상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챙!

스코프는 그 기운을 받고 자신도 모르게 검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그의 등 뒤는 지금 식은땀으로 가득했다.

'뭐,뭐야? 이,이 살기는?'

50위를 유지하려면 어느 정도의 무력이 있어야 했다. 그도 약자는 아니였기에 웬만큼 검을 휘두를 줄은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가 뿜어내는 살기에 본능적으로 무기를 꺼내든 것이었다. 정확히는 살기가 아니였지만.

'틀,틀려. 살,살기가 아니야. 뭔,뭔가가 더,더 무서운...'

스코프는 온몸이 떨려서 한치도 움직이지 못했고 그저 눈동자만 쉼 없이 흔들렸다. 그리고 그때 르티네의 고개가 올라갔고 스코프의 눈과 르티네의 눈이 마주쳤다.

"으,으아아아악!!"

스코프가 본 르티네의 눈은 인간의 눈이 아니였다. 감정이 들어있지 않은 파충류의 눈. 정확히 말하자면 드래곤의 눈이었다. 공포에 질려서 이성을 잃은 스코프는 검을 들고 르티네를 향해 달려들었고 르티네는 가만히 서서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검이 그녀에게 도착할 때쯤 그녀가 움직였다.

철컥.

대부분의 이들이 검이 뽑히는 것조차 보지 못했다. 어느새 검이 검집에 들어가는 소리가 들렸고 동시에 스코프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그리고 이어서 갑옷이 벌어지고 피부가 갈라지면서 폭포수 같은 피가 튀어나왔다.

푸화아악!!

스코프는 바닥에 쓰러져서 의식이 흐려지는 가운데 말을 힘겹게 내뱉었다.

"대,대체...당신의..정체가...뭐,뭐지?"

"알거 없다. 너는 곧 죽을 테니."

"내,내가 죽,죽는다고?...말,말도 안 돼. 난,난 아직 죽어서는 안 될..."

스코프의 얼굴에는 절망과 공포가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의 눈에서 생기가 사라지면서 그는 숨을 거두었다.

"쳇. 나도 아직 멀었군."

카르티네는 자신도 모르게 드래곤 피어를 내보냈다. 조잘대는 상대를 보고 짜증이 치밀어 올라서 자제를 하지 못한 것이었다. 하지만 인간 상태에서의 드래곤 피어는 본 모습일 때보다 효과가 약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실력이 있는 스코프가 아무런 움직임도 취하지 못할 정도로 피어는 강력했다. 본 모습일 때의 드래곤 피어가 초인들에게도 영향이 있을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3000골드는 저승길 노잣돈으로 사용하라고."

르티네는 숨을 거둔 스코프를 향해 얘기하며 경기장 밖으로 내려왔다.

정적만이 흐르고 있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에 아무도 숨소리를 내뱉지 못하고 있었다. 수천 명이 있음에도 조용한 침묵이 유지되는 가운데 카르티네가 심판이 있는 곳을 바라보며 크게 얘기했다.

"심판? 결과는?"

"예? 아! 경,경기 종료! 르티네님의 승리입니다!"

우와아아아!!

심판의 목소리와 함께 관중들이 경기장이 떠나가듯이 함성을 질렀다.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이죠?! 지금까지 50위를 유지하던 금전왕이 공격 한번 하지 못하고 졌습니다!"

"이 이변은 크게 적용될 겁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안정화 돼 있던 랭킹이 새로운 50위인 그녀로 인해서 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많거든요. 에...지금 들어온 소식에 의하면 금전왕 스코프님은 사망했다고 합니다. 사람을 죽였는데 괜찮은 겁니까?"

"투기장의 법칙상 항복한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면 실격처리 됩니다. 하지만 항복하기 전에 죽었으니 위반은 아닙니다. 하지만 전례가 거의 없다 보니 당황스러운 것은 어쩔 수 없군요."

"그만큼 실력 차이가 나기 힘든 것이겠죠. 어? 또 다른 정보가 들어왔습니다...진짜로? 거짓말이 아니겠지?"

"왜 그러시죠?"

"아. 죄송합니다. 지금 새로운 들어온 정보에 의하면 르티네님은 토너먼트에서 항복을 받은 상대를 제외하고 모두 죽이고 올라왔다고 합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해설자들의 대화는 관중들이 모두 들을 수 있게 널리 퍼지고 있었다.

"놀랍군요. 그야말로 신성이라고 할 수 있는 새로운 참가자였습니다. 다음에도 기대할만 하겠군요."

"그렇습니다. 오늘은 참 재밌는 경기들이 많았습니다. 그럼 다음 경기 때 뵙겠습니다. 이상 해설자 파미르와."

"스니커였습니다."

시합이 끝났다는 말에 관중들이 일어서서 다들 제 갈 길을 가기 시작했다. 카르티네는 관중들이 가든 말든 경기가 끝났기에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하지만 그녀는 가다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재밌군. 그래도 쓸만한 녀석들이 있겠어."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입구로 들어가서 모습을 감추었다.

"놀랍군. 저런 스피드로 검을 휘두르다니. 안 그런가?"

"그러게 말이네. 우리처럼 수십 년을 단련했다면 모를까 저렇게 젊은 나이의 여성이 그런 실력을 갖다니. 우리도 이제 한물갈 때가 됐구만."

관중석에서 두 명의 노인이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한 명의 노인은 마치 신선처럼 수염을 길게 길렀고 달관한 눈을 가지고 있었다. 그 옆에 있는 노인은 2미터가 넘는 거한으로 노인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생기가 넘치는 근육들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노인들의 대화에 끼어드는 이가 있었다.

"두 어르신께서는 무슨 이야기 중이시죠?"

"응? 그리즈 꼬맹이 아냐?"

"이제 슬슬 은퇴를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네."

"풋! 두 분이 은퇴라고요? 두 분이 은퇴하시면 1위는 제가 되겠네요. 그럼."

"응? 그러고 보니 그런가? 그럼 안되지. 암!"

"자네는 나이를 먹어도 유치한 건 여전하구만."

"유치하긴 누가 유치해!"

서로 가벼운 말다툼으로 얘기를 나누고 있는 2명의 노인은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평범한 노인으로 보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리즈는 이들이 얼마나 괴물인지 알고 있었다.

달관을 한 눈을 가지고 있는 노인의 이름은 레이트. 검신의 별명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 투기장의 1위 랭킹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 있는 거한의 노인은 타노스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고 별명은 권신으로 2위의 자리를 갖고 있다. 권신과 검신은 순위 변동이 잦아서 항상 1,2위를 번갈아서 하고 있었다.

그리고 빨간 목도리를 목에 두르고 도복을 입고 있는 20대의 남성이 바로 그리즈였다. 그도 투기장의 3위를 유지하고 있고 그의 별명은 은신의 대가로 암살자의 길을 걷고 있는 이였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 전쟁이 일어났던 것은 알고 계시지 않았나요?"

"들어서 알고 있었네."

"두 분이 전쟁에 합류하지 않으신 것이 저한테는 조금 의외였습니다. 두 분은 과거에 나이트에 충성을 바친 분이잖아요."

"우리는 이제 은퇴했네. 하지만...수도까지 밀렸다면 움직였을 테지."

"암, 은퇴했더라도 왕국이 무너지는 것은 볼 수 없으니."

"과연 전 기사단장과 수호기사답군요."

그리즈의 말대로 과거에 레이트는 기사단장을, 타노스는 국왕의 수호기사 자리에 앉아있었다. 그러다가 나이가 들어서 은퇴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은퇴를 하더라도 무의 길을 걸었던 것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그들은 강한 이들과 항상 싸울 수 있고 합법적으로 대결을 할 수 있는 투기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아, 말하고 보니 지금 기사단장이신 메스님의 얘기도 들으셨나요? 게덴에서 복귀했다고 들었습니다."

"흥. 그 자식은 여전히 부족하네. 언젠가 가서 다시 따끔한 맛을 보여줘야 하나."

"하하하. 그렇게 말하면서 메스가 잡혔다는 말에 당장 게덴으로 쳐들어갈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지 않았나? 옆에 있는 내가 말려서 망정이지."

"그 말은 그만하게나."

메스는 현재 많은 이들을 가르치며 정점의 자리에 있지만 그도 과거에는 스승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스승이 바로 권신 레이트였다. 나이트의 공식적인 소드마스터의 숫자는 총 5명으로 알려져 있지만 비공식적으로 은거 중인 고수들까지 합치면 그보다 더 많았다.

그 증거로 레이트와 타노스도 초인이였고 그들이 초인의 길을 걸은지 오랜 시간이 지났다.

'과거에도 메스님을 가르치신 분이야. 그런데 수십 년이 지난 지금이라면 인류 최강이라는 메스님과 붙어도 밀리지 않을 것이 분명해.'

그리즈는 자신도 평범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2명의 괴물을 보면 자신이 아직 꼬맹이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느낀다.

"그 녀석도 이제는 인류 최강이라는 타이틀을 내려놔야 할 거네. 이번에 전쟁을 끝낸 듀로크라는 9서클 마법사가 있지 않은가? 그자야말로 그에 걸맞다고 생각하네."

"킁. 한번 붙어보면 좋겠건만."

"그런 날이 올지도 모르겠네. 하지만 그보다 아까 그 여성도 만만치 않지 않았나?"

"확실히."

"아까 르티네라는 여자 말인가요?"

"그래. 그녀는 아주 독특하게 검을 뽑더군."

"어떻게요?"

"그녀는 끝을 알 수 없는 마나를 가지고 있었네. 그리고 그 마나를 폭발시키는 것으로 추진력을 얻고 그 추진력으로 검을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네."

"마나의 폭발? 그게 가능한가요?"

"흐음..한번 보여주는게 났겠군. 타노스. 한번 어울려주게나."

"그러도록 하지. 운동 겸 움직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관중들이 대부분 빠진 가운데 레이트와 타노스는 경기장으로 내려갔다.

"잘 보게나. 검의 움직임과 마나를."

레이트는 옆구리에 있는 검의 손잡이를 잡았고 타노스는 두 주먹을 들고 방어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레이트가 움직였다.

쾅!

레이트가 검을 뽑아들며 휘둘렀고 타노스가 주먹으로 그 검에 부딪혔다. 그 둘이 부딪힌 것으로 충격파가 생겨서 모래가 날려왔다. 하지만 그리즈는 똑똑히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보았나?"

"예."

"그럼 이번엔."

레이트가 말을 끝내는 순간 레이트의 검에서 폭발적으로 마나가 분출되었다. 좀 전에는 평범한 오러 블레이드였는데 지금은 검의 끝 부분에서 마치 불이 타오르듯이 마나가 넘실되며 모여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레이트는 그 검을 검집에 넣었다.

"이 상태에서 마나를 폭발시키며 뽑아서 휘두르는 것이네."

그리고 또다시 레이트가 검을 휘둘렀고 타노스의 주먹과 부딪혔다. 하지만 좀 전과 확연히 다른 광경이 만들어졌다.

쾅!!!

"우왁!"

레이트와 타노스가 서 있던 자리에 금이 가면서 땅이 푹 파였고 충격파만으로 그리즈가 뒤로 밀릴 정도로 좀 전과 확연히 다른 충격이 대기를 휘감았다.

"봤나?"

"못,못 봤습니다. 너무 빨라서."

"이런 거네. 마나를 폭발시키는 것으로 추진력을 얻게 되고 속도가 늘어나면서 파괴력도 더 커지는 것이지."

저렇게 빠르게 휘두르는 레이트나 그것을 태연히 막는 타노스나 둘 다 괴물로 보였다.

"하지만 이 방법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네."

"단점이요?"

"엄청난 마나가 소모된다는 것이지."

옆에 있던 타노스가 거들었다.

"마나를 폭발시키면 그만한 마나가 필요하지. 그리고 빠르게 휘두르려고 하면 할수록 마나가 더 소모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

"그런 단점이 있었군요."

"그런데 그 여자는 끝을 알 수 없는 마나를 가지고 있었네. 그러니 이런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겠지."

"이런,이런 또 다른 괴물의 등장인가요? 이 이상 랭킹이 떨어지는 것은 싫은데."

"그건 자네에게 달려있지. 하지만 나도 문제이긴 문제구만."

"예?"

"나이가 들어도 강한 자를 만나면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은 없어지지 않는구만."

"푸하핫! 그게 당연하지. 우린 무의 길을 걷는 자니까!"

그리즈는 두 노인을 바라보며 그 여자와 이들과의 싸움이 기대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리즈의 소망을 신이 들은 것처럼 그 싸움은 오래되지 않아서 펼쳐지게 된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