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오크 마법사-160화 (160/360)

13장 블랙 드래곤 카르티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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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장 블랙 드래곤 카르티네(1)

"열려라."

높이가 수십 미터에 육박하는 거대한 문이 카르티네의 말에 열리기 시작했다. 문은 동굴과 바깥을 연결하는 유일한 통로로 카르티네의 명령이 아니면 열리지 않게 마법을 걸어놓았다. 문을 열지 않고 들어오는 방법은 문을 부수거나 동굴을 부수면서 들어오는 수밖에 없는데 그 두 개도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수고가 많군."

문앞에는 수많은 가디언들이 그녀의 레어를 지키고 있었다. 마법으로 강화시킨 트윈헤드 오우거, 아다만티움으로 만들어진 골렘, 오우거와 트롤을 혼합시킨 키메라 등 가디언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가디언은 카르티네가 나온 것을 보고 고개를 수그리며 인사를 했다.

그녀의 레어에는 가디언뿐만 아니라 각종의 마법 트랩까지 존재하고 있어서 함부로 다가오는 이가 없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흉포한 드래곤인 카르티네를 공격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유희를 갔다 올테니 레어를 잘 지키고 있어라."

"염려 마십쇼."

카르티네는 지능이 몬스터 중에 제일 높은 고블린 홉을 잡아서 대화까지 가능하게 만들었다. 고블린 홉은 그런 가디언들을 통솔하고 지능적으로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지금과 같이 유희를 하거나 레어에 없을 때는 고블린 홉에게 맡기고는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걱정이 없는 이유는 고블린 홉에게 정신지배마법을 걸었기 때문이었다.

"30년만이여서 그런가? 나무가 조금 커진 것 같군."

동굴에서 나온 카르티네는 지형이 약간 변한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드래곤은 완전 기억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한번 본 광경과 기억한 내용은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한치도 틀리지 않고 기억할 수 있다.

"지형만이 아니군. 킁킁...이 냄새는 뭐지? 새로운 몬스터인가?"

드래곤 산맥은 드래곤의 기운과 냄새 때문에 웬만해서는 접근해 오는 생명체가 없었다. 드래곤끼리도 정해진 영토를 따로 가지고 있어서 서로 침범하지 않는다. 가끔 들어오는 어리벙벙한 몬스터나 용기를 내어서 광석을 찾으러 온 드워프 혹은 욕심에 눈이 먼 인간 등이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지금 코로 맡아지는 냄새는 지금까지 맡아보지 못한 새로운 냄새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썩은 냄새와 비슷했다.

"불쾌하군. 어떤 녀석인지 몰라도 내 영토에 침범하다니. 아주 용감하네."

드래곤은 자신의 영토에 허락도 없이 들어오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 드래곤의 영토인 것을 알고 있든 모르든 들어온 이가 드래곤에게 걸리는 순간 목숨은 사라졌다고 생각하는게 맞다.

그 예로 몇천 년 전에 한 인간이 블루 드래곤의 영토에 들어가서 블루 드래곤의 분노를 사게 되었다. 당연히 인간은 블루 드래곤을 피해서 도망쳤는데 그게 우연히 또 옆에 사는 화이트 드래곤의 영토에 들어간 것이었다.

블루 드래곤은 그 인간을 죽이려고 하는데 정신이 팔려서 화이트 드래곤의 영토로 들어간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고 결국 화이트 드래곤과 대면하게 된다. 화이트 드래곤은 자신의 허락도 없이 침입한 인간과 블루 드래곤을 향해 공격했고 블루 드래곤은 그런 공격에 맞서서 싸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싸우는 도중에 산맥의 일부가 사라졌고 다른 드래곤들이 중재에 나서서야 그 싸움을 멈출 수 있었다. 그만큼 드래곤은 자신의 영토에 들어오는 것을 싫어했기에 카르티네도 허락도 없이 들어온 존재를 찾으러 이동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영토이기에 어떤 곳이든 텔레포트 할 수 있는 카르티네는 냄새가 나는 곳을 향해 한 번에 순간이동을 했다. 그리고 자신의 영토에 들어온 이들을 쳐다보았다.

"뭐야? 저건."

검은 연기를 뿜어내며 기분 나쁜 마나를 풍기는 몬스터였다. 그 몬스터들은 다른 몬스터들과 다르게 먹이를 찾는 움직임이 아니었다. 마치 정처 없이 떠도는 것처럼 흐느적거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더구나 보통 몬스터들은 카르티네를 보면 곧바로 도망쳤었다. 왜냐하면 몬스터들은 본능적으로 카르티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드래곤의 냄새를 맡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눈앞에 있는 몬스터들은 카르티네가 모습을 보였는데도 불구하고 도망치지 않았다. 오히려 붉은 눈을 뜨고 적의를 나타내며 언제든지 공격해올 것 같은 자세를 취했다. 그것이 카르티네에게는 한없이 어이가 없게 느껴졌다.

"나에게 적의를 표현해?! 내 영토에 들어와서 빌어도 모자랄 마당에 감히 적의를 들어내?!"

카르티네의 검은 눈동자가 도마뱀의 눈으로 변하고 그녀를 중심으로 엄청난 마나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몬스터들은 본능적으로 위험하다는 것을 느끼고 카르티네를 향해 달려들었다.

"녹아서 사라져라."

카르티네에게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몬스터들에게서 나오는 연기와 다르게 그녀에게서 나오는 연기는 순수한 검은색이 아니고 탁한 녹색을 띠는 검은 연기였다. 달려든 십수 마리의 몬스터들이 그 연기에 닿았고 놀랍게도 그 순간 몬스터들의 몸이 녹기 시작했다.

온몸에서 기포가 생기면서 몸을 이루고 있던 피와 살들이 떨어져나갔고 이내 고체의 형체를 이루지 못하고 액체로 변해갔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서 몬스터를 이루고 있던 몸은 검은색을 띠는 한 줌의 액체가 되었다.

카르티네는 액체로 변한 몬스터들을 자세히 보며 위화감을 느꼈다.

"뭔가 이상하군. 녹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어."

연기에 닿는 순간 한줌의 액체로 변하는게 정상이었다. 하지만 이 몬스터들은 액체로 변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이다.

"흥미롭군. 하지만 이제 내 영토에는 존재하지 않으니 괜찮겠지."

베아트리스는 고룡 드래곤이였고 카르티네의 친구라고 할 수 있는 이였다. 카르티네의 서식지는 몬스터의 숲에 가까웠는데 베아트리스의 서식지 또한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었고 그로 인해 둘은 조우하게 되었다. 베아트리스는 불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는 레드 드래곤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성격은 달랐다. 그것을 흥미롭게 여긴 카르티네는 베아트리스에게 다가가기 시작했고 그렇게 이어진 인연이 친구로 만들어주었다.

그런 베아트리스의 마나를 느꼈기에 동면에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일어난 것이다.

"그럼 슬슬 나이트로 이동해볼까? 유희의 시작이군."

카르티네는 자신의 영토를 침범한 불순한 침입자들을 모두 제거한 후에 텔레포트로 이동하였다.

나이트 왕국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제일 가까운 숲으로 이동한 카르티네는 로브로 얼굴을 가리고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유희를 하는데 제일 첫 번째 조건은 자신의 정체를 들키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드래곤들이 하는 유희의 제일 커다란 공통점이었다.

그리고 카르티네, 자신이 정한 두 번째 조건은 마법을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것이었다. 그녀의 무한에 가까운 마나와 취미로 단련한 검술이라면 대부분의 이들을 상대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오히려 넘쳐흐른다고 볼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자신이 검사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검이 잘 보이도록 허리에 차고 검문하는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검문을 하는 경비병은 한 명의 여성이 걸어오는 것을 보고 얘기했다.

"출입증 있습니까?"

"내 눈을 봐라."

"예?"

경비병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여성의 눈을 쳐다보았다. 마치 무언가에 조종당하는 것처럼 경비병은 그녀의 눈에서 시선을 돌릴 수 없었다.

"지나가도 돼지?"

"...예. 토리튼에 어서 오십쇼."

카르티네는 그 말을 듣고 입구를 통과했다. 그런데 그녀가 지나가도 경비병은 멍하니 서서 그저 앞을 쳐다보고만 있었다. 그것을 이상하게 여긴 동료 경비병이 그의 어깨를 치며 얘기했다.

"어이. 왜 그래?"

"으,응?"

"왜 멍하니 있어?"

"아,아니야. 아무것도. 뭔가에 홀린 느낌이군."

"대낮부터 술 한잔한 것은 아니겠지?"

"그럴 리가 있겠어?"

카르티네는 경비병에게 가벼운 최면 마법을 걸고 도시 안으로 들어왔다. 도시 안으로 들어온 카르티네는 유희를 즐기기 위해서 마법으로 가지 않고 순전히 육체만으로 이동하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먼저 지도를 구하여 어느 정도의 거리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지도를 구하기 위해서는 상점이 제일 쉽다는 것을 알기에 그녀는 상점을 찾아보기로 했다.

하지만 그녀는 상점이 어디 있는지 몰랐기에 거리에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퍽!

"응?"

"죄송합니다!"

한 소년이 카르티네와 부딪히고 인사를 한 후에 빠르게 사라졌다. 카르티네는 소년이 부딪히는 순간 취한 동작을 똑똑히 보았고 그 소년의 뒤를 조용히 뒤쫓아가기로 하였다.

소년은 기쁜 표정으로 주먹을 꽉 쥐고 어두운 골목 안으로 힘차게 달려갔다. 어두운 골목 안에는 2명의 성인 남성이 기다리고 있었고 소년이 온 것을 보고 입을 열었다.

"성공했냐?"

"예! 여기요!"

소년은 주먹에 꽉 쥐고 있던 주머니를 넘겨주었다. 넘겨받은 남성은 주머니를 열어보았고 그 안에 있는 금화들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잘했다. 여기 네 몫이다."

남성은 주머니 안에 많은 금화 중에 하나를 꺼내어서 소년에게 던져주었다.

"예? 분명히 40%를 준다고 했잖아요?"

"응? 우리가 그랬었나? 기억나냐?"

"난 모르겠는데?"

"어,어떻게 그런..."

소년은 남성 2명의 말에 부들부들 떨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소년은 금화 주머니를 들고 있는 남성의 팔에 달라붙어서 소리쳤다.

"내놔! 내 몫을 내놓으란 말이야!"

"이게 어디서!"

남성은 팔을 휘두르며 소년을 떨어트리려고 했지만 소년이 악착같이 버티기 시작했고 이빨로 남성의 팔을 물었다.

우드득.

"끄아아악! 이 꼬맹이가!"

남성은 소년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했고 소년은 그 충격에 밀려 날아갔다.

"어이! 괜찮아?!"

"으윽...죽여버리겠어!"

남성의 눈에서 살기가 피어났고 남성은 품속에서 칼을 꺼내 들어서 소년을 향해 걸어갔다. 소년은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쓰러져 있었다. 하지만 남성이 소년을 향해 칼을 휘두르던 찰나 하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 큰 어른이 꼬마를 때리는 광경은 보기 좋지 않군."

"누구냐?! 언제부터 거기 있었지?"

남성 2명은 갑자기 등장한 인물을 향해 칼을 들고 위협했다. 하지만 그녀는 오히려 허리춤에 있는 검을 꺼내 들며 얘기했다.

"그 금화 주머니의 주인이다."

"이 주머니의?"

남성은 눈앞에 보이는 여자에게 뭐라고 변명해야 할지 고민했다. 하지만 그런 고민을 시작하기도 전에 그녀의 몸이 움직였다.

철컥.

"어?"

검이 뽑히는 소리도 아니고 검이 검집에 다시 들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2명의 남성은 무슨 일이 벌어진지 이해하지 못하다가 몸을 움직이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남성의 몸이 이등분이 되면서 피와 내장을 뿜으며 쓰러졌다.

그녀, 카르티네는 죽은 남성의 시신들을 보며 얘기했다.

"아직 부족하군. 무음으로 들리기까지는."

카르티네는 죽은 남성의 주먹에 있는 금화 주머니를 챙기며 옆에서 멍하니 시신을 바라보고 있는 소년이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어린 꼬마가 이런 잔인한 장면을 봤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며 카르티네는 골목에서 나가려고 했다.

소년의 말이 들리지 않았더라면.

"굉,굉장하다."

"...뭐?"

"굉장해요! 어떻게 한 거죠?! 검이 엄청나게 빠르게 움직이고 두 동강을 낸 것이 보였어요! 제가 살면서 본 것 중에서 제일 빨랐어요!"

"검이 보였다고?"

카르티네는 두 가지의 사실에 놀랐다. 하나는 눈앞에서 사람이 이등분이 되었는데도 소년은 공포를 느끼지 않았다는 점이였고 또 다른 점은 자신이 휘두른 검의 궤적을 똑똑히 봤다는 것이었다.

"예. 오른손으로 손잡이를 잡고 허리를 자른 후에 다시 검집에 들어가는게 보였어요."

"놀랍군."

"헤헤~ 제가 옛날부터 눈은 좋았거든요."

카르티네는 눈이 좋다고 해서 보일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천부적인 재능. 특별한 동체시력을 이 소년이 가지고 있다는 점에 카르티네는 흥미가 생기는 것을 느꼈다.

"넌 내가 무섭지 않나?"

"예? 왜요? 저를 괴롭히던 자들을 무찔러줬잖아요."

약 10살로 보이는 소년이 눈앞에서 사람이 죽었는데 할 말이 아니였다. 인간을 벌레처럼 생각하는 드래곤에게도 재밌다고 느껴질 정도로 소년은 일반 인간과 달랐다.

"재밌군."

"예?"

카르티네는 자신을 쳐다보는 소년을 향해 예비 동작도 취하지 않고 검을 뽑아내었다. 아까 남성 2명을 죽일 때보다 더한 스피드로 움직여서 소년의 눈을 향해 찔렀다.

"뭐하시는 거에요?"

검은 좁쌀 하나 들어갈 만한 공간을 남겨두고 소년의 눈앞에 멈추었다. 카르티네는 검이 휘둘러지는 순간부터 소년의 눈이 검에서 떼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눈의 움직임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시험을 해본 거다."

"시험?"

카르티네는 검을 검집에 넣으면서 소년을 향해 얘기했다.

"이름이 뭐지?"

"예? 전 맥이라고 해요."

"맥. 나랑 같이 다니지 않겠나? 내 짐꾼으로. 그만한 보상은 주도록 하지."

"정말요?! 당장 할게요!"

"좋아. 내 이름은 르티네라고 한다."

"알겠습니다! 르티네 누님!"

이렇게 우연히 만난 한 소년과 인간으로 폴리모프한 드래곤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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