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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오크 마법사-159화 (159/360)

12장 전쟁 후 짧은 잔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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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장 전쟁 후 짧은 잔치(3)

어두운 공간 속에 몇 개의 수정구만이 존재하였다. 이내 아무것도 비치지 않고 있던 수정구에서 몇 명의 인물의 윤곽이 보이면서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오랜만의 회의로군. 오늘의 주제는 역시 게덴과 나이트의 전쟁인가?"

"어쩔 수 없지. 그만큼 일을 크게 벌였는데도 수확은 제로니까."

"그런데 변수가 많았습니다. 듀로크가 10만의 대군에 걸려있는 마법을 한 번에 해체하고 메테오 마법까지 쓸 거라는 것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렇다 해도 결과가 그렇게 나온 것은 돌이킬 수 없다. 그런데 그 일을 망친 당사자들은 언제 오지?"

"말하자마자 오는군."

수정구에 2명의 얼굴이 더 비치기 시작했다.

"이런. 일을 완전히 말아먹은 2명이 왔잖아? 소감을 한번 얘기해보시지?"

"시끄러. 지금 나는 기분이 아주 안 좋으니까 건드리지 마. 나도 모르게 너를 죽일 수도 있으니까."

"흥. 네가? 마법 조금 쓸 줄 아는 년이? 라자드님과 같이 만든 마법으로 지배한 암살자들도 모두 나이트에 버렸으면서?"

비아냥거리는 말을 들은 여성은 수정구 너머에서도 살기가 느껴질 정도로 악귀에 가까운 얼굴을 보여주었다.

"네놈의 머리에서 언젠가는 뇌수를 빼서 먹을 거다!! 그리고 너를 죽지도 못하게 만들어서 내 인형으로 사용해주지!!"

"할 수 있으면 해보라고. 이 사이코 이중인격 년아."

"거기까지!"

말을 잘 하지 않는 남성이 소리를 질러서 중재에 나섰다.

"조금 있으면 라자드님이 오실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그분을 맞이하면 되겠는가?"

"쳇."

"...알겠다."

그렇게 말한지 몇 초도 되지 않아서 수정구에서 라자드의 모습이 드러났고 모든 이들이 자세를 잡았다.

"모두 모였군. 오늘은 무슨 일 때문에 모였는지 모두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

"나이트와의 전쟁 때는 나는 물론이고 많은 세력이 도와주었다. 카무란에서는 수많은 골렘과 마법포와 함선을, 일루드에서는 암살자를, 나이트에서는 정보를, 그리고 나는 검은 몬스터와 정신지배마법을. 모두 많은 도움을 주었다."

"아닙니다. 고작 그것밖에 하지 못해서 죄송할 나름입니다."

"맞습니다. 저는 나이트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보를 주는 것밖에 하지 못하다니...치욕스러울 뿐입니다."

"아니다. 수도를 함락시키면 네 힘을 사용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것이 무산돼서 기회가 없었을 뿐."

"그렇게 말해주시니 감사합니다."

"포마스."

"예."

지금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던 포마스가 라자드의 물음에 답했다.

"네가 생각하기로 이번 실패의 원인은 뭐라고 생각하지?"

"...많은 이유가 있지만 크게는 단 한 명의 인물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듀로크?"

"예."

"확실히 그의 힘은 내 예상보다 훨씬 웃돌았다. 내 정신지배 마법을 푸는 것뿐만 아니라 전설의 메테오 마법까지 시전했으니."

"죄송합니다."

"이번의 실패는 타격이 적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얻어낸 것도 있다."

"그게 무엇입니까?"

"나이트의 국력은 대륙에서 2위에 속하지. 하지만 수도까지 진격할 정도로 그들에게도 약점이 있었다. 그리고 이번 전쟁으로 인해서 그들도 복구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렇군요."

"포마스."

"예."

"너는 카무란으로 가서 그를 도와줘라. 네가 가지고 있는 재력과 머리를 사용한다면 그의 세력을 더욱 크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알,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벌을 받을 거라고 생각했던 포마스는 라자드의 배려에 말이 떨리고 있었다.

"지금 나가들은 어떻게 되었지?"

"이번 전쟁에 투입된 나가들은 대부분 붙잡히거나 죽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전체 병력의 비율로 봤을 때 피해는 미미한 수준입니다."

"그렇다면 다음은 일루드를 친다."

"일루드를!"

"일루드...말입니까?"

국력 1위 일루드를 친다는 말에 모두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라자드는 목소리에 아무런 변화 없이 계속 얘기했다.

"나가들의 피부에 내 마법을 이식하겠다."

"그 검은 몬스터의?"

"그래. 내가 만든 키메라의 피부에는 마법을 무효화시키는 성질이 있지. 마법왕국인 일루드에 상성이라고 할 수 있다."

"과연."

"그리고 ****."

지금까지 라자드를 보지도 못하고 고개를 수그리며 우울해 하고 있던 그녀는 라자드의 부름에 고개를 들었다.

"그렇게 우울할 필요 없다. 이번에는 예상외의 일이 벌어져서 그랬을 뿐이다. 그리고 이번 일루드를 침략하려면 네 힘이 중요하다. 알겠나?"

"...예!"

"그럼 너를 믿겠다."

"염려마십쇼! 그 믿음에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키겠습니다!"

"그래. 그럼 오늘 회의는 이것으로 하겠다."

"예!"

"감사합니다!"

포마스와 여성의 모습이 수정구에서 사라졌다.

"아아. 사이코 년이 결국 정신을 차렸네. 그럼 저도 이만 가겠습니다."

"저도 나이트에서 더욱 세력을 키워나가겠습니다."

2명의 인물이 또 수정구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그렇게 4명이 사라지고 라자드까지 3명의 인물이 남아있게 되었다.

"라자드님. 오늘 또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되어서 기쁘군요."

"무슨 말이지?"

"적절한 채찍과 당근은 말을 움직이게 한다고 하지요. 벌을 받을 거라고 생각한 2명에게 당근을 주는 것으로 더욱 충성심을 높이는 모습을 보고 저는 감탄했습니다."

"300년 이상 살면 알기 싫은 것도 알게 된다. 참고하도록."

"알겠습니다."

"이번 전쟁으로 인해 카무란의 움직임은 어떻지?"

"마법포의 약점을 보완하고 골렘의 종류를 더욱 증가시키는 방안을 고색하고 있습니다. 다음에는 더욱 질 좋은 병력을 뽑아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알겠다."

"라자드님. 듀로크라는 인물을 가만히 둘 겁니까?"

"무슨 뜻이지?"

옆에서 둘이 얘기하는 것을 듣고 있었던 한 남성은 라자드에게 얘기했다.

"듀로크는 상상 이상의 괴물입니다. 지금도 성장 중이고 저희들의 앞길을 막는 커다란 존재입니다."

"그러니 더 성장하기 전에 없애버려야 한다?"

"그렇습니다."

그의 말은 다른 이들도 공통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틀리지 않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라자드는 그의 의견에 반대했다.

"이번 전쟁도 그가 나타나는 것으로 결과가 변했지. 그런 듀로크를 막으려면 우리는 엄청난 병력을 쏟아야 한다. 아니면 내가 직접 나서야겠지. 하지만 적은 듀로크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나미래라는 존재도 있지."

나미래. 혼자서 수백의 골렘을 상대하는데도 한치도 밀려나지 않고 싸운 괴물. 듀로크 보다는 아니지만 그녀도 괴물인 것은 확실했다.

"그만큼 우리는 신중하게 움직여야 한다. 이번 나이트와 전쟁을 통해서 우리도 피해를 입었지만 그만큼 나이트에도 피해를 주었지. 그런 것처럼 우리는 듀로크가 있는 곳이 아닌 다른 곳을 쳐서 약화시켜야 한다. 그리고 후에."

라자드의 말에 2명은 침을 꿀꺽 삼키며 들었다.

"한 번에 공격해서 듀로크를 치는 것이 좋다. 그때는 내가 직접 움직여야겠지."

"라자드님이..."

"직접..."

2명은 라자드가 직접 움직이는 것을 한번도 보지 못했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만큼 그는 그들에게 있어서 신보다 강한 존재였다.

"이제 이해하겠나?"

"예. 라자드님의 말에 따르겠습니다."

"그런 깊은 뜻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니다. 그럼 너희들도 하던 일에 증진하도록."

"예!"

나머지 2명의 모습도 수정구슬에서 사라졌고 라자드는 혼자 남은 공간에서 혼잣말로 얘기했다.

"한 가지 말하지 않은 것도 있지. 내가 듀로크가 완성된 모습을 보고 싶다는 것도."

가상의 공간에서 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존재는 없는데도 라자드는 계속 얘기했다.

"300년. 그 기간 동안 라이벌이라고 생각했던 존재는 없었다. 목표가 없는 삶은 무기력하게 만들지.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듀로크라는 라이벌이 있는 것으로 나는 더 강하게 될 수 있다. 그러니 서로 최상의 상태에서 붙지 않으면 안 된다. 내가 용납하지 못한다."

라자드는 자신의 품속에서 하나의 물건을 꺼냈다. 물건은 순수한 검은 색의 연기로 뭉쳐있어서 안의 내용물이 보이지 않고 있었다. 라자드는 그것을 보며 얘기했다.

"어차피 이것도 하나의 유흥일뿐...마왕의 힘을 얻으면 나를 건드릴 수 있는 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똑똑.

"무슨 일인가?"

"후작님. 왕성에 도착했습니다."

"알겠다."

유스트 후작은 마차에서 내리면서 옷을 다시 정비하였다. 그리고 품속에 있는 수정구슬을 마차 안에 넣어두고 왕성을 향해 걸어갔다.

"왕성은 오랜만이시겠군요."

"그렇지. 임무 때문에 영지에만 있었으니까."

"이번 전쟁이 일어났는데도 왕성에 오시지 않을 정도라면 엄청난 임무였겠습니다."

"하하하. 그렇다고 하지. 그러고 보니 메스님은 잘 계시는가?"

"예. 이번에 많은 일을 겪었다고 하시는데 지금은 왕성에 계십니다."

"그렇군. 메스님이 나를 싫어하시지 말아야 하는데."

"싫어하십니까? 왜죠?"

"하하하. 글쎄. 내게서 뭐가 느껴지나? 너는 어떻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그런가? 메스님은 초인이니 범인과 다른 감각을 가지고 있을 줄 모르지."

"예?"

"아니네. 이만 가보게."

"알겠습니다."

유스트 후작은 하인이 사라진 것을 보고 혼잣말로 얘기했다.

"내게서 느껴지는 냄새를 맡은 것일 수도."

엄청나게 큰 동굴에서 한 마리의 생명체가 숨을 고르게 쉬면서 자고 있었다. 생명체의 숨소리만으로도 동굴 안을 울리게 할 정도로 그 생명체의 크기는 거대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고르게 들리던 숨소리가 갑자기 끊어지면서 그것의 눈이 슬그머니 떠졌다.

"으음...이 커다란 마나의 진동은 베아트리스인가."

그 생명체의 정체는 바로 블랙 드래곤 카르티네였다. 카르티네는 몇 년을 자고 움직이려고 했지만 자면서도 느껴질 정도로 커다란 마나의 변동에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아직 수면을 다 채우지 않았건만. 어쩔 수 없군."

카르티네는 다시 눈을 감고 일어날 준비를 하였다. 기본적으로 몇천 년을 사는 드래곤에게 몇 년의 수면은 인간에게 있어서 한순간의 낮잠과 같았다. 그것처럼 드래곤이 잠에서 깨서 움직이는데는 몇 개월이 걸렸다.

마나의 변동을 느끼고 완전히 잠에 깨는데 몇 개월이 흘렀고 그제야 카르티네는 엎드려있던 거구의 몸체를 움직였다.

"마나가 느껴진 장소는...나이트 왕국인가?"

과거에 유희를 하는 동안 카르티네는 인간의 모습으로 많은 곳을 여행하고 다녔다. 그렇기에 마나의 변동이 느껴진 지점이 어딘지 충분히 알고 있었다.

"폴리모프."

빛이 나면서 거대한 드래곤의 몸체가 한순간에 축소되었다. 이어서 빛이 사라지고 보이는 모습은 한 인간의 여성이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흑발과 한없이 깊을 것 같은 검은 눈동자. 가슴과 엉덩이도 나올 때는 나오고 허리는 들어간 것이 완벽한 몸매라고 볼 수 있었다.

더구나 드래곤들이 폴리모프를 하면 남성이든 여성이든 아름답다는 소문이 있는 것처럼 그녀의 외모는 자연스럽게 시선을 모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런 외 모때문에 몇 개의 마을이 초토화됐는지는 셀 수도 없을 정도였다.

왜냐하면 외형이 어떻든 간에 그녀는 흉포한 블랙 드래곤이었다. 자신에게 집적되는 이들을 보고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전에 입던 것이 여기 있었나."

카르티네는 마법 배낭에 손을 넣어서 옷과 검을 꺼내 들었다. 옷은 로브와 비슷해 보이는 것으로 그녀의 돋보이는 몸매를 그나마 가려주었고 검은 화려하지 않게 보이는 검이었다. 하지만 외형은 그렇게 보여도 로브에는 7서클까지 막아주는 마법진이 박혀있었고 검에도 시전어를 말하면 7서클 마법에 준하는 위력을 뿜어내는 마법이 걸려 있었다.

그녀는 취미로 검을 휘두르고 다녀서 유희를 할 때는 검사로 행동하고 있었다. 여검사의 모습으로 변한 카르티네는 모든 준비를 다하고 이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게 듀로크와 만나게 되는 카르티네의 첫걸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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