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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오크 마법사-158화 (158/360)

12장 전쟁 후 짧은 잔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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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장 전쟁 후 짧은 잔치(2)

"당신이 정말로 듀로크인가?"

"메테오 마법은 정말 기가 막히더군. 어떻게 그런 파괴력을 가질 수 있는 거지?"

"나미래양의 활약도 대단했네. 정말 인간이 저렇게까지 강할 수 있냐는 생각이 들 정도였네."

"그럼, 그렇고 말고. 골렘들의 공격을 정면으로 받고도 그렇게 멀쩡할 수 있는 것은 메스님 아니면 힘들지."

국왕의 말이 끝나자마자 듀로크와 나미래의 근처에는 사람이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호기심을 갖고 다가오는 인물, 궁금한 것이 있어서 물어보는 인물, 그들의 무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은 인물 등 갖가지의 목적을 갖고 다가왔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서 듀로크와 나미래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때 해결해주는 자가 나타났다.

"자자, 두 분이 곤란해 하시지 않습니까? 모두 진정하죠."

"전하."

"죄송합니다. 저희들 생각만 하였습니다."

"먼저 제가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그리고 한 명씩 물어보도록 하죠."

"예."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아무드 국왕의 말에 몰려있던 이들이 흩어져갔다.

"미안합니다. 모두 듀로크님과 나미래님이 누군지 궁금해하다 보니 실례를 범하게 된 거 같군요."

"괜찮아요. 어느 정도는 예상했으니까요. 그렇지?"

"대충은."

"배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직접 얘기하지 못했는데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희 나이트를 위해서 싸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드 국왕은 고개를 약간 수그리며 얘기했다. 한 나라의 국왕이 고개를 수그리며 감사의 말을 하는 것은 엄청난 일이었다. 하지만 주변에 있는 귀족들과 기사들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만큼 듀로크와 나미래가 한 일이 엄청났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렇게 감사를 표할 일이 아니에요. 저는 그저 듀로크가 하라는 대로 했을 뿐인데요."

"맞아. 나미래도 나와 모종의 거래를 해서 도와준 것이고 메스와도 거래를 하여 나이트를 도와준 것이다."

"거래를 했다고 하더라도 저희 나이트의 국민들이 한 명도 다치지 않고 전쟁을 끝냈습니다. 저는 정말 믿을 수 없었습니다. 게덴이 수도로 공격해온다는 말에 수많은 기사들과 병사들을 무리하게 이끌면서 수도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연락이 왔습니다. 전쟁이 끝났다고. 저는 벌써 수도가 함락당했다는 줄 알고 절망했습니다. 그런데 저희 나이트의 승리로 끝났다고 얘기했습니다. 그것도 단 한 명의 사망자도 없이!"

'충격 때문에 죽은 이들이 있긴 있었지만.'

듀로크는 아무드 국왕의 말을 들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지만 입으로 내뱉지는 않았다.

"거기다 스승님까지 구출해냈다 소식까지 들었습니다. 저는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어봤고 일의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듀로크님과 나미래님의 활약이 컸다고 하더군요. 더구나 듀로크님의 활약이! 정신지배를 해제하는 마법진과 대평원을 초토화시킬 정도의 메테오 마법! 가히 역사에 기록되어 남을 만한 일이었습니다."

"과찬이군."

"과찬이 아닙니다. 저도 메테오 마법이 얼마나 어려운 마법인지 알고 있습니다. 이제 이 대륙의 눈길이 듀로크님에게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듀로크도 그 정도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전설의 마법을 사용하면 이목이 끌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을. 하지만 그것은 듀로크가 바라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지금은 명성이 높을수록 좋기 때문이었다.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아무드 국왕."

"예."

국왕을 상대로 높임말을 쓰지 않고 국왕이 오히려 존대해주는데도 아무런 반발감이 들지 않았다.

"거래 내용이 궁금하나?"

"궁금하지 않으면 거짓말이겠죠."

"그러면. 베로나, 메스. 너희들도 와서 들어. 중요한 얘기니까."

듀로크의 말에 아무드, 베로나, 메스, 나미래. 이렇게 총 5명이 모였다. 듀로크는 다른 이들에게 들리지 않게 사일런트 마법을 걸고 얘기를 시작했다.

"아마 아무드 국왕을 빼고는 다 내게서 똑같은 이야기를 들었을 거야. 나중에 내가 도와달라면 도와달라고. 혼자만의 힘만이 아닌 자신이 갖고 있는 세력까지."

"그렇지."

"아아."

"그런데?"

"나는 미래에 닥쳐올 공격에 대비해서 얘기했던 거야. 그런데 이번에 포마스 국왕이 이끌고 온 병력들을 보고 그 예측이 더 현실성을 가지게 되었어."

"근거는?"

"검은 몬스터."

"....."

듀로크의 말에 침묵이 이어졌다.

"모두 검은 몬스터를 본 적이 있었을 거야. 몬스터의 숲에서. 그들은 검은 연기를 뿜어내면서 강한 생명력과 방어력을 가지고 있지."

"그렇지."

"그리고 수인족들과 인간들에게 걸려 있는 정신지배 마법. 이건 엄청난 고난이도의 흑마법으로 9서클은 돼야 펼칠 수 있어. 그런데 나는 그런 9서클 흑마법사를 알고 있지."

"라자드..."

"맞아."

나미래의 말에 듀로크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해주었다.

"라자드? 누군데?"

"9서클 흑마법사. 나와 동급 아니면 그 이상의 괴물이지."

"뭐?!"

"너와 동급 및 이상이라고?!"

베로나와 메스는 진심으로 놀라워하는 분위기였다. 옆에 있는 아무드도 그건 별반 달라 보이지 않았다.

"내 생각이지만 포마스는 아마 라자드에게서 지원을 받았을 거라고 생각해. 그 검은 몬스터들과 정신지배 마법이 그 지원이고. 그런 병력과 힘을 가지고 있는 라자드 때문에 나는 미리 이렇게 거래를 했던 거야."

"후에 있을 전쟁을 위해서?"

"맞아. 아마 대륙이 흔들릴 정도로."

"...듀로크님은 그런 일이 발생할 확률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합니까?"

"80%이상."

"....."

"하지만 나는 상황이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봐. 이번 전쟁으로 인해서 상당한 전력을 없애버렸고 더구나 이렇게 새로운 동료들이 늘어났잖아?"

듀로크는 어깨를 들썩이며 얘기했다.

"그리고 나도 가만히 있는게 아니란 말이지. 여기 있는 이들은 모두 내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을 거야. 그리고 지금 라이언 왕국에 있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라이언 왕국을 성장시키는 것도 후에 전력으로 사용하기 위해서야. 그리고 오크들만의 왕국인 그란 왕국도 지금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지. 내 행동의 모든 것은 라자드를 상대하기 위해서야."

"왜 그렇게까지 하시는 겁니까? 듀로크님이 그렇게 희생해서 하는 이유를 저는 모르겠군요."

아무드 국왕의 질문은 듀로크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공통으로 생각하는 궁금증이었다.

"이유라...이런 힘을 얻게 된 것 때문이랄까? 아니면 나의 평화를 위협하기 때문에? 정확하지는 않아. 하지만 딱 몇 가지의 이유는 확실해."

"무엇이죠?"

"라자드가 내 맘에 안 들고 거슬리기 때문에."

"....."

듀로크의 단순하고도 명확한 이유에 모두 말을 잃었다. 그런 침묵 속에서 통쾌한 웃음을 터트리는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메스였다.

"푸하하핫! 그만한 이유도 없지! 나도 그 라자드라는 놈이 맘에 들지 않는군. 안 그렇습니까? 전하."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저희 나이트도 미리 대비를 하겠습니다."

"게덴도 빨리 안정화시키고 준비하겠다."

"나도 라자드한테는 일이 있으니까. 나중에 일이 생기면 불러."

듀로크는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동의해주는 이들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고맙군. 그럼 이만 심각한 이야기는 끝내겠다."

"좋군요. 오늘 있는 이 잔치를 즐겨주십쇼."

"듀로크! 오랜만에 술 대결 어떤가?! 저번과는 다를 거다!"

"그건 나도 질 수 없지."

"흥미롭네요. 저도 끼도록 할게요."

메스는 어느새 술이 담긴 술통을 가져왔고 베로나와 나미래도 메스 옆에 앉아서 참가의사를 나타내었다.

"어쩔 수 없군요. 저도 참가하겠습니다."

"하하하! 전하까지 참석하셨다. 듀로크. 너는 어쩔 거지?"

듀로크는 자신을 바라보는 이들의 눈빛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얘기했다.

"이런 분위기인데 빠질 수는 없지."

듀로크가 참가하면서 또 술판이 벌어졌고 옆에서 보고 있던 많은 귀족들과 기사들도 거기에 참가 의사를 표했다. 그렇게 판은 커지면서 잔치는 이내 술 대결장으로 점점 변해가고 있었다.

"아이고. 머리야."

메스는 술 때문에 생긴 두통을 잠시 없애기 위해서 바람을 쐬려고 창가로 걸어갔다. 걸어가는 도중 술 대결로 인해서 생긴 수많은 낙오자들이 쓰러져 있는 것이 보였지만 메스는 비틀거리는 와중에도 그들을 밟지 않고 걸어갔다.

커다란 창문을 열고 나간 메스는 시원한 바람이 두통을 잠시나마 없애주는 것을 느끼면서 눈앞에 확 트인 밤 배경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메스는 미리 한 명이 자리를 선점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인물이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이라는 것도 동시에 알 수 있었다.

"베로나, 미리 자리를 선점하고 있었군."

"어지간히 먹어야지. 저 녀석 그사이에 술이 더 세진거 아냐?"

"그런 것 같더군. 저번에 먹었던 주량이 아니야."

메스는 그란 왕국에서 먹었을 때를 떠올리며 얘기했다.

"그때도 많이 마셨는데 이번에도 꽤 마신 것 같네."

"오늘은 축하의 의미로 마시는 거니까. 우리 나이트 승리를 위한."

"그러고 보니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네."

메스는 베로나의 말에 최근에 있었던 일을 돌이켜봤다. 베로나를 만나러 게덴에 갔다가 포마스의 계략에 당해서 잡힌 기억, 베로나가 그런 자신을 구하려고 전장에서 이탈해서 듀로크에게 찾아가 도움을 구한 기억, 듀로크에게 구해지고 자신을 위해서 화를 내는 베로나를 본 기억, 단 7명이서 게덴의 병력을 맞선 기억.

모든 일에 베로나가 관련되어 있었다. 그만큼 이제 자신에게 베로나는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어느새 돼버린 것이다. 처음에는 흥미와 관심 위주로 찾아간 것이었지만 지금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베로나."

"응?"

뒤에 보이는 야경과 드레스를 갖춘 베로나를 보니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메스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베로나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자 그제야 정신차리고 얘기했다.

"저번에 하지 못했던 이야기 있잖아."

"어떤 거?"

"듀로크와 네가 날 구한 후에 했던 이야기."

"그거?"

"응. 그 이후로 너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봤어. 네가 나한테 어떤 존재인지. 네가 없어도 내가 지금까지 살아왔던 것처럼 똑같이 살아갈 수 있는지. 그렇게 많이 고민해봤는데 네가 없으면 안 될 것 같더라고."

"그래서?"

"난 한가지 결론을 내렸어. 베로나."

"응."

"나랑 결혼을 전제로 사귀어줘."

메스는 이 말을 하면 베로나가 당황할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베로나는 의외로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표정 변화 없이 고개를 돌려서 밤야경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나도 그 이후로 많이 생각해봤어. 네가 나한테 뭐로 느껴지는가에 대해서. 그리고 네가 갇혀있을 때 왜 이렇게 화가 나고 감정적으로 되는지."

"그래서?"

"나도 똑같이 결론을 내렸어. 내가 아니면 누가 너를 지켜주겠냐 싶더라고."

"인류 최강의 존재를 네가 지켜준다고?"

"인류에서만이지. 그리고 나는 너랑 같이 있으면 더 강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 너는 안 그래?"

"그건 두말하면 잔소리지. 그리고 나도 비슷한 생각을 했거든. 네가 이제 게덴의 여왕이 되었으니 내가 지켜줘야겠다고."

"생각하는게 비슷하네."

"원래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는 거잖아."

메스는 난간에 몸을 걸치고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에는 무수한 별들이 자리 잡아서 빛나고 있었고 그것이 자신을 축복해주는 것처럼 보였다.

"베로나."

"응?"

"그러면 나랑 결혼을 전제로 사귀어주는 거야?"

"시끄러. 말 안 해도 알잖아."

메스는 베로나가 여전히 자신과 시선을 마주치지 않는 것을 눈치챘다. 메스는 베로나에게 다가가서 얼굴을 들이밀며 얘기했다.

"내 눈을 바라보고 얘기해. 나는 정확한 대답을 원한다고."

"....."

베로나는 조금씩 고개를 돌려서 메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베로나는 밤에도 보일 정도로 새빨간 얼굴을 하고 있었고 누가 봐도 부끄러워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왜 그렇게 부끄러워해?"

"시,시끄러! 나는 이런 이야기는 처음 들어서 그렇다고!"

"누군 다를 줄 알아? 나도 처음 이야기하는 거야. 너도 나에 대한 이야기는 들어서 알고 있을 거 아냐?"

"그,그래도...나,나도 왜 이러는지 모른다고!"

메스는 부끄러워하는 베로나가 귀엽다는 생각이 들면서 더욱 얼굴을 들이밀었다.

"응? 난 확실한 대답을 원한다고."

"말,말했잖아."

"아니 말하지 않았는데."

"...알겠어."

"뭐? 잘 안 들리는데?"

메스는 귀에 손을 대며 안 들리는 척했다. 베로나는 새빨개진 얼굴로 메스를 향해 크게 외쳤다.

"알겠다고! 결혼을 전제로 사귀겠다고!"

"잘했어."

"....!"

메스는 그 말을 하며 베로나의 입술에 키스를 하였다. 베로나는 입술에서 느껴지는 새로운 감각에 눈을 크게 뜨며 깜짝 놀라워했다. 무슨 일이 벌어진지 모르는 것처럼 한동안 경직되어 있다가 베로나는 주먹을 휘둘러서 메스의 얼굴을 갈겼다.

퍼억!

"컥!"

"뭐,뭐하는 거야?!"

"뭐하긴? 키스지. 아야야..아프군. 내가 아니였으면 지금 주먹으로 누군가는 죽었을 거라고?"

"준비도 안 된 상태로 기습하니까 그렇잖아!"

"너는 평소에는 그렇게 침착하면서 직접 당하니 많이 당황하네. 나중에 결혼하면 이보다 더한 행동도 할 텐데 그때는 어떻게 하게?"

"그,그때는 그때고!"

"80살 될 때까지 남자 경험이 없어서 그러는 거야?"

"그건 너도 마찬가지잖아!"

"누가 없었다고 해?"

"...정말?"

"없긴 없었지."

"너!"

베로나와 메스는 그런 이야기를 창가에서 계속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의 이야기를 조용히 들으면서 술잔을 들이키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듀로크였다. 그런 듀로크를 본 나미래는 그의 옆에 다가와서 앉았다.

"듀로크. 여기서 뭐 해?"

"응? 저 녀석들 이야기를 안주 삼아서 술을 마시고 있지."

"흐음...무슨 이야기인데?"

"죽창을 날려야할 것 같은."

"죽창?"

"몰라? 한마디로 러브러브한 분위기라는 거지."

"헤에? 그래?"

나미래는 듀로크의 말에 흥미를 느낀다는 듯이 그 둘을 쳐다봤다.

"둘이 그렇고 그런 사이였어? 몰랐네."

"언젠가는 저렇게 될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번 사건이 계기가 되었겠지."

술을 홀짝홀짝 마시고 있는 듀로크를 보고 나미래는 물어봤다.

"저런 모습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어?"

"제일 많이 드는 생각은 나도 저런 여자를 만날 수 있을까라는 거겠지. 알다시피 나는 인간이 아니니까."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나는 외형도 아니잖아. 물론 외형이야 바꿀 수 있지만 그것은 진정한 내가 아니야. 진정한 나의 모습은 오크지 인간이 아니야."

"흐음...그러네. 하지만 네가 오크인 것을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다가오는 이가 있지 않을까?"

"있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지금은 저런 모습을 보고 부러워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아. 내가 바쁘고 인간이 아니여서 연애하는 것을 피했다고는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그런 감정이 생기네."

"뭐,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야. 나도 그런 생각이 들긴 하니까."

나미래는 가지고 있는 술잔을 들어서 입에 들이킨 후에 얘기했다.

"나도 인간이라고 볼 수 있는 몸을 가지게 되었지. 그럼 나중에 좋아하는 남자와 결혼해서 아이를 낳게 된다면 그 아이는 인간일까? 아니면 나처럼 괴물일까? 아니면 인간도 괴물이 아닌 혼종이 나올 수도 있지. 그런 불안감은 나도 가지고 있어."

오크와 몬스터의 종합체라고 할 수 있는 괴물. 두 명 모두 환생을 거치고 인간이 아닌 몸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공통된 주제를 가지고 있는 이들이었다.

"그건 모르지. 그렇기에 그 결과를 감당할 수 있는 상대를 만나야 하지. 안 그래도 연애 한번 못 해본 몸인데 이렇게 하기 힘들어서야 원."

"그래도 너는 지금 유명세잖아? 너를 모르는 이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하지만 그것도 이 가면을 벗으면 또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지."

"그러게. 하지만 이런 말이 있잖아? 모든 것에는 짝이 존재한다고."

"하하하. 그 말을 믿는 수밖에...그런데 너 술이 상당히 강하군."

"이런 몸이 된 이후로는 한번도 취하지 않더라고. 해소능력이 다르나?"

메스와 베로나를 취하게 하고 듀로크도 마법을 사용해서 해소를 할만큼 많이 마셨는데도 나미래는 평소와 아무런 차이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 나미래의 주량에 혀를 내두르는 듀로크였다.

"내가 본 이들 중에서 네가 단연코 1위겠군."

"그럴까? 하여튼 나와 같이 마시던 이들은 모두 다 떨어져 나갔어. 그러니 남은 네가 같이 좀 마셔줬으면 좋겠는데?"

듀로크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수많은 이들을 보고 쓴웃음을 지으며 얘기했다.

"예이. 그러도록 하지요. 그러면 우리끼리만 통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볼까?"

듀로크와 나미래는 처참히 쓰러져 있는 이들 가운데 술잔을 들이키며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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