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장 나이트 VS 게덴(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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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장 나이트 VS 게덴(26)
게덴의 병력이 나이트의 수도까지 약 하루가 남은 시점. 게덴의 병력은 느리지만 착실하게 진격하며 수도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얼마 남지 않았군. 분명 이 근처에 포마스님이 추가 병력을 준비시켰다고 했는데..."
주변에 특별한 건물도 없고 그저 광활한 평원이였지만 그래도 타왕국의 땅이었다. 그렇게 적진이라고 할 수 있는 곳에 병력을 보내겠다고 포마스 국왕은 말한 것이다.
"포마스 국왕님의 한계는 없는 것일까?"
"그럴 리가. 우리가 도와줘서 가능한 것이야~"
"...암살자 분. 언제부터?"
유피안 백작은 아무런 기척도 느끼지 못했는데 옆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깜짝 놀라워했다.
"계속? 포마스가 준비해둔 병력은 조금 있으면 보일 거야~"
"저기 보이잖아?"
암살자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니 그녀의 말대로 언덕 위에 조그마한 점이 보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점들은 점점 늘어나서 마치 개미 떼처럼 늘어났고 시야를 가득 채우게 되었다.
"저건?"
"몬스터 부대. 검은 몬스터들에 비해서 약하지만 그래도 엄청난 숫자를 자랑하지~"
"정신 지배한 것들이니 사용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거야~"
"숫자가 얼마나 됩니까? 봐도 엄청난데."
"오우거 500마리, 트롤 1000마리, 미노타우로스 300마리, 그리고 기타 몬스터 500마리."
"도합 2000마리가 넘지~"
2000마리가 넘는 몬스터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숨소리만 들려오고 조용한 침묵만이 지배하고 있었다. 유피안 백작은 그런 몬스터들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고맙게 받겠습니다. 그럼 계속해서 전진!"
지금까지 이동하던 대열 끝에 몬스터들이 합류했고 그들의 진군은 멈추지 않고 나아갔다.
"흐음..."
듀로크는 평원을 바라보며 사색에 빠져있었다. 그때 뒤에서 다가오는 인기척을 느낀 듀로크는 고개를 돌려서 뒤를 돌아보았다.
"실로스...후작이라고 했나?"
"그렇네. 자네의 부탁대로 마법사 100여 명을 데려왔네."
"그래? 어디 보자..."
듀로크는 모인 마법사들을 한번 쳐다본 후에 얘기했다.
"6서클이 20명. 5서클이 40여 명. 4서클이 60여 명. 역시 예상과 별반 다르지는 않군."
"한 번에 맞히다니. 역시 남다르군. 그래서 이들이 어떤 일을 하면 되는가?"
"나는 이 평원에 대형 마법진을 새길 거야. 그것을 보조해줬으면 해."
"알겠네. 자네들, 내가 말했던 것처럼 이 남자의 명령에 따르도록. 우리 나이트 왕국을 지키는데 중요한 일이다."
"알겠습니다!"
마법사들은 동시에 소리쳤고 실로스 후작은 다시 성안으로 들어가서 자신의 임무를 하러 갔다.
"그럼 이제부터 시작한다."
"정확히 저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입니까?"
"지금 내가 이 평원에 대마법진을 새길 것이다. 그럼 당신들은 내가 지정한 곳에 위치해서 마법진을 새기는 것을 보조하면 돼."
"알겠습니다."
"좋아. 그러면 내가 먼저 마법진을 새길 테니 기다려라."
듀로크는 그대로 공중으로 플라이 마법으로 날아간 후에 평원의 중심에 안착했다. 그리고 한손을 땅에 붙이고 마나를 불어넣었다.
우웅...우웅...
"엄,엄청난 마나!"
"땅이 울릴 정도라니?! 대체 저 남자의 정체는 뭐지?!"
듀로크가 뿜어내는 마나량으로 인해서 땅은 물론 대기까지 일렁이면서 흔들렸다. 광범위하고 엄청난 마나량이 필요한 마법진이여서 9서클 마법사인 듀로크조차 마법진을 새기는데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무슨 마법진이길래 이런 막대한 마나를 필요로 하는 거지?!"
"저,저기 좀 봐!"
지켜보던 한 명의 마법사가 손가락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서는 듀로크를 중심으로 마법진이 생성되고 있었다. 반경 2미터 정도로 조그마했던 마법진은 점점 크기를 키워갔고 삽시간에 주변을 가득 채울 정도로 광대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법진은 만족하지 못한 모양인지 커지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허..."
"어떻게 마법진이 이렇게 클 수가..."
"말,말도 안 돼..."
마법사들은 경이적인 광경을 보며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은 듀로크가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경악스러운 것인지 느낄 수 있었다. 마법진은 이내 평원을 감쌀 정도로 비대해져서야 이내 커지는 것을 멈추었다.
거대한 마법진은 빛나는 것만으로도 주변을 낮처럼 밝혀주었고 성벽에 있는 이들과 내성에 있는 이들도 그 빛을 볼 수 있었다.
"저 빛은 뭐지?"
"평원 쪽인 것 같은데?"
"한번 가보자."
그 빛을 보기 위해서 성벽 위에는 수많은 이들이 몰려오기 시작했고 모두 평원에 펼쳐진 광대한 마법진을 보고 멍하니 쳐다보았다.
"흐읍!"
듀로크가 더욱 마나를 불어넣으면서 대기가 더욱 흔들렸고 마법진에 복잡한 수식과 글자들이 수없이 적혀지기 시작했다. 평원을 가득 채운 마법진에 이내 글자와 수식으로 채워졌고 듀로크는 그제야 땅에서 손을 떼고 마법사들에게 소리쳤다.
"마법사들은 가만히 있어라."
"예?"
"무슨?"
마법사들은 듀로크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다가 한순간 자신의 시야가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어느새 자신이 마법진의 한 곳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또 자신뿐만 아니라 100명의 마법사가 각자 하나씩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보였다.
평원에 펼쳐진 마법진의 둘레에 100명의 마법사가 골고루 퍼지게 된 것이다.
"설마...강제로 텔레포트 시킨 건가? 말도 안 돼.."
강제 텔레포트가 얼마나 힘든 건지 마법사는 알고 있었다. 그것도 사람을 텔레포트 시키는 것은 극악에 가까웠다. 거기다가 강제로 텔레포트 시켰는데도 100명의 마법사가 아무런 피해를 입지도 않고 멀쩡했다.
"대체 저자는 누구란 말인가?"
[모든 마법사는 들어라! 지금부터 마법진의 완성을 위해서 마나를 흘려보낼 것이다. 너희들은 그 마나의 흐름이 원활하도록 조정하면 된다. 마법사니 마나의 흐름을 느끼는데 문제 없을 거다.]
마법사들의 머릿속에 음성이 직접적으로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마법진의 마나가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마법사들은 듀로크가 말했던 대로 흐름을 느낄 수 있었다. 엄청나게 커다란 강이 흐르는듯한 느낌이었다.
그 강 앞에 자신은 한낱 쓸려가는 돌멩이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런 돌멩이라도 모이면 강의 흐름을 변화시킬 수 있었다. 자신들의 작은 힘에도 강의 흐름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에 기쁨을 느끼면서 동시에 저 커다란 강을 흐르게 만드는 듀로크에 대한 경의를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듀로크의 준비가 순조롭게 진행되는 가운데 수도 방어에도 수많은 이들이 움직이고 있었고 게덴의 병력도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
게덴의 군대는 한 번의 휴식도 취하지 않고 수도를 향해 다가왔고 수도까지 2시간 정도 남기고 있었다.
"거의 다 왔군요. 그래서 말인데 이번에도 부탁해도 되겠습니까?"
유피안 백작은 허공을 향해 얘기했지만 대답은 곧바로 들려왔다.
"노티카처럼 말인가?"
"예. 하지만 노티카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경비가 엄격하고 실력도 차원이 다를 겁니다. 괜찮겠습니까?"
"그래야 재밌지~"
"어려운 것을 해냈을 때야말로 쾌감은 배로 돌아오는 거야~"
"그럼,그럼."
"알겠습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킥킥. 먼저 가서 성문을 열어둘 테니 들어오라고~ 그리고 그것이 나이트 멸망의 첫걸음이 될 거야~"
"그러도록 바라겠습니다."
암살자들은 그 말을 끝으로 사라졌고 게덴의 군대는 일정한 속도로 수도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메스님! 게덴의 병력이 거의 접근했다고 합니다!"
"도착 예상 시간은?"
"약 30분 뒤면 도착할 것 같습니다."
"알겠다. 병사들과 기사들에게 만반의 준비태세를 갖추라고 해라. 그리고 듀로크에게는..."
"예?"
"아니다. 내가 직접 가서 얘기하겠다. 크리드."
"예."
"잠시 자리를 비울 테니 대신 좀 부탁한다."
"알겠습니다. 염려마십쇼."
메스는 크리드에게 맡기고 한창 토의하면서 시끄러운 사령관실에서 나왔다. 그리고 수많은 병사들과 기사들이 전쟁준비로 인해 바쁘고 전쟁으로 인해서 감정이 업되어 있는 것이 분위기로 느껴졌다.
병사뿐만 아니라 수도에 사는 주민들도 나서서 도와주고 있는 것을 눈에 띄게 볼 수 있었다. 그들도 수도의 성벽이 뚫리면 자신들도 성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또한 그들에게 나이트란 자신들의 왕국이며 고향이라는 이유도 있었다.
"메스님! 수고하십니다!"
"그래. 너도 수고해라."
"메스님. 나이트를 잘 부탁드립니다!"
"당연하지."
"이거 하나 먹고 가게나. 전쟁을 공복으로 치르면 되겠나?"
"어르신,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메스가 지나가자 수많은 이들이 그의 옆에 와서 그에게 얘기를 걸거나 음식을 주었다. 메스는 그들 한 명 한 명에게 대답하면서 성벽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어? 메스님?!"
"수고가 많군. 잠시 바깥으로 나가고 싶은데 성문을 열어주겠나?"
"총사령관님이 명령하시는데 듣지 않고 있을 수 있겠습니까? 성문을 열어라!"
성문의 경비대장이 명령하자 성문이 열렸고 메스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감사의 표시를 나타내었다. 성문이 열리자 광대한 평원이 보였고 그곳에는 어제 있었던 일이 거짓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커다란 마법진은 어디로 갔는지 흔적도 남아있지 않았고 그저 1명의 인물만이 그곳에 서 있었다.
"듀로크."
"응? 메스. 지금 바쁜 거 아냐?"
"바쁘지. 하지만 네게 할 말이 있어서 이렇게 왔다."
"뭔데?"
"게덴이 약 30분 뒤면 도착할 것이다."
"그래?"
"그런데 네가 하던 작업은 잘 끝났나? 어제 그렇게 빛나던 마법진은 어디 갔지?"
"이 밑에 있어. 지금은 잠시 기동을 중단하고 있어서 보이지 않을 뿐이지."
"그런가? 그렇다면?"
"그래. 마법진은 완성되었어. 이걸로 수인족들은 모두 무력화시킬 수 있을 거야."
"역시나로군. 그렇다면 말했던 대로 6명이서 준비하고 있으면 되겠나?"
"그래. 성벽 앞에서 대기하면 될 거야."
"알겠다. 그러면 준비하도록 하지."
"믿어줘서 고맙다고 얘기해야 하나?"
"아니. 너는 멋대로 하지 못할 소리는 안 하니까 그저 믿었을 뿐이다."
"하하하. 믿어줘서 고맙군."
"그럼, 나는 돌아갈 건데 너는 여기 있을 것인가?"
"나도 슬슬 준비를 해야겠지."
"알겠다...응?"
"왜?"
"뭔가가 희미하게 느껴지는군."
"뭔가가?"
"응. 기분 탓인가?"
"어디에서 느껴졌는데?"
"저쪽."
"잠시만."
듀로크는 눈을 감고 마나를 활성화시켜서 메스가 가리킨 곳을 향해 스캔 마법을 펼쳤다. 방향을 가르쳐주었다고 해도 몇만 명은 가뿐하게 넘겼다. 하지만 듀로크는 전과 다르게 몇만 명에게 스캔마법을 사용하는데도 두통이 오지 않는 것을 느꼈다.
'역시 더 강해져서 그런가?...응?'
듀로크는 스캔마법을 통해서 들어오는 정보들을 살펴보다가 이내 이상한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네 감이 맞는 것 같다."
"뭐가 이상한게 있나?"
"흑마법의 잔향이 느껴지는 이들이 들어왔다."
"흑마법사는 나이트에도 꽤 있을 텐데?"
"아니, 그 팔찌에 느껴졌던 마나의 성질과 똑같아. 그 팔찌를 차고 있던 녀석들과 똑같은 이들일 것이다."
"그래? 그럼 빨리 가도록 하지."
"가자."
듀로크와 메스는 그대로 잔향이 느껴지는 곳을 향해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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