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장 나이트 VS 게덴(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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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장 나이트 VS 게덴(24)
"노티카까지 함락이라...순조롭군."
포마스 국왕은 전령이 가져온 소식을 듣고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이트의 병력이 평원에서 회군하여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고 하지만 아무리 빨라도 게덴의 병력이 수도에 도착하는 시간에 맞출 수 없었다.
"모든게 순조로워. 이대로라면 나이트의 수도 함락은 기정사실이야. 그렇다면 라자드님의 계획은 좀 더 가까워지겠지."
똑똑.
"누,누구냐?"
"경비대장입니다. 전하."
"들,들어오라."
경비대장은 문을 열고 들어와 무릎을 꿇은 후에 고개를 숙였다.
"무,무슨 일인가?"
"말씀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감옥에 있던 포로가 탈출했습니다."
"뭐,뭐라고?"
포마스 국왕은 예상치 못했던 일이 일어난 것을 알 수 있었다.
"메,메스가 탈출했다는 건가?"
"죄송합니다. 경비병들은 모두 죽거나 기절해 있는 상태였습니다. 암살자로 보이는 이들도 죽어있는 것을 봐서 그들과 싸우다가 사망한 것 같습니다."
포마스 국왕은 그 암살자들이 자신이 메스를 감시하라고 붙여둔 이들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그 암살자들은 지금 유피안 백작의 옆에 있는 암살자들보다는 떨어지지만 충분히 강한 이들이었다. 그런데 메스가 탈출했다는 소식을 듣지도 못한 것을 보면 암살자들이 전멸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렇다는 것은 메스에 버금가는 초인이 탈출을 도와줬다는 것인데...베로나인가.'
뿌득.
포마스 국왕은 자신도 모르게 이빨을 갈았고 그 소리를 들은 경비대장의 몸이 움찔거렸다.
"죄송합니다! 지금부터라도 경비병을 풀어서 찾게 하겠습니다!"
"아,아니다. 벌써 늦은 것 같으니까. 이,이만 돌아가도록."
"예!"
메스의 상태가 좋지 않더라도 베로나가 메스를 업고 뛰면 경비병이 쫓아갈 수 없다는 것을 포마스 국왕은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경비대장을 보내고 허공을 향해 혼잣말로 얘기했다.
"거기 있는가?"
"예."
포마스 국왕의 부름에 암살자 1명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저번에 맡겼던 임무는 어떻게 되었지?"
"베로나의 부족원들을 죽이라는 임무 말입니까?"
"그래."
"그게...죄송합니다. 현재 고난을 겪고 있습니다."
"뭐?"
포마스 국왕은 잘못들은 줄 알았다. 왜냐하면 암살자들이 실패한다는 가정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상세히 말해봐라."
"예. 저희 암살자들이 부족원들을 죽이려고 각지에 퍼져서 투입되었습니다. 하지만 암살자들이 투입된 이후로 소식이 일절 없습니다."
"허어...너의 생각은 어떻지?"
"이런 경우에는 한가지의 상황이 일어났을 때 벌어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암살자들보다 더 뛰어난 암살자들이 방해를 하고 있다...라고."
"너희들보다?"
포마스 국왕은 암살자들을 키우는데 돈을 아끼지 않았다. 게덴 왕국에 존재하는 고아들을 비밀리에 모아서 그중에 암살자의 기질이 뛰어난 이들을 수련시켜서 만든 이들이었다.
그런데 그런 암살자들이 오히려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알겠다. 너희들은 먼저 그 암살자들의 정체를 알아내는데 주력해라."
"알겠습니다."
암살자는 그 말을 끝으로 사라졌고 포마스 국왕은 갑자기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을 느꼈다.
'누구지? 누가 내 일을 방해하는 거냐? 그것도 이렇게 한순간에? 동일인물? 아니면 우연히 맞아떨어진 다수의 인물? 대체...'
똑똑.
그때 또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포마스 국왕은 조금 짜증을 내며 얘기했다.
"누,누구냐?"
"전하. 노이즈입니다."
"들,들어오라."
노이즈 자작은 왕성의 정보담당관에 속하는 인물이었다. 그는 게덴 전국에 일어나는 일들의 정보를 종합한 후에 분리, 점검을 하고 포마스 국왕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했다. 그런 그가 찾아왔다는 것은 특별한 정보가 있다는 것을 얘기했다.
"무,무슨 일인가?"
"신경 쓰이는 정보가 있어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말해봐라."
"예. 지금 게덴 전국에서 수인족들이 항쟁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뭐?!"
포마스 국왕은 뒤통수를 맞은듯한 느낌을 받으면서 얘기했다.
"자세히 얘기하라!"
평소에 보던 포마스 국왕의 이미지와 다른 모습에 노이즈 자작은 움찔거리고 말을 더듬으며 얘기했다.
"예,예. 아직 커다란 세력은 아니지만 조,조그마한 항쟁이 수십 군데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항쟁을 일으키는 원인을 파악하고 병력을 지원해줄 테니 그들을 억제하도록 해라!"
"알,알겠습니다."
노이즈 자작은 빠르게 대답한 후에 사라졌다. 포마스 국왕은 완전히 홀로 남았다는 것을 느끼고 혼잣말로 얘기했다.
"누구냐? 대체 누가 나를 방해하는 거지? 누구길래 이렇게 행동력이 좋단 말인가?"
포마스 국왕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했고 많은 시간이 지난 끝에 하나의 결론이 나왔다.
"나이트를 점령하면 모든 게 해결된다. 수인족들의 항쟁도 사그라질 테고 베로나에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그래. 그렇군."
포마스 국왕은 그대로 유피안 백작에게 연락했다. 추가 병력을 보내준다는 소식과 더불어서.
"실로스 후작님!"
"피스텔 백작! 잘 돌아왔네."
실로스 후작은 간부들과 함께 방어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찾아온 이를 보고 얘기했다.
"저를 비롯해서 상급기사 100명 귀환했습니다."
"고맙네. 큰 도움이 될 거네."
"저희들도 왔습니다."
"휴나 남작. 히드 백작."
소드마스터 2명. 소드마스터인 그들의 존재는 많은 효과를 일으킨다. 그 예로 벌써부터 방어 준비를 하고 있던 기사들과 병력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소드마스터다."
"휴나 남작님과 히드 백작님이야."
"그들이 왔다는 것은 이 전쟁 이길 수 있어."
"좋아! 이길 수 있다!"
실로스 후작은 사기가 늘어나는 것을 느끼며 미소를 지었다. 그때 2명이 더 후작을 찾아왔다.
"그레이드 남작! 그리고 크리드!"
"부끄럽지만 도와주러 왔습니다."
"뭐가 부끄럽나? 그레이드 남작. 자네는 열심히 했네."
"...감사합니다."
실로스 후작이 어깨에 손을 올려주며 얘기하자 남작은 고개를 떨구며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크리드도 잘 왔네."
"제가 했던 실수는 직접 제가 고치도록 하겠습니다."
"그게 왜 자네의 실수인가? 그리고 자네가 와서 얼마나 든든한지 모르네. 소드마스터 3명이나 왔으니 이 전쟁을 이길 가능성이 엄청 높아졌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자. 그럼 원군도 왔으니 더욱 방어 준비를 갖추자!"
"예!!"
실로스 후작의 말에 모든 이들이 힘차게 대답하며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러 갔다.
"자네들에게도 일을 주겠네."
"알겠습니다. 맡겨만 주십쇼."
"크리드. 자네에게는...크리드?"
실로스 후작은 크리드에게 일을 맡기려고 했다. 하지만 크리드는 자신을 보고 있지 않고 위를 쳐다보고 있었다.
"크리드. 왜 그런가?"
"누가...내려오고 있습니다. 그것도 엄청난 힘을 가진."
"뭐라고?"
"전투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와 비슷한 자가 1명. 그보다 강한 이가 1명. 그리고...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1명."
"아무것도?"
"예. 아무리 약한 인간이라도 느껴지는 게 있건만...이상하군요. 전투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모두 전투 준비! 공중에서의 공격에 대처해라!"
실로스 후작의 외침에 기사들과 병사들이 하던 일을 그만두고 자신의 무기를 갖추고 전투 준비에 들어섰다. 모두가 하늘을 향해 쳐다보고 있을 때 위에서 유유히 내려오는 3명의 인물이 있었다.
1명은 가면을 쓰고 마법사의 로브를 착용한 채 나무로 된 지팡이를 집고 있었다. 그리고 1명은 수인족으로 보이는 귀를 가지고 있었고 가죽옷을 입고 있었다. 마지막 1명은 옷을 입지 않고 있었고 밑에도 낡은 바지를 입고 있었다.
'어디서 많이 본 모습인데...어?'
크리드는 마지막 1명이 뭔가 익숙하다는 느낌을 받고 자세히 쳐다보았다. 그리고 지금 이 장소에 있을 수 없는 인물이 보이는 것을 보고 그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어떻게?"
"잘 있었나? 크리드."
"메스님..."
"메스님?!"
"메스님! 대체 여긴 어떻게?!"
크리드의 말에 모든 기사들과 병사들이 경악해 하며 메스를 바라보았다. 실로스 후작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크게 뜨며 메스를 향해 얘기했다.
"메,메스... 진정 자네가 맞나?"
"맞습니다. 저 때문에 모두 이렇게 고생하는군요. 죄송했습니다."
"아,아니네. 대체 어떻게 여기에? 아니, 게덴에 잡혀있던 것 아니였나? 그리고 같이 있는 두 분은 누구인가?"
"하하하. 한 가지만 물어보십쇼. 모두 얘기할 테니."
그때 크리드가 메스를 향해 한쪽 무릎을 꿇었다.
"뭐하는 건가? 크리드."
"그동안 제가 역량이 부족해서 제대로 하지 못했던 총사령관 자리를 드리고 싶습니다. 부디 거절하지 마십쇼."
"부탁드립니다!"
"저희를 이끌어 주십쇼!"
기사들과 병사들이 일제히 크리드와 같은 자세를 취했고 메스는 그 광경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옆에 있던 실로스 후작도 크리드의 의견에 거들었다.
"나도 부탁하네. 부디 자네가 이끌어주게나. 자네가 이끌어야 이 전쟁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네."
"....."
메스는 수많은 이들이 자신을 향해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메스는 고개를 돌려서 베로나를 쳐다보았고 베로나는 어리둥절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알겠습니다. 제가 총사령관으로 돼서 이 전쟁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우와아아아!!"
메스의 말에 기사들과 병사들이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감사합니다."
"고맙네. 그리고 미안하네. 자네에게 무거운 자리를 앉게 해서."
"아닙니다."
"그런데 자네 옆에 있는 이는 누군가?"
"아. 저를 구해준 이들입니다."
"그런가?! 정말 고맙네. 나는 실로스라고 하네. 나이트에서 후작의 위치를 갖고 있네."
"저는 베로나라고 합니다."
"그렇군. 베로나양이라고 하면 되나?...베로나?"
실로스 후작은 베로나라는 이름을 어디서 들었던 것 같은 기분에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그 이름을 떠올리고 실로스 후작은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베로나?! 그 게덴의?!"
"메스님이 찾으러 간 여자?"
"저 여자 때문에 메스님이 잡힌 거잖아!"
"게덴 놈이 왜 이곳에?!"
실로스 후작의 말에 베로나가 누군지를 눈치챈 기사들과 병사들이 살기를 뿜어내며 언제든지 달려들 것 같은 분위기를 띄웠다. 베로나는 수많은 이들이 자신을 향해 살기를 보내는데도 불구하고 꿈쩍도 하지 않고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때 메스가 베로나의 앞에 서서 그들을 향해 크게 외치었다.
"모두 살기를 거두어라!! 그녀는 나의 탈출에 도와준 이고 나의 동료다! 그녀에게 적의를 표현하는 이는 내가 가만히 두지 않겠다!"
메스의 말에 모두 조용해졌다. 하지만 그들이 마음속까지 수긍하는 모습은 아니였다. 그런 것을 눈치챈 실로스 후작은 말을 돌리기 위해서 남은 1명에게 얘기를 걸었다.
"자,자네는 이름이 뭔가?"
"나는 듀로크라고 하네."
"듀로크?...듀로크. 어디서 들어봤는데.."
"실로스 후작님. 제가 저번에 얘기했잖습니까? 그 베아트리스의 마나를 느끼고 동쪽으로 가고 돌아왔을 때."
메스의 말을 들은 실로스 후작은 메스가 돌아왔을 때 얘기했던 것을 떠올렸다.
"듀로크...설마? 그 9서클의?!"
"예. 맞습니다."
"그렇다면 인간이 아닌 오..."
"거기까지."
듀로크는 손가락을 올려서 가볍게 사일런스 마법을 걸어서 실로스 후작이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했다.
"아직 얘기해서는 안 되는 거여서 말이지. 비밀로 해주겠지?"
듀로크의 말에 실로스 후작은 목소리를 내뱉지 못하고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했다. 듀로크는 곧바로 걸었던 사일런스 마법을 풀었고 실로스 후작은 자신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놀,놀랍군. 역시 9서클인가?"
"굉장하지요?"
"내 소개는 넘기도록 하지. 알려줘서 좋을 것 없다고 나는 생각하니까."
"자네가 그렇다면 그렇게 하지."
실로스 후작은 듀로크에게 자신들을 도와달라고 하려고 하다가 그에게 이 전쟁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와 인연도 없었고 무엇보다 남한테 의지할 만큼 절망적이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메스가 돌아온 것만으로도 엄청난 힘이 되기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니 전하께 메스가 돌아왔다고 전해드리지 못했군. 마법사를 데려와서 연락을...딱 오는군."
수정구슬 연락담당 마법사가 헐레벌떡 뛰어오고 있었다. 실로스 후작은 그에게 얘기를 하려다가 마법사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무슨 일인가?"
"실,실로스 후작님. 노,노티카가 함락됐습니다."
"뭐?! 노티카가?!"
실로스 후작의 말은 한순간 시간을 멈춘 것처럼 모든 이들의 움직임을 멈추게 하였다.
"자,자세히 설명하여라."
"2시간 전에 노티카가 함락되었고 수,수도를 향해 진격하고 있다고 합니다!"
"...영주인 스원은?"
"죽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함락된 이유는 뭔가?"
"입구를 조정하는 도르래를 점령당해서 입,입구가 열려서 입성을 막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남은 시간은?"
"약 40시간입니다."
"알겠다. 너는 전하께 메스님이 돌아왔다고 전하고 노티카의 소식과 함께 수도 방어에 전념한다고 얘기해라."
"알겠습니다!"
마법사는 헐레벌떡하며 실로스 후작의 명령에 맞혀서 달려갔다. 하지만 주변의 분위기는 침묵에 쌓여있었고 그 이상 다운이 될 수 없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후..."
실로스 후작은 이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만큼 노티카의 함락은 커다란 충격으로 돌아왔다. 그때 곰곰이 고민하던 표정을 짓고 있던 메스가 듀로크에게 얘기했다.
"듀로크."
"응?"
"힘을 빌려다오."
메스는 듀로크를 향해 허리를 숙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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