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장 나이트 VS 게덴(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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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장 나이트 VS 게덴(22)
"그동안 잘 지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네."
"큭.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주었군...그보다 네가 왔다는 것은 역시 베로나가?"
"그래. 나한테 부탁하려고 왔지. 대신에 내 부탁을 하나 듣기로 했지만."
"...젠장. 혼자서 무리하고 있기는."
메스는 분하다는 듯이 얘기하다가 피를 또 울컥하며 입에서 내뱉었다.
"지금...나이트의 상황이 좋지 않나?"
"내가 듣기로는 좋지 않은 모양이던데."
"그렇다면 이렇게 있을 때가 아닌데...쿨럭. 미안하지만 나 좀 구해주겠나?"
"원래 그러려고 왔으니까 걱정 마."
듀로크는 메스를 향해 마법을 시전했다.
"퍼펙트 힐."
9서클 마법 퍼펙트 힐. 소피아의 심장을 새로 생성할 정도로 죽지만 않으면 완벽한 치유를 하는 마법이었다. 그것을 말해주듯이 메스의 몸은 완벽히 원상태로 돌아왔다. 끊어져 있던 근섬유들이 다시 연결되고 죽어있던 세포들이 활성화되며 몸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메말라서 가죽만 남아있던 몸은 근육으로 뒤덮여 있는 몸으로 돌아왔고 몸을 좀먹게 하고 있던 내상도 완벽히 치유되었다.
완벽히 치유된 메스의 몸에서는 마나가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왔고 마나를 억제하고 있던 기계가 모든 마나를 수용하지 못하기 시작했다. 메스는 자신의 주먹을 쥐었다 피고 난 후에 양팔에 걸려 있는 쇠사슬에 힘을 주었다.
챙그랑!
지금까지 메스를 구속하고 있던 쇠사슬이 한순간에 끊어지면서 힘을 잃고 떨어졌다. 그리고 발에 걸려있는 쇠사슬도 손으로 쉽게 끊어버린 후에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굳어있는 몸을 풀어주었다.
우드득. 두드득.
"고맙다. 듀로크. 역시 9서클 마법사군. 이렇게 쉽고 깔끔하게 치유되다니."
"그렇게 칭찬해도 나올 건 없어. 나도 네게 원하는 것이 있으니까."
"그렇다 해도 내가 도움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고맙다."
메스는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듀로크는 부끄럽다는 듯이 뒤통수를 긁적이며 얘기했다.
"갑자기 부끄럽게 왜 이래? 인사는 됐으니까 빨리 나가자고. 베로나를 만나야 할 거 아냐?"
"...그래. 할 말이 꽤 있지. 갚을 것도 있고."
메스는 철조망으로 되어있는 감옥을 손으로 억지로 열고 나왔다. 그리고 듀로크와 함께 밖으로 나온 메스는 햇빛이 너무 밝다는 듯이 눈을 가렸다.
"오랜만이여서 그런지 햇빛이 따갑군."
"그래? 시력이 어두운 곳에 적응이 됐나 보네...응?"
"암살자인가?"
메스와 듀로크는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인기척을 느끼고 그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였다. 그런데 그들이 다가오면서 들리는 소리에 듀로크와 메스는 위화감을 느꼈다.
"뭐야?"
"살,살려줘!!"
"나,나는 항복했다고! 따라오지 마!"
"크아아악!!"
비명소리와 함께 공포로 가득한 목소리를 내뱉으며 실성한 것처럼 달려오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누군가에게 쫓기는 것처럼 주위를 보지 않고 그저 앞만을 달리며 멀어지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습격하는 자가 있었다.
퍼억!
"컥!"
어디선가 엄청난 속도와 함께 나타난 수인족이 도망치는 이의 등 뒤를 습격하여 땅에 박았다. 잡힌 인물은 난리를 치며 도망치려고 했지만 구속을 벗어날 수 없었고 등에 앉은 수인족은 두 손을 깍지 잡고 위로 올렸다.
"안,안돼!!"
퍼어억! 우드득!
"크아아악!!"
두 손이 등을 강타하였고 척추를 분쇄했다. 맞은 인물은 입에서 내장이 섞인 피를 뿜어내며 절명하였다. 도망치면서 그것을 본 이들은 더욱 빠르게 도망쳤지만 수인족은 눈을 빨갛게 붉힌 상태로 침을 흘리며 그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크아아앙!!"
"크윽!"
"귀,귀가!"
수인족의 함성이 도망치는 이들의 귀를 강타했고 그들은 귀를 부여잡고 괴로워하며 움직임이 멈췄다. 그사이에 수인족은 땅을 강타하면서 앞으로 치고 나가 남은 이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저건?"
"베로나군."
얼굴과 몸까지 완전히 짐승화 되어있었고 이성을 잃은 것처럼 침을 쉼 없이 흘리고 있었다. 듀로크는 베로나를 진정시키려고 마법을 사용하려는 찰나 메스가 손을 들고 제지했다.
"왜?"
"베로나가 저렇게 된 이유는 나한테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내가 해결해야지."
메스는 그 말을 하고 베로나를 향해 당당히 걸어갔다. 이성이 잃은 베로나는 메스가 다가오자 알아보지 못하고 달려들어 주먹으로 메스를 가격했다.
쾅!!
베로나의 주먹은 정확히 메스의 얼굴을 강타했다. 하지만 메스는 쓰러지지도 밀리지도 않았다. 입가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맞는 순간 뒤로 충격파가 나올 정도였지만 메스는 휘청거리지 않고 멀쩡하게 서 있었다.
베로나는 그것을 이상하게 여기고 다른 주먹을 휘둘렀지만 이번에는 메스의 주먹과 부딪히면서 무력화되었다. 이어서 얼굴을 때린 주먹으로도 때리려고 했지만 메스가 팔을 부여잡으면서 미연에 방지되었다.
"크아아앙!!"
베로나는 자신을 구속하는 메스를 향해 함성을 지르며 난리를 쳤지만 메스는 요지부동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때 메스는 조그마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베로나."
놀랍게도 지금까지 난리를 치던 베로나의 움직임이 한순간 멈췄다.
"메...스?"
"그래. 나다."
붉게 물들었던 눈도 짐승화가 되어있던 얼굴과 몸도 천천히 원상태로 돌아왔다. 메스는 원상태로 돌아온 베로나를 향해 얘기했다.
"잘 지냈나?"
"너 같으면 잘 지냈을 것 같아? 그것보다 너 괜찮다고 거짓말했지?!"
"그건 어쩔 수 없었지. 네가 가만히 있었겠어? 더구나 듀로크에게 부탁했다며? 또 무슨 거래를 한 거냐?"
"그,그건 상관 없잖아! 내가 이렇게 데리고 안 왔으면 너는 이렇게 나오지도 못했다고!"
"나도 다른 방법이 있었어."
"허세는 그만하지?! 그 몸 상태로 어떻게 하겠다고 하는 거야?"
"어,어떻게든 됐을 거라고. 그러고 보니 너 전장을 이탈했다며? 포마스 국왕에게 약점 잡혀있었잖아. 괜찮은 거야?"
"말 돌리지 말라고! 그리고 그건 해결 중이니까 신경 쓰지 마!"
"어떻게 신경을 안 써?! 이 미련한 여자야!"
"뭐?! 누가 누구보고 미련하대?!"
서로를 향해 으르렁대며 말을 내뱉는 베로나와 메스를 보고 듀로크가 중재에 나섰다.
"부부싸움은 나중에 하면 안 될까?"
"누가!"
"부부야!"
듀로크의 말에 둘은 합창을 하며 얘기했다.
"호흡도 척척이네. 서로 간에 할 말이 많은 것은 알겠는데 여긴 적지 한가운데라고. 이후에 어떻게 행동할지 정하는게 좋을 거야."
"...알겠다. 베로나. 나중에 얘기하도록 하지."
"바라던 바야. 도망치지나 말라고."
서로를 향해 한마디씩 하는 것을 잊지 않는 베로나와 메스였다.
"그래서 먼저 메스를 구하는데 성공했으니 이후는 어떻게 할래?"
"맘 같아서는 여기 있는 포마스를 죽이고 싶지만...상황이 그렇게 하지 못하게 하는군."
"왜?"
"여기 있는 경비병이 말하기를 게덴의 병력이 우리 나이트 왕국의 수도로 진격을 하고 있다고 했다."
"진짜?"
"뭐?"
듀로크와 베로나는 처음 듣는 소식에 놀라워했다.
"나도 사실인지 거짓말인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내가 전장에 투입해야 하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내가 포마스를 죽이고 싶다고 해도 전장에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잊을 수 없지."
메스는 옆에 있는 왕성을 바라보았다. 누구보다 포마스를 죽이고 싶은 마음이 클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이기적인 마음보다는 나이트 왕국이 우선이라고 얘기하고 있었다.
"그래서 수도로 이동할 거야?"
"그래 주면 고맙겠군. 거짓말이라도 수도로 가면 텔레포트를 통해서 전장으로 투입할 수 있으니 그것이 최선인 것 같다."
"알겠어. 베로나도 갈 거야?"
"갈 거다."
"스를 안 도와줘도 돼?"
"그 녀석은 충분히 잘해줄 거다. 그리고 혼자 두면 불안해서 말이야."
베로나는 메스를 가리키며 얘기했고 듀로크는 피식 웃었다.
"알겠어. 그럼 이동한다."
듀로크는 그대로 텔레포트 마법을 시전하였고 3명은 마법의 여파로 사라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게덴의 곳곳에서 스가 이끄는 반란군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유피안 백작이 이끌고 있는 병력은 드라미스를 통과하고 노티카에 도착하였다. 하지만 곧바로 돌격할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노티카는 다른 지역과 남다른 것을 가지고 있었다.
"이건...천연 요새라고 할 수 있겠군."
양쪽에 있는 가파른 언덕 때문에 입구를 들어가는 것이 제한적이었다. 골렘 3기 이상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협소했고 그런 장소에 성벽까지 자리 잡고 있었다. 거기에 게덴이 공격해온다는 소식에 수많은 인원이 방어 준비를 갖추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성벽에는 마법진으로 보이는 방어막이 흐릿하게 보이고 있었고 공성병기까지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유피안 백작은 자신의 병력을 쏟아부으면 뚫을 수 있을 거라고 예상되었지만 막대한 피해를 받을 것이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수도까지 칠 계획을 가지고 있는 유피안 백작으로서는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싶었다. 그렇기에 유피안 백작은 허공을 향해 얘기했다.
"암살자 분. 지금 듣고 있으십니까?"
누가 보면 혼잣말을 하는 미친놈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광경이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서 검은색의 커다란 구멍이 생기고 그 안에서 한 명의 인물이 나타났다.
"무슨 일이지?"
"부탁을 하고 싶은데 괜찮습니까?"
유피안 백작은 암살자를 향해 존댓말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암살자에게서 위험한 냄새가 나기도 했지만 포마스 국왕이 붙여준 인물이기 때문이었다. 국왕은 그들은 소드마스터에 근접한 암살자들이니 잘 써먹으라고 했다.
저번 드라미스에서도 중요 인물들의 암살을 부탁했었고 그들은 아주 깔끔하고도 쉽게 그 임무를 성공하였다. 그래서 이번에도 부탁을 하기 위해서 부른 것이었다.
"무슨 부탁?"
"두 가지의 임무를 맡기고 싶습니다. 하지만...저번보다 난이도가 훨씬 높을 거라고 예상되어서..."
"난이도가 높아? 재밌군. 얘기해봐~"
유피안 백작은 검은 가면을 쓰고 있어서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웃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동시에 왜인지는 몰라도 소름까지 돋았다.
"저,저 요새가 보이십니까?"
"응. 천연 요새군. 뚫으려면 고생 좀 해야겠어."
"저번과 똑같이 중요 인물들의 암살을 맡기고 싶습니다."
"그리고?"
"혹시 가능하시다면 성문을 열어주시겠습니까?"
두 번째의 부탁은 힘들 거라고 생각하는 유피안 백작이었다. 하지만 암살자는 흔쾌히, 아주 간단하게 부탁을 받아들였다.
"좋아. 그게 끝이야?"
"예?...예,예!"
"그럼 그 임무를 이행하러 가도록 하지. 기대하라고~"
그 말을 끝으로 다시 검은색의 구멍이 암살자를 삼키고 사라지게 만들었다. 유피안 백작은 너무나도 간단하게 받아들인 암살자 때문에 어리둥절했지만 그래도 언제든지 돌격할 수 있도록 병력을 준비시키기로 했다.
"방어 준비는 모두 갖췄나?"
"예. 게덴 녀석들은 공격할 생각조차 하지 못할 겁니다."
"맞습니다. 이 노티카의 천연 요새는 100명으로도 만 명을 막을 수 있는 요새입니다. 이렇게까지 준비를 했는데 뚫릴 리가 없습니다."
노티카의 사령부실에서는 영주와 기사들이 열띤 토론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들은 게덴이 드라미스에 상륙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마자 방어준비를 시작하여 충분한 준비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영주인 스원은 방심하지 않았다.
"준비를 충분히 했다고 해도 방심은 금물이다. 언제든지 게덴의 움직임에 대응할 수 있도록 경계를 늦추지 마라."
"알겠습니다!"
기사들의 우렁찬 목소리를 듣고 흐뭇해하는 스원이었다. 그때 방문을 노크하며 들어오는 이가 있었다.
"영주님. 수도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알겠다."
들어온 마법사는 수정구슬 하나를 영주 앞에 두고 마나를 주입했다. 마나를 주입한 수정구슬은 영상을 띄었고 영주, 스원은 영상에 보이는 인물이 실로스 후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후작님."
[스원 남작. 게덴의 움직임은 어떤가?]
"현재 성벽 밖에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다른 이상한 움직임을 취하지는 않습니다."
[그렇군. 혹시 다른 움직임을 취하면 연락해 주게나.]
"알겠습니다."
[그리고 자네 조심하게나.]
"예?"
[드라미스의 영주인 네메실 자작이 죽었네. 그것도 고문을 당한 흔적과 함께. 아마 누가 인위적으로 그런 것 같네.]
"그렇습니까?"
[더구나 그는 마차에서 죽은 것이 노티카로 오려고 하는 도중 죽은 것 같네. 자네도 습격당할 수 있으니 주의하게나.]
"알겠습니다."
[그럼 노티카의 방어를 잘하길 바라네.]
"염려마십쇼. 제 목숨을 바쳐서라도 막겠습니다."
실로스 후작은 만족스러운 얼굴을 지으며 영상을 끊었고 스원은 마법사에게 수정구슬을 건네주었다. 스원은 자신을 노릴 수도 있다는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기사들이 자신을 쳐다보며 침묵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눈치챘다. 그리고 기사들은 모두 비장한 각오가 들어있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너희들?"
"걱정하지 마십쇼. 저희가 영주님을 지켜드리겠습니다."
"맞습니다. 그까짓 암살자는 저희가 있으면 영주님에게 손도 대지 못할 겁니다."
"그렇습니다. 정 안되면 제 몸을 바쳐서라도 지켜드리겠습니다."
"네 몸으로? 하긴, 그 커다란 몸이면 고기 방패로도 사용할 수 있겠지."
"뭐?"
기사들은 진지한 말을 하면서 농담까지 섞어가며 긴장을 풀어내고 있었다. 스원은 그런 기사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암. 너희들이 있다면 나에게 손도 대지 못하겠지. 그렇고말고."
기사들은 스원의 말에 같이 미소를 지었고 화목한 분위기가 생성되었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고 한 목소리에 의해서 깨졌다.
"과연 그럴까~"
"어?"
툭.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고 기사들은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조금 전까지 얘기하고 있던 기사의 목이 떨어져 있었다. 기사의 몸은 이상을 느끼지 못한 모양인지 움직이던 모션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었다.
"뭐,뭐야?!"
"적이다!"
스르릉!
기사들은 일제히 검을 꺼내 들어서 나타난 인물을 향해 위협했다. 하지만 그때 검은 구멍이 생기고 그 안에서 4명의 인물이 더 나타났다. 그들은 똑같은 가면을 쓰고 옷도 다르지 않았다.
수십 명의 기사들이 있는 가운데 5명의 인물은 동시에 똑같은 말을 내뱉었다.
""말했던 대로 한번 막아봐~ 막을 수 있다면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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