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장 나이트 VS 게덴(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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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장 나이트 VS 게덴(21)
"이번에 드라미스를 쳤다고 하지?"
"그런 것 같네. 나이트 병력들은 평원에서 빠르게 회군 중이라는데?"
"우리 게덴이 이렇게 강한 줄 몰랐어. 포마스가 좀 하는 모양인가?"
"그럴 수도 있겠지."
거지들이 모여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게덴 사람이었지만 돈이 많은 게덴이라고 해서 거지가 없는 것이 아니였다. 오히려 빈부격차가 심하여 거지가 많으면 많았지 적을 리가 없었다.
그런 거지들은 평소에 널브러져 자거나 동냥을 하거나 수다를 떠는게 끝이었다. 그렇기에 정보에 빠삭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 앉아도 되겠나?"
"응? 못 보던 거지구만. 거지에게 자리가 어디 있겠나? 앉아."
새로운 거지의 출현에 원래 앉아있던 거지들이 조금씩 움직여서 자리를 만들어주었다.
"고맙네. 궁금한게 있어서 잠깐 들렀네."
"포마스 국왕 얘기 말인가?"
"그것도 흥미롭지만 혹시 여기 근처에 수인족이 살고 있나?"
"수인족? 수인족은 어디에나 있지. 할렘가에도 있고 이런 거지 소굴에도 있고 상점가에도 있으며 왕성에도 있지."
"나는 노예 수인족을 말하는게 아니네. 일반 사람처럼 지내는 수인족을 들어본 적 있나?"
"노예가 아닌? 글쎄..."
"노예가 아니라...아."
"응? 왜 그러나?"
"생각났어. 여기서 저쪽으로 올라가면 언덕이 있는데 그곳에서 약 1시간을 걸어가면 몇 개의 집이 있다고 들었어. 그 집에 사는 이들이 수인족이라고 하던데?"
"확실한가?"
"아마도 맞을걸? 상점가에 와서 먹을 거와 기타 물품들을 사고 가는 것을 자주 봤거든. 행동거지가 노예가 아닌 것 같아서 신경이 쓰여 기억에 남아있던 것 같아."
"흐음..고맙네. 아, 그리고 보니 아까 먹을 것을 조금 얻었는데 한번 먹어보겠나?"
"허...어디서 이런 걸 얻었나? 그 기술을 배우고 싶구만."
"흐흐흐...비밀이네."
"그럼 염치없이 잘 먹지."
"잘 먹겠네."
거지들은 새롭게 온 거지가 가져온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그럼 난 잠깐 소변 좀 처리하고 오겠네."
음식을 가져온 거지는 거지들이 음식을 먹는 사이에 자리에서 일어나서 거리를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주위를 한번 살펴본 후에 아무도 보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어두운 골목가로 들어갔다. 그리고 골목가에 있는 문을 두드리며 얘기했다.
"나다."
"보석."
"거지."
딸깍.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한 명의 중년 남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미행하는 자는 없겠지?"
"없을 거야."
"정보는?"
"서쪽 방향 언덕으로부터 1시간."
"신뢰도는?"
"90% 이상."
"알겠다."
중년 남성은 그 말을 끝으로 문을 닫았고 거지는 다시 돌아갔다. 이렇게 전국 각지에 있는 시프 길드의 길드원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어떤 때는 거지로, 상점가의 주인으로, 노예로, 상인으로 위장하면서.
"...알겠다. 그러면 같은 조의 암살자분에게 연락하도록...응? 3명을 구했다고? 그러면 곧바로 다음 임무로 투입해!...거긴 어디야? 정보는 확실한 거겠지?!"
"...대단하네."
"그렇지?"
베로나는 감탄하며 그 광경을 계속 쳐다보고 있었고 듀로크는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그렇게 둘의 시선을 받으며 엄청난 속도로 말을 내뱉으며 움직이고 있는 이는 바로 쥬디아였다.
그녀를 중심으로 10개의 수정구슬에서 영상이 나오고 사라지는 것이 반복되고 있었다. 그 이유는 쥬디아를 중심으로 정보가 오고 가는 것을 거치고 있기 때문이었다. 10개의 영상이 켜지고 꺼지는데도 불구하고 쥬디아는 한 치의 실수도 없이 그것을 컨트롤하고 있었다.
그것을 베로나와 듀로크는 감탄하며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정보수집 능력은 나보다 뛰어나다."
"쉐이드."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튀어나온 쉐이드는 쥬디아를 쳐다보며 얘기했다.
"시프 길드가 우리 암살자들보다 정보에 민감한 것은 그녀의 힘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저 능력은 대단하다고 볼 수 있지."
"헤에~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그보다 쉐이드. 일은 잘 진행되고 있어?"
"물론. 지금 112명 중 62명을 확보했다. 아마 오늘 안에 끝날 것 같다."
"그렇게 빨리?!"
베로나는 쉐이드의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듀로크는 예상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베로나를 향해 얘기했다.
"베로나. 그럼 우리도 슬슬 움직일까?"
"어딜?"
"너, 제일 중요한 거 잊었냐? 메스를 구해야 할 거 아냐."
"잊을 리가 없지! 그저 지금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뿐이야."
"텔레포트 좌표는 알지?"
"어디?"
"왕성."
"곧바로 이동하게?"
"그럼 안 되는 이유라도 있어?"
"왕성의 경계는 높은 편이야."
"9서클로도 들킬 정도로?"
"...그건 모르겠네."
"괜찮아. 여차하면 다 쓸어버리면 되니까."
"...네가 그런 말을 하니까 진짜 그럴 것 같아서 걱정된다."
베로나는 진심으로 걱정된다는 표정이었고 듀로크는 씨익 웃으며 넘겼다.
"그럼 쉐이드. 이후는 네게 맡길게."
"알겠다. 나도 따라가고 싶지만 지금 해놓은 일 처리를 끝내도록 하지."
"고맙다. 베로나, 가자."
"알겠어. 좌표는..."
그 말을 끝으로 베로나와 듀로크는 사라졌다. 쉐이드는 둘이 사라진 것을 보고 자신도 몸을 숨겼고 쥬디아는 바쁜 나머지 그들이 사라지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듀로크는 텔레포트가 성공적으로 됐다는 것을 느끼고 눈을 떴다.
"여긴?"
"왕성 근처에 있는 내 임시 거처 장소야."
"...그래?"
임시 장소여서 이렇게 더러운지 몰라도 주위가 쓰레기 천지였다. 남자인 자신이 혼자 살아도 이 정도는 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듀로크는 가면에 마법을 걸고 얼굴을 가린 후에 베로나에게 얘기했다.
"베로나."
"왜?"
"너...원래 정리 안 하는 성격이냐?"
"...대답은 하지 않겠어."
"응. 충분히 들었으니까 됐어."
듀로크는 키득거리며 방문을 열고 나왔고 눈앞에는 거대한 왕성이 시야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베로나. 왕성에는 역시 텔레포트 교란진이 설치되어 있겠지?"
"당연하지."
"상공으로 어디까지?"
"아마...500미터 정도지 않을까 싶은데."
"그래? 그럼..."
듀로크는 드래곤 베아트리스의 기억에 존재하던 게덴의 광경을 떠올렸다. 과거에 있었던 지형, 지물을 현재에 있는 것까지 고려하여 듀로크는 최적의 텔레포트 장소를 찾을 수 있었다.
"간다."
"응?"
베로나가 대답도 하기 전에 듀로크는 베로나의 어깨를 잡고 텔레포트를 하였다. 텔레포트 한 장소는 바로 게덴의 왕성 위.
"여긴...왕성?"
"정확히 말하자면 왕성 위에 존재하는 상공이지."
베로나와 듀로크는 텔레포트하는데 성공하여 왕성으로 추락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듀로크는 저번에 쥬디아를 비롯한 3명을 텔레포트 했을 때와 다르게 침착한 베로나의 모습을 보고 역시 초인은 다르다고 생각했다.
"베로나. 너는 이렇게 상공에서 떨어지면 어떻게 대처하냐?"
"나? 나는 부딪히려는 순간 주먹으로 땅을 가격하는 거지. 그 충격의 반작용으로 착지."
"그러면 몸은 괜찮냐?"
"마나로 몸을 감싸면 돼."
추락하면서 말하고 있다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둘의 대화는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쳇. 저번에 쥬디아와 제이슨의 반응은 재밌었는데."
듀로크는 혀를 차면서 자신과 베로나의 몸에 플라이 마법을 걸어서 떨어지는 속도를 낮추었다. 거기에다가 몸을 투명하게 해주는 인비저빌리티 마법까지 건 다음에 착지까지 안전하게 마친 듀로크는 베로나에게 얘기했다.
"여기가 어딘지 알아?"
"응. 왕성에서 멀지 않아. 근데 지금 우리 몸이 안 보이고 있는 거지?"
"그래. 하지만 기척까지 지울 수는 없으니까 들키지 않게 조심하는게 좋을 거야."
"그걸 나한테 얘기하는 거냐?"
베로나는 그 말을 하고 몸을 움직였는데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것을 보고 듀로크는 감탄을 하며 베로나의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따라오고 있는 거냐?"
"그래."
"넌 어떻게 날 따라오는 거지? 기척도 없고 보이지도 않을 텐데."
"마나 감지를 통해서 따라가고 있으니 걱정 마."
인비저빌리티 마법을 사용하면 자신의 시야에 자신의 몸은 보인다. 왜냐하면 자신의 시야에 몸이 보이지 않는다면 움직이는데 불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투명화 마법이라도 마나까지 숨겨지는 것은 아니었다. 투명화 마법은 빛을 굴절시키는 것으로 보이지 않게 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듀로크는 베로나의 마나를 감지하여 따라갈 수 있던 것이다.
"그런데 왜 너는 느껴지지 않냐?"
"난 마나를 완전히 차단했으니까."
"그게 가능해?"
"나는 가능해."
"괴물 자식."
"고마워."
베로나와 듀로크는 쓸데없는 대화를 하며 움직였다. 주변에 수인족과 인간 경비병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지만 듀로크와 베로나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움직였을 때 왕성의 한 장소에 도착했다.
"여긴?"
"여기가 왕성의 지하감옥이야. 메스가 갇혀있는 곳이지."
"잠깐...안에 몇 명이 있긴 하네. 암살자로 느껴지는 얘들이 10명. 그리고 경비병으로 보이는 이들이 6명. 마지막으로...미세한 마나를 풍기는 이가 1명. 그게 메스 같군."
"미세한 마나? 확실해? 저번에 괜찮다고 하던데."
"확실해. 미세하지만 메스가 가지고 있던 마나의 성질을 띄고 있으니까. 이건 내 추측인데, 네 앞이니까 괜찮다고 한 거 아냐?
"...젠장."
베로나는 메스라면 충분히 그런 말을 할 수도 있다는 것과 자신이 그것을 눈치채지 못한 것 때문에 욕설을 내뱉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떻게 할래?"
"...암살자들은 모두 죽인다. 그리고 경비병들을 모두 때려눕히고 메스를 구하겠어."
눈빛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고 착각될 정도로 살기에 가득 차 있었다. 듀로크가 식은땀을 흘릴 정도로 그녀의 눈빛은 매서웠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군.'
"내가 해줄 일은?"
"메스의 치료를 부탁해도 될까? 방해자들은 내가 다 처리해주지."
"알겠어."
그 말을 끝으로 베로나가 고속으로 이동하는 것이 느껴졌다. 듀로크는 벌써 암살자 1명의 마나가 사라지는 것을 느끼면서 묵념을 하고 지하감옥을 향해 걸어갔다.
"하암~"
어두운 지하에서 옅게 나오는 등불을 빛으로 삼아서 책을 읽는 이가 있었다. 그는 지겨운 모양인지 하품을 하며 느린 손놀림으로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걸어오는 발걸음이 들렸고 책을 읽고 있던 남성은 고개를 돌려서 누군지 쳐다보았다.
"교대시간이야?"
"그래. 별일 없었어?"
"응. 그냥 피를 토했을 뿐이라는거?"
"그거 괜찮은 거냐?"
"몰라. 죽지만 않으면 괜찮다고 했으니까. 초인이였던 녀석이 그렇게 쉽게 죽겠어?"
"하긴."
"그래도 확인 차원에서 한 번씩 쳐다보긴 해봐. 그 녀석 1명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교대로 서는 거잖아?"
"뭐...심심하면 한 번씩 쳐다볼게."
"그럼 난 자러 간다. 하암~"
경비병은 하품을 하며 책을 가지고 밖으로 나갔다. 교대한 경비병은 지하감옥에 있는 단 한 명의 인물을 향해 걸어갔다.
"으윽...악취는 여전하네."
경비병은 등불을 가까이 대고 감옥에 있는 인물을 관찰해보았다. 주변에는 오물로 가득했고 바닥에는 토한 피로 보이는 잔해들이 남아있었다. 혈색도 마치 곧바로 죽을 것 같이 좋지 않았고 삐쩍 마른 것이 어떤 상태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경비병은 그의 상태에 관심이 없었다.
"어이. 살아있냐?"
"....."
아무런 반응이 없는 무응답이었다.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고 듣고 있는 기색도 느껴지지 않았다. 경비병은 그래도 확인하기 위해서 얘기를 계속했다.
"지금 상황이 궁금하지 않아? 나이트가 어떻게 되었는지."
경비병의 그 말에야 인물은 고개를 느리게 들어서 경비병을 쳐다봤다. 경비병은 자신의 말에 반응하는 인물을 바라보고 재밌다고 생각하며 말을 내뱉었다.
"나이트가 우리 게덴에 얼마나 당하고 있는 줄 모르지? 지금도 나이트 녀석들은 우왕좌왕하고 있을 거야."
"....."
"우리 게덴이 나이트 수도를 친다는 소식이 있거든? 그러면 이제 나이트의 운명도 별로 남지 않았다는 거지."
"....."
경비병은 자신의 말을 그저 멍하니 듣고 있는 인물을 보고 흥이 식었다. 그때 갑자기 하나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아, 그러고 보니 이런 이야기도 있어. 베로나가 전장을 이탈했다라는."
"...베로나가?"
인물의 입에서 쇳소리 같은 목소리가 나왔고 귀에 거슬리는 음질이였지만 경비병은 기분 좋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그래. 누구 때문인지 몰라도 갑자기 전장을 이탈했다고 하더라고? 그런 다음에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
"그래서 그런지 포마스 국왕님이 무슨 행동을 취했다고 하는데 그게 그냥 헛소문일지 아닐지는 모르겠네."
"...바보 자식."
"바보? 확실히 바보긴 하지. 그럼, 너는 어떻게 생각..."
경비병은 인물에게 물어보려고 했지만 눈을 보고 말을 잇지 못했다.
불타고 있었다. 정신이 헤롱헤롱 한 자의 눈빛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눈이 불타고 있었다. 경비병은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쳤지만 이내 자신이 눈빛에 쫄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분개했다.
"어디서 눈을 부라려?! 엉?!"
경비병은 옆구리에 있는 강봉을 꺼내 들고 얼굴을 때리려고 했다. 하지만 강봉은 뭔가에 막힌 것처럼 중간에 멈춰서 움직이지 않았다.
"뭐,뭐야?!"
경비병은 당황하며 힘을 있는 힘껏 주었지만 강봉은 한 치도 움직이지 않았다. 이상하게 여긴 경비병이 강봉을 놓으려는 순간 경비병의 몸이 엄청난 속도로 벽으로 날아갔다.
콰쾅!!
"컥!"
벽에 파이면서 들어간 경비병은 이내 축 늘어졌다. 감옥 안에 있던 인물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그 광경을 지켜보았고 힘겹게 입을 열어서 얘기했다.
"...듀로크냐?"
"그 상태로 잘도 알았네."
듀로크가 투명화 마법을 풀면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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