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장 나이트 VS 게덴(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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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장 나이트 VS 게덴(20)
게덴의 북쪽에 위치해 있는 마을. 그 마을에는 약 10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서 살고 있었다. 하지만 인간만이 사는 것은 아니었다. 마을에는 딱 3명의 수인족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놀랍게도 노예가 아닌 수인족들이었다. 모든 수인족들이 노예가 아니지만 드문 존재임은 틀림없었다. 처음에 이 마을에 온 것은 약 5년 전이었다. 그것도 처음에는 2명의 수인족이 왔었다.
당연히 마을 사람들은 수인족을 바라보는 눈빛이 좋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수인족들은 대부분 노예의 신분을 가지고 있었기에 천대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2명의 수인족은 열심히 마을의 일을 도우며 살고 오랜 시간 끝에 마을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수인족 부부는 3년 전에 아이까지 얻어서 현재 3명이서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엄마. 아빠 언제 와?"
"아마 조금 있으면 오실 거란다."
"그래? 빨리 오시면 좋겠다."
"그럼 마중을 나가볼까?"
"응!"
딸인 노에는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었고 엄마 아나는 그런 딸을 귀여워 죽겠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아나와 노에는 손을 잡으며 집 밖으로 나왔고 그 둘을 본 중년 남성은 얘기를 걸었다.
"아나씨와 노에 아냐? 어디 가는 길인가?"
"응! 아빠 마중 가."
"그렇구나. 드레드씨는 아마 저쪽으로 가면 만날 수 있을 거야. 오늘은 농사일을 도와준다고 들었거든."
"고마워, 아저씨."
"인사도 잘하는구나. 착한 아이인걸?"
"헤헤~"
노에는 쑥스럽다는 듯이 뒤통수를 긁적였고 아나는 고개를 수그리며 인사를 했다.
"그럼 실례할게요."
"고생하구려."
중년 남성이 가리킨 곳으로 얼마 가지 않아서 아나와 노에는 찾고 있던 이를 만날 수 있었다.
"아빠~"
"응? 노에?"
딸인 노에는 아빠 드레드에게 달려가서 안겼고 드레드는 어깨에 노에를 얹어두었다.
"마중 나왔구나. 고마워서 이 아빠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
"헤헤~ 그럼 이따가 밥 먹고 놀아줘."
"으음...미안하지만 오늘은 엄마랑 얘기할게 있어서..."
"에에~"
"그럼 내일 놀아줄게."
"약속이야?"
"그럼. 약속."
아빠 드레드는 노에와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아나도 다가와서 드레드에게 얘기했다.
"무슨 이야기요?"
"그게...나중에 얘기하지. 조금 심각한 이야기야."
아나는 드레드의 표정을 보고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 집으로 돌아갔다.
"노에는 자고 있어?"
"예. 아마 업어가도 모를 거에요."
"그래..."
"대체 무슨 일이에요? 그렇게 심각한 표정을 짓다니."
아나는 몬스터의 숲에서 나왔을 때 이후로 이렇게 심각한 표정을 짓는 드레드를 보고 물었다.
"지금 게덴과 나이트가 전쟁하고 있는 건 알지?"
"예."
이런 변두리 마을이라고 해도 들려올 것은 모두 들려온다. 그래서 그들도 전쟁이 났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아까 들었는데 이번 전쟁에 수인족들이 대거 투입됐다고 하더라고."
"...그렇군요."
전쟁이 난다면 수인족들이 대거 투입될 거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이 되었다. 하지만 직접 얘기를 들으니 일의 심각성이 피부로 와닿았다.
"그런데 이번 전쟁에 투입된 수인족들은 정신지배를 받고 있다는 소문이 있더라고."
"예?"
"그리고 이번에 메스란 인물이 잡혔잖아. 그가 베로나님이랑 친한 사람이라고 하더군."
"베로나님이랑요?
베로나는 그들 부부의 부족 대표자였다. 이들 부부가 이렇게 행복한 삶을 즐기고 있는 것도 베로나 덕분이었다. 그렇기에 베로나와 관련된 얘기가 나오면 민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응. 그런데 베로나님이 그 메스란 인물을 구하지 못하는게 아마 우리 때문인 것 같아."
"그럴 수가..."
"아나.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까? 나 혼자였다면 아마 반란군에 들어갔을 거야."
"반란군.."
반란군은 지금 현재 게덴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집단으로 대부분이 수인족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일부 인간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반란군으로 추측되는 인물이 잡히면 사형당한다는 것을 익히 들어서 아나의 얼굴은 굳어졌다.
"하지만 지금은 나 혼자가 아니잖아? 당신도 있고 딸도 있어. 그런 상황 속에서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 베로나님은 우리를 위해서 희생하고 있고 수인족들은 점점 대우가 나빠지고 있어. 여기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여보."
"그런 생각이 계속 맴돌고 있어서...당신의 의견을 듣고 싶어."
"저는..."
아나는 뭐라고 해야 할지 고민했다. 자신과 딸까지 생각한다면 반란군에 들어가지 말라고 하고 싶었다. 하지만 베로나와 남편의 상황까지 생각한다면 그렇게 얘기하기도 힘들었다.
"고민할 거 없어."
"아나. 뭐라고?"
"예? 저는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여기야. 여기. 수인족들도 평화에 찌들면 약해지는군."
아나와 드레드는 옆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흠칫하며 몸을 뒤로 내뺐다. 그곳에는 생전 처음 보는 남자가 서 있었다.
"당,당신 누구야?"
드레드는 손에서 발톱을 꺼내 들고 얼굴이 짐승으로 변하면서 수인화를 진행하였다. 옆에 있는 아나도 드레드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런 변화에도 남자는 피식 웃으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어이, 수인화는 그만두는게 좋을 거야. 네 아이가 다치는 꼴을 보고 싶지 않으면."
"노에!"
남자의 손에는 어느새 딸인 노에가 잡혀 있었다. 노에는 그 와중에도 자고 있는 모양인지 축 늘어져 있었다.
"...우리에게 대체 어떤 것을 원하는 거냐?"
"뭐든지 할테니 딸은 건드리지 말아주세요!"
남자는 부부가 순순히 따르는 것을 보고 흡족해하는 미소를 지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야. 너희들의 죽음."
"...뭐?"
"예?"
둘은 남자가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되물었다.
"상부에서 연락이 왔거든? 너희 부족원들을 모두 몰살시키라고. 지금까지 수인족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만족스럽잖아? 그러니 죽어줘야겠어."
"어디서 개소리를?!"
"어허. 가까이 오지 마. 나도 모르게 찌를 수도 있으니까."
남자는 품속에서 단검을 꺼내서 노에의 목 근처에 얹어두었다. 드레드는 그 행동에 움직이지 못했고 아나는 울먹이며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
"이 녀석은 수면제로 재웠으니 웬만해서는 일어나지 않을 거야. 그럼 어떻게 할까? 자살할래? 아니면 내가 죽여줄까? 아, 여자는 내가 즐기고 죽여줄 테니까 걱정 말고."
"이 자식이..."
드레드는 이빨을 갈며 눈앞에 있는 남자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지 머리를 굴렸지만 딱히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빨리 정하는게 좋을 거야. 아니면 어떻게 될지는 알겠지?"
"여보..."
옆에서 울먹이며 자신을 바라보는 아나를 쳐다보고 드레드는 힘겹게 고개를 끄덕이며 결단을 내렸다.
"알,알겠다. 자살할 테니 칼을 빌려주지 않겠나?"
"쓸데없는 짓을 하면 그걸로 끝인 줄 알아."
남자는 옆구리에 있는 칼을 드레드에게 던져주었다. 칼은 바닥에 떨어지면서 쇳소리를 내었고 드레드는 느린 움직임으로 칼을 주워들었다. 아니, 주워들려고 했다.
"그럴 필요 없다."
푹!
"....."
한순간 남자의 눈을 부릅뜨면서 몸이 굳었다. 드레드와 아나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고 그 순간 남자의 몸이 앞으로 꼬꾸라졌다.
"노에?!"
남자의 몸이 앞으로 쓰러지면서 동시에 노에도 떨어지려고 해서 드레드와 아나는 몸을 날리려고 했다. 하지만 노에의 몸은 공중에 잡혀서 안전하게 매달려있을 수 있었다.
드레드와 아나는 고개를 들어서 새롭게 나타난 인물을 관찰하였다. 깨끗하고 질 좋은 가죽 옷을 입고 코와 입에는 천으로 감싸고 있었다. 옆구리에는 표창과 단검이 수두룩하게 걸려 있었고 체형을 통해서 남성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당,당신은?"
"누군지 몰라도 돼. 그저 너희들을 구하기 위해서 움직였다고만 알고 있어."
드레드와 아나는 자신을 위협했던 남성의 목 뒤에 단검이 박혀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아~ 타왕국에다가 이런 변두리까지 와서 임무를 해야 하다니. 보상이 좋긴 하지만 귀찮은건 어쩔 수 없네."
"감,감사합니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됐어. 우리도 그렇게 떳떳한 입장은 아니니까. 아니...이제는 다른가? 그리고 확인 차원에서 얘기하는데."
"예."
"너희들 베로나와 같은 부족원들 맞지?"
드레드와 아나는 그의 물음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서 주저했다. 하지만 그것을 충분히 아는 모양인지 남자는 얘기했다.
"너희 부족원들을 모두 구해주는게 우리 임무니까 제대로 얘기해."
"예. 맞습니다."
"역시 정보는 정확하군. 이거 우리가 한 수 떨어지는 것을 인정해야겠는데?"
"이 은혜는 어떻게 갚아야?"
"나도 명령을 받고 움직이는 거니까 됐어. 그냥 참고로..."
"?"
"라이언 왕국을 좋은 눈길로 봐주는 거면 족해."
그 말을 끝으로 남자는 모습을 감추었다. 드레드와 아나는 자신들이 꿈을 꾼 것마냥 멍하니 있었고 이런 일은 게덴 왕국의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드라미스를 쳤다고?!"
"이 개자식들이! 어서 빨리 회군해야 합니다."
"여기서? 골레사스 평원에서 수도까지는 아무리 빨라도 5일은 걸린다. 하지만 그에 비해 드라미스에서 수도는 걸어서 겨우 3일. 제시간에 맞힐 수 없다!"
"그러면 여기서 가만히 기다리자는 겁니까?!"
"오히려 이럴 때야말로 게덴의 수도를 쳐서 회군을 하도록 해야 한다."
"게덴 녀석들이 수도를 공격당한다고 회군할 것 같습니까?"
"그건..."
전령이 가져온 소식에 나이트의 간부들이 치열하게 회의를 진행하였다. 하지만 의견이 하나로 통일되지 않고 있었다. 그만큼 상황은 심각했고 그들의 표정에서 그런 조급함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조용!!"
하지만 그런 혼란스러움도 한 목소리에 의해서 진정되었다. 그 목소리는 바로 아무드 국왕이었다.
"크리드."
"예."
"여기서 수도로 텔레포트 할 수 있는 인원은 최대 몇 명이지?"
"100명이 한계일 겁니다."
"100명이라...크리드. 휴나 남작과 히드 백작, 그리고 상급 기사들과 함께 텔레포트로 이동해라."
"알겠습니다."
"나머지는 지금 바로 출발할 준비를 해라. 회군한다."
"알겠습니다!"
아무드 국왕의 말에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고 간부들은 모두 병력집결에 나섰다. 아무드는 크리드와 단둘이 남은 것을 확인하고 얘기했다.
"크리드. 수정구슬을 가져와주십쇼."
"예."
크리드는 아무드의 명령에 따라서 마법사 1명을 데리고 왔다.
"수도에 연락을 취해라. 그리고 실로스 후작님과 연결해라."
"예."
마법사는 수정구슬을 들고 마나를 불어넣으면서 중얼거렸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실로스 후작의 모습이 수정구슬에서 나타났다.
"전하. 찾으셨사옵니까?"
"실로스 후작님. 게덴이 쳐들어오고 있다는 소식은 들었습니까?"
"예. 그에 맞혀서 수도 방어작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100명을 보내겠습니다. 소드마스터 3명과 상급 기사 100명이면 큰 전력이 될 겁니다."
"감사합니다. 전하."
"...드라미스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게덴의 함선이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피난을 시작하여 많은 국민들이 피난했지만...그래도 피해가 났습니다."
"후...게덴의 경로는?"
"수도로 일직선으로 오고 있습니다. 현재는 드라미스를 거쳐서 노티카로 오고 있습니다."
"남은 시간은?"
"예상으로는 약 40시간입니다."
"우리도 최대한 빠르게 가보겠습니다. 꼭 우리가 도착할 때까지 버텨주십쇼."
"염려마십쇼. 소신이 몸을 바쳐서라도 수도를 지키겠습니다."
"미안합니다. 이런 약한 왕이여서."
"그런 말씀하지 마십쇼. 전하를 옆에서 보좌하기 위해서 저희가 존재하는 것이지 않겠습니까?"
"....."
아무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부끄러웠다. 자신이 약하기에 이런 부탁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부끄러웠다. 실로스 후작은 아무드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을 아는 모양인지 웃으며 얘기했다.
"전하. 전하는 나이트를 이끄시는 분입니다. 전하께서 하시는 말에 나이트가 움직이고 따릅니다. 이 정도의 일로 부끄러워하시면 안 됩니다. 전하는 나라의 정점에 있으신 분 아니십니까?"
"그...렇군요."
"소신은 이만 준비 작업에 나서겠습니다. 크리드는 좀 이따 보게나."
"예."
그것으로 수정구슬의 영상이 사라졌다. 마법사는 고개를 수그려 인사를 한 후에 나갔고 크리드와 아무드 단둘만이 남아있었다.
"...크리드."
"예."
"제가 한심해 보이지 않습니까?"
"...보이지 않습니다."
"왜죠?"
"국왕전하께 그런 생각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습니다."
"그럼 국왕의 신분이 아니였다고 한다면?"
"그렇다 해도 그런 생각은 없습니다."
"왜죠?"
"전하께선 누구보다 나이트 왕국을 사랑하시고 아끼기에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까?"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크리드는 자신도 준비를 하러 막사에서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나가기 전에 아무드 국왕에게 한마디를 해주었다.
"전하."
"예?"
"그래도 저는 전하께서 우울해 하시는 것보다 힘차게 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
크리드는 그 말을 끝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가만히 앉아있던 아무드는 두 손으로 자신의 뺨을 세게 때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그래야지. 우울해있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나?"
아무드는 자신을 격려하고 이내 병력 소집을 하는 것을 도와주기 위해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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