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장 나이트 VS 게덴(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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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장 나이트 VS 게덴(19)
골레라스 평원에서 전투가 벌어진지 5일이 지난 시점에 나이트 진영은 한창 병력 정비를 끝마치는 와중이었다. 수많은 부상자들을 치료하고 부대를 재집결하고 전략을 세웠다.
워낙 부상자가 많다 보니 상당한 시간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 와중에 중앙 사령부에서는 많은 간부들이 모여서 회의를 하고 있었다.
"크리드. 재정비는 거의 끝났나?"
"예. 90% 이상 끝났습니다. 오늘 안에 정비를 마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게덴 진영 움직임은?"
"평원에 최소한의 병력만을 두고 모두 회군했습니다."
"흠...게덴도 정비를 하는 시간이 필요하긴 하겠지. 게덴을 상대할 전략은 나왔나?"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임시방편을 세워두긴 했습니다. 사령관을 죽이거나 사용하는 마법 아이템을 뺏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이 경우 암살자를 사용해야 하는데 암살자의 질적인 차이가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확실히 그레이드 남작이 말한 대로 소드마스터를 상대할 정도라면 힘들겠군. 다른 방법이 있나?"
"적 사령관까지 한 번에 죽일 정도로 광범위한 공격을 하는 수가 있지만 골렘들이 보호해줄 수 있어서 효율이 좋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군."
아무드는 실제로 한숨을 쉬지는 않았지만 내뱉고 싶은 마음이었다. 정확한 해결 방법이 없을뿐더러 상황도 좋지 않았다. 더구나 자신들이 전쟁을 주도적으로 끌고 가는 것이 아니고 끌려가는 형세를 보여주고 있었다.
'게덴의 움직임에 눈치를 봐야 한다니. 후...스승님의 빈자리가 이렇게 크구나.'
정신적 지주라고 할 수 있는 메스가 없으니 이렇게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적었다. 더구나 사기가 떨어져 있는 병사들을 이끌어주기에는 메스만한 이가 없었다. 국왕인 자신보다 스승인 메스가 더 영향력이 있다는 것은 슬프게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었다.
'스승님이 있었다면 아마 이렇게 말씀하셨겠지. 자기가 들어가서 사령관을 죽일 테니 염려말라...고'
필히 자신이 알고 있는 메스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거라는 것을 아무드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메스의 힘을 빌릴 수는 없었다. 국왕다운 모습을 보여주며 그의 빈자리를 자신이 메꿔야 했다.
"휴나 남작과 히드 백작은 괜찮은가?"
"예! 전하께서 걱정해주신 덕분에 완치했습니다!"
"움직이는데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아무드의 질문에 앉아있던 휴나 남작과 히드 백작은 힘차게 대답했다. 그들은 소드마스터라는 초인을 증명하듯이 범인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신체 회복력이 뛰어났다. 더구나 마법으로 인한 치료까지 거쳐서 완치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크리드. 실로스 후작에게 보고는 해두었나?"
"예. 자신이 어떻게든 해결 방안을 찾아본다면서 전하께 걱정 마시라고 전해달라 했습니다."
"마음이 든든해지는 말이군. 고맙다고 전해주게나."
"예."
임시로 만든 사령부 막사에 모여있는 간부들이 모두 조그마한 웃음소리를 내뱉었다. 아무드 국왕은 이런 화목한 분위기 속에서 얘기해야겠다고 결심하며 헛기침을 했다. 아무드가 헛기침을 하자 시선이 모두 그에게 쏠렸다.
"지금 상황이 우리에게 불리하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모두 인정하지 않을 뿐이지. 안 그런가?"
"....."
아무드의 직설적인 말에 모두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아무드의 얘기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지금은 불리하더라도 이내 나이트가 전쟁을 이끌어갈 거라는 것을. 왜냐하면 그대들이 있으니까."
"전하..."
"우리들이 누군가? 명예를 중시하며 온갖 고난을 헤쳐나갈 수 있는 기사들이다. 그런 기사들이 이런 상황이라고 해서 의기소침해 있으면 안 되지 않겠나?"
아무드 국왕의 말은 그들의 마음에 정확히 꽂혀 들어갔다. 한번 전투에 졌다고 분위기가 다운되어있는 자신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서로의 얼굴을 바라본 기사들은 이내 일어나며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전하. 약한 모습을 보여드렸군요."
"전하의 말이 맞습니다. 저희 기사들은 이런 상황쯤은 헤쳐나갈 수 있습니다."
"그까짓 게덴 녀석들 뭉개버리면 됩니다. 우리가 꿀릴게 없습니다!"
"맞습니다!"
흥분하는 간부들을 아무드는 진정시키고 이어서 얘기했다.
"그 말대로 우리가 게덴보다 못한 점은 없다. 그저 지금이 불리할 뿐이다. 나는 생각한다. 지금 이 자리에 스승님이 있다면 뭐라 하셨겠냐고. 아마 이럴 것이다."
"....."
"그까짓 게덴 녀석들 내가 혼자서 쓸어버리지. 너희들은 어디 가서 차나 마시면서 구경이나 하고 있어...라고."
"그분이라면 충분히 그런 말을 하실 겁니다."
"암! 그러고도 남을 분이시지."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아무드의 말에 동의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스승님이 없다. 그렇다면 그것을 우리가 해야 하지 않겠나?"
"맞습니다! 우리가 해야 합니다!"
간부들이 일어나면서 격하게 동의를 표현했고 아무드는 사기가 적절히 올랐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때 예상을 훨씬 벗어가는 일이 일어났다.
"전,전하! 속보입니다!"
헐떡이고 안색이 창백한 전령이 막사를 급하게 들어왔다.
"무슨 일인가?"
"전,전하. 크,큰일이...발,발생했습니다."
"침착하고 얘기하라!"
전령의 더듬는 목소리에 옆에 있던 간부가 소리쳤고 전령은 움찔거리며 더욱 안색이 창백해졌다. 아무드 국왕은 그런 간부에게 손을 들어서 제재하고 전령에게 얘기했다.
"진정해라.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을 테니까."
"후...하...예. 얘기하겠습니다."
심호흡을 한 후에 전령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임시 사령부에 있는 이들의 뒤통수를 모두 강타하였다.
"게덴이 드라미스를 쳤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수도를 향해 전진해 오고 있답니다."
드라미스. 오티넘과 똑같이 해상도시에 해당하는 나이트의 도시. 평화의 도시 오티넘만큼은 아니지만 드라미스도 평화스러운 도시였다. 하지만 오티넘이 함락당한 이후로 경계를 강화하였고 덕분에 게덴의 함선이 오는 것을 빠르게 포착할 수 있었다.
뎅뎅뎅!!!
"게덴 함선 발견!!"
"숫자는?!"
"20여 척...30여 척...점점 늘어납니다!"
"젠장!"
드라미스의 경비대장은 함선이 늘어난다는 말을 듣고 승산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현재 나이트 왕국의 병력은 전면전을 치르기 위해서 대부분이 빠져나가 있었다. 그건 드라미스도 마찬가지였다.
원래의 병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게덴의 공격을 막을 확률이 낮은데 병력이 거의 최소한만 유지하고 있어서 방어할 확률은 제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경비대장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병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모두 후퇴준비를 하여라!!"
경비대장의 말에 경비병들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경비대장은 지나가는 몇 명의 경비병을 붙잡아서 얘기했다.
"너는 영주님에게 빨리 후퇴해야 한다고 전해라! 너는 마법사에게 이 사실을 국왕전하께 보내야 한다고 전하고. 너는 마을 주민들에게 피난을 권고해라!"
"예! 알겠습니다!"
명령을 받은 경비병들이 일제히 소리치며 달려갔고 경비대장은 자신도 피난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몸을 움직였다.
"튀는 거 하나는 잽싸군. 하지만 보기 싫은 풍경은 아니네. 그 나이트가 무서워서 꽁지 빠지게 튀는 꼴이라니. 크크큭."
유피안 백작은 망원경으로 보이는 드라미스의 광경에 웃었다. 그는 포마스 국왕의 명대로 골레라스 평원에 있는 전력의 대부분을 가져왔다. 거기다가 포마스 국왕은 추가 병력까지 주었다.
수백 개의 골렘, 정체를 알 수 없는 몬스터에다가 몇만의 수인족까지. 더구나 공격기능은 없지만 다른 함선보다 몇 배는 빠른 쾌속 함선까지 주면서 10만이 넘는 대군을 5일만에 드라미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전 함선 닻을 내려라. 하선한다."
유피안 백작의 명령에 맞혀서 전 함선이 드라미스의 해안에 정착했고 그에 맞혀서 병력들이 모두 하선하기 시작했다. 10만의 수인족과 인간들, 수백의 골렘, 200여 마리의 검은 몬스터, 100여 개의 마법포까지 모두 드라미스의 땅을 밟았다.
"벌써 모두 도망갔나? 조용하군."
모든 병력이 내리는 동안 도망갔는지 성문에는 아무런 인기척이 들리지 않았다. 유피안 백작은 그런 성문을 향해 손짓으로 가리키고 골렘에게 명령했다.
"성문을 부숴라."
유피안 백작의 명령이 끝나자마자 5기의 아이언 골렘이 움직여서 성문을 향해 걸어갔다. 성문의 높이는 약 30미터. 완전히 쇠로 되어있는 철문이었다. 하지만 5기의 아이언 골렘이 일제히 주먹으로 성문을 강타하자 성문이 조금씩 우그러들기 시작했다.
쾅! 쾅! 쾅!!
얼마 되지 않는 시간이 지나서 철문이 버티지 못하고 입을 열었고 아이언 골렘은 힘을 사용해서 억지로 문을 열었다. 유피안 백작은 문이 열린 것을 흡족해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얘기했다.
"전군 전진한다! 목표는 나이트의 수도 클리스톰! 중간에 걸리적거리는 것은 모두 없애버리고 간다!"
10만이 넘는 대군이 열린 성문을 향해 전진했고 착실히 수도를 향해 접근하고 있었다.
"영주님! 빨리 몸을 빼셔야 합니다!"
"아직 주민들이 모두 빠져나가지 않았다!"
"경비병들이 피난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영주님도 어서!"
영주인 네메실은 게덴의 침공소식을 듣자마자 주민들의 피난을 도와주었다. 많은 주민들이 피난을 하기 시작했지만 아직도 많은 이들이 남아있었다. 그런 와중에 더 좋지 않은 소식이 들려왔다.
"게덴이 성문을 열었다고 합니다! 빨리 피난을!"
"...젠장!"
네메실은 욕을 내뱉으면서 자신의 몸을 잡고 계속 소리치던 기사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아직도 남은 수많은 주민들이 눈에 계속 들어왔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여기 마차를 타십쇼."
기사는 어느새 마차를 준비했는지 2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어서 여기 타십쇼!"
"어디로 이동하는 거지?"
"제일 가까운 노티카로 가려고 합니다."
"...알겠다."
네메실은 남겨둔 주민이 계속 생각났지만 이내 마차에 들어갔다. 아니, 들어가려고 했다.
"어딜 가게?"
처음 듣는 목소리에 네메실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고 반사적으로 검을 꺼내 들어서 등 뒤로 휘둘렀다. 하지만 검은 놀랍게도 중간에 막혀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보자마자 칼질이라니 너무 한 거 아냐?"
"넌 대체 누구냐?"
네메실은 온 힘을 다해서 검에 힘을 주고 있었는데 검과 부딪히고 있는 갈고리는 일절 움직이지도 않고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인물은 온몸을 검은 옷으로 감싸고 있었고 심지어 얼굴까지 검은 가면을 쓰고 있었다.
"나? 누군지 몰라도 돼~ 어차피 넌 여기서 죽을 거니까~"
인물의 뒤에는 아까까지 얘기하고 있던 기사들이 시체로 변해있었다. 그 짧은 사이에 그것도 죽는 것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라는 것은 눈앞에 있는 인물이 상상을 초월하는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하앗!"
네메실은 기사지만 실력이 좋은 기사가 아니였다. 기껏 해봐야 익스퍼트 초급. 그래도 가만히 앉아서 죽을 수는 없기에 가지고 있는 마나를 끌어모아서 검에 몰아넣었다. 그리고 그대로 검을 눈앞에 있는 인물을 향해 그었다.
챙그랑!! 철푸덕.
"...어?"
쇠가 단단한 것과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뭔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네메실은 뭔가 허전한 것을 느끼면서 떨어진 것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팔과 검이라는 것을 보고 그는 소리쳤다.
"으아아악!!"
엄청난 고통이 몰려왔다. 고통에 휩싸인 네메실은 울부짖었고 그런 네메실을 인물은 키득거리며 좋아하고 있었다.
"킥킥킥. 좋아~ 더 좋은 비명을 울부짖으라고. 응?"
"이,이 자식이!"
네메실은 남은 쪽 팔로 암살자를 치려고 했지만 닿기도 전에 팔이 떨어지고 말았다. 네메실은 또 비명을 질렀고 인물은 두 손으로 네메실의 얼굴을 잡고 얼굴을 들이대었다.
"다음은 어디야? 다리? 몸? 발톱? 눈? 인간은 보면 참 생명력이 끈질기단 말이야~ 안 그래? 킬킬킬."
가면의 사이에 보이는 눈에는 광기와 집착만이 가득했고 네메실은 그런 인물을 향해 침을 뱉으며 얘기했다.
"네,네 녀석 맘대로 될 것 같냐!"
네메셀은 혀를 입 밖으로 내밀고 이빨로 혀를 씹어서 잘랐다. 두 동강 난 혀에서 피가 콸콸 흘러나왔고 그는 잘린 혀를 내뱉으며 다시 인물을 향해 침을 뱉었다. 인물은 그런 네메실을 보고 재밌다는 듯이 폭소를 하였다.
"재밌네~ 재밌어. 근데 그거 알아? 너의 출혈량으로 봤을 때 네가 죽기까지 남은 시간은 대략 2분."
인물은 과도 같은 조그마한 단검을 손에서 꺼내 들고 얘기했다.
"그때까지 즐기다가 가게 해줄게~"
네메실은 눈앞에 있는 자를 보고 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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