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장 나이트 VS 게덴(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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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장 나이트 VS 게덴(18)
"그럼 먼저 네가 움직일 수 없는 이유를 말해봐."
"움직일 수 없는?"
"그래. 네가 어떤 것 때문에 포마스 국왕의 말을 따르는지 말이야. 무슨 이유가 없었으면 메스가 잡혔을 때 네가 가만히 있지 않았겠지."
베로나는 역시 듀로크라며 감탄을 하고 자신이 처한 상황을 얘기했다.
"내가 포마스를 따르는 이유는 우리 부족이 인질로 잡혀 있어서 그래. 그들에게는 항상 암살자들이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어서 포마스가 명령을 하는 순간 내 부족원들은 죽을 거야."
"흐음?"
"지금 이 순간에도 내 부족원들이 어떻게 됐을지 몰라. 무단으로 전장을 이탈했으니까."
"그러니까 너는 부족원들이 잡혀 있어서 따르고 있다는 거지?"
"응."
"솔직히 얘기해도 되냐?"
"물론."
"솔직히 너 정말 바보 같아."
"나도 알아. 하지만 내가 어떻게 하려고 했을 때는 벌써 늦은 상태였어."
"너는 지금 부족원과 메스 둘 다 구하려는 거잖아? 토끼 두 마리를 동시에 잡으려고 하는 꼴이지."
"그게 무슨 소리야?"
"간단히 말해서 두 개를 다 하려고 무리를 한다는 거야."
"그건 알아. 그러니 네게 부탁을 하려고 온 거잖아."
감정 변화 없이 당당하게 말하는 베로나를 보고 듀로크는 피식 웃으며 얘기했다.
"암살자들의 실력은?"
"높지 않아. 익스퍼트 상대하는 수준."
"부족원들의 위치는 알아?"
"절반 정도는."
"부족원의 숫자는?"
"모두 합해서 112명."
"메스의 위치는?"
"왕성의 지하감옥."
내용은 심각하지만 두 사람은 가볍게 얘기하고 있었다. 그런 광경을 스가 옆에서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고 로그는 조금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았다.
"그럼 내가 해줘야 하는 것은 부족원들과 메스를 구하면 되는 거지?"
"잠깐. 메스만 구해주는 거 아냐?"
"네가 국왕이 되려면 걸리적거리는게 없어야지."
"왜 나를 그렇게 국왕으로 만들려고 하는 거야?"
"말했잖아. 나중에 도와달라고 할 때 도와달라고."
"그것뿐이 아닌 것 같은데?"
"...쓸데없이 눈치는 빠르네."
듀로크는 한번 기지개를 핀 후에 얘기했다.
"네가 알다시피 지금 게덴 왕국에는 거슬리는게 많아. 갑자기 나타난 나가들과 돈으로 사들인 마법포와 골렘들. 그리고 제일 신경 쓰이는 정신지배 마법과 검은 몬스터. 이거는 배후에 어떤 세력이 있다고 생각해도 무리가 아니지."
"그래서?"
"그래서 내가 직접 조사는 해야겠다고 생각은 했었어. 그런데 명분이 없었지. 그 상황 속에서 네가 온 거야. 그러면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겠어?"
"...나를 명분으로 내세워서 행동하겠지."
"그래. 너와 나는 딱 서로 필요할 때 만난 거야. 뭐, 상부상조한다는 거잖아?"
"...그렇네. 그럼 내가 해야 하는 것은 뭐지?"
"우선 날 따라와. 내 밑에 있는 애들과 상의를 해야 하니까."
"그러도록 하지."
"근데 옆에 있는 이 녀석은 어떻게 할 거야?"
듀로크는 스를 가리키며 물어봤다.
"이 녀석이 데리고 있는 세력은 도움이 될 거야. 스, 세력이 얼마나 돼?"
"수인족 천여 명, 인간 정예병 300여 명이 있다."
"실력은?"
"당신이 얼마나 괴물인지는 모르겠지만 우습게 볼 이들이 아니다."
듀로크의 물음에 스는 발끈하며 얘기했지만 듀로크는 피식 웃었다.
"그래? 그러면 너도 따라와. 쓸만하다는 것을 증명해주길 바래."
"바라던 바다!"
"그럼...로그. 지금까지처럼 부탁한다."
"예. 염려마십쇼."
듀로크는 그대로 베로나와 스를 데리고 텔레포트 마법을 사용하여 사라졌다. 남아있던 로그도 자신이 있던 곳으로 사라졌고 옆에서 지켜보던 오크들은 그저 멍하니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여기는?"
"내 방이야. 라이언 왕국에서의."
"라이언 왕국에서?"
"응. 잠시만 기다려봐."
듀로크는 방 안에 있던 수정구슬을 손안에 집고 마나를 불어넣었다. 그러자 얼마 되지 않아서 수정구슬에 영상이 틀어지면서 한 명의 인물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듀로크님.]
"응. 얘기 좀 하고 싶은데 내 방으로 올래?"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쉐이드가 어디 있는지 알아?"
[찾아서 같이 방문하겠습니다.]
"그래? 알겠어."
듀로크는 영상마법을 끊은 후에 베로나와 스에게 얘기했다.
"아무대나 앉어. 아마 조금 시간이 걸리기는 할 거야. 자세한 얘기는 쥬디아가 오면 얘기하자."
"쥬디아?"
"어? 응. 라이언 왕국의 정보장이야. 쉐이드는 암살단장이지."
"암살단장?"
"어. 아마 기습을 한다면 너도 당할 수도 있을걸?"
"그거 참 재밌는 소리군."
"농담 아니야."
"농담이 아닌지 맞는지는 만나면 알겠지."
베로나가 의미심장한 눈빛을 지으며 얘기했지만 듀로크는 그러든지 말든지 상관없다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 올렸다. 그때 문에서 노크하는 소리와 함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듀로크님. 쥬디아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응? 어. 엄청 빨리 왔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는 바로 쥬디아와 쉐이드였다.
"어떻게 이렇게 빨리 왔어?"
"쉐이드님이 이 방으로 오고 계시는 것을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응? 어쩌다가?"
"마나가 움직이는 기운이 느껴져서 말이지. 더구나 느껴보지 못한 기운이 감지해서 들렀다."
쥬디아는 일하다 온 모양이였는지 편한 복장을 입고 있었고 쉐이드는 언제나 한가지의 옷만 입는 모양인지 암살자의 표본이라 할 수 있는 옷을 입고 있었다.
"응?"
쉐이드는 방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다가 자신의 주위를 압박하는 기운을 느끼고 멈칫했다. 그리고 그 기운이 눈앞에 있는 수인족의 여자가 뿜어내는 것을 눈치챘다.
"뭐하는 짓이지? 한번 붙자는 건가?"
"헤에? 거짓말이 아니였네."
베로나는 자신의 기운을 받으면서도 가볍게 얘기하는 쉐이드를 보고 듀로크가 말한 것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거기다 쉐이드는 자신의 기운으로 베로나가 뿜어내는 기운에 대항했다.
스스스스...
음산하고 검은 기운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의 기운은 전장을 수없이 겪은 자만이 알 수 있는 죽음의 기운이었다. 베로나는 눈앞에 있는 쉐이드의 손에 죽은 존재가 수없이 많다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어디서 만났는지는 물라도 상당히 괜찮은 얘를 구했네."
"내가 인재 운은 좋거든."
"훗, 어떻게 만났는지는 당신은 상상도 하지 못할 거다. 그리고 이 도발은 나한테의 도전이라고 받아들이면 되겠나?"
"헤에? 도발이라면 어쩔 건데?"
"걸어오는 싸움은 피하지 않는 주의지."
쉐이드의 두 손에는 어느새 단검이 잡혀있었고 투지로 가득한 눈으로 베로나를 바라보았다. 베로나는 씨익 웃으면서 주먹을 쥐고 일어나 자세를 잡았다.
옆에서 보는 쥬디아는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고 스는 심각한 표정으로, 듀로크는 가면을 쓰고 그저 팔짱을 끼며 가만히 쳐다보았다.
"흐읍!"
"핫!"
베로나와 쉐이드는 서로를 향해 돌진했다. 베로나는 주먹으로 쉐이드는 두 단검을 무기 삼아서 다가갔고 무기를 내디뎠다.
쾅!!
"뭐야?"
"이건?"
부딪힌 두 사람은 동시에 의아성을 내뱉었다. 그 이유는 주먹과 단검이 서로 부딪히지 못하고 중간에 투명한 막에 막혀서 전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자자, 거기까지. 서로 간의 대련은 추후에 하라고. 지금은 그게 중요한게 아니잖아?"
"...쳇."
"알겠다."
베로나와 쉐이드는 듀로크의 말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무기를 거두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들은 역시 9서클 마법사라며 속으로 감탄하고 있었다.
"휴...이제 진행을 진행해도 되겠습니까?"
쥬디아는 한숨을 쉬고 안도하며 듀로크에게 물어봤다.
"응. 쥬디아, 네 밑에 있는 애들은 지금 전장에 있는 거야?"
"상당수가 정보 수집을 위해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물론 위험하거나 전투에 관련된 일은 쉐이드님의 휘하에 있는 분들이 맡고 있습니다."
"이번에 게덴과 나이트의 전쟁한건 알고 있지?"
듀로크는 쉐이드를 바라보며 얘기했다.
"물론이다. 정보에 빠삭한 암살자의 수장인 내가 그걸 모를 리가 없지."
"그럼 얘기하기 쉽겠군. 이번 전쟁을 지켜본 결과 현재의 게덴은 그냥 두면 안 된다는 결론이 났어. 그래서 우리가 개입하려고 해."
"명분은?"
"얘를 국왕으로 만들려고 해."
듀로크는 가볍게 베로나를 지목하며 얘기했지만 내용은 가볍지 않았다. 쉐이드는 눈썹을 움찔거렸고 쥬디아는 입을 떡하니 벌리며 놀라워했다.
"이 녀석이 누구길래 그렇지?"
"녀석은 아니지. 여자니까. 뭐...수인족의 대표 인물이라고 하면 되나?"
"할 말은 많지만 꼭 틀린 것은 아니지."
"하여튼 게덴에게 개입하려고 하는데 너희들의 힘이 필요해서 이렇게 부른 거야."
"해줘야 할 일이 뭐지?"
듣지도 않고 물어보는 쉐이드를 보고 듀로크는 조금 놀라워하며 물어봤다.
"듣지도 않고 하겠다고 결정하는 거야?"
"어차피 하겠다고 결심했으니. 그리고 받은 만큼 돌려줘야겠다고 생각할 뿐이다."
"응? 무슨?"
"솔직히 말해서 현재 내 휘하에 있는 암살자들은 지금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네가 말한 대로 급여도 나오고 암살자들에 대한 인식도 좋아지는 편이니까."
"그럼 다행이고. 쥬디아도 괜찮아?"
"예."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쥬디아를 본 듀로크는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고마워. 그럼 구체적인 얘기를 할게. 우선 크게 해야 할 일은 메스의 구출과 베로나의 부족원들을 관찰하고 있는 암살자들의 제거. 너희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암살자들의 제거야."
쥬디아와 쉐이드는 침묵을 유지하는 것으로 듀로크의 말을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부족원의 절반은 베로나가 알고 있대. 그래서 그 절반의 위치를 알아내는 것을 쥬디아에게 맡기고 싶어. 그리고 부족원들의 근처에 있는 암살자들의 제거를 쉐이드에게 맡기고 싶고."
"가능할 것 같습니다."
"암살자들의 실력은?"
"익스퍼트를 상대할 정도라는데?"
"풋."
쉐이드는 가소롭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부족원들을 다치지 않게 할 수 있어?"
"실패하는게 더 어렵다고 말할 수 있겠군."
"근데 시간이 촉박할 수도 있어. 암살자들이 이미 움직였을 수도 있거든."
"그건 이 정보장이 얼마나 빠르게 알아오는지에 달렸지."
"쥬디아, 얼마나 걸릴 것 같아?"
"부족원들의 총 숫자가 몇 명입니까?"
"총 112명이라고 했어."
"그럼 약 60명이군요...대충 이틀이면 될 것 같습니다."
"단 이틀?"
"이틀이라고?!"
옆에서 듣고 있던 베로나와 스는 놀라운 감정을 숨길 수 없었고 듀로크는 그들이 놀라워하는 표정에 흡족해했다.
"좋군. 그럼 쥬디아와 쉐이드는 부탁할게."
"알겠습니다. 그럼 지금 바로 움직이겠습니다."
"나도 얘들을 모아서 미리 얘기하겠다."
쉐이드와 쥬디아는 그 말을 끝으로 방을 나갔고 베로나와 스는 아직도 멍하니 그 뒤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중에 라이언 왕국의 국력에 대해서 다시 조사해야겠네."
"조사해봤자 나오지도 않을걸? 가드가 얼마나 센데. 그리고 스라고 했나?"
"그,그렇다."
스는 듀로크가 물어보는 말에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쉐이드와 쥬디아가 일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나와 베로나는 메스를 구출해낼 거야. 그러면 너는 그때 가지고 있는 세력으로 반란을 일으켜."
"반란?!"
"그렇게 바로?"
"원래 할 때 바로 해야 효율이 좋은 거야. 그리고 반란도 한 번에 포마스 국왕을 친다는 것이 아니야. 분위기만 조성하면 돼."
"분위기?"
"나는 이 전쟁을 나이트의 승리도 아니고 게덴의 승리도 아닌 것으로 만들 생각이야."
"뭐?"
스는 갑자기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는 듀로크때문에 의아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슨 소리야?"
"말했잖아. 누구의 승리라고 할 수 없게 만든다고. 뭐, 좋게 보면 게덴의 패배로 볼 수도 있겠지만. 하여튼 나는 포마스 국왕이 가지고 있는 세력들을 무력화시킬 거야. 그때 반란을 일으켜서 포마스를 몰아내면 돼."
"그 반란을 더욱 쉽게 하기 위해서 분위기를 조성하라는 건가?"
"정확해. 분위기가 조성돼 있으면 게덴에 있는 수인족들은 알아서 일어날 거야. 그들의 신분은 노예지만 무력으로는 기사에 버금가는 이들이지. 그런 이들이 일어나면 엄청난 힘이 될 거다."
"...놀랍군."
"가능해? 불가능해?"
스는 듀로크와 같이 있으면 왠지 모르게 계속 끌려가고 자신이 아닌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릇의 차이 때문인지 아니면 상성의 차이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데도 듀로크가 싫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가능하다. 가능하게 해주마."
"그래. 좋은 대답이야."
듀로크는 흡족해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움직여볼까?"
듀로크는 오랜만에 직접 움직여본다고 생각하며 마법을 시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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