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장 나이트 VS 게덴(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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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장 나이트 VS 게덴(17)
"베로나에게 얼핏 들었지만 실제로 보니 믿어지지 않는군."
커다란 성벽을 눈앞에 두고 놀라워하는 인물의 정체는 바로 베로나에게 부탁받은 스였다. 몬스터의 숲은 그에게도 버거울 정도로 위험한 몬스터들이 많았지만 늑대인간 특유의 신체능력으로 극복하며 나아간 끝에 결국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성문에 두드릴 수도 없고...소리를 질러야 하나?"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성벽과 성문 앞에 스는 과연 자신이 손으로 두드린다고 해도 반응이 있을까 싶었다. 결국 소리를 지르는게 제일 나을 것 같다고 판단한 스는 크게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숨을 내뱉으면서 소리를 지르려던 찰나 성벽 위에서 움직이는 이들이 있는 것을 보고 그는 하던 행동을 멈추었다. 성벽의 높이 때문에 잘 보이지 않아서 시각에 집중하여 보니 움직이는 이들의 정체가 바로 오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거기다가 오크들이 속닥거리는 것을 본 스는 청각을 활성화시켜서 그들의 대화를 들었다.
"취익~ 또 인간이다. 어떻게 처리할까?"
"취칙~ 평소대로 보고하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취익! 역시 경비대장이다! 천재다!"
"취칙~ 쑥스럽다."
스는 오크들의 말을 듣고 보고하게 될 경우 귀찮아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소리를 지르려고 했다.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만 없었으면.
"듀로크에게 베로나가 왔다고 전해라!"
"베로나...너 왜?"
스는 어느새 자신의 뒤에 서 있는 베로나를 보고 물었다. 베로나는 그런 스를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내가 해야 할 일인 것 같아서 말이지."
"전장을 두고 와도 괜찮나?"
"어차피 어떻게 되든 별로 관심이 없으니까. 그보다 내가 해야 할 일인데 너한테 맡기려고 했던 것은 미안해."
"됐다. 이런 진귀한 경험도 한번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스와 베로나가 얘기하는 동안 오크들은 그들끼리 쑥덕거리고 있었다. 베로나는 아직도 행동에 취하지 않는 오크들을 바라보고 스에게 얘기했다.
"잠시 여기 있어."
"응? 뭐하려고..."
쾅!!
스가 얘기를 끝내기도 전에 베로나가 땅을 박차고 올라갔다. 수십 미터에 달하는 성벽을 베로나는 단 한 번의 도약으로 올라간 것이었다. 경비를 서고 있던 오크들은 한순간에 뛰어오른 베로나를 보고 식겁했다.
"취익! 괴,괴물이다!"
"취칙! 두,두려워하지 마!"
경비대장으로 보이는 오크가 소리치며 창으로 위협했지만 창이 흔들리는 것을 감출 수는 없었다.
"저기 나 몰라? 나 저번에 왔었잖아."
"취익?"
베로나의 말을 들은 오크 1명은 가까이 와서 자세히 베로나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좌우로 갸우뚱거리고 턱을 만지작거리면서 얘기했다.
"취익...기억에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아닌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오크의 기억력을 믿은게 잘못이지. 하여튼 듀로크를 불러와. 그러면 알 거야."
"듀로크?"
듀로크라는 말에 오크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취익~ 듀로크 지금 없다."
"뭐?! 그럼 어디 있는데?!"
베로나는 만나야 할 듀로크가 없다는 말에 오크에게 다가왔다. 오크들은 베로나에게서 피어오르는 기운에 몸을 덜덜 떨면서 움츠러들었다.
"취,취칙...그건 잘,잘 모르겠다."
"그럼 빨리 듀로크를 알만한 녀석을 데려오라고! 난 지금 한시가 바빠!"
듀로크가 이곳에 없으면 또 시간이 걸릴 거라고 생각한 베로나는 급해졌다. 그러면서 오크들은 떨면서도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돌리고 있었지만 가뭄에 콩 나듯 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 그런 오크들을 구세해준 이가 나타났다.
"안녕하십니까? 베로나님."
"어? 너는 로그 아냐? 오랜만이네."
어느새 로그가 모습을 드러내었고 오크들은 구세주를 만난 것마냥 기뻐하며 로그의 등 뒤로 가서 숨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빨리 온 거야? 마치 내가 오는 것을 기다린 것마냥?"
"거대한 마나의 움직임이 느껴져서 왔습니다."
"하긴 나를 이긴 너라면 충분히 가능하겠지."
베로나는 전에 로그와 싸웠던 기억을 떠올리며 얘기했다. 그때는 정말 방법이 없다면서 두 손 두 발 다 들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올라왔다.
"그런데 베로나님은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아, 맞다! 너 듀로크가 어디 있는지 알지?"
"알고는 있습니다만 주인님은 현재 바쁘십니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이게 더 우선적인 일이야."
"그건 제가 판단할 일이 아닙니다."
로그의 말에 베로나의 이마에서 핏줄이 잠시 튀어나왔다가 이내 사라졌다. 베로나는 자신이 부탁하는 입장이라는 것을 잊지 않고 참기로 하였다.
"그럼 얘기라도 해줘. 그건 가능하지?"
"예. 메세지 마법을 통해서 가능합니다."
"그러면 이렇게 전해줘."
"현재 상황이 어때?"
"먼저 골레라스 평원의 전투는 게덴이 압도적인 승리로 가져갔습니다."
"의외네. 어떤 방법을 사용했길래?"
"보고하겠습니다. 게덴의 주요 전력은 총 4가지로 됩니다. 첫 번째는 마법포입니다."
"마법포?"
"예. 드워프들이 만든 것으로 보이는 마법포는 4서클에서 6서클의 마법위력을 뿜어내는 대포입니다. 충전시간과 더불어서 재사용시간이 길지만 그 위력은 충분히 위협적입니다."
"그렇군. 계속."
"예. 두 번째는 골렘입니다. 수십 개의 스톤 골렘에다가 10여 개의 아이언 골렘. 그리고 2개의 다이아 골렘까지 있었습니다."
"돈이 남아도는 모양이구만."
"이어서 하겠습니다. 세 번째는 검은 몬스터였습니다."
"검은 몬스터?"
"검은 연기에 휩싸여 있고 익스퍼트 기사의 검조차 그들의 피부를 뚫지 못할 정도로 돌연변이 몬스터였습니다. 그들로 인해서 수천 명의 기사들이 묶여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검은 몬스터라...이거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해지겠군."
"그 몬스터의 정체를 아십니까?"
"몬스터의 숲에서 종종 봤었지. 초인이 아닌 이상 상대하기 힘들 거야."
"그렇군요."
"하지만 그게 게덴의 진영에서 나왔다는 것은 검은 몬스터를 만든 녀석이 게덴의 배후에 있다는 말이군. 조사할 필요성이 있겠어."
듀로크는 쥬디아에게서 수집한 정보를 들으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중이었다. 현재 라이언 왕국은 언제든지 움직일 수 있도록 경계태세를 강화하였고 쥬디아의 시프 길드원들과 쉐이드의 암살단 인원들이 전장을 관찰하며 정보를 수집해오고 있었다.
지금 쥬디아가 얘기하는 정보도 그들이 직접 움직인 끝에 얻을 수 있는 것이었다.
"마지막은 정신지배였습니다."
"정신지배?"
"조사한 결과 게덴 병력의 대부분은 정신지배를 당한 것처럼 눈에 생기가 없고 공포를 모르면서 비명 하나 지르지 않았다고 합니다."
"정신지배 마법...검은 몬스터."
듀로크는 게덴 진영에 배후가 분명히 있을 거라고 예상되었다. 그것도 그냥 두고는 지나칠 수 없을 정도로.
'웬만하면 조치를 취해야겠군.'
"다른 보고 사항은?"
"나이트 쪽에서 게덴의 도시인 크리센트를 점령하는데 성공했고 점령당했던 오티넘을 다시 탈환했습니다. 하지만 오티넘을 탈환하는데 엄청난 손해를 입었다고 합니다."
"원인은?"
"드워프의 함선과 자폭이었습니다."
"자폭?"
"예. 게덴의 함선에 폭탄이 설치되었고 나이트의 병력이 올라와 있을 때 폭발하여 양측에 엄청난 피해를 받았다고 합니다."
"장난 아니군...응?"
듀로크는 게덴의 전투 방식에 놀라워하고 있을 때 자신에게 메세지 마법이 오는 것을 감지했다.
"왜 그러십니까?"
"아니, 잠깐 메세지 마법 좀 받을게."
듀로크는 메세지 마법이 로그에게서 왔다는 것을 눈치채고 얘기했다.
[로그. 무슨 일이야?]
[예. 주인님께 찾아온 이들이 있어서 이렇게 메세지 마법을 보냅니다.]
[나한테? 누군데?]
[베로나입니다.]
[베로나? 걔가 왜?]
[거래를 하고 싶답니다.]
[거래?]
[예. 메스를 구하는데 필요한 힘을 빌려달라고 합니다.]
"얘기해드렸습니다."
"뭐라고 해?"
"오신다고 합니다."
"언제?"
"지금."
"뭐?"
베로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로그의 옆에 있는 공간에 마법진이 생겼다. 베로나는 그 마법진이 텔레포트 마법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메세지 마법을 날리자마자 곧바로 반응한 것에 놀라워했다.
"역시 9서클 마법사라는 건가?"
"저기 미안한데 나도 올려줄래?!"
스는 자신만 밑에 두고 얘기하는 두 사람에게 소리쳤고 베로나는 피식 웃고 로그에게 얘기했다.
"올려줄 수 있어?"
"내가 하도록 하지."
"어?"
"어?"
스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상공으로 올라가는 몸을 느끼고 의아해하는 목소리를 내뱉었다. 그리고 베로나도 똑같은 말을 내뱉었다. 그 이유는 바로 듀로크가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듀로크!"
듀로크는 만났을 때와 다르게 무표정의 가면을 쓰고 있었다. 그리고 그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 전보다 훨씬 거대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녀석 더 강해졌어?'
처음 만났을 때도 그만큼 강했는데 더 강해졌다면 얼마나 강할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베로나. 오랜만이군. 요새 잘 지냈나?"
"내 상황을 알고도 그런 말을 하는 거냐?"
"하하하. 그러네."
듀로크가 쾌활하게 웃으며 얘기했다.
"그보다 왜 가면을 쓰고 있는 거야?"
"아, 지금 정체를 밝히면 안 되는 이유가 있어서 말이지."
"라이언 왕국에 있어서?"
"벌써 소문이 났나?"
"극소수만 알고 있기는 하지만."
"하긴, 네 앞에서 쓰고 있을 이유는 없겠지."
딸각.
듀로크는 마법으로 쓰고 있던 가면을 벗어내고 베로나를 쳐다보며 얘기했다.
"그래서 용건은?"
"로그를 통해서 들었잖아. 힘을 빌려줘. 메스를 구하고 싶어."
듀로크는 베로나가 진심으로 말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듀로크는 뒤통수를 긁적이며 얘기했다.
"너도 알다시피 모든게 명분이 있어야 해. 그래야 내가 움직이고 내 밑에 있는 이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고 따르지."
"알고 있어. 그래서 무엇을 원하는데?"
"응?"
"나는 각오가 돼 있어. 네가 무엇을 원하든."
듀로크는 베로나가 말하는 것을 보고 예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바로 워디슨과 아레아가 자신에게 부탁을 하면서 그들의 말이 진심인지 확인했었던 것이다. 듀로크는 충분히 베로나의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만 그래도 확인 차원에서 똑같이 물어보기로 했다.
"그러면 네가 내 아내로 오라고 한다는 조건이면 어때?"
"듀로크님?"
"뭐?!"
옆에서 듣고 있던 로그와 스가 놀라워했다. 하지만 베로나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얘기했다.
"그거면 되나?"
"응? 하지만 네게는 메스가 있는데 괜찮아?"
"일부다처제도 있는데 일처다부제는 안되냐? 난 그런 거에 얽매이는 사상을 갖고 있지 않아."
"...큭. 푸하하핫! 정답이네. 네 말이 맞아."
듀로크는 한 방 먹었다는 표정을 짓고 폭소를 했다. 그리고 웃음이 사그라질 때쯤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다.
"좀 전의 말은 농담이고 너 국왕 해볼 생각 없냐?"
"...뭐?"
"뭐?!"
듀로크의 말에 베로나는 얼빵한 표정을 짓고 스는 소리를 질렀다. 스의 목소리에 듀로크는 귀를 막으며 인상을 찡그렸다.
"왜 이렇게 시끄러워? 당신은 대체 뭐야?"
"나? 나,나는 스라고 한다. 아,아니 그보다 국왕이 되라는게 무슨 소리인가?"
"말 그대로인데? 포마스 국왕을 몰아내고 앉으라고. 도와줄 테니까."
"...그게..가능해?"
"가능할지 못할지는 해봐야 알겠지만 아마 가능할걸?"
"진짜냐..."
스는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베로나. 할 거야? 말 거야?"
"내가 국왕이 되는 것으로 되겠나?"
"응. 그리고 국왕이 되고 나중에 도와달라고 할 때 도와줄 것. 그거면 돼."
"그걸로 된다면 그렇게 하겠다."
"좋아. 그럼 자세히 얘기해볼까?"
듀로크는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고 베로나와 스는 왠지 모르게 듀로크에게 끌려간다고 생각했다. 옆에 있는 로그는 그런 광경을 무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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