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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오크 마법사-140화 (140/360)

11장 나이트 VS 게덴(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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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장 나이트 VS 게덴(15)

"....."

남작은 자신의 눈이 따라가지 못한 것에 놀란 것도 있지만 끝까지 살아남았던 부하들이 이렇게 허무하게 죽은 것을 보고 말을 잇지 못했다. 나가들과 싸우다가 죽는 것은 괜찮았다. 왜냐하면 나가와의 전쟁은 명분이 있었고 명예가 있었고 긍지가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암살자에게, 그것도 치열한 싸움을 거쳐서 살아남은 이들이 아무런 명예도, 긍지도 없이 죽은 것이 남작은 용납할 수 없었다.

그 증거로 남작에게서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살의에 가득 찬 살기가 넘실대며 흘러나오고 있었다.

"킬킬킬. 좋네~ 바로 그런 살기야. 그래야 재밌지!"

검은 여자는 진심으로 즐겁다는 듯이 웃으며 낫을 움직였다. 낫은 현란한 움직임을 보여주면서 2명의 기사를 향해 날아갔고 정확히 그들의 목을 치면서 얼굴을 떨궜다.

"이 개년이!!"

남작은 소리치며 검은 여자를 향해 검을 들고 돌격했다. 그의 분노를 보여주듯이 검에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두터운 오러가 담겨 있었다.

깡!!

"아니?!"

남작은 자신의 검을 아주 가볍게 낫으로 막는 검은 여자를 보고 경악의 말을 내뱉었다.

"미안하지만 익스퍼트 상급으로는 안되거든? 나는 소드마스터도 상대할 수 있으니까~"

"이익!"

남작은 검은 여자와 힘 싸움을 했지만 소드마스터를 상대할 수 있다는 말이 거짓말이 아닌 모양인지 검은 여자의 몸은 한 치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 정도로 되겠어? 킬킬킬. 네 분노는 이게 끝이야?"

남작은 검은 여자의 말에 모든 힘을 쏟아부었지만 그래도 움직이지 않는 것은 똑같았다. 그녀는 그런 남작의 몸부림이 재밌는지 키득거리면서 말했다.

"원래 내 임무는 레인 제독의 암살이지. 물론 임무를 실패했을 경우에만 해당하지만."

"...으윽."

"그런데 말이야. 너 같이 재밌는 상대를 만났잖아? 거기다가 이런 상황 속에서 내가 가만히 있을 리 없지. 안 그래?"

"뭐라는 거냐? 이 미친년아!"

푹!

"크윽!"

검은 여자는 놀고 있는 낫으로 남작의 어깨를 찔렀고 깊숙이 들어간 낫은 뼈를 갉아먹었다.

"명을 단축하지 말자. 킥킥. 난 지금을 즐기고 싶단 말이야~ 피, 내장, 시체. 내가 좋아하는 것이 이렇게 떨어져 있는데 참을 수 없잖아? 안 그래? 킬킬킬."

"...미친 년."

남작은 그 이상으로 적절한 단어를 찾지 못하고 말을 내뱉었다.

"킥킥. 맘대로 내뱉어. 어차피 너와 네 옆에 있는 레인 제독은 여기서 죽을 테니까."

검은 여자는 그 말을 끝으로 어깨를 찌르고 있던 낫을 뽑아들었고 남작의 목을 향해 움직였다. 남작은 그사이에 검에 모든 기운을 불어넣었지만 검과 맞붙어있는 낫은 일절 움직이지 않았다.

남작은 너무나 분했지만 이곳이 자신의 무덤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때 지금까지 머릿속에서 까먹고 있던 이가 움직였다.

[누구 마음대로?]

뿌드득.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검은 여자의 몸이 구속되었다. 남작은 검은 여자의 등 뒤에서 온몸으로 붙잡고 있는 존재를 보고 소리쳤다.

"넌?!"

[조용히 있다 가려고 했건만...쿨럭..가만히 둘 수 없군.]

배에서 폭포수 같은 피를 쏟고 있는 것이 사람이 아니여도 충분히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데도 나가 전사는 경이적인 정신력과 힘으로 검은 여자를 잡고 있었다.

"킥킥킥. 이 죽다 만 나가는 뭐야? 걸리적거리네."

뼈가 부러진 소리가 정확히 들렸는데도 검은 여자는 아무런 고통을 느끼지 않는 모양인지 나가 전사의 구속을 벗어나려고 하고 있었다.

[큭. 무슨 여자의 힘이...이봐!]

"응?"

[나와 함께 이 여자를 베라!]

"뭐라고?"

[빨리!]

지금 이 순간에도 검은 여자는 믿을 수 없는 괴력으로 나가 전사의 양팔을 조금씩 벌리고 있었다. 남작은 지금 고민할 여유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검을 들었다.

"미안하다!"

[됐다.]

나가 전사는 만족하는 미소를 지었고 남작의 검은 나가와 여자를 동시에 위에서 이등분으로 갈랐다. 여자의 가면이 떨어지면서 얼굴을 드러내었고 나가 전사는 그대로 뒤로 쓰러지면서 절명했다. 하지만 여자는 자신의 몸이 갈라지는 순간에도 웃음을 멈추지 않으며 얘기했다.

"킬킬킬. 한 명의 희생으로 겨우 막았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야. 이제 시작일 뿐이지."

여자의 입이 좌우로 갈라지면서 목소리가 끊기면서 들려왔다.

"기억해...두겠어..그레이드...남작..나중에..보면..다시...재밌게...놀자고...키키키킥! 푸흐히히히!"

그 말을 끝으로 여자는 힘없이 몸을 축 늘어지면서 쓰러졌다. 남작은 쓰러진 여자가 진짜 죽었는지 조심스레 다가갔고 호흡을 하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휴...어디서 이런 미친년이 나타난 거지?"

남작은 진이 빠지는 것을 느끼면서 힘겹게 여자의 얼굴을 확인했다. 그런데 얼굴을 확인한 남작은 한순간 멈칫하면서 놀라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수인족? 그것도 귀가 잘린?"

무슨 종류의 수인족인지는 정확히 몰랐지만 귀가 잘려있었다. 예리한 것으로 자른 모양인지 단면은 마치 처음부터 그랬던 것마냥 깔끔했다.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을 느낀 남작은 수인족의 몸을 뒤지며 다른 이상한 점이 있나 찾아보았다.

"응? 이건?"

수인족은 왼손 손목에 순수한 검은 색을 띠는 팔찌를 차고 있었다. 평범한 아이템이 아닌 모양인지 팔찌에는 아직도 미미한 마나가 남아있었다. 마법 아이템이라고 생각한 남작은 수인족의 손목에서 팔찌를 꺼내서 품속에 넣어두었다.

"윽..."

남작은 품속으로 손을 넣다가 느껴지는 고통에 신음소리를 내었다. 그러고 보니 어깨를 낫에 찔렸는데 지혈도 하지 않은 채 놔둬서 피가 철철 흘러나오고 있었다. 남작은 빠르게 천을 찢어서 지혈을 하고 그나마 상태가 괜찮은 팔로 레인 제독의 뒤통수를 잡았다.

그리고 문밖으로 나가려는 찰나 반쪽으로 갈라진 나가 전사의 시체를 보고 혼잣말로 얘기했다.

"미안하다. 너를 잊지 않으마."

나가 전사의 뜬 눈을 손으로 감겨주며 남작은 레인 제독을 끌고 밖으로 나갔다. 아니, 나가려 했다.

콰콰콰쾅!!

"우악!"

함선이 통째로 흔들리는듯한 충격에 남작은 몸을 갖추지 못하고 쓰러졌다. 위아래로 사정없이 흔들리고 전복된다고 생각될 정도로 커다란 충격이었다. 그러는 동안 남작은 최대한 몸을 고정시키려고 노력했지만 벽에 수없이 부딪히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서 잠잠해지자 남작은 움직이기 힘든 몸을 일으켰다.

"으으윽...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온몸이 고통스럽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남작은 힘든 몸을 이끌면서도 레인 제독을 놓치지 않고 끌어서 드디어 밖으로 나왔다. 이어서 남작은 눈앞에 보이는 광경에 말을 잇지 못하고 멍하니 쳐다보았다.

콰콰쾅!

"으아아악!!"

쾅!!!

"빨리 도망쳐! 침수한다!"

"후퇴해!"

"이,이게 대체..."

함선들이 폭발하면서 침수하고 있었다. 그것도 한두 개가 아닌 수많은 함선들이 불타오르고 있었고 함선 위에 있는 나가는 물론이고 나이트 및 게덴의 병사들도 함께 폭발했다. 지금도 실시간으로 함선들이 폭발하고 있었고 주변은 그로 인해서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로 혼잡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

"남작님!"

남작의 목소리를 들은 병사가 남작에게 급히 다가왔다. 병사의 동공은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수없이 흔들리고 있었고 창백한 안색은 그의 심정을 알려주고 있었다.

"대체 무슨 상황이지?!"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게덴의 함선들이 일제히 폭발하기 시작해서 모두 후퇴하고 있습니다! 남작님도 빨리 피하십쇼! 이 함선도 언제 터질지 모릅니다!"

"뭐?!"

남작은 병사가 하는 말을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게덴의 함선들이 일제히 폭발한다는 것은 게덴의 함선에 폭탄이 들어있다는 것이고 그 말은 처음부터 자신의 피해를 생각하지 않고 동귀어진할 생각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누가 그런 생각을 한 거지? 자신의 병력도 같이 몰살시키면서 폭발시키다니. 제정신이 아니야.'

"남작님!"

남작은 병사의 외침에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얘기했다.

"알겠다! 이곳에서 철수한다. 다른 병사들도 후퇴하는 중인가?!"

"1등 항해사님이 통제하는 중입니다!"

병사는 옆에 있는 레인 제독을 업은 후에 달리기 시작했고 남작도 그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남작과 병사는 배 끝 부분에 도달했을 때쯤 밑에서 울렁이는 진동을 느낄 수 있었고 둘은 일제히 바다를 향해 몸을 날렸다.

콰콰쾅!!

'윽!'

폭발과 함께 엄청난 수압이 남작을 밀어붙였고 수압을 버티지 못한 남작은 의식을 잃었다.

"으으으..."

지끈거리는 두통과 온몸을 쑤시는 고통을 느끼면서 그레이드 남작은 눈을 떴다. 보지 못했던 천장과 주변의 물건들을 통해서 어딘가의 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일어나기 힘든 몸을 일으키고 주위를 돌아보며 남작은 혼잣말로 얘기했다.

"여기는...어디지?"

남작의 혼잣말에 응답하듯이 그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1등 항해사였다.

"남작님. 일어나셨습니까?"

"대체..여긴 어디인가?"

"여기는 오티넘의 성입니다."

"오티넘? 그럼 탈환에 성공했나?"

"예."

남작은 1등 항해사의 말에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항해사의 얼굴 표정이 밝지 않다는 것을 보고 뭔가 숨기는 것이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말하지 않은게 뭐지?"

"...병력과 함선의 손실이 심각합니다."

"보고해라."

"...알겠습니다. 그 전에 먼저 상황을 얘기해드리겠습니다. 대부분의 나가들은 폭발에 죽었지만 살아남은 나가들과 게덴의 병사들은 포로로 수용해두었습니다. 그리고 오티넘에 살아있던 주민들을 구출하거나 치료하는 과정도 진행 중입니다."

"게덴에게 잡혔던 오티넘의 주민들은?"

남작의 물음에 항해사는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옆으로 저으며 얘기했다.

"죄송하지만...게덴의 함선 폭발과 함께 모두 죽었습니다."

쾅!!

항해사의 말에 남작은 분을 참지 못하고 주먹으로 옆에 있는 탁자를 가격했다. 탁자는 산산조각 났고 남작의 주먹에서는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젠장...젠장! 젠장!!!"

"....."

남작의 기분을 충분히 알 수 있는 항해사는 그저 침묵으로 남작의 화가 사그러들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후우..."

"...이어서 보고하겠습니다. 이번 전투를 통해서 남은 함선은 총 32척. 그 중 11척은 수리를 하면 다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70%가 궤멸이라...병사는?"

"총 10만여 명 중 중상 2만여 명, 사망 7만여 명입니다."

"20%가 중상, 70%가 사망이라..승리 아닌 승리군."

오티넘의 탈환에 성공했지만 갖고 있는 병력은 거의 궤멸수준이었다.

"역시 피해는 게덴 함선의 폭발이 컸나?"

"예.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게덴의 함선에 폭발물이 설치되어 있었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레인 제독이 알고 있었던 계획인가? 아니면...그러고 보니 레인 제독은 어딨지?"

"따로 수용해놨습니다. 아직 의식을 되찾지는 않았지만."

"알겠다. 응?"

남작은 일어나려고 하다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물건을 보고 멈칫했다. 아마 탁자가 부서지면서 떨어진 모양이었다.

"이건 그 팔찌?"

"아, 남작님이 그걸 손으로 꽉 쥐고 있어서 중요한 물건인 줄 알고 가져다 놨습니다. 아닙니까?"

"응? 아, 맞다. 고맙군."

남작은 팔찌에 대한 것은 나중에 보고하기로 하고 먼저 자신이 갖고 있기로 하였다. 항해사는 뭔가 이상하다며 고개를 갸우뚱거렸지만 이내 흘려보냈다.

"아,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을 얘기하지 않았습니다."

"뭐지?"

"남작님이 깨어나시면 회의를 하겠다고 상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런가."

남작은 이 사실을 무슨 낯으로 말해야 할지 한숨을 쉬면서 걱정했다. 하지만 그가 모르는 사실이 있었으니 바로 그보다 더한 손실을 낸 곳도 있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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