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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오크 마법사-139화 (139/360)

11장 나이트 VS 게덴(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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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장 나이트 VS 게덴(14)

쾅!!

나가 전사의 창과 그레이드 남작의 검이 부딪혔다. 남작은 검에서 느껴지는 반발감에 이마를 찡그리며 역시 아까 싸웠던 사르돈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남작은 검을 한순간 뒤로 빼서 생기는 빈틈을 이용해 공격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옆에서 위화감이 느껴지는 마나의 흐름에 남작은 빠르게 방어자세를 취했다.

"큭."

파이어볼에 맞은 남작은 느껴지는 열기에 신음소리를 내뱉었지만 마방기능이 첨가된 갑옷 때문에 많은 피해를 받지는 않았다. 하지만 마법사가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고 근처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신경 쓰이게 하고 있었다.

[지금 우리는 친선 대전이 아닌 전쟁을 하는 중이니 미안하지만 1대1을 해달라는 말을 하지 말아줬으면 하는군.]

"거기까지 바라면 사치지."

체력을 회복해줄 때까지 기다려줬다는 것만으로도 남작은 만족했기에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가 전사의 말은 현 상황을 다시 한 번 인식하게 해주었다.

나가 전사들은 기사들이 마법사에게 접근하는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는 듯이 완벽하게 기사들을 커버하고 있었다. 기사가 전사들의 숫자보다 2배 이상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싸움은 대등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 이유는 기사들의 상태가 좋지 않은 것도 크게 작용했지만 나가 전사들의 무력이 생각보다 높다는 것이 주요했다. 남아있던 12마리의 나가들은 다들 사르돈보다 강한지 창의 움직임이 훨씬 현란하고 상대하기 힘들어 보였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안 좋아. 어떻게 하지?'

남작은 눈앞에 있는 나가 전사를 상대하면서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머리를 굴린다고 해도 딱 떠오르는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그럴 여유 자체가 없었다. 지금도 나가의 공격을 막으면서 마법사의 움직임에 신경 쓰고 있었고 그것만으로도 벅찼다.

'생각해. 너의 한계는 이게 아니잖아.'

조금씩 기사들이 밀리는 것이 눈에 보였다.

'생각해. 지금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눈앞에 있는 나가 전사의 창이 현란하게 움직였다.

'생각해. 생각해. 생각해.'

옆에서 또다시 마법을 사용하는 기운이 느껴졌다.

'생각해! 생각하라고!!'

"남작님. 그렇게 고민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레이드 남작은 자신에게 계속 채찍질하며 떠올리라고 부추겼다. 하지만 그때 옆에 있던 기사가 남작을 향해 얘기했다.

"...무슨 말이냐?"

"남작님이 이 상황을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방법을 떠올리려고 하는 것이 얼굴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런가?"

남작은 쓴웃음을 지으며 자신도 아직 한참 멀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쇼. 방법이 있습니다."

"무슨?"

기사가 하는 말에 남작은 놀라며 되물었다. 자신은 그렇게 머리를 굴렸는데도 떠오르지 않았는데 간단하게 방법이 있다고 말하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빨리 말해봐라. 크윽."

남작은 나가의 공격을 막으면서 빠르게 물었다. 기사는 그런 남작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죄송합니다. 남작님. 지금까지 모실 수 있어서 영광이였습니다."

"무,무슨?"

기사의 말에 남작은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불안감을 감지하였다. 그 순간 기사는 검을 두 손으로 잡고 방어를 생각하지 않는 공격으로 과감히 나가에게 달려들었다.

"나이트 왕국 만세!"

푸욱!

방어를 포기한 기사에게 나가는 창으로 복부를 찔렀다. 창은 복부를 뚫고 등으로 나왔지만 기사는 피를 머금은 입으로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지,지금이다."

옆에서 협공하던 기사가 그 말을 듣고 검으로 나가를 향해 휘둘렀다. 나가는 급하게 창을 빼려고 했지만 뭔가에 단단히 걸린 것처럼 움직이지 않는 것을 느끼고 놀란 목소리를 내뱉었다.

[뭐,뭐야?]

"뭐,뭐긴 뭐야? 같,같이 죽자는 거,거지."

기사는 자신의 복부를 통과한 창을 두 손으로 꽉 부여잡고 놓지 않았다. 피가 상처에서 콸콸 흘러내리는데도 기사는 이를 악물고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사이에 협공을 하던 기사가 검으로 나가를 그었다.

서걱.

[크아아악!]

검에 몸을 길게 베인 나가는 푸른 피와 함께 내장을 쏟으며 뒤로 쓰러졌다. 나가가 쓰러진 것을 본 창에 꿰인 기사는 그제야 편안히 눈을 감을 수 있었다. 그 모습을 옆에서 본 기사들은 모두 일제히 고개를 끄덕이며 남작을 향해 얘기했다.

"먼저 가겠습니다! 남작님!"

"지금까지 감사했습니다!"

"너,너희들?"

나가 전사들을 상대하던 기사들이 동시에 방어를 생각하지 않고 일제히 공격을 하며 들이대기 시작했다. 상처를 얻는 것에 두려워하지 않고 뒤를 생각하지 않는 기사들의 공격에 나가들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푸푸푹!

"크윽..."

"빨,빨리!"

하나둘씩 창에 꿰뚫리면서 창을 잡고 버티기에 들어갔다. 버티기에 실패해서 죽는 이들도 있고 배가 아닌 목을 베여서 즉사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 다른 기사들이 그 역할을 대신하면서 자기희생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렇게 기사들은 무식하고도 어이가 없는 방법으로 나가 전사들을 공략해나갔다.

[...미쳤다고 해 야할지 아니면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군.]

"나의 자랑스러운 부하들이다. 모욕은 용서치 않겠어."

진심으로 살기를 뿜어내며 얘기하는 그레이드 남작에 나가 전사는 입고리를 살짝 올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모욕이 아니다. 그저 감탄해서 무슨 말을 할지 몰라서 그렇다. 어떻게 아무런 주저도 없이 과감히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거지? 싸움을 즐기는 우리 파란갈퀴 부족조차도 이해하기 힘들군.]

"대를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 것이 인간이다. 그 점이야말로 인간의 장점이자 무서운 점이지."

[그렇군. 명심하겠다.]

나가 전사는 창으로 남작의 검과 부딪히면서 힘 싸움을 하는 와중에 힐끗 주위를 둘러봤다. 나가 전사들이 기사들의 헌신적인 맹공에 버티지 못하고 한 마리씩 쓰러지고 있었다. 마법사들도 마법으로 도와주고 있었지만 이내 기사에게 당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상황이 좋지 않군. 하지만 그렇다 해도 전사로서 포기할 수는 없는 법.]

"미안하지만 너를 밟고 가겠다."

[미안할 것 없다. 그리고 네가 밟힐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라.]

나가 전사의 창에서 느껴지는 마나량에 그레이드 남작은 진짜로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며 침을 삼켰다.

[내 이름은 시트라. 네 이름은?]

"그레이드."

[이름 기억하겠다. 그럼.]

나가 전사는 검과 맞붙고 있던 창에 마나를 폭발적으로 집중시켜서 압박했다. 그레이드 남작은 느껴지는 압박감에 힘을 주어서 창을 위로 올렸다. 하지만 그 순간 창이 수십 개로 보일 정도의 빠른 지르기가 남작을 향해 다가왔다.

채채채챙!!

"크윽."

남작은 찌르기에 맞혀서 빠르게 검을 움직여 창을 팅겨내었다. 하지만 최대 속도로 검을 휘둘렀는데도 창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여 상처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빨라. 쾌검을 중시하는 나보다 더.'

남작은 중검보다 쾌검을 중시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나가 전사는 그런 남작보다 더 빠른 속도로 창을 휘둘렀다. 남작은 자신의 장점을 살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동시에 머리를 굴렸다.

자신이 갖고 있는 것 중에서 나가 전사보다 우세한 것이 어떤게 있나 하고.

'무기? 아니야. 사르돈은 마나를 사용할 줄 몰라서 부서진 것이지. 내 검이 딱히 좋은 것이 아니야. 신체능력? 같은 마나량을 가지고 있다면 내가 오히려 불리하겠지. 하지만 마나량과 신체능력을 생각했을 때 거의 대등할 거야. 속도? 속도는 내가 조금 불리해. 그렇다면 남은 것은...'

남작은 움직이면서 생각을 하였고 결국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응?]

나가 전사는 갑자기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남작을 보고 의아성의 목소리를 내뱉었다. 혹시나 다른 기사처럼 같이 죽으려고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남작의 움직임을 본 나가 전사는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피하기 힘든 공격은 갑옷으로 막아내고 있어. 그러면서 조금씩 다가오고 있다.'

남작은 자신이 갖고 있는 우세점이 뭔지 깨달았다. 바로 갑옷이였다. 나가 전사는 뼈와 가죽으로 되어있는 옷을 입고 있어서 기사가 입고 있는 갑옷보다 내구성과 강도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남작은 그 이점을 눈치챘고 매우 효율적으로 살리면서 나가 전사를 상대하고 있었다.

딸리는 속도로 생기는 공격을 갑옷으로 커버하고 치명적인 부위를 제외하고는 갑옷으로 맞아주었다. 그 결과 남작의 몸에 수많은 잔상처가 생겼지만 싸움은 남작이 압도하는 것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조금씩, 상처가 늘어나는데도 남작은 아주 조금씩 나가 전사를 향해 다가갔다. 나가 전사는 남작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식은땀을 흘리며 필사적으로 손을 움직였다. 하지만 남작은 멈추지 않고 다가왔다.

[왜,왜냐? 왜 쓰러지지 않는 거냐?!]

"내 어깨에 몇 명의 목숨이 억누르고 있는지 아나? 네가 느끼는 무게감과 차원이 다르다."

[그럼 이건 어떠냐?!]

나가 전사는 창을 뒤로 쭉 빼고 앞으로 내질렀다. 그것뿐만 아니라 나가 전사는 창을 쥔 손을 비틀면서 회전을 주었고 창은 마치 드릴이 도는 것마냥 회전력을 갖고 남작을 향해 나아갔다.

회전력과 함께 오러가 담긴 창은 눈앞에 있는 모든 것을 없애버릴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남작은 그 모습을 보고도 동요하지 않았다.

"하앗!"

남작은 자세를 낮춰서 창을 피하고 동시에 오러를 불어넣은 검으로 창을 위로 올려쳤다.

쾅!!

[아닛?!]

굉음과 함께 나가 전사의 창이 위로 올라갔다. 자신의 공격이 무력화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나가 전사는 비교적 움직임이 둔할 수밖에 없었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남작은 검으로 몸을 베었다.

"....."

[.....]

후드득.

몸에서 내용물이 쏟아지며 바닥을 흥건히 적시었다. 나가 전사는 피를 울컥거리면서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나의 패배다.]

"...내 승리다."

[놀랍다...정말 놀라워. 네게 극찬을 하고 싶군.]

"고맙군. 이제 뒤에 있는 녀석은 데리고 가도 되겠지?"

남작이 손으로 가리킨 곳에는 창백한 안색으로 벌벌 떨고 있는 레인 제독이 있었다.

[물론. 패자는 승자의 말을 따라야지....그리고 내 시간도 별로 남아있지 않은 것 같고.]

바닥에 주저앉으면서 떨어져 있는 내장과 자신의 몸에 생긴 상처를 본 나가 전사는 자신의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잠,잠깐만. 우리가 졌다고? 내,내가 졌다고? 말,말도 안 돼. 거짓말이지? 거짓말이라고 해!"

레인 제독은 나가 전사의 말에 벌떡 일어나서 나가의 멱살을 잡았다. 평소라면 그럴 배짱도 없을 레인 제독이였지만 지금은 눈에 보이는게 없는 모양인지 과감히 나가의 멱살을 잡고 있었다.

하지만 죽기 직전이라고 해도 나가 전사는 가볍게 레인 제독의 얼굴을 주먹으로 강타했다.

[시끄러.]

"컥!"

나가의 주먹에 맞은 레인 제독은 가볍게 벽으로 날아갔고 레인 제독은 신음소리를 한번 낸 후에 몸이 축 늘어졌다. 그레이드 남작은 레인 제독에게 다가가서 그가 기절한 것을 확인한 후에 나가 전사를 향해 얘기했다.

"쌓인게 많았나 보군."

[크윽. 얼마나 쫑알되던지. 죽기 전에 한번은 때려야겠다고 생각했었다...쿨럭...그런데 예상대로 우리 나가들은 다 죽었나?]

"그래. 우리 기사도 4명밖에 남지 않았지만."

남작의 말대로 나가 전사와 마법사들을 모두 죽일 수 있었지만 살아남은 기사는 고작 4명이었다. 그들도 상태가 심각하여 그대로 놔두면 오래 가지 않을 것이 확실해 보였다.

"고통스럽지 않게 보내줄까?"

남작은 나가 전사를 향해 물어봤다. 지금까지 싸운 적장에 대한 예의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나가 전사는 고개를 양옆으로 흔드는 것으로 부정의 뜻을 보여주었다.

[아니. 미안하지만 그럴 수 없을 것 같다.]

"뭐?"

[잔챙이가 하나 숨어있는 것 같으니까.]

나가 전사는 죽기 직전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앉아있는 상태에서 창을 들어 던졌다. 남작은 깜짝 놀라며 검을 들려고 하다가 자신을 향해 날리지 않는 것을 느끼고 멈추었다.

깡!!

창은 뭔가에 부딪히면서 쇳소리를 내었고 바닥에 떨어졌다. 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린 남작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너는?"

"쳇. 쓸데없이 날카롭군."

완전히 검은 가면에 검은 의상까지 입은 자였다. 목소리와 체형을 통해서 여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들고 있는 낫 같은 무기를 통해서 창을 팅겨낸 것을 알 수 있었다.

"당신...정체가 뭐지?"

"나? 몰라도 돼. 그보다 내가 볼 일이 있는 것은 그 녀석이야."

검은 여자는 쓰러져서 널브러져 있는 레인 제독을 가리키며 얘기했다.

"미안하지만 그것은 힘들겠군. 아무리 당신이 죽음의 냄새를 풍긴다고 말이야."

"어머? 냄새 하나는 잘 맡네. 하지만..."

그 순간 검은 여자의 모습이 남작의 눈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동시에 뒤에서 단발마와 함께 2명의 기사의 얼굴이 떨어지면서 쓰러졌고 검은 여자는 양손에 들고 있는 낫을 핥으며 얘기했다.

"코에 비해서 실력은 영 아닌가 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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