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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오크 마법사-137화 (137/360)

11장 나이트 VS 게덴(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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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장 나이트 VS 게덴(12)

"전 함선! 산개하라!"

그레이드 남작은 대포 발사가 끝나자마자 소리를 질렀다. 왜냐하면 자신의 공격이 끝났으면 다음은 게덴의 공격 차례이기 때문이었다. 서로 공격을 주고받는 것이 예의여서 그러는 것이 아니고 바로 대포의 재장전 시간 때문이었다.

그래서 게덴의 공격이 오기 전에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최대한 밀집되지 않게 산개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이다. 그레이드 남작의 말에 함선들이 순식간에 산개하기 시작했다.

마치 어디로 가겠다고 정한 것처럼 수많은 함선들이 움직이는데도 부딪히지 않으면서 퍼져 나가고 있었다.

"놀랍군. 역시 해전왕인가?"

레인 제독은 마치 모든 함선을 컨트롤 하듯이 완벽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함선들을 보며 감탄했다. 하루 이틀의 훈련으로 저런 움직임을 보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훈련은 우리 쪽보다 잘 되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하지만 그게 승리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전 함선 발사!"

서로 함선과의 거리가 약 500미터 남았을 시점에 게덴 함선의 대포가 일제히 발사되었다.

콰콰콰쾅!!

"피해는?"

"6척 전복! 5척 전투 불능에 빠졌습니다!"

처음에 받은 20%에 달하는 피해를 절반으로 줄인 것은 산개한 덕분이었다. 그레이드 남작은 이제 자신들의 차례라는 것을 인식하고 게덴의 함선을 지켜보았다.

"마방진이 조금 얇아진 것 같군. 피해를 받아서 그런가? 하지만 왜 산개를 하지 않지?"

첫 번째 교전으로 서로의 전력이 어느 정도 파악된 상태에서 산개를 하지 않는 이유를 그레이드 남작은 이해할 수 없었다. 저렇게 모여있는 것은 자신들을 공격해달라고 외치는 것과 별반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었다.

"아니. 산개를 하지 않는게 아니라 하지 못하는 건가?"

그레이드 남작은 망원경을 통해서 함선들이 연결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또 함선들 사이에 관이 존재하여 관을 통해서 알 수 없는 물질들이 흐르고 있는 것을 눈치챘다.

"용도는 모르겠지만 움직일 수 없다면 퍼붓는 수밖에! 전 함선 발사!"

콰콰콰쾅!!

함선과의 거리가 약 300미터 남았을 시점에 나이트 함선의 대포가 발사되었다. 이번에는 게덴의 함선이 총 6척이 전복되었고 마방진이 더 얇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대로 돌진해서 부딪힌다! 모두 전속력으로!"

그레이드 남작은 게덴 함선까지의 거리가 얼마 남지 않은 것을 보고 명령을 내렸다. 남은 70여 척의 함선이 일제히 속도를 높이며 게덴의 함선을 향해 다가갔고 레인 제독은 그것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전 함선 마법포 준비."

위이잉...

마법포가 가동되며 에너지가 모이는 소리가 들렸다. 게덴의 함선은 언제든지 쏠 준비를 갖춘 상태였고 레인 제독의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레이드 남작도 생각이 없는 것이 아니었다.

"뭐,뭐지?"

"안개?"

갑자기 뿌연 안개가 주변을 순식간에 뒤덮으면서 시야를 가렸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시야를 완전히 차단하는 안개였다. 누가 봐도 인위적으로 안개를 만들어서 뿌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레인 제독은 안개가 자신의 함선뿐만 아니라 주변의 시야를 모두 가리는 것을 보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시야를 가리는 것으로 명중률을 내리겠다는 건가?! 머리 좀 썼군."

레인 제독은 이를 갈면서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마법사들에게 안개를 날려 보내는 수가 있었지만 캐스팅 시간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나이트 함선은 다가오고 있었다. 마법사의 캐스팅이 빠를지 나이트 함선이 다가오는게 빠를지 정확히 몰랐지만 자칫 나이트 함선이 부딪치면 마법포는 사용도 하지 못하고 물거품이 될 수 있었다.

레인 제독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소리를 질렀다.

"전 함선 마법포 발사하라! 그냥 아무대나 갈겨!!"

당황한 게덴의 병사들이 레인 제독의 말을 듣고 정면을 향해 마법포를 발사했다. 마법포는 일제히 위용을 보여주듯이 빛을 뿜어내며 안개를 갈랐다. 그리고 마법포에 맞은 나이트 함선은 커다란 크기에도 불구하고 관통되어 전복되거나 산산조각 되며 불타올랐다.

하지만 역시 안개로 가린 시야 때문인지 명중률이 다소 낮아서 위력적인 마법포에도 나이트 함선 20여 대를 전복하는데 그쳤다.

"젠장!!"

레인 제독은 예상보다 적은 피해에 욕설을 내뱉었다. 그리고 남아있는 50여 척의 함선이 엄청난 속도로 다가오는 것을 보고 목소리를 높였다.

"모두 충격에 대비하라! 부딪힌다!"

콰콰쾅!!

"으아아악!"

"컥!"

"꽉,꽉 잡아!"

나이트 함선이 무식하게 부딪치면서 밀고 들어왔다. 최전방에 있던 게덴 함선들은 높은 내구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엄청난 충격에 버티지 못하고 산산조각 나며 부서졌다. 함선들이 저렇게 분쇄되는데 안에 있는 이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보지 않아도 결과가 뻔했다.

비교적 뒤에 있던 함선들도 밀고 들어오는 충격 때문에 옆으로 밀려서 배가 전복되거나 전투 불능에 빠졌다. 레인 제독이 타고 있던 함선도 맨 뒤에 있었는데 선원들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로 휘청거렸다. 레인 제독도 자신의 몸을 겨우 가누고 난 후에야 입을 열었다.

"피해 상황은?!"

"총...7척 전복! 4척 전투불능에 빠졌습니다!"

한 번에 전체 함선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전력이 전투불능에 빠졌다. 나이트 함선들도 부딪힌 충격에 자신들도 피해를 받았지만 게덴 함선에 비교할 정도는 아니였다.

"나이트 함선에서 갈고리를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준비시켰던 나가들을 풀어라!"

"예! 알겠습니다!"

"우리 병력들도 투입해라! 여기서 져서는 안 된다!"

"예!"

1등 항해사는 레인 제독의 명령을 수행하러 나갔고 레인 제독은 그제야 자신의 머리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레인 제독은 손에 묻은 피를 보고 이를 갈며 얘기했다.

"직접 부딪혀야 정신을 차린다면 원하는 대로 해주지!"

"갈고리와 사다리를 걸어라! 전 병력 돌격!"

"우와아아아!"

나이트 함선에 있던 병사들과 선원들이 그레이드 남작의 명령에 맞혀서 이동하기 시작했다. 충돌로 인해서 거리가 제로에 가깝게 된 덕분에 갈고리와 사다리를 통해서 기사들과 병사들이 넘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게덴 쪽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나가들이다!"

"나가들이 물속에서 올라온다!"

수중에 있던 나가들이 일제히 함선으로 올라와서 나이트 병사들을 향해 공격했다.

"크아아악!"

"으아악!"

훈련이 잘된 병사들조차 일반 나가들에게 힘들어했고 나가 전사들은 아예 학살할 정도로 실력에서 차이가 났다. 그런 나가 전사들을 향해 기사들이 붙었고 나가 마법사와 나이트 진영의 마법사들도 서로 적 진영을 향해 마법을 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진정한 난전이 펼쳐졌다.

"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난전이 펼쳐지기 시작하는 것을 본 그레이드 남작은 옆구리에 있던 검을 꺼내 들었다. 기사왕국답게 제독에 올라가려면 어느 정도의 무력을 가지고 있어야 해서 그레이드 남작도 익스퍼트 상급이라는 경지에 올라서 있었다.

그레이드 남작이 걸어오는 것을 본 나가 병사는 창으로 그의 복부를 향해 찔렀다. 하지만 그레이드 남작은 검으로 창을 팅겨낸 후에 나가의 몸 안쪽으로 접근하였다.

푹!

[꺼어억!]

남작의 검이 나가의 복부를 꿰뚫으면서 나가는 숨이 꺼지는 소리를 내뱉었다. 남작은 검에서 녹색의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보고 나가의 피는 인간과 다르게 녹색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복부에 검이 박힌 나가는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주면서 창을 들어서 남작을 향해 공격하려 했다. 하지만 남작은 검을 그대로 위로 올렸고 나가의 몸이 복부에서 얼굴까지 반쪽으로 나누어졌다.

[젠...장...]

나가 병사가 마지막으로 내뱉은 말을 들은 남작은 흠칫했다. 어색하지만 공용어를 구사한 것이다. 나가들의 지성이 높다는 말은 들었지만 실제로 언어까지 통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상당한 실력이군. 나와 한번 뜨지 않겠나?]

그레이드 남작은 자신을 향해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고 또다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자신을 부른 자는 4미터에 육박하는 몸을 가지고 있는 나가 전사였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그는 뱀과 같이 저주파의 목소리로 조금 전에 싸웠던 나가와 다르게 말도 유창했다.

"...말을 잘 하는군."

[놀랐나? 인간에게 나가가 어떻게 인식되는지는 몰라도 우리 나가들은 개체 간의 지능이 현저하게 다르지. 전사들과 마법사는 일반 병사들보다 월등한 지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말도 유창한 것이다.]

"그렇군. 하지만 그것을 왜 나에게 가르쳐주지?"

[아아.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네가 사령관이 아닌가?]

"....."

나가의 물음에 남작은 침묵으로 답변해주었다.

[그렇게 경계하지 않아도 돼. 얘기하지 않을 테니까. 그냥 궁금한게 있어서 말이지.]

"...뭐지?"

[혹시 브리츠 백작이라는 인물을 알고 있나?]

"...!"

브리츠 백작은 오티넘의 영주였다. 그를 알고 있는 남작으로서는 이 나가가 무슨 의도로 이런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알고 있다면?"

[알고 있나? 그럼 다행이군. 그 브리츠 백작에게 감명을 받아서 말이지.]

"감명?"

[그래. 앞에는 우리 나가 전사들과 마법사들이 있고 뒤에는 천이 넘는 나가 병사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는 도망치지 않고 용감하게 싸웠다. 그 모습에 적이고 다른 종족이지만 솔직히 그에게 감명받았다.]

그레이드 남작은 나가 전사의 말을 듣고 말을 잃었다. 나가 전사는 적이고 다른 종족인데도 고인이 된 브리츠 백작에게 감명을 받았다고 얘기해주고 있었다. 그것은 명예를 중요시하는 기사에게 있어서 커다란 영광이었다.

"...고맙군. 죽은 브리츠 백작도 기뻐할 것이다."

[하하하! 그거 다행이군. 전장이 아니였다면 한번 술이라도 먹고 싶은 상대였다.]

"나가도 술을 마시나?"

[그럼. 얼마나 좋아하는데.]

주변에서 죽어가는 병사들의 소리와 고통 및 신음소리가 가득 채워진 전장에서 말하는 거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편안한 대화였다.

"나도 궁금한게 하나 있는데 물어봐도 되나?"

[물론.]

"왜 나가들이 게덴을 도와주는 거지?"

그레이드 남작은 핵심 질문이었다. 나가들이 왜 게덴을 도와주는지 많은 간부들이 머리를 싸메고 생각해봤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렇기에 남작은 그것에 대해 궁금할뿐더러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여 나가 전사에게 물어본 것이다.

[이유? 자세한 건 나도 몰라. 위에서 하라니까 할 뿐이지. 무슨 거래가 있지 않았을까?]

"그런가..."

나가에게서 거짓말을 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그레이드 남작은 시원스럽게 얘기하고 브리츠 백작을 칭찬해준 나가 전사가 점점 맘에 드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나도 전장에서 만나지 않았다면 당신과 술을 먹었을 수도 있겠군."

[푸하핫! 그거 영광이군. 하지만 지금은 전장. 서로 무기를 맞대는 수밖에 없겠지.]

나가 전사는 남작만한 창을 들고 자세를 취했고 그것을 본 남작도 무기에 오러를 둘러싸며 준비자세를 취했다.

[내 이름은 사르돈. 너는?]

"그레이드다. 당신의 이름 기억하도록 하지."

서로 간의 통성명도 끝나자 마주 보던 두 종족은 동시에 움직여서 상대를 향해 나아갔다. 나가 전사는 창으로 정면을 향해 찔렀고 리치가 훨씬 길어서 그레이드 남작은 먼저 창을 막아야 된다고 생각했다.

챙!

"윽!"

그레이드 남작은 검으로 막았지만 예상보다 더한 힘에 뒤로 밀려났다. 오러를 둘러싸고 있는데도 밀릴 정도로 창에 파괴력이 실린 것을 느낀 남작은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호오? 역시 내 눈이 틀리지 않았군. 그럼 한번 이것도 막아보시지.]

나가 전사는 양손을 빠르게 움직이면서 창으로 남작을 향해 찔렀다. 하지만 남작은 힘으로는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검으로 부딪히지 않으면서 몸을 피하는 것으로 나가의 공격을 무효화시켰다.

남작은 그것에 만족하지 않고 창을 피하면서 나가 전사의 몸 안쪽으로 다가갔다.

"흐읍!"

그리고 남작은 검으로 바닥을 긁으면서 마치 이등분을 할 기세로 수직으로 종단베기를 하였다. 나가는 창으로 막았지만 자신의 몸이 붕 뜨는 것을 느끼면서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하였다.

남작은 뒤로 후퇴한 나가에게 쉴 틈을 줄 생각이 없었다. 이번에는 공중에서 검으로 내리찍었고 나가는 또다시 창으로 막았지만 조금 전보다 밀리는 것을 보며 어떻게 이런 조그마한 인간이 이런 힘을 발휘하는지 믿을 수 없었다.

그렇게 남작은 맹공을 하며 나가를 밀어붙였지만 나가도 창으로 공격을 막으면서 유효한 피해를 주지 못하고 있었다.

깡!

맹공을 버티면서 밀린 나가는 그제야 한숨 돌릴 수 있었고 남작도 맹공으로 지친 체력을 충전하기 위해서 잠시 공격을 멈추었다. 그러면서 자동으로 싸움은 잠시 소강상태로 변했다.

[놀랍군. 네가 이렇게 강할 줄 몰랐다. 싸움을 즐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게 한이군.]

"피차일반이다. 나가에서 기사의 정신을 볼 수 있을 줄은 몰랐으니."

[기사? 잘은 모르겠지만 말투를 보니 좋은 것 같군.]

"그렇다."

남작은 나가와 얘기하면서 자신의 상황을 살폈다. 눈앞에 있는 나가와의 싸움으로 마나를 상당수 소모했고 이 나가 뿐만 아니라 다른 적과도 싸울 것을 생각해야 했다.

그래서 남작은 앞에 있는 나가와의 싸움을 빠르게 정리해야겠다고 결정했다.

"서로 제일 강한 기술로 한 번에 부딪히는 것은 어떤가?"

[흐음?]

나가는 남작의 제안을 뜻밖이라는 듯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바라보았다. 눈썹이 존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안 그래도 된다."

[아니, 오히려 내가 제안하고 싶군. 네 검이 얼마나 강했으면 내 창이 이 모양으로 변해서 말이지.]

나가가 잡고 있는 창을 앞으로 내밀어 주면서 남작을 향해 보여주었다. 창은 미세한 금이 수없이 가 있었고 언제 부러질지 위태위태해 보였다.

"그걸 보여줘도 되나?"

[어차피 숨긴다고 해서 숨겨질 것도 아니지. 더구나 나는 지금 매우 재밌단 말이야. 무기가 이렇게 됐다는 이유로 포기할 수는 없지.]

남작은 나가의 말에 감명을 받았다. 인간 중에서도 저렇게 호쾌하고 전투를 순수히 즐기는 자가 얼마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작은 전쟁을 벌이는 와중에도 불구하고 입가에 미소가 번지면서 얘기했다.

[너랑 만나서 재밌었다. 이만 끝내자!]

남작은 검에 뚜렷한 오러를 만들어내고 나가를 향해 돌진했고 나가도 창을 움켜쥐고 웃으며 얘기했다.

"와라!"

남작의 검과 창이 부딪히면서 굉음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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