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장 나이트 VS 게덴(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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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장 나이트 VS 게덴(11)
나이트 왕국의 영지인 오티넘. 평화의 땅으로 불렸던 오티넘은 지금 지옥을 방불케 하였다.
아직도 붙잡히지 않은 오티넘의 국민들은 도망치기에 바빴고 항상 불안에 떨며 지내고 있었다. 잡힌 이들 중에서 늙은이는 죽었고 남자는 노예로, 여자들은 성노예로 게덴에 팔려갔다.
지금 이 순간에도 붙잡힌 나이트 국민들은 게덴의 함선 속에서 고통과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1등 항해사님."
"왜? 한창 재미 보고 있을 때."
"레인 제독님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알겠다."
1등 항해사는 납치한 여자와 몸을 비비다가 자신을 찾아온 선원의 말을 듣고 구시렁거렸지만 이내 옷을 입으며 일어났다. 여자는 알몸으로 있지만 눈에 생기가 없이 그저 멍하니 있을 뿐이었다.
1등 항해사는 여자 혼자 방에 놔두고 함선의 조종실을 향해 걸어갔다. 조종실의 중앙에는 수정구슬이 놓여있었는데 바로 그것이 연락수단이었다. 수정구슬은 대부분 마법사들이 마나를 불어넣어서 기동하지만 이 함선에 부착되어 있는 수정구슬은 키를 조작하면 자동으로 발동되게 만들어져 있었다.
레인 제독이 말하기를 키를 조작함으로써 수정구슬에 마나가 주입되게 만들어졌다고 했지만 1등 항해사는 그 원리에 대해서 자세히 이해할 수는 없었다.
"레인 제독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
수정구슬에서 레인 제독의 모습이 나타나자 1등 항해사는 물어봤다.
[지금 왕국에서 정보가 들어왔다. 나이트 왕국에서 병력을 출정했다고 하더군.]
"목표는 역시 오티넘입니까?"
[그래. 사령관은 그레이드 남작. 꽤 치열한 전투가 될 거다.]
"그레이드 남작이면 그 나이트의 해전왕 말입니까?"
[맞다.]
그레이드 남작. 나이트의 해전왕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바다에서 싸우는 전투에서 패배한 적이 없는 해전의 화신으로 유명하다.
나이트 왕국의 함선은 게덴처럼 최신식이 아니지만 엄청난 크기를 가지고 있다. 일반 함선보다 2배 이상은 커다랗고 그에 비례하게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다.
거기다가 내구성도 좋아서 나이트 왕국에서 사용하는 전술은 함선끼리 부딪쳐서 상대 함선을 수몰시키거나 함선 간에 갈고리를 걸어서 압도적인 병력으로 함선을 넘어가 점령하는 것을 주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하지만 마법포가 설치되어 있고 최신식인 드워프의 함선까지 있다면 얘기가 달라질 겁니다."
[그렇지. 더구나 우리들에게는 나가까지 있다.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싸움이다.]
"그럼 미리 준비해두겠습니다. 오티넘의 점령은 잘 되어가십니까?"
[나가들을 통해서 숨어있는 잔당들을 찾는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숨어있군. 쥐새끼들 찾는데 이렇게 시간이 걸릴 줄이야.]
"그렇군요. 그런데 나이트가 도착하는데까지 얼마나 걸립니까?"
[예상시간은 약 20시간 후다.]
"20시간이라...그 정도면 오티넘을 완전히 점령하기에는 힘들겠군요."
[그렇겠지. 하지만 오히려 그레이드 남작을 박살 내면 쉬워질 수도 있다. 자신들을 구하려 온 병력을 초토화 시키면 숨어있던 이들도 포기하고 나오겠지.]
"그러면 만반의 준비를 갖추겠습니다. 제독님은 언제 오십니까?"
[나도 어느 정도 준비를 갖추면 돌아가겠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것을 끝으로 수정구슬에서 레인 제독의 모습이 사라졌고 1등 항해사는 기지개를 한번 펴고 난 후에 혼잣말로 얘기했다.
"그럼 어디 한번 준비를 해볼까? 해전왕을 처참히 밟을 준비를."
나이트의 해전왕이라고 불리는 그레이드 남작. 그는 현재 국왕 아무드의 명령을 받고 오티넘으로 진격하는 중이었다. 남작도 이번 오티넘을 공격했던 게덴의 함선에 대해 들은 것이 있다.
마법포와 대포를 보유하고 있는 드워프의 최신식 함선이 30여 대, 그리고 엄청난 숫자의 나가들. 아마 그런 적을 상대하는 사령관이라면 불안감이나 걱정에 휩싸이거나 초조함을 가질 것이다.
하지만 그레이드 남작의 얼굴에는 그런 감정이 일절 존재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그가 이끄는 함선들과 병력들을 그는 믿고 있기 때문이었다.
"다들 준비는 됐나?"
"예!"
남작의 물음에 수많은 이들이 대답했다. 그레이드 남작이 타고 있는 함선은 마치 몇 층의 건물이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고 있었다. 그 함선의 이름은 나이트 왕국을 처음으로 건국했던 선대 왕, 아인츠의 이름을 따서 사용하고 있다.
아인츠 함선은 무려 천여 명에 육박하는 인원을 수용할 수 있었고 뒤따라오고 있는 100여 척의 함선들도 500여 명까지 수용할 수 있었다. 이번에 국왕에게 받은 3만의 병력과 원래 남작의 휘하에 있던 2만의 병력이 합쳐서 총 5만의 병력에 100여 척의 함선을 이끌고 남작은 오티넘을 향해 진격하고 있었다.
"블윈츠."
"예!"
1등 항해사인 블윈츠는 남작의 물음에 힘있게 답했다.
"오티넘까지 남은 시간은?"
"약 1시간이면 도착합니다."
"그럼 슬슬 전투준비를 해야겠군. 전 함선 멈추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전 함선 대기!"
마법으로 증폭된 1등 항해사의 목소리가 100여 척의 함선을 모두 멈추었다. 그레이드 남작은 모든 함선이 멈춘 것을 보고 그들을 바라보며 얘기했다.
"1시간 뒤면 우리는 오티넘에 도착한다. 오티넘이 무슨 상황에 처했는지 대부분이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확인 차원에서 다시 설명해주겠다."
그레이드 남작은 한번 헛기침을 한 후에 다시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적의 주요 전력은 마법함선과 나가들이다. 마법함선은 총 30여 척으로 마법포와 대포를 소유하고 있다. 나가들의 숫자는 어림 잡아서 천 이상이며 그 외로 더 많을 수도 있다."
그레이드 남작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전쟁을 벌이기 전에 적의 전력을 얘기해주는 것은 거의 금지사항에 가깝다는 것을 대부분의 사령관은 알고 있다. 왜냐하면 적의 전력을 얘기함으로써 아군의 사기를 떨어트릴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남작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그 이유는 자신의 병력과 나이트 왕국을 믿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보여주듯이 남작의 말을 듣고도 5만의 군대의 눈에는 한 줌의 불안감도 찾아볼 수 없었고 오히려 불타오르고 있었다. 남작은 그런 모습을 보고 흐뭇하게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것보다 더한 군대가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오티넘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오티넘을 다시 되찾을 것이다. 안 그런가?"
[맞습니다!!]
우렁찬 5만 군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해전왕이라고 불리는 사나이다. 이 해전왕, 패배를 느낄 생각이 없다. 아니, 느낄 수 없다. 왜냐하면 나에게는 너희들이 있기 때문이다. 안 그런가?"
[맞습니다!!]
"우리는 오티넘을 되찾을 것이다. 그리고 비겁한 게덴에게 붙잡혀 있는 국민들과 오티넘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이들을 구출해낼 것이다. 안 그런가?"
[맞습니다!!]
"오늘, 우리는 영광스러운 승리를 쟁취하고 오티넘을 되찾으며 나이트 왕국에 명예를 받칠 것이다!!"
[와아아아!!]
"전 함선 최대출력으로 전진하라! 목표는 오티넘! 해전왕이라고 불리는 우리의 전력을 모두 보여주도록 한다!"
그레이드 남작의 명령에 맞혀서 100여 척의 함선들이 일제히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남작은 자신의 얼굴에 맞닿는 바람을 느끼면서 미소를 짓고 혼잣말로 얘기했다.
"오늘 우리는 영광을 짊어질 것이다."
"레인 제독님. 모습을 드러냈다고 합니다."
"그래? 어디..."
레인 제독은 기다리고 있던 나이트의 함선들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듣고 손을 내밀었다. 1등 항해사는 레인 제독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망원경을 레인 제독의 손에 얹어주었다.
"흐음...상당히 많군."
레인 제독은 망원경을 통해서 본 나이트 함선들의 숫자와 크기를 보고 이마를 찡그렸다. 이미 들은 정보로 알고 있었음에도 실제로 보니 위압감이 상상 이상이라는 것을 제독은 느끼고 있었다.
엄청난 크기를 가진 100여 척의 함선이 일렬로 서있자 시야에 다 들어오지 못할 정도였다. 아직 사정거리 밖인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커다랗게 보이면 실제로 부딪혔을 때 얼마나 큰 충격을 받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나이트 함선의 주요 무기는 뭐지?"
"대포입니다."
"사정거리는?"
"약 700미터 정도입니다."
"700미터라...우리 함선의 사정거리는 어떻게 되지?"
"마법포는 특성상 사정거리가 짧은 편이어서 약 200미터 정도 됩니다. 하지만 대포는 드워프들이 만들어서 그런지 사정거리가 1000미터에 육박합니다."
"그렇다면 사정거리에 들어온 순간 대포로 요격한다. 그리고 해전왕의 전략상 분명히 충돌하기 위해서 달라붙을 것이다. 그러면 이어서 마법포로 요격을 한다."
"그리고 충돌을 버틴 이후에 나가들을 풀어서 근접전이 되겠군요."
"그렇지. 이 전쟁은."
레인 제독은 나이트 왕국의 함선들을 바라보며 얘기했다.
"충돌하기 전까지 얼마나 나이트 함선들을 줄이냐에 따라서 승부가 갈릴 것이다."
"저게 게덴의 함선인가?"
"예. 그렇습니다."
"확실히 드워프들이 제작은 잘하는군. 보기만 해도 잘 건조했다는 것이 느껴져."
그레이드 남작은 아직 접근하지 않고 멀리서 대치하는 와중에 게덴의 함선을 보고 감상을 얘기하였다.
"게덴은 마법포를 소유하고 있다고 했는데 사정거리가 어느 정도 되는지 알려졌나?"
"마법포는 대포에 비해서 사정거리가 매우 짧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게덴의 대포는 분하지만 저희 함선 것보다 사정거리가 길다고 합니다."
"그럼 먼저 맞으면서 가는 수밖에 없겠군. 30여 대밖에 되지 않는 것이 다행이지만."
게덴의 함선은 나이트의 일반 함선의 크기보다 조금 작았다. 하지만 드워프의 손을 거치고 와서 내구성은 나이트 함선보다 좋을 거라고 예상되었다. 지금까지 커다란 크기의 함선으로 부딪히는 전략을 펼치는 그레이드 남작에게 있어서 상성이 좋지 않다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1대 1의 얘기지. 이쪽이 3배나 되는 함선을 가지고 있으니 숫자로 밀어붙이면 된다. 아니면 무게로 밀고 나가서 전복시키거나...1등 항해사."
"예!"
"마법사들과 정령사에게 방어막을 시전하라고 해라."
"알겠습니다."
그레이드 남작의 명령에 맞혀서 각 함선에 분배되어 있는 마법사들과 정령사들이 함선에 방어막을 시전했다. 그리고 그레이드 남작은 한번 호흡을 들이키고 내쉰 후에 크게 외쳤다.
"전 함선 돌진하라! 목표는 게덴 함선!"
나이트 함선이 일제히 돛을 달고 마법사들이 뒤에서 바람 마법을 사용하여 속도를 높였다. 100여 척이 일제히 속도를 높이며 게덴의 함선을 향해 나아갔다. 그레이드 남작은 게덴 함선과의 거리가 순식간에 줄어드는 것을 보며 가만히 서 있었다.
그때 그레이드 남작의 눈에 게덴 함선에서 일제히 빛이 나는 것을 포착했고 동시에 소리를 질렀다.
"충격에 대비하라!!"
콰콰콰쾅!!
"으아아악!!"
"1번, 3번, 7번 함선 다운! 2번, 4번 중추 손상!"
"11번, 12번 전복!"
"26번, 27번..."
피해 상황이 실시간으로 들려왔다. 방어막을 시전했는데도 피해가 막대할 정도로 게덴의 대포의 위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30여 척에도 불구하고 한 번의 공격으로 20%가 궤멸될 정도였다.
"생각보다 강력하군. 하지만 한번 쏜 이상 다음 포까지 시간이 걸리겠지. 그동안 사정거리 내로 접근한다."
그레이드 남작이 이끌고 있는 아인츠 함선은 6서클 마방진이 설치되어 있어서 대포를 맞아도 버텨주고 있었다.
"모두 속도를 늦추지 않는다! 대포 발사 준비!"
아직 건재한 함선들이 남작의 명령에 따라 속도를 높이면서 대포 발사 준비에 나섰다. 그리고 남작의 명령만을 기다리며 언제든지 쏠 준비를 갖추었을 때 남작이 소리를 질렀다.
"일제히 전문 발사!"
콰콰콰쾅!
건재한 함선들이 일제히 소유하고 있는 대포를 발사하였다. 수백 문의 대포에서 쏜 탄알이 게덴의 함선을 직격했고 아무리 드워프의 함선이라고 해도 막대한 피해를 입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물보라가 사라지면서 보이는 광경은 나이트 진영의 모든 이들의 예상을 깬 모습이었다.
"뭐,뭐야?"
"젠장."
모든 함선이 멀쩡한 것은 아니었다. 딱 2척. 게덴의 30척의 함선 중 2척만이 부서져서 바닷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그레이드 남작은 아무리 드워프가 만든 함선이라고 해도 수백 문의 대포를 맞고 2척만 부서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눈앞에 보이는 광경에 놀란 것이었다.
"저건?"
멀리 있어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남작은 흐릿하게 남기고 있는 모습을 보고 확신했다. 저것은...
"마방진..그것도 아인츠 함선에 버금갈 정도의...그게 30여 척 전부에 있다는 말인가."
그레이드 남작은 예상보다 더욱 힘든 싸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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