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장 나이트 VS 게덴(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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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장 나이트 VS 게덴(6)
5만의 병력이 일제히 돌진해 오고 있었다. 검은 몬스터 때문에 진형이 붕괴된 상황에서 공격당한다면 최악의 스토리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크리드는 모든 병력들이 들을 수 있도록 크게 얘기했다.
"밀집대형을 펼쳐라!!"
크리들의 말에 검은 몬스터들을 상대하는 기사들을 제외하고 모든 병력들이 자신의 주변에 있는 이들과 뭉쳤다. 그 결과 약 2천여 명의 기사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병력이 한 곳으로 뭉치었다.
엄청난 집결력이라고 볼 수 있는 이것이 나이트 왕국의 최대 장점 중 하나이다. 기사 왕국이라고 불리는 그들의 훈련은 다른 왕국보다 훨씬 엄격하고 뛰어났다. 그리고 그 훈련의 결과가 지금 보이고 있었다.
"중장갑병 앞으로! 말이 있는 기사들은 차지를 준비해라!"
크리드의 명령에 따라서 5천의 달하는 중장갑병이 최전방으로 나섰고 말을 타고 있는 기사들이 자세를 취했다. 크리드는 생각보다 빠르게 정비를 할 수 있었다고 느끼면서 상대가 오는 것을 기다렸다.
3만의 수인족과 2만의 인간. 이쪽은 기사 2천이 빠졌지만 30만에 육박하는 병력.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검은 몬스터들 때문에 진형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기사들과 소드마스터들이 빠르게 처리해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또다시 변수가 되는 존재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쿵! 쿵! 쿵!
엄청난 대군이 움직여서 생기는 발소리가 아니고 명백히 커다란 존재가 만들어내는 발소리들이 들려왔다. 크리드는 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기 위해서 눈에 마나를 집중시키고 정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정체를 본 크리드는 크게 외쳤다.
"마법사와 정령사! 모든 출력으로 전방을 향해 쏴라!"
쿵! 쿵! 쿵!
"골렘이다!!"
어둠을 뚫고 나온 수십 개의 존재들은 바로 골렘이였다. 5미터가 넘는 수많은 스톤 골렘. 그리고 7미터가 넘는 10여 개의 아이언 골렘. 마지막으로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져 있고 10미터가 넘는 2개의 다이아 골렘.
이들의 존재는 나타난 것만으로도 보는 이들을 압도하는 것이 있었다. 하지만 나이트 왕국의 병력들은 비록 두려워할망정 피하지는 않았다. 엄청난 존재감을 드러내는 골렘을 보고도 도망치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골렘들과 5만의 병력이 보이기 시작할 때 마법사들과 정령사들의 폭격이 이루어졌다. 약 800여 명에 가까운 이들이 폭격하자 한 지역을 초토화 시킬 정도로 엄청난 폭발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폭격이 가시고 보이는 광경에 나이트 왕국의 이들은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골렘은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간 물건이다. 세세한 가공은 물론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 정교한 마법진과 핵이 되는 마나석까지 돈이 들어가지 않는 것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더구나 골렘은 기본적으로 마방 능력까지 추가되면서 가격은 더욱 높아지지만 그만한 값어치를 하는 것이 골렘이였다.
그것을 증명하듯이 엄청난 폭발임에도 불구하고 수십 개의 골렘들이 일렬로 서서 막아준 덕분에 피해가 그렇게 크지 않았다. 약 10여 개의 골렘이 부서지고 몇천의 병력이 죽었지만 폭발에 비해서 미세한 피해였다.
그리고 동시에 골렘들과 게덴의 병력이 돌진했고 전면전이 시작되었다.
"차지!"
크리드의 명령에 맞혀서 말을 갖고 있는 기사들이 말을 이끌고 돌격했다. 차지는 거리가 길면 길수록, 빠르면 빠를수록 강하기 때문에 기사들은 미친 듯이 말을 치면서 속도를 높였다.
자신보다 몇 배는 커다란 골렘이 앞에 서 있는데도 불구하고 기사들은 아무런 주저 없이 돌격했다. 그들의 표정에 두려움과 공포가 새겨져 있다 하더라도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만여 명의 기사들이 일렬로 서서 적들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은 아름답게 보일 정도로 장관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어서 격돌이 일어났다.
....!!!
엄청난 굉음과 함께 고기가 터지는 소리, 부서지는 소리, 뼈가 갈리는 소리 등 끔찍한 소리란 소리는 모두 들려왔다. 높은 내구성과 커다란 몸집을 가진 골렘조차도 기사들의 차지를 버티지 못하고 부서지는게 수십 개가 넘었다. 물론 육신을 가지고 있는 기사들과 게덴의 병력이 고깃덩이로 변하는 것은 당연했다.
죽음을 각오하고 한 차지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기사들은 게덴의 병력과 싸우기 시작했다. 그때 크리드가 소리치며 명령을 하였다.
"돌격하라!"
우아아아아!!
함성과 함께 나이트의 대군이 돌격하기 시작했고 진정한 난전이 이루어졌다.
처음에는 나이트가 게덴의 병력을 압도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밀고 들어가는 것도 한순간이고 이내 서로 밀고 당기는 고착화 현상이 일어났다. 6배나 많은 나이트의 병력이고 훈련도 잘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밀지 못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게덴의 5만의 병력이 모두 세뇌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그들의 몸에는 광폭화 마법이 걸려 있어서 이성을 잃고 공포를 모르는 광전사 집단이었다.
그리고 수인족들은 일반 병사보다 신체능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광폭화 마법까지 있다보니 기사와 맞먹거나 그 이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키야아아악!"
"크윽."
한 기사가 힘겹게 수인족과 싸우고 있었다. 어떤 종류의 수인족인지는 몰라도 날카로운 발톱과 빠른 스피드로 몰아붙이는 수인족은 익스퍼트 중급인 기사도 밀어붙일 정도였다.
깡!
다행히 발톱은 갑옷을 뚫지 못했지만 기사의 검도 수인족에게 닿지 않고 있었다. 1대1의 싸움이었다면 장기전으로 가겠지만 지금은 전쟁이었다. 언제 어디서 뒤통수를 맞을지 모르는게 전쟁이었다.
퍼퍼퍼퍽!
기사의 검을 피한 수인족의 뒤를 잡은 병사 4명이 칼로 수인족을 찔렀다. 4개의 칼날이 관통했는데도 불구하고 수인족은 움직이면서 발톱으로 병사를 향해 휘둘렀다. 발톱에 2명의 병사의 얼굴이 날아갔고 기사가 검으로 수인족의 목을 치고 나서야 수인족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괜찮은가?"
"예. 기사님이야말로 괜찮..."
퍽!!
자신에게 안부를 묻는 기사에게 병사는 얘기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다가온 아이언 골렘의 손아귀에 2명의 병사는 피곤죽이 되어버렸다. 아이언 골렘이 등장하자 약 20여 명의 기사들이 모여서 골렘을 향해 달려들었다.
까까깡!
기사들이 검에 마나를 불어넣고 골렘을 향해 휘둘렀지만 생채기만 생길 뿐 제대로 된 타격을 줄 수 없었다. 하지만 아이언 골렘의 손아귀나 발길질에 잘못 걸린 기사들은 육체의 흔적을 제대로 남기지도 못하고 즉사했다.
마치 큰 곤충을 향해 수많은 개미들이 달라붙는 광경이였지만 골렘은 기사들이 달라붙는데도 불구하고 움직임에 아무런 지장도 없이 기사들을 상대했다.
"내가 상대한다! 다들 비켜!"
그때 소드마스터인 휴나 남작이 소리치며 골렘을 향해 달려들었다. 소드마스터를 증명하는 오러 블레이드가 아이언 골렘의 팔을 훑으며 지나갔고 생채기만 냈던 기사들과 다르게 검이 주먹을 갈랐다. 아이언 골렘은 기계음을 내면서 발로 남작을 걷어차려고 했지만 남작은 옆으로 피하면서 무릎을 향해 검을 내리찍었다.
쿵!!
검이 무릎을 지나가면서 골렘이 한쪽 무릎을 꿇었다. 남작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골렘의 뒷덜미를 향해 올라가서 검으로 핵이 되는 마나석이 있는 곳으로 추정되는 곳을 찍었다.
지지직. 위이잉...
마나석이 파괴된 골렘의 눈에서 빛이 사라지면서 힘을 잃고 쓰러졌다. 남작은 쓰러진 골렘을 보고 한숨을 쉬었고 기사들과 병사들은 함성을 질렀다.
"우와아아아!!"
쿵. 쿵. 쿵.
하지만 함성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또 다른 골렘이 모습을 드러내었고 다가온 골렘을 본 기사들과 남작은 말을 잇지 못하고 멍하니 쳐다보았다. 골렘은 바로 10미터가 넘고 온몸이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진 다이아 골렘이었다.
"산 넘어 산이군. 이건 꽤 힘들겠는데?"
휴나 남작은 오러 블레이드를 꺼내 들고 다이아 골렘을 향해 달려들었다.
서걱.
수인족 한 마리를 가볍게 베어버린 크리드는 전장의 상황을 훑어보았다. 난전이 일어나면서 서로 간에 엄청난 피해를 주고 있었지만 상황은 호각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2개의 다이아 골렘을 휴나 남작과 히드 백작이 상대하고 있었고 검은 몬스터들은 기사들이 달라붙어서 싸우고 있었다.
기사들이 수인족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고 그나마 중장갑병들이 선전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남은 골렘들에게 병사들과 기사들이 학살당하는 것을 본 크리드는 골렘들부터 처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전투를 이긴다고 하더라도 다음이 남아있었기에 피해를 최소화하고 싶었다. 하지만 모든 일은 하고 싶은 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잠시 나와 놀지 않을래?"
크리드는 목소리를 듣자마자 위험 신호를 받아들이고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상대는 가볍게 피하면서 얘기했다.
"어이쿠. 검부터 휘두르다니. 너무한 거 아냐?"
"당신은?"
"나는 베로나라고 한다. 게덴의...전투대장이라고 해야 하나?"
"당신이 베로나?"
크리드는 베로나라는 인물을 들어서 알고 있었다. 이번에 원정대에 있었을뿐더러 이번 전쟁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메스님은 잘 계시나?"
"...너무 직설적인 거 아냐?"
"대답은?"
"생각보다 건강해. 그리고 이런 말을 해도 믿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메스는 내가 구출해낼 거야. 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기도 하니까."
"...그럴 기회는 없을 것 같군. 우리가 포마스의 목을 자르고 메스님을 구출해낼 것이니."
"그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네."
크리드는 베로나의 말에 눈썹을 올렸다. 자신의 국왕을 죽인다고 했는데 저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거짓말을 하는 듯한 느낌도 들지 않으니 오히려 더욱 혼란스러웠다.
"그럼 비켜주겠나?"
"그건 힘들 것 같아. 너만 잡고 있기로 약속했거든. 솔직히 그런 약속 자체가 별로 맘에 들지는 않지만 너와도 한번 싸워보고 싶었으니까 받아들였지."
"...기어코 피를 보겠다는 건가?"
"피를 볼지 안 볼지는 해봐야 아는 거지."
베로나는 주먹을 쥐면서 자세를 잡았고 크리드는 검을 꺼내 들며 얘기했다.
"나이트 왕국 총사령관 크리드."
"게덴 전투대장 베로나."
검과 주먹이 서로 가까워지고 부딪혔다. 그것을 시작으로 베로나와 크리드가 격돌했다.
베로나는 주먹에 오러를 둘러싸고 크리드의 얼굴을 향해 내디뎠다. 평범한 범인이 보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차리지도 못할 정도의 스피드였다. 하지만 크리드는 얼굴을 살짝 피하는 것으로 주먹을 회피했다.
이어서 베로나는 주먹으로 배를 가격하려고 했다. 하지만 크리드가 오러 블레이드로 주먹을 팅겨내었고 동시에 베로나를 향해 내리찍었다. 베로나는 발로 검을 위로 걷어차서 올리고 팔꿈치로 옆구리를 강타했다.
퍽!
'들어갔다.'
베로나는 묵직한 타격감에 제대로 들어갔다는 것을 느꼈지만 자신의 팔꿈치가 크리드의 손에 잡혀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크리드의 손에도 마나가 둘러싸여 있는 것을 보고 살짝 놀라워했다.
"너도 마나를 몸에 두를 수 있어?"
"몽크만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긴 하지만 검을 휘두르는 기사가 그러는 경우는 드물지."
"나의 스승님은 항상 얘기하셨지. 검이 없어도 싸우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고. 기사가 검을 놓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면 항복할 거야? 맨손으로 싸워야지. 이렇게 말하시는 분이였다."
"좋은 스승이네."
"...그렇지."
한순간 크리드의 안광이 날카로워 지면서 검에서 오러가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왔다.
"그런데...그런 분을 게덴에서! 감금하고 있지 않은가?!"
콰콰콰쾅!!
크리드가 검을 휘두르면서 땅이 두 개로 갈라졌다. 베로나는 두 팔로 막았지만 팔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스승이 메스였나?"
"그래! 그는 강인한 분이였다!"
깡깡깡!
크리드는 미친 듯이 검을 휘둘렀고 베로나는 그에 맞혀서 오러를 몸에 두르고 맞대응했다.
"스승님은 언제나 철과 같이 단단한 분이었다!"
깡!
"우리 나이트 왕국의 정신적 지주였다!"
깡!
"우리 기사들의 최종적인 목표였다!"
깡!
크리드는 살기까지 풍기며 검을 휘둘렀다.
"그런 분을 무슨 비겁한 짓으로 감금시켰지?!"
깡!
"너희들은 부끄럽지도 않나? 당신은 치욕스럽지도 않나?!"
깡!
"다름 아닌 너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깡!!!
크리드는 검을 수직으로 크게 내려찍었고 베로나는 뒤로 밀려났다.
"말해봐라! 네가 할 말이 있는지!"
"나도..."
수십 번의 방어끝에 베로나의 팔은 피범벅이 되어 있었고 한쪽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수그리고 있었다. 하지만 베로나의 눈빛은 사그라지지 않고 오히려 불타오르고 있었다.
"나도! 부끄럽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쾅!!!
베로나는 발에 힘을 주고 크리드를 향해 돌진했다. 크리드는 검으로 막았지만 돌진력과 함께 뻗은 주먹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강했다. 몇 미터를 밀리고 나서야 멈춘 크리드는 베로나를 놀라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런 여유조차 주지 않고 베로나는 크리드를 향해 주먹을 뻗었다..
쾅!
"나도 메스를 그렇게 놔두고 싶지 않다!"
쾅!
"나를 보고 싶다고 멀리서 온 녀석을 누가 감금하고 싶겠나?!"
쾅!
"하지만 상황이 나를 이렇게 만든다. 나도 이러고 싶지 않단 말이다!!"
쾅!!!
오러가 서린 주먹에 또다시 몇 미터 밀린 크리드는 다시 자세를 정비했다. 하지만 베로나가 자신을 바라보며 가만히 서 있는 것을 보고 검을 내렸다.
"나는...어떻게 하면 될까?"
"....."
"응? 말해보라고."
크리드는 베로나가 진심으로 괴로워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크리드는 검을 검집에 넣고 얘기했다.
"흥이 식었다. 사라져라."
"....."
크리드는 베로나에게서 등을 돌리고 걸어갔다. 하지만 사라지기 전에 혼잣말로 얘기했다.
"네가 무슨 상황인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내가 너였다면 나는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
크리드는 그 말을 끝으로 전쟁터로 다시 돌격했다. 베로나는 주변에 수없이 싸우고 있는 광경 속에서 혼자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그녀는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그녀의 얼굴에는 각오가 담겨 있었다. 그리고 베로나는 전쟁터에서 벗어나서 어딘가를 향해 달려갔고 한 명의 이탈자가 생기는 가운데 전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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