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장 나이트 VS 게덴(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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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장 나이트 VS 게덴(4)
나이트 왕국은 한창 전쟁 준비를 바쁘게 진행하고 있었다. 그것은 왕성의 내부에 있는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귀족들은 물론이고 아무드 국왕까지 한자리에 모여서 병력과 물자관리와 계획에 대해서 논의 중이었다.
그때 한 명의 병사가 시급하게 방문을 열고 들어와서 실로스 후작에게 귓속말로 무언가 얘기했다. 실로스 후작은 병사의 말을 듣고 심각한 표정을 지은 후에 고개를 끄덕였다. 병사는 곧바로 고개를 수그리며 사라졌고 논의를 하고 있던 귀족들의 시선이 모두 실로스 후작에게 몰렸다.
"실로스 후작. 무슨 일인가?"
아무드는 평소에 크리드와 실로스만 있을 때는 실로스님이라고 얘기하지만 이렇게 모두 모여있을 때는 경어를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전하. 저희가 한 방 먹은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실로스 후작은 말하기 힘들어하다가 결국 결의에 찬 표정을 보여주며 얘기했다.
"오티넘이 함락되었습니다."
"뭐?!"
"그게 무슨?!"
귀족들은 실로스 후작의 말에 벌떡 일어났고 아무드는 한쪽 손을 드는 것으로 귀족들을 진정시켰다.
"자세히."
"예. 현재 시간으로 약 10시간 전에 바다에서 게덴의 함선들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함선?"
"게덴에서? 바다도 없는 왕국이?"
"예. 함선의 숫자는 약 30여 척. 하지만 보통 함선이 아니라고 합니다. 모두 드워프들이 만든 함선이였다고 합니다."
"드워프의 함선..."
실로스 후작의 말에 귀족들은 믿기 힘들다는 표정이었다.
"계속."
"예. 함선에서 수백 개의 포들이 쏟아졌고 그로 인해서 오티넘의 절반이 초토화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오티넘의 영주, 브리츠 백작은 자신의 직속 병사들과 함께 생존자들을 구출하러 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런데?"
"함선에서 몬스터들이 나왔다고 합니다. 나가라고 하는."
"나가? 그 해저에서 산다는?"
"예. 그것도 최소 천에 달하는 숫자의 나가였답니다."
"천?!"
"그만한 숫자를 어찌?"
"그것뿐만 아니라 나가 전사들과 마법사들도 존재하였다고 합니다."
"그 정보는 확실한 거겠지?"
"90% 이상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흠...오티넘의 시민들은?"
"...."
"실로스 후작."
"휴...늙은 사람들은 모두 처형됐고 남자들과 나이 많은 여자는 노역자로 되었다고 합니다. 어린애들과 젊은 여자들은 성노예가 되었고."
"이런 찢어 죽일 것들이!!"
"그것들을 그냥 두면 안 됩니다!"
대부분의 귀족들이 분개하며 일어났다. 늙은 귀족들조차 분노를 다스리기 힘든지 표정에서 감정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아무드 국왕과 크리드만이 표정이 변하지 않았는데 그들이 분노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니였다.
오히려 그들의 내면에서 불타고 있는 분노는 다른 귀족들보다 더 심했다. 하지만 그들이 참고 있는 이유는 그 분로를 한 번에 터트리기 위해서 쌓아두고 있는 것이었다. 실로스 후작은 그것을 알고 있기에 조용히 가만히 있었다.
"실로스 후작. 전쟁 준비는 어떻게 되지?"
"약 70% 정도 완료했습니다. 비록 완전하지는 않지만 전면전을 치를 정도는 된다고 생각합니다."
"알겠다."
아무드 국왕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칼을 뽑고 얘기했다.
"그레이드 제독."
"예!"
불린 그레이드 남작은 한쪽 무릎을 꿇으며 예를 갖추었다.
"네게 오티넘의 탈환임무를 맡기겠다. 필요한 병력은?"
"제가 가지고 있는 함선과 병력 3만만 추가시켜준다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알겠다. 병력 3만을 추가시켜줄 테니 오티넘을 탈환하라."
"예! 제 목숨을 바쳐서라도 해내겠습니다!"
"피스텔 백작."
"예!"
"너는 병력 10만을 가지고 크리센트를 함락시키고 와라. 부족하나?"
"아닙니다! 충분합니다!"
"그럼 맡기겠다. 실로스 후작."
"예."
"남작과 백작에게 분배할 병력을 제외하고 당장 움직일 수 있는 병력이 어떻게 되지?"
"일반 병사 30만. 기사 2만. 중장갑병 5천. 마법사 및 정령사 천입니다."
"왕성을 방어할 병력을 제외하고 인가?"
"그렇습니다."
"식량은?"
"그 병력이 먹을 한 달 치는 준비됐습니다."
"알겠다. 크리드."
"말씀하십쇼."
"네게 그 병력의 총사령관을 맡기겠다."
"알겠습니다."
"진격은 내일 아침. 목표는 포마스 국왕의 목. 그 여정에는 나도 참가한다."
"맡은 임무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렇게 나이트에서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포마스 국왕님! 속보입니다!"
"어,어디 보자."
포마스는 전령이 가져온 것을 보고 흡족해하는 미소를 지었다.
"오,오티넘을 함락하는데 성공했군. 그,그리고 나이트가 진격하기 시작했다라...그,그에 맞게 우리도 준비한 것을 꺼내 들어야겠군. 유,유피안 백작을 불러라."
"예!"
전령은 곧바로 문을 열고 나갔고 얼마 되지 않는 시간이 지나서 유피안 백작이 들어왔다.
"준,준비 상황은?"
"예. 나이트 왕국이 올 장소로 예측되는 곳에 배치해 두었습니다."
"골,골라레스 평원인가?"
나이트 왕국과 게덴 왕국의 경계선의 사이에 있는 평원으로 원래는 두 왕국의 중립 지역이었다. 하지만 전쟁이 시작되면서 중립 지역이란 것이 사라졌고 나이트의 병력이 오는 경로를 통해 골레라스 평원을 지나가게 될 거라고 예상되었다.
"예. 아마 서로 간에 많은 희생이 벌어질 정도로 엄청난 전면전이 될 겁니다."
"하,하지만 승리는 우리 것이겠지. 수,수인족들의 준비는 끝났나?"
"예. 다른 것들도 준비가 끝났습니다. 헌데 베로나님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어,어제 얘기해두었다. 적,적절히 사용하면 될 거다."
포마스는 어제 베로나와 얘기했었던 얘기를 떠올렸다.
"베,베로나. 이,이제 이틀 안이면 전쟁을 펼칠 것이다. 너,너도 거기에 참가해라."
"싫다면?"
"어,어떻게 되는 지는 알겠지? 내,내가 무리한 부탁을 하지도 않는다. 너,너는 쓸만한 말이니까."
"닥쳐."
"아,아마 나이트 왕국에 너와 비슷한 무력을 가진 이가 있을 것이다. 크,크리드라는 놈이 있지. 그,그 녀석이 움직이려고 한다면 네,네가 그것을 막기만 하면 된다."
"그것뿐?"
"그,그것뿐."
"무슨 속셈이야."
"별,별로 다른 속셈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그저 그것만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알겠다. 그러도록 하지."
강자와 싸우는 것을 좋아하는 베로나에게 있어서 크리드라는 초인과 싸우는 것은 그녀가 꺼리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포마스는 알고 있었다. 더구나 좋은 말을 부릴 때는 채찍과 당근을 적절히 조절하면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포마스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그 녀석은 크리드만 봐줄 것이다. 그,그럼 너는 그때 맞혀서 사용하면 된다."
"알겠습니다. 이 전쟁 승리로 만들겠습니다."
"메,메이더스 남작이 죽었으니 네가 내,내 오른손이다. 실,실망시키지 마라."
"영광이옵니다."
"그,그럼 이만 가보도록."
"예."
포마스 국왕은 남작이 나간 것을 보고 혼잣말로 얘기했다.
"메,메이더스 보다 떨어지지만 그,그래도 그중에 나으니."
포마스 국왕은 고개를 흔들며 잔에 있는 음료를 마시고 바깥을 바라보았다.
"어차피 이 전쟁, 지는 것이 힘들다. 라자드님이 뒤에서 도와주는 이상. 크크큭. 푸하하하핫!"
자신감에 찬 포마스 국왕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밤이 지나가고 드디어 전면전인 아침이 밝아왔다.
일반 병사 30만. 기사 2만. 중장갑병 5천. 마법사 및 정령사 천.
총 33만 명에 육박하는 대군이 이동하고 있었다. 33만이라는 숫자는 상상을 초월하는 숫자로 엄청난 넓이를 가지고 있는 평원이 좁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들이 움직이면서 생기는 먼지로만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런 대군을 움직이는 총사령관은 크리드였고 그 옆에서 찬란한 갑옷을 입고 있는 아무드 국왕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크리드라도 33만 명을 모두 움직일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십인장, 백인장, 천인장, 만인장으로 명령체계가 나누어져 있다. 더구나 기사단에서 유명한 휴나 남작과 히드 백작, 록펠가 자작이 십만장으로 임명되어서 크리드의 부담을 줄여주고 있었다.
"전령입니다!"
"얘기해라."
"전진해 있는 정찰부대의 전언입니다. 게덴의 부대가 평원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숫자는?"
"보이는 숫자는 총 5만. 수인족 3만에 병사 2만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안에 내용물을 알 수 없는 나무 박스가 다수 있다고 합니다."
"5만?"
수인족이 3만이라는 말이 조금 걸렸지만 그렇다 해도 병력의 차이가 심각했다. 무려 6배가 넘는 병력의 차이로 이 정도면 질의 의미가 없어진다. 하지만 크리드는 내용을 알 수 없는 나무 박스가 있다는 말을 듣고 긴장을 늦추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나무 박스는 몇 개가 있지?"
"수백 개 이상 있습니다. 크기도 제각각이고 조금씩 움직이는 것도 있다고 합니다."
"몬스터인가? 흐음..."
"크리드님. 박스 안에 들어있는게 어떤 것이든 이 정도 물량 차이면 그냥 밀어버리는게 어떻습니까?"
"제 생각도 다르지 않습니다."
휴나 남작과 히드 백작이 말하는 것을 들은 크리드는 표정을 찡그렸다. 휴나 남작과 히드 백작은 무력도 좋고 용맹했지만 무작정 밀고 가는 성격이 있었고 두뇌전에 취약한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그나마 록펠가 자작이 그들을 말리고 있었다.
"안 됩니다. 정체가 뭔지 모르는 이상 함부로 접근하면 안 됩니다. 전쟁은 한순간이라도 방심을 용납하지 못하는 곳입니다."
"록펠가 자작님의 말이 맞습니다. 먼저 마법사들과 정령사의 공격으로 박스들을 부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내용물을 보고 행동하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총사령관님의 명령을 듣도록 하죠."
"그럼 먼저 마법사들의 사정거리가 닿는 곳까지 전진하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 긴장하십쇼."
수정 구슬을 통해서 회의를 끝난 크리드는 손을 들고 33만 명이 모두 들을 수 있도록 커다란 목소리로 얘기했다.
"전진한다!"
쿵. 쿵. 쿵.
33만 명의 대군이 움직이면서 땅이 울려 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덴의 병력들은 두려워하는 표정은커녕 아무런 변화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뭔가 이상한데...'
크리드는 뭔가 찜찜하다는 느낌을 받으면서도 병력을 전진시켰다. 나이트의 병사들과 기사들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차 있었고 패배할 것 같은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 정도의 사기와 군대라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뭔가가 계속 걸렸다.
하지만 자신의 감 하나 때문에 33만의 대군을 후퇴시킬 수는 없기 때문에 전진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병력이 조금씩 이동하여 게덴과의 거리가 약 200미터 정도 남았을 때 상황이 급변했다.
수백 개의 나무박스 중 수십 개가 일제히 부서지면서 안의 내용물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크리드는 마나로 향상된 시야로 인해서 모습을 드러낸 내용물의 정체를 보았고 한순간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일제히 후퇴하라!! 마법사들과 정령사들은 최대 출력으로 방어벽을 만들어라!"
"예?"
갑작스러운 명령에 많은 이들이 당황했다. 하지만 그들이 제대로 된 움직임을 취하기 전에 게덴의 진영에서 뭔가 빛나기 시작했고 일순간 굉음과 함께 나이트 진영에 엄청난 폭격이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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