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장 나이트 VS 게덴(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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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장 나이트 VS 게덴(1)
"비키는게 좋을 거야? 난 지금 상당히 기분이 좋지 않거든."
"베로나님. 저희도 이러고 싶은게 아닙니다. 하지만..."
"시끄러! 지금 죽고 싶어?!"
베로나가 소리를 지르며 기운을 끌어올리자 주위가 흔들리면서 요동쳤다. 방문을 지키고 있는 2명의 수인족은 베로나의 그런 모습에 침을 꿀꺽 삼키며 긴장하는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들,들어오라 해라."
그때 안에서 포마스 국왕의 명령이 떨어졌고 수인족들이 열기도 전에 베로나는 문을 격하게 걷어차며 안으로 들어갔다.
"설명을 해줘야겠다."
"무,무슨 설명을 말하는 거지?"
"난 지금 네 말을 받아줄 만큼 여유가 있지 않아!"
베로나는 소문을 듣고 곧바로 왕성을 향해 달려왔다. 소문의 내용은 나이트 왕국과 게덴 왕국이 전쟁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소문이 퍼지자 왕국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어수선하게 변했고 그 와중에 다른 이야기도 들려왔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베로나를 달려오게 만들었다.
"그,그렇게 소리 지르지 마라."
"닥쳐! 전쟁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런데 거기서 아주 이상한 소리를 들었지."
"무,무슨?"
"메스가 왕성에서 너를 죽이려 했고 실패했다는 소식. 그리고 그것이 전쟁의 발단이라는 것을."
"사,사실이다."
"어디서 개소리를!!"
빠지직.
베로나를 중심으로 바닥의 땅이 균열이 갔다. 그런 모습을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포마스 국왕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으며 얘기했다.
"그,그래. 네,네 말대로 개소리일 수도 있지.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지? 벌,벌써 전쟁은 시작되었고 발단은 아무런 상관도 없다."
"...메스는 어디 있지?"
"궁,궁금한가?"
"어디에 있어?!"
"지,지하 감옥에 있다."
베로나는 곧바로 뒤돌아서 방문을 나가려고 했다. 포마스 국왕이 말을 내뱉지 않았더라면.
"혹,혹여 충동에 휩싸여서 얘기하는 거지만. 메,메스를 풀어줬다가는 어떻게 되는지 알겠지?"
뿌득.
이빨이 갈리는 소리와 함께 베로나는 사라졌다. 포마스 국왕은 그런 베로나의 뒷모습을 보고 뿌듯해하는 미소를 지으며 혼잣말로 얘기했다.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나이트 왕국? 훗. 전쟁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지."
베로나는 지하감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두 명의 인간 경비병이 그것을 저지했고 베로나는 경비병을 향해 이를 드러내며 얘기했다.
"비켜라."
"베로나님이라 할지라도 국왕님의 명령이 아니면 불가합니다."
"죽기 싫으면 비키는게 좋을 거야. 국왕도 나를 어찌하지 못한다는 것을 아니까."
지옥에서 들리는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한이 서려 있는 말이었다. 경비병들은 베로나의 말에 어쩔 수 없이 천천히 창을 내리고 길을 비켜주었다.
지하감옥은 어두컴컴하고 습하고 불쾌한 공기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베로나는 아무런 지장도 느끼지 못하고 성큼성큼 내려갔다. 지하에는 창살로 되어있는 수많은 감옥이 있었지만 딱 한 칸에만 사람이 존재하고 있었다. 베로나는 본능적으로 그 사람이 메스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걸어갔다.
뚜벅. 뚜벅.
"....."
베로나는 메스를 바라보고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어서 피가 새어 나왔다. 언제나 강인하고 최강일 것 같은 남자가 눈앞에 무력하게 갇혀있었다.
사지에 쇠사슬이 묶여 있었고 쇠사슬은 커다란 구슬에 연결되어 있었다. 구슬은 마법으로 가동되는 모양인지 마법진이 박혀있었고 구슬들이 마나를 통제하고 있다는 것을 베로나는 알 수 있었다.
메스는 두 무릎을 꿇은 상태에서 쇠사슬에 걸린 팔을 양쪽으로 올리고 있었고 고개는 축 처져 있었는데 베로나가 온 것을 들은 모양인지 조금씩 고개를 올려서 바라보았다.
"베로나...인가?"
"...그래."
"크크큭. 어두워서 그런지 잘 보이지 않는군. 아니, 마나가 봉인되어 있어서 그런가?"
"....."
"왜 아무 말도 없어? 내가 너무 꼴사납게 보여서 그런가? 하긴, 나라도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아니야!"
격한 부정의 말을 내뱉었다.
"그래? 그럼 왜 말을 하지 않는데?"
"그건...미안하니까."
"뭐가 미안하지?"
"나를 보려고 온다고 해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거잖아? 그러지 않았으면 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텐데."
쾅!!
메스는 두 손으로 창살을 치고 베로나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얘기했다.
"네가 착각하고 있어서 말해주지. 네 잘못이 아니다. 내가 보고 싶어서 온 것이고 이렇게 잡힌 것도 나의 힘이 부족해서 그랬던 것이다. 너와 아무런 상관도 없고 네가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는 일이다. 알겠나?"
"그래도..."
"그렇게 죄책감이 들면 이렇게 말벗이나 해주기 위해서 자주 들르라고. 여기 지하감옥은 아무도 없어서 심심해 미치겠어. 뭐, 할 수 있는게 있어야지."
"...알겠어."
베로나는 대답을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메스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었다.
"밖은 어떻게 되었지? 시끄럽던데?"
"나이트 왕국과 전쟁을 펼치게 되었어."
"쳇. 역시 그렇게 되었나? 포마스를 너무 우습게 보았군. 처음부터 준비된 계획이었다니."
"내가 너를 구해줄게. 그러니 조금만 기다..."
"잠깐."
메스는 베로나의 이야기를 끊었다.
"나는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야. 네가 포마스 국왕에게 어떤 약점이 잡혀있다는 것도 알고 있고."
"...알고 있어. 하지만 그렇다고 너를 희생할 수 없잖아? 나도 이렇게 끌려다니는 것은 질색이야. 차라리 이럴 바에는 포기하고..."
"베로나!"
마나가 봉인되어 있다고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커다란 목소리였다. 베로나는 메스의 목소리에 그제야 메스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내가 반한 여자는 그렇게 포기하는 여자가 아니다. 오히려 지금 상황을 어떻게 돌파할지 고민하는 여자이지. 그리고 나도 방법이 없는게 아니라고."
"....네가 뭘 알지?"
"응?"
"네가 대체 나한테 뭘 안다는 거야?!"
베로나는 감정을 실어 말을 내뱉었다. 지금까지 쌓여있던 스트레스를 발산하는 것처럼 악의에 뒤덮여 있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메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흔들림 없이 얘기했다.
"확실히 네 말대로 여행했던 기간만이 너를 본 시간이지. 하지만 그 기간만으로도 알 수 있는 것은 있다. 네가 그렇게 간단히 포기할 정도로 약한 여자가 아니라는 것을."
"...말은 잘하네."
"베로나. 단언하지. 넌 그렇게 포기할 사람이 아니야. 아니, 포기하는 척을 해도 마음속으로 포기하지 않지. 포기하려고 해도 네 자신이 그것을 용납하지 않으니까."
"...그렇다 해도 지금은 진짜 어떻게 할 방법이 보이지 않아..안 그래도 몰려있는데 너까지 이렇게 되었으니 난 어떻게 해야..."
"베로나."
고개를 수그리며 절망적인 목소리로 얘기하던 베로나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메스를 바라보았다.
"힘들 때는 네 지인을 찾아라. 아는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해봐."
"지인? 아는 사람?"
"솔직히 이것은 나도 꺼려하는 방법이지만..."
베로나는 도대체 무슨 방법이길래 메스가 저러는지 궁금했다.
"뭔데?"
"우리가 서로 알고 있는 괴물이 있잖아? 우리의 힘으로도 어쩔 수 없었던."
"우리가?...아! 듀로크!"
베로나는 듀로크라는 9서클 대마법사를 떠올렸다.
"그 녀석에게 힘을 빌리는 것은 내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지만..상황이 이러니 어쩔 수 없지. 나도 여기서 탈출할 수 있도록 노력해볼 테니까. 너도 노력해봐. 듀로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최후의 수단이라고 생각하고."
"왜? 그 녀석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제일 정확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겠지. 하지만 그 녀석은 그것을 빌미로 무언가를 또 요구할 것 같거든."
"하긴."
메스와 베로나는 서로 조용히 웃었고 그때 멀리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베로나님! 시간 다 됐습니다!"
"부르는군. 이만 가봐."
"메스...정말 미안해."
"미안해할 거 없다니까. 다 내 힘이 부족하고 내가 초래한 결과인데."
"하지만..."
"그렇게 미안하면 여기서 나간 후에 데이트나 해달라고."
"..알겠어."
베로나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고 메스는 그 모습을 보며 웃었다.
"푸하하핫! 이거 진심으로 노력해야겠는데?"
"그럼 잘 있어. 종종 들를게."
"그래."
베로나는 그 말을 끝으로 사라졌고 메스는 베로나가 사라진 것을 확인한 후에야 한숨을 쉬었다.
"후...갔지? 쿨럭!"
메스는 입에서 한 바가지의 피를 토해내고 소매로 입가를 닦아내었다.
"역시 마나가 봉인되어 있어서 그런지 내상이 치료가 되지 않는군. 이럴 때가 아니건만."
메스는 상태가 좋지 않은 자신의 몸을 달래며 어떻게 여기서 빠져나갈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스."
"베로나인가?"
마침 경비병의 임무를 끝내고 휴식을 취하러 가던 스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베로나를 보고 얘기했다.
"무슨 일이지?"
"네게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들어가도록 하지."
스는 자신이 살고 있는 막사 안으로 베로나를 인도하였다.
"근처에 감시하고 있는 이는 없겠지?"
"내 감각 안에 감지되는 이는 없었어."
"그러면 충분하겠지. 그래, 무슨 일이지?"
"이번에 나이트와 게덴이 전쟁한다는 소식은 당연히 들었겠지?"
"물론."
"계기는 뭔지 알아?"
"정확히는 모르지만. 대충은."
"나이트에서 온 소드마스터 상급인 메스가 있어. 그 녀석은 나를 보려고 왔었는데 포마스가 그것을 미리 알아차리고 있었나 봐. 함정을 깔아놓았어."
"그래서?"
"어느 정도의 피해를 감수했는지 몰라도 메스를 붙잡는데 성공했고 지금 지하감옥에 있는 중이야. 그리고 메스가 죽인 이들을 구실로 잡아서 전쟁을 선포한 거고."
"그렇군."
"그래서 난 네게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어. 너를 감시하고 있는 이는 없지?"
"내가 알기로는 없다."
"다행이네. 우선 네게 힘든 일을 부탁하게 될 거야. 받아줄 수 있어?"
"그게 우리 수인족의 해방과 관련된 일인가?"
"그럴수도 있어. 이번 전쟁은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거든."
"...들어보도록 하지."
"먼저 이 구슬을 받아."
베로나는 품속에서 하나의 조그마한 수정 구슬을 건네주었다.
"이 구슬은 서로 간에 영상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구슬이야. 한 개는 너에게 줄거고 하나는 내가 가지고 있을 거야. 그 구슬을 어떤 인물에게 건네주면 돼."
"그 인물은?"
"듀로크."
"듀로크?"
스는 생전 처음 듣는 이름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누구지?"
"이번 여행에 만났던 9서클 대마법사."
"9서클...실재했나?"
"지금 아는 사람은 극히 일부분일 거야. 더구나 그 듀로크의 정체는 오크인게 더 충격적이지."
"오크? 놀랍군. 오크가 9서클 마법사라니...잠깐. 오크라면 몬스터의 숲을 지나서?"
"그래. 그래서 무리한 부탁을 한다는 거야. 몬스터의 숲을 지나서 오크들의 왕국에 도착하여 구슬을 넘겨주는게 최종 목적이야...가능하겠어?"
"힘들겠지만 가능할 거라고 생각한다."
"..대답은?"
"그 오크라는 마법사는 믿을만 하나?"
"충분히."
"그 오크에게 뭘 부탁하려고 하는 거지?"
"지금 이 상황의 타파."
"구슬만 넘겨주면 되나?"
"구슬에 마나를 주입하면 나에게 연락이 올 거야. 그러면 그걸로 자세한 이야기를 하면 되고."
스는 구슬을 손으로 들고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알겠다. 너를 믿도록 하지."
"고마워."
스는 자신의 막사 안에 있는 가방에 빠르게 여러 가지 물자들을 챙겨 넣고 베로나에게 얘기했다.
"그럼 갔다 오도록 하겠다."
"부탁할게. 나와 너 그리고 수인족, 크게는 게덴 왕국의 운명까지 너한테 맡겨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큭. 부담스럽군. 그럼."
스는 그 말을 끝으로 가방을 메고 달려갔다. 늑대인간의 일족답게 좋은 신체능력을 토대로 빠르게 사라져 갔다.
"그럼..나도 준비를 하자."
베로나는 자신도 할 수 있는 준비는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몸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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