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장 누가 더 괴물인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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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장 누가 더 괴물인가?(7)
"저는 나미래라고 합니다. 듀로크와 같은 고향에서 왔습니다."
"잠깐. 거기서 나는 이해할 수 없는게 있어."
나르샤가 손을 들고 일어나며 얘기했다.
"듀로크와 같은 고향이라면 그...그와 같은 모습이라는 거잖아? 하지만 당신이 그런...모습을 보여줬지만 그와 같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왜 이렇게 힘들게 말해?"
"내가 그렇게 얘기하고 싶어서 하는 줄 알아?!"
듀로크의 반론에 나르샤가 버럭 소리 질렀다. 듀로크는 나르샤의 반응에 피식 웃으며 가면에 손을 가져다댔다.
"듀로크?"
"듀로크님?"
듀로크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 일행들이 의아해하는 목소리를 내뱉었지만 듀로크는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딸깍.
마법으로 피부와 달라붙어 있던 가면이 마법이 해체되면서 조그마한 소리를 내보냈다. 그리고 드디어 가면 속에 숨겨져 있던 듀로크의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초록색의 피부, 입을 뚫고 나와있는 송곳니, 돼지처럼 생긴 얼굴은 명실상부한 오크의 얼굴이었다.
"오,오크?!"
"오크가 왜 여기에?!"
"....."
크리스는 듀로크의 얼굴을 보고 놀란 나머지 의자에서 넘어졌고 라인트는 언제든지 검을 꺼낼 듯이 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오직 나미래만이 듀로크의 얼굴을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내 정체가 오크인게 그렇게 충격인가?"
"죄,죄송해요. 왕국의 영웅이라고 불리는 듀로크님이 오크일 줄은 상상도...하지 못했으니까요."
"...나도 마찬가지다."
"너희 둘에 비해서 나미래는 별로 충격이지 않았나 본데?"
"...네가 인간이 아닐 거라는 것은 예상은 했었으니까."
"어떻게?"
"냄새."
"냄새?"
"그래. 내 안에 있는 것들이 그렇게 얘기하고 있었지."
"그렇군."
듀로크는 나미래의 괴물 같은 모습을 본 이후여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크리스와 라인트는 아직도 충격이 가시지 않은 모양인지 멍하니 듀로크를 쳐다보고 있었다. 듀로크는 가면을 다시 쓰고 이어서 얘기했다.
"너희들을 믿기 때문에 나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물론 이 비밀을 알고 있는 것은 여기에 있는 인물이 전부다."
"...왠지 알면 안 되는 사실을 알게 된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기분 탓인가?"
"어떻게 생각하든 네 자유지. 하지만 네 생각이 틀린 것도 아니다."
"...젠장."
라인트는 뒤통수를 긁적이며 난색을 표현했다.
"당신의 정체를 이렇게 갑자기 밝히는 이유가 있나?"
"이 이후에 이야기하는 것에 불편을 겪지 않기 위해서지."
듀로크는 그렇게 얘기한 후에 수정구슬을 가지고 테이블의 중앙에 두었다.
"로그. 잘 보이냐?"
"예. 잘 보입니다."
수정구슬에서 로그의 모습이 드러났다.
"여기 있는 소크라 백작과 쥬디아도 처음 보는 것일 것이다. 로그. 텔레포트하여 왕국의 모습을 보여줘라."
"알겠습니다."
그 순간 수정구슬에서 보여주는 광경이 순식간에 변화하였다. 그리고 그 수정구슬에서 보이는 모습을 처음 보는 이들은 감탄성을 내뱉었다.
"와아아..."
"저,저건?"
"장난 아니군."
수정구슬이 보여주는 광경에는 엄청난 숫자의 생명체들이 움직이고 있었고 그 커다란 땅을 성벽이 모두 감싸고 있었다. 엄청난 크기의 땅에는 독특한 색깔을 가진 건물들이 수없이 나열되어 있었고 아직도 짓고 있는 것들이 많아 보였다.
"됐어."
듀로크가 말하는 순간 수정구슬의 장면이 변화하여 다시 로그의 얼굴을 보여주고 있었다.
"지금 본 게 오크들의 왕국인 그란 왕국이다. 나와 그란이 오크들의 부족을 통합시켜서 저런 왕국을 만들었지."
"믿,믿을 수가 없군요."
"자네 이런 사실을 숨기고 있었다니 섭섭하구만."
"하하하. 타이밍을 잡기가 쉽지 않았거든."
쥬디아와 소크라 백작은 그나마 받아들이는 분위기였지만 커다란 충격을 연속해서 받아서 그런지 크리스와 라인트는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로그. 왕국에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니겠지?"
"예.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일이 하나 있습니다."
"어떤 건데?"
듀로크는 로그가 어떻게 하지 못하겠다는 말을 듣고 호기심이 생겼다.
"암컷 오크들이 난리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통제가 힘들 정도입니다."
"뭣 때문에?"
"듀로크님의 옆자리를 꿰차기 위해서입니다."
"내 옆자리?"
"예. 부인입니다."
"뭐?!"
듀로크가 테이블을 박차며 일어났다.
"무,무슨 헛소리야? 그게?"
"그란 왕국에서 듀로크님은 왕에 비견될 정도로 권력을 가지고 있는 분입니다. 그런 분의 부인이 되는게 암컷 오크들의 최종 목표가 된 겁니다."
"그,그란은?"
"그란님은 충분히 교제를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듀로크님입니다. 듀로크님이 어디 있는지 물어보고 항의를 하는 암컷 오크들이 수백 명이 넘습니다. 지금 추세라면 수천 명은 순식간입니다."
"...진짜냐?"
"푸훗."
"킥킥킥."
듀로크는 새로운 문제에 머리가 지끈거렸는데 옆에서 웃는 나르샤와 벨리온을 보고 화가 치밀어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뭐가 웃겨?! 남은 심각한데?"
"킥킥킥. 너 같으면 웃음이 안 나오겠냐?"
"이제 좋은 임자 찾겠네? 축하한다."
듀로크는 나르샤와 벨리온뿐만 아니라 이번에 새로 보게 된 3명을 제외하고 모두 키득거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로그. 나에게는 따로 마음에 둔 여자가 있다고 해라."
"그것으로 괜찮겠습니까? 거짓말도 한계가 있습니다."
"그건 내가 알아서 한다."
"알겠습니다."
로그가 수긍하는 것을 듣고 듀로크는 다시 한번 분위기를 잡은 후에 이야기를 이어서 하려고 했다. 하지만 수정구슬에서 보여주던 광경이 갑자기 시끌벅적해지면서 많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취익~ 로그. 지금 뭐하는가? 말하고 싶은게 있다."
"내가 얘기하겠다. 네가 얘기하면 어떻게 설명할지 모르니."
"별거 아닌 거 같고 로그 오빠를 괴롭히지 말아요."
"...친근한 목소리들이군."
듀로크는 수정구슬에서 들리는 3명의 목소리를 듣고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취익~ 그 목소리는 듀로큰가?"
"진짜 듀로크냐?"
"듀로크 오빠?"
갑자기 수정구슬에서 로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3명의 얼굴로 가득 찼다. 듀로크는 그들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소개하지. 저기 있는 오크는 그란 왕국의 왕인 그란이다. 드워프의 이름은 쿠로딘. 그란 왕국 대장장이의 총책임자지. 나머지 한 명의 소녀는 클레아라고 한다."
"안녕하세요. 클레아라고 해요. 어? 나르샤 언니도 있네요?"
"그래. 잘 지내고 있어?"
"예. 언니의 가르침 덕분에 드디어 익스퍼트에 올라갈 수 있었어요."
"나중에 가서 칭찬해줘야겠네."
"아, 그리고 그란 오빠도 소드마스터에 올랐어요."
"그,그게 정말인가?"
"놀,놀랍군요."
국왕과 매트왕자가 놀라워하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가운데 듀로크가 얘기했다.
"어차피 너희도 알아야 할 사항이니까 들어서 나쁠게 없을 거야. 나미래."
"응?"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하도록 하지. 나에게 힘을 빌려주지 않겠나?"
듀로크의 말에 한순간 침묵이 흘러갔다.
"내가 생각하기에 내 힘이 필요할 것 같지 않은데? 너뿐만 아니라 강한 이들도 많고 저런 왕국까지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되겠지만 실제로 그렇지는 않다. 미래에 있을 전쟁을 위해서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은 심정이니까."
"뭐?"
"나와 같은 9서클의 경지를 가진 흑마법사 라자드란 인물이 있다. 그는 나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고 세력 또한 만만치 않아. 이 라이언 왕국을 휘하에 두려는 계획까지 실천하고 있었으니까."
"라자드?"
나미래는 듀로크의 입에서 알고 있는 이름이 나오는 것을 듣고 눈을 찡그렸다.
"알고 있나?"
"직접 만나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관련이 있었지."
나미래는 간결하게 오에돈 마을과 식인의 숲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주었다.
"라자드의 손길이 보이지 않는 곳까지 침투해있었군. 쥬디아. 정보망을 더욱 광대하게 풀어놓아야 할 것 같다."
"그렇게 조치하겠습니다."
"그 크리스탈과 조이스라는 인물을 볼 수 있을까?"
"크리스탈은 그럴 줄 알고 가져왔다네. 하지만 조이스님은 지금 내 휘하에 있는 치료사들이 보살피고 있네."
소크라 백작이 방문을 열고 누군가에게 얘기하자 얼마 되지 않아서 몇 명의 인원이 낑낑되며 크리스탈을 가지고 왔다.
"이것이다."
"흐음...잠시만."
듀로크는 크리스탈 속에 들어있는 여자아이를 보며 나미래에게 얘기했다.
"일기의 주인공이 카데스라고 했었나?"
"그런데?"
"...이거 참 재밌는 운명이군."
듀로크는 자신을 암살하려고 왔던 카데스와 나누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카데스는 자신이 죽기 전에 듀로크에게 자신의 딸을 부탁했었고 듀로크는 그 부탁을 받아들였었다.
하지만 찾을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고 여건조차 되지 않아서 그와의 약속은 머릿속에서 구석으로 밀려갔다. 하지만 그것을 용납하지 않는 듯이 운명처럼 이렇게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미안하군. 카데스. 뒤늦게나마 약속을 이행하마."
"뭐라고?"
"아니다."
듀로크는 탐지 마법을 통해서 크리스탈이 어떤 구조로 되어있는지 조사하였다. 한동안 크리스탈이 어떻게 된 구조인지 조사한 듀로크는 그 구조의 복잡함에 혀를 내둘렀다.
"장난 아니군. 이렇게 복잡한 구조라니. 역시 라자드가 만들어서 그런가?"
"해제가 불가능해?"
"아니. 만드는 것은 복잡했지만 해제는 간단하다. 구조를 이해할 수 있었으니 역으로 진행하면 되니까."
"그럼 저 안에 있는 아이는 어떻게 되는 거지?"
"당분간은 괜찮겠지. 네가 말한 대로 생명력을 흡수했으니까. 하지만 그것도 임시방편이다. 생명력이 또 떨어질테니."
"...방법은 있나?"
"흐음...그 방법을 사용해야 하나?"
"방법이 있어?"
나미래는 듀로크가 얘기하는 것을 깜짝 놀랐다.
"있긴 있다만 될 줄은 모르겠다."
"무슨 방법이야? 그건 나도 궁금하다."
"나도."
나르샤와 벨리온의 재촉에 듀로크는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나르샤. 그란 왕국에 마나를 모이게 하는 마법진을 지하에 설치했던 거 기억하지?"
"기억나지."
"생명력이 빠져나간다는 것은 곧 마나가 몸에서 빠져나가는 체질이란 것이지. 그럼 마나를 강제적으로 모이게 하면 되지 않겠나?"
"너, 설마?"
"맞아. 지하에 설치했던 마법진을 이 여자아이에게 심는 것이지."
"그게 가능해?"
"나도 새로운 도전이야. 하지만 충분히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
"진짜 괴물이네."
나르샤는 듀로크가 하는 말을 이해하고 혀를 내둘렀다. 그가 말하는 대로라면 여자아이는 가만히 있어도 마나를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이고 즉, 수련을 통하지 않아도 강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사용하는 방법을 알아야겠지만.
"아예 그렇게 마법진을 박아서 양성하지 그래?"
"쉬운 줄 아냐? 지하에 박은 것과 다르게 인체는 훨씬 세밀하게 박아야 해. 내가 하더라도 몇 개월은 걸릴걸?"
"그렇다는 것은 이 아이가 낫는다는 거야?"
지금까지 옆에서 들었던 나미래가 얘기했다.
"직접 다 해야 알겠지만 아마 그럴걸?"
"...이런 힘을 가진 네가 내 힘을 원한다고?"
나미래는 비웃으면서 얘기했지만 듀로크는 진지하게 얘기했다.
"네 힘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대단하다. 네 마법방어는 나같은 9서클이 아니면 거의 통하지 않을뿐더러 그 경이적인 회복력과 피부의 방어력은 몇만의 군대를 상대해도 이길 수 있겠지."
"....."
나미래는 듀로크의 말에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물론 라자드가 나쁜 놈이고 듀로크가 좋은 놈인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전생에서 죽었던 것이 서로 간에 잘못도 있지만 그로 인해서 환생하고 겪은 고통들을 생각하면 듀로크를 좋게 볼 수는 없었다. 물론 미안한 감정도 동시에 있었지만. 그것을 듀로크도 눈치챈 모양인지 웃으며 얘기했다.
"물론 네가 맘에 들지 않을 수도 있지. 그러면 이렇게 하는 것은 어떨까? 네가 산왕이 되면 그 산맥을 영지로 인정해줄게. 그리고 왕국에서 네가 어떤 짓을 하든 딱히 관여하지 않을게. 놔두기 힘들 정도의 일이 아니면. 너희 영지에서는 그저 세금만 내고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돼. 단."
"단?"
"왕국이 위험할 경우 너희들의 힘을 빌려줄 것. 물론 반대로 너희 영지가 위험해도 왕국이 힘을 빌려줄 거야. 어때?"
"....."
나미래는 듀로크가 충분히 자신을 생각해주고 배려해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알겠다. 그렇게 하도록 하지."
"고맙군. 서로 같은 고향을 가진 이로서 궁금한게 있으면 물어봐라. 내가 아는 것이면 모두 가르쳐주도록 하지."
듀로크는 얘기가 잘 흘러갔다는 것에 만족하며 테이블 위에 있던 음료를 들고 입을 적시었다.
"그러면...궁금한게 있는데."
"응?"
"네가 마음에 둔 여자가 누구야?"
"푸웃!"
듀로크는 나미래의 질문에 한방 먹어서 입에 머금고 있던 것을 내뱉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 이야기 좀 자세히 알려줘요!"
"취익~ 드디어 듀로크에게도 임자가 생기는 건가?!"
"그건 나도 궁금하다. 알려주지 않겠나?"
나미래의 말을 들은 그란 왕국과 연결되어 있는 이들이 난리를 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흔들면 마법이 깨집니다."
구슬이 엄청나게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 보였고 로그가 경고성의 멘트를 날렸다. 하지만 그대로 구슬의 영상이 끊기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농담이지?"
"농담."
듀로크는 나미래에게 진지하게 물어봤고 나미래는 웃으며 얘기했다.
"그래도 반은 진담인데? 나도 궁금한 것은 사실이니까."
"...너까지 나를 압박하지 말아. 안 그래도 고민이 많으니까."
듀로크는 손을 이마에 두고 찡그리며 얘기했다.
"매트 왕자는 나미래를 본 이들을 잘 거슬려주면 좋겠어. 나와 나미래와 싸운 광경을 본 이들이 많으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회의는 이것으로 마치겠다. 추후에 자세한 사항은 직접 나누도록 하지. 그리고 나미래는 나와 둘이서 얘기 좀 하자."
"왜? 마음에 들어서?"
"나르샤! 죽인다?!"
나르샤는 깔깔대면서 사라졌고 벨리온도 그 옆에서 키득거리며 사라졌다. 벨치스 국왕과 매트 왕자, 쥬디아도 아닌 것처럼 보였지만 그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라인트와 크리스는 밖에서 기다린다고 했고 드디어 둘만이 남게 되었다.
"우리가 환생자인 것은 숨기는게 좋을 거다."
"왜?"
"그들에게 있어서 환생자는 믿지 못할 얘기일 테니까. 나도 아직은 얘기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숨기고 있다."
"나는 믿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믿겠지. 하지만 그들이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싫다. 나는 그들에게 있어서 환생자라는게 아니고 그저 듀로크라는 인물로 남아있고 싶다."
"간단히 말해서 색안경을 끼지 않고 보는 것을 원하다는 거 아냐?"
"쉽게 말하자면 그렇지."
"알겠어."
"그래도 이렇게 우리는 서로 터놓고 얘기할 수 있잖아? 나도 같은 환생자를 만나서 얼마나 좋았는지 넌 모를 거다."
"그런가?"
"너도 알고 있겠지만 다른 세계로 환생하면서 느끼는 당황스러움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나를 아는 자가 아무도 없고 이 세계에 대해서 내가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달랑 혼자 모르는 곳에 떨어져서 살아가는 고독감. 처음에는 조금 무서웠었지."
"....."
나미래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시체 같은 자신의 모습과 영문도 모르는 구울의 습격. 그때의 감정은 지금 생각해봐도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같은 환생한 자를 만났잖아? 이제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지."
"...그렇군."
듀로크는 가면을 벗어서 얼굴을 보여주면서 얘기했다.
"너도 알다시피 나는 오크란 몸을 갖고 태어났다. 너도 인간이 아닌 것을 보면 평탄하지 않았지. 하지만 우리 둘 다 강력한 힘을 갖게 되었다. 과연 이게 우연일까?"
"그럼?"
"나는 우리가 억울하게 죽어서 이렇게 환생시켜주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평범하게 환생시켜주면 인생의 참뜻을 알 수 없지. 밑에서부터 올라온 자만이 위에 있을 때의 행복을 안다는 말이 있다. 그런게 아닐까?"
"그러니까 네 말은 억울하게 죽은 우리에게 인생의 참뜻을 알게 해주기 위해서 일부러 인간이 아닌 삶을 겪게 하고 강력한 힘을 얻게 해주었다는 건가?"
"나만의 생각이야. 왜냐하면 드래곤으로 환생한 녀석도 있었거든. 드래곤으로 환생한 그 녀석이 편안하게 지냈는지는 모르겠지만."
"....."
"증명할 방법도 없고 그저 감정론에 지나지 않지."
"....."
나미래는 듀로크의 말을 믿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부정할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자신과 듀로크를 보더라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결론은 같은 환생자로서 잘 부탁한다고."
듀로크는 나미래에게 악수를 권했다. 나미래는 듀로크의 손과 얼굴을 쳐다본 후에 자신의 손을 뻗어서 듀로크와 악수를 했다.
"그래. 잘 부탁한다."
"아, 그리고 네가 어퍼컷을 한 주먹은 꽤 아팠어."
"그건...미안했다."
나미래는 부끄럽다는 듯이 시선을 피했고 듀로크는 코웃음을 치며 웃었다. 이렇게 듀로크와 나미래와의 관계는 이날을 시작으로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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