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장 누가 더 괴물인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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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장 누가 더 괴물인가?(6)
"나미래님이에요?"
'저 소녀는 누구지?'
듀로크는 갑작스러운 소녀의 등장에 움직임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괴물도 움직임을 멈추고 소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거기다 소녀가 괴물의 정체를 한눈에 알아본 것을 보면 나미래와 친밀한 관계에 있었다고 보는게 맞다고 생각했다.
"크...크리스."
괴물의 입에서 알아듣기 어려운 어조의 말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듀로크는 괴물이 정확히 소녀의 이름을 말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어떻게 된 일인지 괴물의 몸이 줄어들고 있었다. 듀로크는 그 현상을 보자마자 괴물의 몸에 박혀 있던 수십 개의 금속 막대들을 마법으로 모두 뽑아내었다.
괴물의 몸이 수축하는 속도는 점점 빨라졌고 이내 회색 빛깔이었던 피부도 인간의 피부로, 날개도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안으로 들어가서 사라졌다. 괴물 같던 얼굴도 처음 봤던 여자의 얼굴로 변했고 모든 모습이 원래의 나미래로 돌아왔다.
"넌 누구지?"
듀로크는 오른손에 파이어볼을 만들고 언제든지 던질 준비를 한 상태에서 물어봤다. 그녀는 듀로크를 한번 쳐다보고 얘기했다.
"누구긴, 나미래지. 너와 악연을 가진."
"드디어 의식이 돌아왔나 보군."
듀로크는 파이어볼을 손에서 없애고 마법 배낭에서 한개의 옷을 꺼내서 나미래에게 건네주었다. 나미래는 자신이 아무런 옷도 입고 있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듀로크의 호의를 받아들였다.
듀로크는 나미래가 옷을 받아들이는 것을 보고 얘기를 꺼내려고 했지만 한순간 휙 하고 자신을 지나가는 물체 때문에 할 수 없었다.
"나미래님!!"
"크,크리스."
나미래는 갑자기 달려들어와서 안기는 크리스 때문에 당황했다. 나미래는 자신이 괴물로 변했었고 그 모습을 크리스에게 보여줘서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다. 그런데 그런 모습을 보여줬는데도 갑자기 달려드는 크리스의 행동에 당황해했다.
"크,크리스. 어떻게 된 일이였냐면..."
"크흑...나미래님. 살아계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나미래는 크리스에게 설명을 하려다가 자신의 품에서 울먹거리는 크리스를 보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내가 왜 죽어? 내가 강한 것은 알고 있었잖아."
"그,그래도 계속 불,불안했어요. 흑..괴성과 굉음을 듣고 얼,얼마나 가슴이 졸였는지..흑...아세요?"
"미안해. 내가 미안했어."
"흑...으아아아앙!"
크리스는 나미래의 품속에서 울음을 터트렸고 그 광경에 듀로크는 뒷머리를 긁으며 얘기했다.
"지금 이야기하기에는 분위기가 그렇군. 진정되면 나를 찾아와라."
"미안. 어디로 찾아가면 되지?"
"네가 부순 내 방으로 와라. 나는 가서 부서진 방을 복구시킬 테니까."
"알겠어. 그리고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 내가 너무 흥분했나봐."
"큭. 그것도 나중에 이어서 얘기하도록 하지."
듀로크는 그 말을 끝으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고 남아있던 나르샤와 벨리온이 얘기했다.
"당신, 정말 강하더라? 나중에 진지하게 싸워보자."
"그러고 보니 내 팔을 치료해달라고 듀로크에게 얘기하지 못했군. 가서 부탁해야겠어."
나르샤와 벨리온은 각자 할 말을 한 후에 듀로크의 뒤를 따라갔다. 라인트는 나미래와 그녀의 품속에서 울고 있는 크리스를 보고 얘기했다.
"그게 당신의 정체였나?"
"새삼 보니까 무서워요?"
"무섭기보다 놀랍군. 인간이 아닐 줄은 몰랐으니까."
"저도 제 정체를 정확하게 알지는 못해요. 그저 인간이 아니란 것은 확실하지만요."
"그렇군. 그보다 여기에 오래 있으면 좋지 않을 것 같다."
라인트의 말에 나미래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괴물이였던 모습을 본 구경꾼들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혐오, 공포, 경멸, 두려움 등 수많은 부정적인 감정들이 섞인 시선이었다. 나미래는 그런 이들의 눈빛을 보고 쓴웃음을 지으며 얘기했다.
"저게 정상이겠죠. 어느 정도 각오는 했지만 실제로 저런 눈빛을 보니 마음이 아프긴 하네요."
"그런가? 그러면 내가 길을 열도록 하지. 뒤따라와라."
"부탁드려요."
나미래는 울어서 곯아떨어진 크리스를 업고 라인트를 뒤따라갔다. 이렇게 듀로크와 나미래의 괴물간의 대결은 최종적으로 승부는 나지 않았다. 하지만 서로간의 실력을 확인하는데는 충분한 대결이 되었다.
나미래와 듀로크가 전투를 펼친 다음날. 잔치와 기타 일로 인해서 피곤한 인재들이 곯아떨어졌을 때 듀로크가 회의를 개체하였다.
왕국측에서 참석한 자는 벨치스 국왕, 매트 왕자, 쥬디아, 나르샤, 벨리온, 쉐이드, 소크라 백작, 듀로크였다. 그리고 나머지는 나미래, 라인트, 크리스였다. 마지막으로 듀로크가 영상 마법이 걸려있는 구슬을 설치하여 그란 왕국과 연결하였다.
쉐이드를 참석시킬까 고민했지만 아직은 이르다고 생각했기에 얘기를 하지 않은 듀로크였다.
"듀로크. 회의에 오긴 했지만 이렇게 모이게 한 이유는 듣지 못했다만?"
"그건 천천히 얘기해줄게. 먼저 초면들도 있으니까 하나씩 소개할게."
듀로크는 정식적으로 소개한 적 없으니까 이왕 이렇게 된거 한 명씩 소개하기로 결심했다.
"여기는 벨치스 국왕. 라이언 왕국의 국왕이지."
"벨치스라고 한다. 나의 왕국에 온 것을 환영하네."
"국왕?"
"전,전하!"
나미래는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았고 크리스는 어찌할 줄 모르는 것처럼 안절부절하지 못했다. 라인트는 국왕이라는 말을 듣고 뭔가 찔리다는 듯이 쓴웃음을 지으며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이어서 여기가 매트 왕자."
"안녕하십니까? 매트 왕자라고 합니다."
"이어서 여기는 나르샤. 엘프 왕국인 밀런에서 온 녀석이지. 나와는 악연이라고 할까?"
"흥. 악연도 그런 악연이 없을 거다. 여튼 만나서 반가워."
"이렇게 보여도 밀런 왕국에서 최강자로 손꼽힌다고 하더군. 인재가 없는 것인지."
"네가 이상한거 거든?!"
나르샤는 듀로크가 자신을 치켜세우는 줄 어깨를 으쓲거리다가 끝까지 하는 말을 듣고 소리를 질렀다.나미래는 그녀와 싸운 기억이 없지만 몸이 기억하고 있는 것인지 그녀가 충분히 강한 강자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서 벨리온. 이 녀석의 정체는 아직 얘기할 수는 없지만 이 녀석도 쓸만한 녀석이야."
'우와...꽃미남.'
나미래가 살아가면서 이렇게 잘생긴 남자를 본 적이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벨리온은 꽃미남이었다.
"와아아..."
"쳇."
나미래의 옆에서 감탄성과 혀차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모두 그 소리를 무시했다.
"여기는 쥬디아라고 해. 왕국의 정보장을 맡고 있지. 대부분의 일들은 이 녀석을 통해서 듣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과찬입니다. 듀로크님."
쥬디아는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들에 부끄럽다는 듯이 조금 얼굴을 붉혔다.
"참. 나미래님한테 물어보고 싶은게 있습니다."
"저한테요?"
나미래는 쥬디아가 자신에게 얘기를 걸 줄 몰랐기에 약간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혹시 오에돈 마을의 사건과 볼카니스마을의 거인사건, 그리고 식인의 숲에서 생긴 사건과 관련되어 있지 않습니까?"
나미래는 완벽하게 집어내는 쥬디아의 말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어떻게?"
"그 반응을 보니 맞는 것 같군요. 들은 정보의 인상착의와 움직인 경로를 통해서 추측은 했지만 확신이 없었습니다."
"쥬디아.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듀로크님. 어제 제가 왕성 밖에서 일어난 일 중에 3가지가 신경 쓰이다고 했던거 기억하십니까?"
"음...그랬지?"
"예. 오에돈 마을에 수십 명이 갑자기 죽은 일이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의 대부분이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모를뿐더러 정신을 차려보니 모두 동굴 속에 있었다고 합니다. 더구나 동굴에는 수많은 시체들이 있었고 동굴이 처참하게 보일 정도로 전투의 흔적이 남아있었다고 합니다. 마치 누군가와 싸운 것처럼."
"그리고?"
"볼카니스 마을에 봉인되어 있던 거인이 일어나서 날뛴 사건이 있었습니다. 피해는 최소화해서 다시 봉인을 하는데 성공했지만 그것도 어떤 인물 덕분이라고 합니다."
"어떤 인물?"
"예. 마지막 식인의 숲은 항상 안개가 끼어있고 들어간 사람은 돌아오지 못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런데 어떤 인물이 화물을 끌고 들어간 이후로 안개가 사라지면서 평범한 숲으로 변했다고 합니다."
"거기까지 들으니 충분히 알겠군. 그 3개의 사건에서 등장하는 어떤 인물이 나미래라고?"
"저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듀로크는 그 말을 듣고 한가지가 더 떠올랐다. 쥬디아를 통해서 들은 루미나의 조언. 자신과 동등할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고 내 편으로 만들 수 있을지는 자신에게 달려있다는 말을.
루미나의 조언과 지금 상황으로 봤을 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인물은 나미래였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지금부터 잘 나아가면 된다고 결심하는 듀로크였다.
"뭐, 상황으로 봐서 나미래가 맞겠지. 하지만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도록 하자. 그 다음은 소크라 백작."
"소크라라고 합니다. 듀로크와는 딸 때문에 만난 인연으로 지금까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그쪽이 소개해주지 않겠나?"
듀로크에게 지목당한 라인트는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결심을 하였다.
"나는 산왕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라인트라고 한다. 잘 부탁한다."
"산왕?"
듀로크는 산왕이라는 말을 듣고 뭐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일부의 이들은 충분히 알 수 있었던 모양이었다.
"산왕이라고?!"
"쿨럭!"
"...크흠."
매트 왕자는 소리쳤고 소크라 백작은 마시고 있던 차를 내뱉었으며 국왕은 불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산왕이 뭔데?"
"...왕국을 오기 전에 넘어야 하는 커다란 산맥이 있습니다. 그 산맥에는 천여 명의 산적들이 존재하고 있는데 그들을 통솔하고 있는게 산왕입니다."
"그래? 그 산적들을 왜 가만히 두고 있었지?"
"왕국의 사정상 천여 명의 산적을 처리할 수 없었습니다. 더구나 산적들이 자신들의 산맥에 들어오는 이들만 건드려서 먼저 공격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렇다 해도 그냥 놔두기에는 거슬리는 존재라는 거군."
"...그렇습니다."
"흐음.."
고민하는 듀로크와 분위기가 어색해진 것을 본 라인트는 나미래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얘기했다.
"걱정하지 마. 이제 나는 산왕이 아니니까. 제2의 산왕은 이제 그녀다."
"예?"
"뭐라고요?"
"아직 결정한 거 아니에요."
라인트의 말에 반응하는 이들을 보고 듀로크는 한가지의 생각이 머리에서 번쩍이며 지나갔다.
"그럼 하나의 영지로 인정해주지."
"예?"
"뭐라고 하시는 겁니까? 듀로크님?!"
강력하게 반발하는 매트 왕자를 보며 듀로크는 얘기했다.
"매트 왕자. 내 말을 한번 들어봐. 좋은 생각이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먼저 영지로 인정함으로써 좋은 점은 산적들에게 자신들도 국민이라는 점을 각인시켜주는 거야. 그러면서 여차하면 무력으로도 사용할 수 있고 세금도 받을 수 있지."
"과연 그렇게 쉬울까? 내 밑으로 들어온 산적들은 왕국에 불만을 갖고 들어온 이들이다. 영지로 인정해준다고 해서 인정할 것 같나?"
"내 생각에는 산적들이 불만을 가졌던 것은 지금이 아닌 과거의 왕국일 것 같은데? 오히려 지금의 왕국에는 불만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닌가?"
"....."
듀로크의 질문에 라인트는 할 말이 없었다. 그의 말에 틀렸다고 얘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영지로 인정하면서 그들의 명예도 지켜줄 수 있지. 항상 마음속에서 불안해하며 사는 것 보다는 낫지 않겠나?"
"...그 얘기는 나중에 하도록 하지."
"뭐, 그러자고. 천천히 생각해봐."
라인트는 듀로크라는 인물이 생각보다 더욱 머리가 좋고 회전이 빠르다는 것을 느꼈다.
"그럼 이어서 자기소개 좀 부탁할까?"
"그럼 제가 얘기할게요. 제 이름은 크리스라고 해요. 카미드 백작의 딸이에요."
"카미드라면 이번에 인재를 뽑는 것을 통솔했던?"
"맞습니다. 제 아버지를 기억해주셔서 영광이에요. 듀로크님."
"뭘 그런 것 가지고. 오히려 이번에 향신료와 물자들을 안전하게 가져와서 고마워."
"그것에 대해서인데...말씀 드릴게 있어요."
"말해봐."
크리스는 한번 한숨을 쉬고 이어서 얘기했다.
"이번에 물자를 이송하면서 식인의 숲에서 희생자가 생겼어요. 그들의 장례식을 치를 장소를 마련해주실 수 있나요? 최대한 그들의 마지막에 예를 표하고 싶거든요."
"...그런 일이 있었군. 알겠다. 장례식을 성대하게 치러주도록 하지. 괜찮겠지? 벨치스."
"물론. 좋은 인재들을 잃어버린게 참으로 안타깝군."
듀로크와 벨치스 국왕의 대답을 들은 크리스는 눈물을 글썽이며 얘기했다.
"감사해요...정말 감사해요...그들도 기뻐할 거에요."
크리스의 울먹이는 소리에 나미래가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듀로크는 분위기가 갑자기 전환되는 것 같아서 나미래를 향해 얘기했다.
"이제 자기소개 좀 부탁해도 되겠나? 나미래."
이번 회의의 본 주제가 이제 시작된다는 것을 느낀 이들은 나미래를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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