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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오크 마법사-119화 (119/360)

9장 누가 더 괴물인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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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장 누가 더 괴물인가?(5)

'어떻게 하면 저 녀석을 막을 수 있지?'

듀로크는 계속 생각해보았다.

'죽이지 않고 무력화시키는 방법이 있을까?'

듀로크는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지식들을 총동원하기 시작했다.

'상처를 줘서 무력화 시키는 것은 힘들어. 아니, 쓸모가 없지. 곧바로 수복하니까. 그렇다면 무언가로 억제하는게 좋겠지. 하지만 마법도 마방능력 때문에 장기적으로 사용은 불가능해. 그렇다면...'

상처를 주는 걸로는 힘들다. 억제하는게 좋다. 그런데 마법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답은 한가지뿐이었다.

"힘으로 억제하는 것이지. 하지만 어떻게? 저 녀석의 힘은 생물 최강이라고 할 정도야. 그 힘에도 지지 않을 힘이 필요하다는 건데..."

듀로크는 괴물의 힘을 떠올렸다. 엄청나고 무식하다고 할 수 있는 힘을. 그 힘을 이기고 버틸 수 있는게 필요했다. 그때 듀로크의 머릿속을 번쩍하고 지나가는 한줄기의 생각이 있었다.

"아다만티움..."

아다만티움. 세상에서 제일 단단한 금속이다. 힘으로는 부술 수 없고 오직 극한의 온도를 뿜어내야만 제련이 가능하다는 금속. 그 금속이 듀로크에게는 있었다. 바로 마법 배낭 안에.

"그것도 많이."

드래곤의 보고에는 수많은 재화들이 있었고 그중에는 휘귀성이 높은 아다만티움도 마찬가지였다.

"어디 보자...읏차."

듀로크는 마법 배낭에 손을 넣어서 커다란 금속 막대를 꺼내었다. 금속 막대의 크기는 약 2미터에 육박했고 제련을 하기 전이여서 그런지 똑같이 생긴 것들이 상당히 많았다.

"제련을 하기 위해서 모아둔 것인가? 아다만티움의 무기를 대신 사용해도 되지만 크기가 큰 게 좋겠지."

듀로크는 아다만티움 막대를 마법 배낭에서 모두 꺼내었고 개수는 대략 50여 개에 육박하였다.

"좋아. 재료는 준비되었고. 이제는 이동만 시키면 되겠지?"

듀로크는 막대들을 일렬로 정돈해두고 괴물과 싸우고 있는 일행들을 보았다. 마침 괴물은 번개 마법에 맞은 후에 회복을 마친 상태였다. 듀로크는 첫 번째 막대에 손을 대고 시선을 괴물에 맞춘 상태에서 마법을 시전했다.

"오브젝트 텔레포트."

듀로크의 손과 맞닿고 있던 아다만티움 막대가 사라져서 괴물의 오른팔에 생겼다. 아다만티움 막대는 괴물의 오른팔과 일체화되면서 땅에 박혔다. 듀로크는 이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이어서 정렬되어 있는 막대들을 향해 마법을 시전했다.

"오브젝트 텔레포트."

"오브젝트 텔레포트."

"오브젝트 텔레포트."

오브젝트 텔레포트. 손과 맞닿고 있는 물체를 강제적으로 텔레포트 시키는 마법이다. 텔레포트 마법은 차원을 이동시키는 것으로 이동된 곳에 물체가 존재하면 그 물체와 일체화가 된다. 예를 들어서 어떤 남자가 텔레포트를 했는데 운이 나쁘게 벽이 있는 곳으로 텔레포트를 했다. 그렇다면 그 남자는 텔레포트가 완료되는 순간 벽과 몸이 일체화되면서 즉사하게 될 것이다.

그런 원리로 제일 단단한 아다만티움이 텔레포트를 해서 괴물의 오른팔을 밀고 들어간 것이었다. 거기다 땅속까지 박혀 들어가면서 단단히 고정되었다.

더구나 아다만티움 막대는 1개로 그치지 않고 총 50여 개에 육박했고 강제로 텔레포트 되어서 괴물의 몸에 모두 박혀 들어갔다. 그 결과 50여 개의 아다만티움의 막대는 괴물이 난리를 치는데도 불구하고 단단하게 고정해주고 있었다.

"크아아아아!!"

"이건?"

"늦어서 미안하다."

듀로크는 나르샤의 뒤에 안착하면서 얘기했다.

"어떻게 한 거야?"

"오브젝트 텔레포트. 물체를 강제 텔레포트 시켰지. 아다만티움이니까 저 힘으로도 부서지지 않을 거야."

"저게 다 아다만티움이야?! 돈을 쳐발랐네."

나르샤는 저 50여 개의 금속 막대가 전부 아다만티움이라는 것에 혀를 내둘렀다.

"저 녀석은 이제 괜찮은 건가?"

"그렇지 않을까? 저렇게 박았는데."

50여 개의 아다만티움 대부분이 사지에 빼곡히 박혀있었고 나머지 몇 개는 상체에 치명적인 부위를 제외하고 박혀있었다. 이렇게 박았는데도 일어난다면 진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듀로크는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때 쉐이드가 얘기했다.

"듀로크."

"응? 왜?"

"다음 수단은 없는 건가?"

"솔직히 말해서 없어."

"...그런가? 그럼 미리 준비해라. 저 녀석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뭐?"

"크아아아아!!"

듀로크가 놀라워하는 목소리와 동시에 괴물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땅에 박혀 있던 막대들이 들썩거렸고 하나씩 버티지 못하고 뽑히는 것이 보였다.

"젠장!"

"미친! 진짜냐? 어떻게 할 거야? 듀로크!"

듀로크는 욕설을 내뱉으면서 남아있던 아다만티움 금속을 들고 괴물의 몸에 올라섰다. 괴물은 시선만으로 듀로크를 씹어 죽일 만큼 살기가 올라있었다. 옆에 있던 나르샤와 벨리온이 마법을 사용해서 괴물을 억제하는데 도와줬지만 그것도 언제까지 유효할지 몰랐다.

"진정해라! 진정하지 않으면 이 금속을 네 머리에 꽂아넣을 거다! 네가 아무리 회복이 빠르다고 해도 머리를 관통해도 죽지 않을까?"

"크아아아아!!"

듀로크는 괴물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위협을 했지만 괴물은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지 계속 난리를 쳤다. 벨리온과 나르샤가 쓴 마법도 붕괴하기 시작했고 사지에 꽂힌 막대들도 하나씩 뽑히고 있었다.

괴물이 이 억제에서 벗어나면 오히려 자신들이 위험하다는 것을 듀로크는 알고 있었다. 다른 방법을 계속해서 떠올리려고 노력했지만 시간은 지나가고 상황은 악화되어만 갔다.

"젠장! 어쩔 수 없다! 네가 초래한 결과라고!"

듀로크는 결국 이를 악물고 막대를 괴물의 머리로 텔레포트 시켰다. 아니, 하려는 찰나였다.

"나미래님이세요?"

조그마한 한 소녀의 목소리. 그런 조그마한 목소리에 듀로크와 3명은 물론이고 괴물까지 움직임을 멈추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고개를 돌린 곳에는 크리스라고 불리는 한 소녀가 서 있었다.

....!!

"윽! 귀가!"

"뭔,뭔 소리야? 이게?"

갑작스럽게 들려온 엄청난 함성에 모두 고통스러워했다. 그것은 왕성에 있었던 대부분의 인물들이 겪은 것이고 화물을 운송하고 있던 소크라 백작과 크리스도 마찬가지였다. 무력에 일가견이 있는 라인트만이 조금 표정을 찡그릴 정도였다.

"대체 이게 무슨 소리지?"

"함성같이 느껴졌는데...뭔가 이상하군."

"뭐가 이상하다는 겁니까?"

"지금 함성은 다수의 인원이 내뱉은 목소리 같지 않아. 한 사람이 내뱉은 목소리지. 그런데 한 사람의 함성만으로 이렇게 크게 내뱉을 수 있을까? 그것도 듣는 사람이 고통스러울 정도로?"

"무슨 말을 하시는지 알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러한 자를 알고 있습니다."

"듀로크라는 인물을 말하는 건가?"

"그라면 충분히 가능하겠죠."

"확실히 9서클 대마법사라면 가능하겠지."

"...아니에요."

"응?"

"듀로크님이 하신게 아니에요."

소크라 백작과 라인트는 확신에 찬 어투로 말하는 크리스를 바라보았다. 크리스는 마치 뭔가에 홀린 것처럼 한곳을 향해 계속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어떻게 그런 확신을 가지고 있지?"

"왠지 모르게 알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이 목소리를 알아요."

"뭐?"

크리스는 고개를 돌려서 소크라 백작에게 허리를 90도로 낮추며 얘기했다.

"죄송해요. 소크라 백작님. 저는 가봐야 할 것 같아요."

"무슨 일인가요?"

소크라 백작은 크리스의 말에 놀란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크리스는 소크라 백작과 시선을 맞추고 얘기했다.

"임무를 끝까지 마치는게 엄청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어요. 그게 이유에요."

다른 이가 들었다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을 말이었다. 하지만 소크라 백작은 크리스의 눈빛을 바라보고 그녀가 진심으로 얘기하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확신에 찬 표정과 눈빛은 놀라움과 함께 그녀의 진면목을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알겠습니다. 신경 쓰지 마시고 갔다 오십쇼. 이 물자는 제가 안전히 옮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크리스는 인사를 한 후에 빠르게 달려갔다. 라인트는 그런 크리스를 보고 한숨을 쉬고 머리를 긁적이며 소크라 백작에게 얘기했다.

"그럼 실례하겠다."

"가시는 겁니까?"

"꼬마 아가씨가 혼자 가는 것을 놔둘 수는 없지 않겠나?"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제게도 어린 딸이 있다 보니."

"...그런 마음이 아니라고."

라인트는 조그마한 목소리로 불만을 얘기하고 곧바로 크리스의 뒤를 따라갔다. 소크라 백작은 뛰어가는 크리스와 라인트를 바라보며 혼잣말로 얘기했다.

"이 함성이 듀로크가 아니라면 그에 필적하는 인물이겠지. 그렇다는 것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징조겠고. 하지만 듀로크라면 충분히 잘 해내겠지."

소크라 백작은 한참 동안 크리스와 라인트가 달려간 곳을 향해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내 단념하고 마차를 인솔하며 길을 떠났다.

콰콰쾅!!

크아아아아!!

크리스는 소리가 났던 방향으로 가면 갈수록 굉음이 점점 커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크리스는 멈추지 않고 계속 달려갔다. 왠지 모르겠지만 가슴이 계속 뛰었고 1초라도 더 빨리 가야 한다는 압박감이 느껴졌다.

"헥...헥...헥..."

하지만 의욕과 반대로 체력은 점점 떨어져서 발길을 붙잡았고 한줌의 숨이라도 들이키려고 발버둥을 치게 만들었다. 크리스는 의욕에 따라주지 않는 자신의 몸을 원망하며 채찍질을 하였다.

'달려. 지금은 달려야 한다고.'

다리는 점점 굳어서 갈수록 느려지고 있었다.

'한시라도 빨리 가야 해.'

숨이 목 위까지 올라와서 호흡을 간절하게 원하고 있었다.

'지금은 가야 한다고! 불평하지 마!'

크리스는 결국 자신의 발에 걸려서 쓰러졌다. 쓰러진 몸을 다시 일으키려고 했지만 다리가 덜덜 떨리면서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래도 어떻게든 일어나려는 찰나 크리스는 자신의 몸이 갑자기 위로 올라가는 것을 느꼈다.

"어?"

"뭘 그렇게 급하게 가나?"

"산왕님!"

산왕, 라인트는 달려가는 크리스를 순식간에 뒤쫓아서 잡아다가 옆구리에 끼었다.

"여기서는 산왕이 아니니까 라인트라고 불러."

"알겠어요. 라인트님. 그런데 지금 왜 저를 뒤쫓아오신 거죠?"

"왜? 그러면 안 되나?"

"아니요. 하지만 이것은 제 고집이에요. 라인트님이 따라오실 필요는 없는 거죠."

"그저 궁금해서 따라왔을 뿐이야. 네가 어떤 것 때문에 그렇게 급하게 가는지 궁금했거든."

"그런가요?"

"그런데 계속 갈 건가? 솔직히 나는 추천하지는 못하겠다."

"왜죠?"

"나한테는 느껴지거든. 저 앞에 있는 이들이 얼마나 괴물이라는 것이. 까놓고 말해서 저 난투 속에 내가 있다면 몇 초도 버티지 못할걸?"

"놀랍군요. 그 정도인가요?"

"그래. 그런 곳에 네가 가면 1초도 버티지 못하겠지. 그래도 갈 거냐?"

"예."

한순간도 망설이지 않는 대답에 라인트는 눈썹을 올리며 물어봤다.

"어떤 것이 그렇게 너를 강하게 만들지?"

"강하게요?"

"항상 무력이 강하다고 해서 강한게 아니다. 꺾이지 않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이들도 강하다고 할 수 있지. 저런 아수라장을 향해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가게 만드는 원인이 어떤 것이냐?"

"글쎄요. 어려운 이야기는 잘 모르겠네요. 하지만."

"하지만?"

"제가 가야 한다는 확신이 저한테는 있어요. 더구나 마음에 걸리는 것도 있고요."

"그런가? 나는 가는 것에 반대하지만 그렇게까지 확신이 있다면 어쩔 수 없지. 도와주겠다."

"선의에 감사해요."

라인트는 크리스를 붙잡은 상태에서도 엄청난 속도로 소리의 진원지를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은 시간이 지나서 그들은 볼 수 있었다.

"크아아아아!!"

4미터 이상의 커다란 괴물과 그것을 제압하려는 이들이 있었다. 주위는 전투의 흔적으로 초토화가 되어 있었고 괴물의 몸에는 어떤 금속으로 보이는 막대들이 수십 개가 박혀있었다.

듀로크가 한손에 금속 막대를 들고 괴물을 향해 위협을 가하고 있었지만 괴물은 아랑곳하지 않고 괴성을 지르며 난리를 치고 있었다.

"저 괴물은 도대체 뭐야?"

라인트는 생각하고 있던 것을 입으로 내뱉었다. 그때 옆구리에 매달려있던 크리스가 라인트에게서 벗어나 괴물을 향해 걸어갔다. 라인트는 그런 크리스를 막으려고 했지만 그녀의 모습이 심상치 않아서 그냥 두기로 결정했다.

듀로크는 마지막 위협의 말을 내뱉고 행동을 취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크리스가 입을 열어서 말을 내뱉었다.

"나미래님이세요?"

크리스의 작은 목소리가 전투의 모든 움직임을 멈추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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