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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오크 마법사-116화 (116/360)

9장 누가 더 괴물인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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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장 누가 더 괴물인가?(2)

퍼어억!!

"컥!"

엄청난 충격에 듀로크는 한순간 의식을 놓았다. 하지만 공중으로 올라간 몸이 내려오기도 전에 듀로크는 정신을 차리고 본능적으로 마법을 시전했다.

"블리자드!"

극한의 한기가 담겨있는 눈보라가 방안에서 휘몰아쳤다. 방 안에 있는 테이블, 침대, 과자, 차 등 모든 물건과 가구들이 얼어서 하얗게 변해버렸다. 물론, 나미래도 얼어서 완전히 정지해있었다.

"으윽...갑자기 왜 치고 지랄이야? 나도 모르게 힘을 써버렸잖아.."

듀로크는 으스러진 턱에 치료마법을 사용하면서 얼음으로 변해버린 나미래를 보며 얘기했다. 자신도 모르게 위기감을 느낀 듀로크는 본 힘을 써버렸고 그 결과가 이 모양이었다.

"아, 젠장. 이걸 어떻게 하지?...응?"

얼음으로 변한 나미래를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던 듀로크는 조그마하게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무슨 소리지?"

쩌저적.

뭔가 금이 가는 소리가 들려왔고 듀로크는 귀에 감각을 집중시켜서 소리의 진원지를 파악할 수 있었다.

"설마?"

쩌저저적!

듀로크는 설마 하는 심정으로 얼음으로 변해버린 나미래를 바라보았다. 듀로크의 시야에 얼음이 조금씩 금이 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조그마하게 시작했던 금은 순식간에 얼음 전체로 퍼졌고 이내 얼음은 산산조각이 나서 깨지며 주위에 파편을 휘날렸다.

그와 동시에 얼음 안에 있던 나미래가 듀로크에게 다가와서 주먹을 휘둘렀다.

퍼어억!! 콰아앙!!

듀로크는 황급히 로브로 복부를 방어했지만 8서클에 해당하는 위력을 막아주는 마왕의 가죽도 나미래의 주먹에 담긴 파괴력을 모두 상쇄시키지 못했다. 그 결과 듀로크는 벽을 뚫고 왕성의 바깥으로 떨어졌다.

나미래는 자신의 몸에 붙어있는 얼음을 털어내며 주위가 온통 하얗게 변해버린 것을 보며 불평을 털어내었다.

"역시 9서클 마법사여서 그런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한기였어."

나미래는 한순간 자신의 몸이 꽁꽁 얼어버릴 정도로 엄청난 한기가 느껴졌던 것을 떠올렸다. 온몸이 얼어버려서 움직일 수 없고 마치 시간이 정지된 것 같았다. 하지만 나미래는 공포감과 두려움보다는 오히려 고양감을 느끼고 있었다.

마치 거인과 싸웠을 때. 아니, 그보다 더한 고양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의 모든 힘을 쏟아부어도 이길 수 있을지 모르는 상대이니까 그런 것을 느끼고 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거인도 비슷한 입장이였는데 듀로크라는 상대에게 더한 감정을 받고 있었다. 같은 환생자라서? 자신을 욕해서? 9서클 마법사여서? 최강자로 불리는 자여서?

나미래 자신도 그 이유를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고양감에 몸을 맡겨서 듀로크라는 자와 계속 싸우기를 원했고 그녀는 날아간 듀로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으윽...뭐, 저런 무식한 년이 다 있어?"

듀로크는 벽을 뚫고 나와서 떨어지고 있던 몸을 플라이 마법으로 안전하게 착지시켰다. 로브로도 미처 다 막아낼 수 없었던 모양인지 복부에서 화끈한 통증이 느껴졌다.

듀로크는 나미래가 마나를 사용하지 않고 블리자드 마법을 맨몸으로 받아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미래는 블리자드 마법을 버티고 이어서 로브의 방어력을 상회하는 힘으로 가격한 것이었다.

"어떻게 된 몸이길래 8서클 마법을 맨몸으로 맞고 멀쩡할 수 있지? 더구나 로브를 뚫고 느껴질 정도의 힘이라니. 흥미가 생겨."

빠르게 받은 상처를 치료한 듀로크는 자신이 나온 구멍을 통해서 떨어져 내려오는 나미래를 볼 수 있었다.

"윈드 토네이도!"

공중에서 내려오는 나미래를 향해 강철의 바람 마법을 내보냈다. 윈드 토네이도가 나미래와 부딪히면서 그녀를 잡아 삼켰고 듀로크는 마법이 나미래의 발목을 잡는 사이에 두 번째 마법을 준비하려고 했다. 하지만 나미래의 행동은 듀로크의 상상을 초월했다.

나미래는 등에서 날개를 꺼내어서 윈드 토네이도의 정면에 부딪혔고 그대로 돌파하였다. 압축된 바람은 강철도 자를 정도로 날카로웠지만 나미래의 피부에는 흠집 하나 주지 못했다. 오우거의 질긴 가죽도 한몫했지만 제일 큰 몫은 와이번의 가죽에 있는 마방효과가 발휘했다.

한순간도 나미래를 멈추지 못한 듀로크는 당황했고 그 사이에 나미래가 낙하하면서 발로 내리찍었다. 듀로크는 황급히 앱솔루트 실드를 치면서 나미래의 공격에 대응했다.

쩡! 콰아앙!!

"크으윽.."

앱솔루트 실드가 버티지 못하면서 산산이 부서졌고 나미래의 발이 듀로크가 있던 곳을 강타했다. 듀로크는 본능적으로 블링크를 펼쳐서 짧은 거리를 이동했지만 나미래의 파괴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땅에 엄청난 구멍을 생성한 동시에 주위를 충격파와 파편만으로 초토화시켰다.

"꺄아아악!!"

"뭐,뭐야?!"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있던 이들이 충격파와 땅의 흔들림 때문에 당황하는 것이 느껴졌다. 듀로크는 이 여자가 진심으로 위험한 인물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사정을 봐주지 않고 공격하기로 결심했다.

"헬파이어!"

듀로크의 양손에 하나씩 헬파이어가 생성되어서 극한의 온도를 풍기었다. 주변의 모든 수분이 증발하여 바싹 말라갔고 대기의 수분조차 날려버려서 모든 것을 없애버릴 기세였다. 듀로크는 돌진해오는 나미래에게서 눈을 돌리지 않고 기다렸다가 양손에 있는 두 개의 헬파이어를 나미래에게 투척했다.

나미래는 두 개의 검은 불길을 뚫고 듀로크를 공격하려고 했다. 하지만 가까이 갈수록 이 검은 불길의 온도가 상상 이상이고 위험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돌격할까? 아니면 피할까? 어떻게 하지?'

나미래는 고민하다가 먼저 피할 수 있으면 피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뒤로 후퇴해도 몸을 피해도 검은 불길은 끈질기게 자신을 쫓아왔다. 그것도 가면 갈수록 빨라지는 것이 보여서 나미래는 결국 부딪혀보기로 했다.

'내 몸을 믿는다!'

나미래는 두 개의 검은 불길을 향해 양손을 부딪쳤고 그 결과 헬파이어는 엄청난 폭발과 함께 주위의 모든 것을 녹여버렸다.

콰콰쾅!!

"윽!"

듀로크는 근거리에서 생긴 충격에 팔을 올려서 자신의 몸을 보호했다. 두 개의 헬파이어를 정면으로 부딪칠 줄은 듀로크도 예상하지 못했다. 소드마스터 상급인 메스조차 한 개의 헬파이어를 갈라내는데 엄청난 충격을 받았었다.

그런데 두 개의 헬파이어를 정면으로 맞았으니까 흔적도 남아있지 않을 거라고 듀로크는 예상했었다. 그렇기에 먼지가 가시고 보이는 광경에 듀로크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진짜냐?"

땅이 빨갛게 용광로처럼 녹아서 흐르고 있고 갑작스럽게 날아간 대기의 수분은 신기루 현상처럼 시야를 어지럽히고 있었다. 하지만 폭발의 중심에 서 있는 나미래는 뚜렷이 볼 수 있었다.

양팔은 어디로 갔는지 사라져 있었고 온몸에는 흉측한 화상들로 덮어져 있었다. 짧아진 양팔로 머리를 보호하고 있었고 한쪽 다리는 기능을 대부분 소실하여 무릎을 꿇고 있었다. 겉옷은 극한의 열 때문에 모두 재로 변해서 없어진지 오래였고 머리카락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심각한 상태였지만 듀로크는 두 개의 헬파이어를 맞고도 버틴 나미래에게 경의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놀랍군. 두 개의 헬파이어를 맞고도 버티다니. 어떻게 된 몸이지?"

듀로크는 솔직하게 얘기했다. 나미래가 의식이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얘기하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었다.

"마나로 몸을 감싼 것도 아니고 정면으로 헬파이어와 부딪혔는데 그렇게 버티다니 흥미로워."

"으..."

"오? 의식이 있나? 대단하군."

듀로크는 나미래의 입에서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듣고 눈을 번쩍였다.

"아..."

"아?"

"아프잖아!!"

드드드...

마치 수만 명의 인원이 동시에 소리를 지르는 것처럼 나미래의 목소리가 주위를 뒤흔들었다. 커다란 왕성은 물론 땅과 대기까지 거대한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흔들었다. 멀리 있는 이들이 고통스러워하며 귀를 막고 쓰러지는 것이 보일 정도였다.

"크윽!"

제일 가까이 있었던 듀로크도 고통스러워할 때 나미래의 몸에 변화가 시작되었다. 온몸에 있던 화상들이 사라지면서 치유되고 있었고 사라졌던 양팔에서 뼈가 생성되며 근육과 피부가 붙기 시작되었다.

기능을 상실했던 다리도 원래대로 돌아오고 타버려서 없어진 머리카락도 다시 자라났다. 헬파이어와 부딪히기 전과 다른 모습은 그저 옷이 재가 되어서 없어졌다는 것뿐이었다. 듀로크는 그런 나미래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보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떨 정도로 경악했다.

"대,대체..."

"썅! 이렇게 아픈 것은 처음이라고! 불에 타는 것이 제일 아프다고는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어!"

"너,너 몸이 어떻게 돌,돌아온 거지?"

"궁금해?"

나미래는 자신의 몸이 제대로 움직이는 것을 한번 확인하고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궁금하면 직접 알아보라고!"

나미래는 듀로크를 향해 돌진했고 듀로크는 빠르게 다음 마법을 시전했다.

"평화롭군."

나르샤는 들고 있는 술을 홀짝이며 혼잣말을 했다. 수많은 인재들이 서로 왁자지껄 대화하고 음식과 술을 마시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엘프인 나르샤의 입장에서 이런 광경은 보기 드물었다.

왜냐하면 엘프들은 술을 먹어도 조용하고 조곤조곤 되며 먹기 때문에 나르샤의 입장에서는 아무런 재미도 느끼지 못했었다. 그래서인지 이렇게 인간들의 활발한 술 분위기를 처음 느끼는데도 부정적으로 와닿지 않았다.

"집적되는 이만 없으면 완벽할 텐데."

"그렇게 말하니 섭하군. 나는 그런 목적으로 온 게 아닌데 말이야."

"뭐, 그럴 거라고 생각은 했어."

나르샤는 등을 돌려서 다가온 쉐이드를 바라보았다. 쉐이드는 평소와 똑같은 검은 복장에 무기까지 소지한 상태로 한 손에 술 컵을 들고 있었다.

"그래서 목적은?"

"그저 지나가는 겸이라고 해야 하나?"

"그렇다고 믿어주지. 궁금한게 뭔데?"

나르샤는 술을 한번 머금었고 쉐이드는 눈빛을 빛내며 얘기했다.

"너에게 듀로크라는 자는 어떤 인물이지?"

"느닷없이 와서 묻는게 그건가? 음...라이벌이라고 해야 하나? 앞서가는 선구자? 넌 어떻게 생각하지? 벨리온."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벨리온이 나르샤의 질문에 대답했다.

"나한테는 사기범이라는 이미지가 제일 크지. 하지만 재밌는 놈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항상 심심하지 않고 재밌게 해주니 말이야."

"그렇다는데? 넌 어떻지? 쉐이드."

"나한테는 괴물로 느껴진다. 너희들도 강하지만 듀로크는 상상 이상의 괴물. 그야말로 압도적인 무력의 상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 그 생각에 어느 정도 이해는 가지."

"하지만 당신들의 말대로 재밌는 것은 확실하다. 자신을 암살하러 온 이를 수하로 두는 인물은 그밖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런 그의 그릇에 반해서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고."

"확실히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방법을 창출하는 것을 보면 특이하긴 하지."

"그러게 말이야."

나르샤, 벨리온, 쉐이드는 모두 쓴웃음을 지으며 술을 들이켰다. 그때 나르샤와 벨리온이 술을 들이키다 말고 고개를 돌렸고 조금 늦게 쉐이드도 똑같이 반응했다.

"이것은 듀로크의 마법인데?"

"누구랑 싸우고 있는 것 같다. 몸이 계속 근질거리는 것을 보면."

"근질거린다고?"

"나와 듀로크는 계약된 관계니까. 거기다 자신을 지키라는 내용으로 계약되어 있어서 치명적인 상처를 입으면 강제적인 소환이 이루어진다. 지금과 같이 멀리 있는 경우에는 덜하지만 가까이 있을 경우에는 상대방이 적의를 갖고 공격할 시 나도 모르게 먼저 움직이게 된다. 그래도 계약된 몸이다 보니 멀리 있어도 공방전을 펼치면 근질거리게 되지."

"그렇다는 것은 지금 듀로크와 공방전을 펼치고 있는 이가 있다는 거야? 그 괴물을 상대로?"

"...그렇다는 것이겠지."

"흥미롭군."

"그러게. 하지만 지금 보면 우리 셋밖에 눈치채지 못했어. 어떻게 할래?"

"난 슬쩍 가서 보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나르샤, 너는 어떻지?"

"나도 찬성. 쉐이드는?"

"의견에 불만 없다."

"그럼 지금 바로 가볼..."

그렇게 3명이 움직이려고 할 때 모든 이들이 다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함성이 들려왔다.

......!!

"윽!"

"귀,귀가!"

수많은 인재들이 고통스러워하며 귀를 부여잡고 쓰러졌다. 접시들이 깨지는 소리와 의자가 쓰러지는 소리가 동시다발적으로 울려 퍼졌고 무력에 발을 딛지 않는 자 중에는 아예 기절을 한 이들도 발생했다.

갑작스러운 일에 많은 이들이 당황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나르샤는 혀를 찬 후에 빠르게 매트 왕자에게 다가가서 얘기했다.

"매트 왕자!"

"나르샤님! 대체 무슨 일이..."

"원인이라고 추측되는 것은 있어. 나와 벨리온과 쉐이드가 추측되는 곳으로 갈 테니 너는 인재들을 진정시키고 통솔해줘."

"알겠습니다. 맡겨주십쇼."

나르샤는 벨리온과 쉐이드를 잡고 플라이 마법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듀로크의 마법의 기운이 느껴지는 곳을 향해.

"나미래님?"

물론 한 명의 소녀도 그 함성을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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