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장 새로운 괴물의 탄생(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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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장 새로운 괴물의 탄생(24)
"크리스, 너는 알고 있었어?"
"예. 그 수출을 맡게 된 것이 소크라 백작님이기에 알고 있었어요."
"그,그렇군."
나미래는 설마 자신만 모르고 있는 사실인가 싶었지만 라인트의 얼굴 표정을 보고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소크라 백작과는 어디서 만나기로 한 거야?"
"먼저 소크라 백작님의 집사분과 여관에서 만나기로 했어요."
"여관? 어디에 있는 건데?"
"그게...이 근처에 있을 텐데...아! 저기에요."
크리스가 가리킨 곳에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평범한 여관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크리스가 앞장서서 여관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안에서 문을 열고 나오는 이가 있었다.
안에서 나온 인물은 60대로 보이는 노인으로 복장이 단정하며 기품이 있어 보였다. 노인은 부딪힐뻔한 크리스를 피하면서 그녀를 안전하게 붙잡아주었다.
"괜찮으십니까?"
"감사합니다...어?"
크리스의 놀라워하는 소리에 노인은 크리스를 바라보았고 그도 비슷한 소리를 내뱉었다.
"크리스님 아니십니까?"
"퍼스널 집사님?!"
우연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의 타이밍에 만난 인물은 크리스가 얘기했던 소크라 백작의 집사였다. 크리스와 집사의 얘기를 들은 나미래는 현재 상황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첫 번째는 가져온 물자를 지금 바로 왕성으로 옮겨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왕성에 크나큰 잔치가 벌어질 예정인데 그 잔치에 이 향신료와 물자들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집사는 크리스가 오는 것을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고 한시라도 빠르게 움직이기 위해서 여관에서 상시 대기하고 있었다고 한다.
두 번째는 잔치의 목적이었다. 현재 왕성에서는 왕국에서 뽑은 모든 인재들이 모여있었고 그 인재들을 위해서 이 향신료와 물자들을 가지고 온 것이라고 한다.
"그럼 지금 바로 이동해야 하는 건가요?"
"예. 여기서 왕성까지 반나절밖에 걸리지 않지만 벌써 인재들이 왕성으로 모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소크라 백작님은요?"
"소크라 백작님은 현재 왕성에서 기다기고 계십니다. 크리스님이 출발하시면 제가 곧바로 백작님에게 연락을 취할 예정입니다."
"그렇군요."
"오랜 여행 동안 쌓인 피로도 풀지 못하시고 이렇게 무리한 부탁을 하는 것은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희의 입장도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알겠어요. 상황이 이러니 어쩔 수 없죠. 하지만 몇 가지 부탁이 있어요."
"말씀하십쇼."
"이번 임무 때 용병단에서 죽은 이들이 있어요. 현재 마차에 그들의 시체가 있는데 그들의 장례식을 준비해주실래요?"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죄송합니다."
집사는 고개를 수그리며 사과를 했다. 크리스는 그런 집사의 사과에 쩔쩔대며 부담스러워했다.
"아,아니에요. 집사님이 죄송할 일은 아니죠. 그저 그들의 장례식을 일이 끝나면 치를 수 있게 준비를 해주시면 돼요."
"최대한 성대하게 해드리겠습니다. 거기다 금전적인 보상까지 준비하겠습니다."
"감사해요. 그럼 지금 바로 출발하면 되나요?"
"부탁드리겠습니다."
집사의 부탁대로 곧바로 출발하기 위해서 시체와 아직도 의식이 없는 조이스를 집사에게 넘기고 곧바로 이동을 하였다.
크리스탈도 집사에게 넘길까 싶었지만 나미래는 9서클 마법사인 듀로크에게 크리스탈에 관해서 물어보고 싶어서 그대로 싣고 가기로 하였다. 그리고 제일 큰 차이점은 피센트와 시스가 남아있기로 한 것이었다.
"가시지 않을 겁니까?"
"저도 듀로크님을 뵙고 싶고 어떤 인재들인지 매우 궁금하지만...이들을 두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죠."
피센트는 시체와 조이스를 바라보았다. 나미래는 피센트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고 이어서 시스를 바라보았다.
"저도 마찬가지에요. 그리고 피센트를 혼자 놔둘 수는 없으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럼 일이 끝나고 뵙도록 하죠."
그렇게 피센트와 시스와 잠깐의 작별을 하고 나미래, 크리스, 라인트. 이렇게 3명이서 왕성을 향해 이동했다. 라인트도 남겨두고 갈까 싶었지만 라인트가 나미래를 따라간다고 하며 완강히 거부하였다. 그렇게 그들은 왕국의 수도인 라미츠에 도착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구경도 하지 못하고 왕성을 향해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반나절 후.
한번도 쉬지 않고 이동한 그들은 왕성에 도착할 수 있었다. 크리스는 기진맥진해서 힘이 하나도 없었고 체력이 괴물 같은 라인트는 그나마 괜찮아 보였다. 물론, 나미래는 평소와 다름이 없었다.
"이게 왕성이야? 와아..."
나미래는 눈앞에 보이는 광경에 감탄성을 내뱉었다. 한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커다랗고 기다란 성이 눈앞에 있었다. 빌딩을 보고 살아온 나미래의 입장에서는 감동이 덜할 수도 있었지만 빌딩과 다른 재질과 방법으로 쌓고 중세식의 분위기를 띠고 있는 성은 그녀에게도 놀라움을 선사하였다.
왕성 앞에는 자신들이 타고 온 마차와 똑같은 것들이 주위를 가득 채우고 있었고 엄청난 물자의 이동 때문인지 조금 혼란스러워 보였다.
"저 마차들은 대체 뭐지?"
"아마 이번 잔치에 사용되는 식량과 술들이 아닐까 싶어요."
"저 마차들이 전부?"
"제가 듣기로 인재들만 총 2천 명에 육박한다고 하니까 무리도 아니죠."
"2천명? 장난 아니네."
자세히 보니 대부분의 마차들이 같은 색상에다가 같은 문양을 가지고 있었다.
"저 식량과 술만 해도 돈으로 바꾸면 어마어마한 가격일 텐데 어디서 그런 재물이 나온 거지?"
라인트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혼잣말을 하고 고개를 계속 기울였다.
"뭐가 이상해요?"
"내가 알기로 라이언 왕국은 6개의 왕국 중에서 제일 가난한 왕국이다. 안 그런가? 꼬맹이 아가씨."
"제가 알고 있는 것도 그래요. 상당히 위화감이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에요."
"그래? 그런데 크리스."
"예."
"네 아버지인 카미드 백작과 만나지 않아도 되는 거야?"
나미래의 말에 크리스의 얼굴에서 잠깐 그리운듯한 표정이 나타났었지만 그 표정은 빠르게 사라졌다.
"아버님은 지금 바쁘실 거에요. 인재들을 통솔하느라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모르실 정도로. 그러니 나중에 찾아뵙도록 하려고요."
"그래? 나도 궁금하네. 과연 이런 똘똘한 아이를 어떤 분이 키웠는지 말이야."
"나미래님도 참~"
그렇게 수다를 하다 보니 어느새 마차는 왕성의 입구에 도착하여 경비병의 검문이 시작되었다.
"무슨 목적으로 왕성에 진입하는 겁니까?"
"저희는 소크라 백작님의 명에 따라서 물자를 가져오게 됐어요."
"소크라 백작님의?"
경비병들은 소크라 백작이라는 말에 놀라서 되물었다. 크리스의 말에 경비병들은 갑자기 분주해졌고 어딘가에 연락을 취하는 것처럼 보였다. 나미래는 상황이 갑작스럽게 변하는 것을 보고 경비병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죠?"
"소크라 백작님의 전언이 있었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대고 들어오는 마차가 있으면 연락을 해달라고."
"예? 왜요?"
"곧바로 맞이하기 위해서입니다."
모습을 드러낸 인물은 2명이었다. 한 명은 늙은이로 로브와 지팡이를 소유한 것으로 봐서 마법사로 보였고 나머지 한 명은 깨끗한 옷을 입고 귀티를 뿜어내는 중년 남성이었다.
"당신은?"
"제 이름은 소크라. 백작의 직위를 가지고 있는 귀족입니다. 당신들을 맞이하기 위해서 텔레포트 마법까지 사용해서 왔습니다."
"저희들이 아니라 향신료와 물자를 기다리신 거 아닌가요?"
나미래의 직설적인 말에 소크라 백작은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라고는 말하지 못하겠군요. 하지만 당신들을 기다렸다는 말도 거짓말은 아닙니다."
나미래는 순순히 인정하는 소크라 백작을 보고 그의 인간성을 조금은 알 수 있었다.
"솔직하시군요."
"제 인생의 좌우명이 솔직하게 살자입니다."
"하나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제가 답변해드릴 수 있는 것이라면."
"소크라 백작님은 듀로크라는 인물과 인연이 있습니까?"
항상 웃으며 여유로워 보이던 소크라 백작의 표정이 한순간 무너졌다. 정말 한순간이였지만 나미래는 그 표정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소크라 백작님이 듀로크라는 인물과 인연이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틀렸습니까?"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지금 왕국을 격변시키고 있는게 듀로크라는 인물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왕국 재정의 큰 부분을 차지할 수출품을 믿지 못하는 사람한테 맡길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네요."
"...그렇군요. 그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저라는 사람이 그런 것을 놓치다니. 하하."
솔직하게 자신의 부족한 점을 인정하며 중년에 맞지 않는 순진한 미소를 짓는 소크라 백작을 보고 나미래는 그도 범상치 않은 인물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그럼, 제 말을 인정하시는 겁니까?"
"인연이 있다고는 할 수 있겠죠. 그런데 그 말을 하시는 이유는?"
"듀로크라는 인물과 개인적으로 만나고 싶어서입니다."
"뭐 때문이죠? 유명해서? 아니면 존경, 선망해서? 혹은...그를 이용하기 위해서입니까?"
한순간 소크라 백작의 눈빛이 좀 전의 순진했던 눈이였다고 믿기 힘들 정도로 날카로워졌다. 하지만 나미래는 그의 눈빛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답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저 개인적인 질문을 하나 하고 싶어서입니다."
"개인적인 질문이라...그게 중요합니까?"
"예. 제가 이후에 어떻게 해야 할지 방향을 잡을 만큼."
소크라 백작은 나미래의 대답을 듣고 한참을 고민했다. 그녀의 눈을 바라보기도 하고 자신의 눈을 감고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여 보기도 하면서 그는 고민했다. 하지만 고민 끝에 소크라 백작은 나미래에게 얘기했다.
"알겠습니다. 듀로크를 만나게 해드리죠."
"감사합니다."
"단, 그에게 위해를 가할 일은 하지 말아주십쇼."
"알겠습니다."
소크라 백작은 그녀의 말을 듣고 크리스에게 다가가서 의논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는 나미래의 뒷말을 듣지 못했다.
"...어떤 인물에 따라서 다르겠지만요."
"흐음...저 마차인 것 같은데?"
듀로크는 경비병의 전달에 따라서 소크라 백작이 올 거라고 예상되는 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물자가 오가는 곳으로 왕성의 뒷문에 해당하는 장소였지만 잔치 때문인지 상당히 많은 인원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특히 2천여 명이 먹는 음식들만 해도 상당한 양이기 때문에 물자가 왔다 갔다 하는 것만으로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수많은 마차들도 움직이고 있었는데 그 중 소크라 백작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었던 것은 듀로크의 마나 탐지 능력 때문이었다.
사람마다 몸 안에 가지고 있는 마나의 양과 성질이 달랐는데 듀로크는 소크라 백작이 갖고 있는 마나를 기억하고 있었기에 찾을 수 있던 것이다.
"모르는 이가 총 4명. 한 명은 6서클 정도의 마법사, 평범한 인간 소녀, 그리고 상당히 강한 중년 남성. 마지막으로....뭐야?"
듀로크는 마나 탐지로 크게 성별과 나이를 알 수 있었다. 왜냐하면 성별마다 마나가 뿜어져 나오는 모양이 달랐고 나잇대별로도 달랐기 때문이었다. 아기 때는 작지만 꺼지지 않는 불꽃처럼, 소년일 때는 굳세고 활발한 불꽃처럼, 청년일 때는 모든 것을 불태울 것 같은 불꽃처럼, 중년일 때는 잔잔한 불꽃처럼, 노년일 때는 꺼질 듯이 위태로운 불꽃처럼 보였다.
물론 나이와 다르게 초인들이나 마법사들 같은 경우에는 정확하지 않았지만 보이는 마나를 통해서 대충 알 수 있었다. 듀로크는 그것을 생명의 마나라고 부르고 있었다.
생명의 마나는 인간만이 아니라 드워프와 엘프도 성별과 나이별로 다르게 보였다. 그렇기 때문에 마나 탐지를 통해서 보이는 이상한 광경에 듀로크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저건 뭐지? 어떻게 하면 저렇게 보이는 거야?"
초인들의 생명의 마나는 마치 절대 꺼지지 않고 모든 것을 잡아먹을 것 같이 불타오르는 불꽃같았다. 그런데 지금 마나 탐지를 통해 보이는 광경은 그와 달랐다.
크고 작은 불꽃들이 수백 개가 한곳에 모여서 넘실대고 있는 듯한 광경이었다. 마치 수백 명의 인간이 한곳에 모여있는 것처럼 보였기에 듀로크는 호기심을 느끼고 마차를 향해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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