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오크 마법사-112화 (112/360)

8장 새로운 괴물의 탄생(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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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장 새로운 괴물의 탄생(22)

"이쯤이면 되겠지?"

나미래는 일행들이 시야에 보이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등 뒤에서 날개를 꺼내 올라갔다. 산의 높이는 천 미터를 가뿐하게 넘어갈 정도로 높았지만 나미래가 날아가는 속도는 상상을 초월하여 산의 꼭대기까지 올라가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구름이 깔려 있는 것을 제치고 시야가 탁 트이면서 보이는 광경은 상당히 볼만했다. 산의 정상에 만들어져 있는 마을은 마치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성벽으로 둘러싸고 있었고 산의 지형 자체가 침입을 용납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울퉁불퉁한 지형에 높낮이가 다른 가파른 산맥을 갖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위에 성벽을 짓고 유지하는 것을 통해 산적들이 흘린 피와 땀들을 볼 수 있었다.

"저 정도면 필히 천연요새겠지. 어떻게 공략할지 엄두도 나지 않을 거야...내가 아니였다면."

나미래는 천연요새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는 마을을 바라보며 얘기했다. 저런 지형이라면 몇만의 병사가 몰아붙여도 함락당하지 않을 수 있을 것처럼 보였지만 자신은 요새를 넘어가는데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나미래는 알고 있었다.

성벽 위에서 수많은 경비병들이 순찰을 돌고 있는 것이 보여서 나미래는 더 고도를 높혀 마을을 한눈에 바라보았다. 마을의 중앙에는 5층 정도의 건물이 있었고 화려해 보이지 않는 수수한 느낌을 풍기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건물들이 그것보다 조그맣다 보니 그런 수수한 건물인데도 불구하고 눈에 띄고 있었다.

'저런 요새를 만들 돈은 있고 건물을 만들 돈은 없는 건가? 이상하네.'

요새에 모든 돈을 쏟아부었다고 생각될 정도로 요새와 건물들의 질적인 차이는 커다랬다. 하지만 그런 위화감을 무시하고 나미래는 마을의 중심에 있는 건물을 향해 날아갔다. 아니, 떨어진다는 말이 맞았을 것이다.

...!!!

나미래의 몸이 중력 가속도를 받아서 점점 빨라졌고 이내 엄청난 속도를 동반해서 건물 바로 앞에 떨어졌다.

콰콰콰쾅!!!

엄청난 충격과 함께 땅이 파도처럼 요동쳤다. 가까이에 있는 건물들이 들썩거렸고 나미래를 중심으로 커다란 크레이터가 생겼다. 그에 맞혀서 주위가 매우 산만하게 변하면서 소란스러워졌고 많은 인물들이 충격의 중심부를 향해 모여들었다.

나미래는 몸에 묻은 흙들을 털어내면서 위로 올라왔고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이들을 보며 선전포고를 제대로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소년이 얘기했던 십인장이라고 생각되는 붉은 갑옷의 산적들이 80여 명, 검은 갑옷과 로브를 입고 있는 이들이 20여 명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었다. 그 짧은 사이에 대부분이 모인 것을 본 나미래는 이들의 훈련이 잘되어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뭐야? 이 여자는?"

"이 구멍은 뭐지? 마법인가?"

"저 년은 대체 누구야?"

"다들 조용! 전투 태세를 유지해라!"

백인장으로 보이는 검은 갑옷의 산적이 호통치자 일제히 모든 이들이 조용해졌다. 모두 조용히 시킨 백인장은 대표해서 나미래에게 물어봤다.

"당신은 대체 누구길래 이렇게 느닷없이 들어온 건가? 이곳이 어딘지 알고 있나?"

"산왕이 거주하고 있는 산맥 아닌가요?"

"알고도 이렇게 왔다는 것은 당할 각오도 하고 온 거겠지?"

"아니요."

나미래의 단호한 말에 백인장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지금 장난하자는 건가?"

"그런 생각 없는데요? 왜 제가 당할 각오를 하고 와야 하는 거죠?"

"...뭐라고?"

"저는 승산이 없는 싸움을 하지 않습니다. 아니, 완벽히 이길 수 있는 싸움만 하죠."

나미래는 자신의 말이 끝나자 갑자기 주변의 분위기가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자신을 압박하면서 짓누르려고 하는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나미래는 그 기운을 뭐라고 하는지 알지 못했지만 그것은 보통 살기라고 불리는 것이었다. 100여 명이 넘는 산적들이 뿜어내는 살기는 평범한 범인이라면 버티지 못했을 정도로 높은 수준이였다.

하지만 나미래에게는 소용이 없었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엄청난 진화를 한 나미래에게는 그저 신경에 거슬린다고 느껴질 뿐이었다.

"당신들 뭐하는 거죠? 그냥 째려보기만 하고."

"....."

"남자답게 한번 덤벼보시죠? 아니면 남자가 없는 건가?"

"뭐,뭐?!"

"이 개년이 어디서!"

"당장 죽여주마!"

나미래의 말에 산적들이 분개하며 언제든지 뛰쳐나갈 분위기를 띠었다. 하지만 그때 한 목소리가 들려오면서 산적들을 진정시켰다.

"크하하하! 재밌는 여자구만. 여걸이라고 해야 하나?!"

2미터가 넘는 키에 엄청난 덩치를 가지고 있는 남성이었다. 황금색의 갑옷을 입고 얼굴에는 장비수염이 나 있으면서 호탕할 것 같은 분위기를 보였다. 나미래는 자신이 상상했던 인상과 거의 일치하는 것을 보고 피식 웃음을 내뱉으며 얘기했다.

"당신이 산왕인가요? 분위기상 그런 것 같지만."

"산왕이란 별명은 과대평가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불리고 있다. 그러는 당신은 여기에 무슨 볼일로 온 거지?"

"원래는 물자를 갖고 안전한게 산맥을 넘어가는 거였죠. 하지만 지금 여기에 온 것은 당신에게 대결을 신청하기 위해서예요."

대결이라는 말에 산적들이 다시 살기를 뿜어내었다. 하지만 산왕, 라인트가 손을 들자 그런 기세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대결이라...흥미진진한 소리를 하는군. 대결을 원하는 이유를 들어도 되겠나?"

"얘기했잖아요. 산맥을 안전하게 넘어가기 위해서요."

"그게 다 인가?"

"뭐...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게 컸죠."

나미래의 말에 잠시 침묵이 유지됐다. 그렇게 어색한 침묵이 유지될 때 침묵을 깬 것은 바로 산왕, 라인트였다.

"크하하하! 산맥을 넘어가는데 더 편하니까 나와 대결하는 것을 선택했다. 이 말인가?"

"비슷할 겁니다."

"크하하하하!"

산왕, 라인트는 시원스럽게 계속 웃었다. 하지만 한순간에 웃음이 끊어지면서 산적들과 차원이 다른 살기가 담긴 목소리로 얘기했다.

"우리들이 그렇게 우습게 보이던가? 아무리 산적이라고 불린다고 해도 부끄러운 일은 하나도 하지 않는 이들이다. 모두 다 선한 이들로 잘못된 왕국 때문에 여기에 온 것이지, 산적이 되고 싶어서 된 게 아니다. 산적이라는 것 때문에 너는 그렇게 보는 것인가?"

"전 그렇게 본 적 없어요. 동등한 입장에서 보기 위해서 이렇게 직접 온 겁니다."

"...당신이 그렇게 대단한 인물인가? 이렇게 직접 온 것을 영광으로 느낄 정도로?"

"과연 어떨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제가 좀 유명한 편이라고 하더라고요."

"유명? 어떤?"

"혹시 들어봤는지 모르겠네요. 볼카니스 마을의 거인 이야기."

"물론 들어봤지."

"그게 저에요."

"...뭐?"

"거인을 쓰러트린 것이 저라고요."

"...푸하하핫!!"

나미래의 말에 산적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트렸다. 수많은 비웃음이 빗발치는 가운데 웃지 않는 이가 딱 두 명이 있었는데 바로 나미래와 산왕, 라인트였다.

라인트는 그저 계속 나미래를 쳐다보았고 나미래도 시선을 돌리지 않고 라인트를 쳐다보았다. 라인트와 나미래는 서로를 계속 바라보면서 주위의 비웃음도 점차 들리지 않게 되었고 침묵이 유지되었다. 그저 서로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서로를 바라봤을까. 라인트는 얘기했다.

"해머 가져와라."

"예?"

"빨리!"

"알,알겠습니다!"

라인트의 목소리에 비웃던 산적들도 조용해졌다. 라인트의 명령에 4명의 산적들이 낑낑대면서 하나의 물건을 가져왔다.

'무기 참 독특하네.'

나미래는 산적들이 가져온 물건을 보고 생각했다. 전생에 있었던 뿅망치와 같은 모양이였지만 크기와 재질 자체가 완전히 달랐다. 약 1미터에 달하는 해머는 4명의 산적들이 낑낑대며 가져올 정도로 무거웠고 무슨 재질로 만들어져 있는지는 몰라도 엄청나게 단단해 보였다.

은은한 남색빛깔을 띄고 있었고 청아한 느낌을 주는 것이 범상치 않은 무기라는게 느껴졌다.

"먼저 아까의 말을 사과하겠다."

"산왕님!"

"왜 그런?!"

라인트가 고개를 수그리며 사과하자 산적들이 경악했고 라인트는 그런 산적들을 나무라며 얘기했다.

"시끄럽다! 너희들은 아직 진짜 모습을 보지 못하니까 그런 것이다."

"그런..."

"또 진실의 눈으로 보신 겁니까?"

"진실의 눈?"

나미래는 산적들이 하는 이야기 중 이해할 수 없는 말이 나오자 되물었고 라인트는 피식 웃으며 얘기했다.

"별거 아니다. 이 녀석들이 그저 대단한 것처럼 부를 뿐이지."

"별거 아니라니요! 산왕님에게는 진실인지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게 사실인가요?"

"그렇게 대단한 것이 아니다. 그저 상대의 눈을 봤을 때 거짓말을 하는지 진실을 얘기하는지 알 수 있을 뿐이지."

"하지만 틀린 적이 없지 않습니까?! 더구나 선천적인 능력인게 믿기지 않습니다."

자랑스럽게 여기면서 옆에서 거드는 산적들 때문에 라인트는 쓴웃음을 지었다.

"쓸데없는 소리는 이제 그만하고 한번 붙도록 하지. 거인을 쓰러트린 자가 누군지 항상 궁금했으니까."

"저도 산왕의 무력이 어느 정도 인지 궁금했어요."

나미래는 크레이터의 중심에서 나오면서 올라왔고 그에 맞혀서 산적들과 라인트도 따라갔다. 산적들은 주위를 감싼 상태에서 조금씩 이동하여 마을의 중심까지 인도하였고 나미래는 주위에 피해를 주지 않아도 될 정도로 넓은 것을 보고 흡족해했다.

"이런 넓은 공간이 있었네요."

"아직 개발이 덜 된 공간이지만 이렇게 싸울 장소로 선택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렇군요. 그러면 최대한 땅의 피해도 고려하면서 싸워야겠군요."

"그럴 여유까지 있으면 좋겠군."

라인트는 그 말을 하며 해머를 들고 앞으로 걸어갔고 그에 맞혀서 나미래도 라인트에게 다가갔다. 둘이 서로 접근하자 산적들의 환호성은 커져만 갔고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둘은 동시에 움직였다.

스피드에서는 압도적으로 라인트가 빨랐다. 지금까지 수련의 차이를 보여주듯이 나미래의 주먹이 뻗어 가기도 전에 라인트의 해머가 그녀의 얼굴을 강타했다.

자비란 일절 없는 것을 보여주듯이 해머로 얼굴을 때리는데 아무런 주저도 없었다. 나미래의 무력을 알고서 그렇게 하는 건지 아니면 알지 못해도 그러는지 몰라도 보는 산적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일절 봐주지 않는 모습이였다.

퍼억!!! 쾅!!

해머가 얼굴을 강타하면서 모두 나미래의 얼굴이 터지고 절명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두가 생각한 광경과 다른 장면이 펼쳐졌다.

"말,말도 안 돼!"

"거,거짓말이지?"

해머에 얼굴을 맞은 나미래는 얼굴이 뒤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그녀의 얼굴에 작은 생채기가 생겼지만 그것도 엄청난 속도로 아물어서 흔적도 남아있지 않았고 그 외의 외상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 반면에 나미래의 주먹에 맞은 라인트는 어디까지 가는지 모를 정도로 건물들을 부수면서 날아갔다.

"산왕님!!"

"라인트님!!"

라인트가 날아간 곳을 향해 산적들이 몰려갔고 그사이에 나미래는 목을 돌리면서 얘기했다.

"생각보다 아프네요. 목이 돌아갈뻔 했잖아요?"

"괴,괴물..."

"괴물이라니요. 여린 여자의 마음에 상처받는 소리는 하지 말죠?"

상큼한 미소와 함께 말하는 나미래 때문에 산적은 질린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나미래를 공포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이들도 있었지만 의외로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나미래를 향해 투지를 내보내고 있었다.

'생각보다 훈련이 잘된 모양이네. 두목이 보통 이렇게 날아가면 사기가 떨어지는 마련인데...'

나미래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속과 다르게 산적들을 향해 손가락으로 까딱거리며 도발했다.

"자, 덤비시죠. 그렇게 째려본다고 저는 도망가지 않습니다."

나미래는 도발하면 산적들이 달려들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녀의 예상과 다르게 산적들은 언제든지 뛰어들 것 같은 분위기만 보일 뿐 실제로 산적들이 움직이지는 않았다.

혹시 자신을 무서워해서 그러는가 싶었지만 산적들이 이를 갈고 눈이 불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기에 그것은 아닌 것 같았다.

"왜 덤비지 않죠? 무슨 이유가 있나요?"

"...우리도 당장 달려가서 네년의 얼굴을 가격하고 싶다. 하지만 두목이 쓰러지지 않았는데 부하가 나설 수는 없지 않은가?"

"예?"

나미래는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한 번에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어서 날아갔던 라인트가 부서진 건물에서 일어나서 걸어오는 것을 보고 그녀는 모든 것을 이해했다. 산왕, 라인트는 입가에서 피를 흘리고 잔상처가 많았지만 여전히 힘이 넘쳐 보였고 오히려 더욱 투지를 뿜어내고 있었다.

"킁. 생각보다 아프군. 갈비뼈가 한,두 개 정도 나간 것 같은데?"

"...놀랍군요. 힘 조절을 했다고 해도 이렇게 멀쩡하다니.."

나미래는 진심으로 놀랐다. 왜냐하면 힘조절을 했다고 해도 산왕의 덩치와 무력을 고려해서 범인이라면 절명할 정도의 힘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저렇게 멀쩡한 모습이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오히려 내가 더 놀랐다. 어떻게 해머를 얼굴에 정통으로 맞았는데 멀쩡한 거지? 느껴지는 타격감을 보면 마법으로 막은 것도 아니고. 또, 어떻게 피부는 그렇게 단단한 거지?"

"남자가 그렇게 말이 많으면 인기 없는거 모르세요?"

"...그건 몰랐군. 참고하도록 하지."

라인트는 다시 해머를 들고 나미래에게 다가왔다. 나미래는 이 산왕이라는 자가 범상치 않은 인물이라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이제부터는 내 전력을 다하도록 하지."

"지금까지는 아니였나요?"

"내 실수지.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의심하고 있었으니까. 당신을 강자로 인정하고 전력을 다하겠다."

그 말을 끝으로 라인트에게 느껴지는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마치 주위의 모든 것을 짓누를 것 같은 기운을 띄고 있었고 몸에서 아지랑이 같은 것이 넘실대며 올라오고 있었다.

'이게 그 마나라는 것을 운용하는 건가? 전과 이렇게 확연히 달라지다니. 신기하네.'

나미래는 피센트에게 들었던 것을 떠올리고 산왕의 모습에 감탄했다. 그리고 그때 라인트가 조금 전에 보였던 것과 차원이 다른 스피드로 나미래에게 접근했다.

콰앙!!

"윽..!"

나미래는 하마터면 목이 돌아갈 정도의 충격을 받고 뒤로 밀려났다. 얼굴에 생긴 상처와 고통은 빠른 치유력으로 사라졌지만 그사이에 라인트의 2차 공격이 이루어졌다.

콰앙!!

이번엔 어깨. 어깨를 맞은 나미래가 중심이 뒤흔들렸고 라인트는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으려고 해머로 턱을 강타했다.

콰앙!!

마치 골프를 치는 동작처럼 완벽히 들어간 해머에 나미래는 뒤로 자빠졌고 라인트는 그 틈에 해머로 위에서 내리 찍었다.

쾅! 쾅! 쾅! 콰콰콰쾅!!

엄청난 힘이 동반된 해머질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스피드로 내리찍혔다. 땅이 파이고 금이 가면서 지켜보던 산적들이 인상을 찌푸릴 정도로 일방적인 공격이었다. 하지만 그 공격도 오래가지 않았다.

퍼어억!

"응?"

라인트는 해머에서 느껴지는 이질감에 눈썹을 올리며 의아해했고 눈앞에 보이는 광경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쉼 없이 내려찍고 있는 해머를 나미래가 한 손으로 부여잡아서 고정시켰고 안간힘을 줘도 해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더구나 해머에 맞아서 생긴 상처들이 눈앞에서 순식간에 아무는 것을 보고 라인트는 등에서 소름이 돋았다.

"...당신, 정체가 뭐야?"

"글쎄요...저도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우지지직.

라인트는 자신의 무기인 해머가 나미래의 손아귀에서 우그러드는 것을 보고 한순간의 주저도 없이 뒤로 후퇴했다. 나미래는 우그러들은 해머를 던져두고 라인트를 향해 얘기했다.

"이제 무기도 없으니 포기하시죠?"

"내 몸 자체가 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데 포기라니? 대결을 한 이상 의식이 유지되는 동안 포기하지 않는 것이 도리다."

"멋지군요. 하지만 오만입니다."

"과연 그럴까?!"

나미래는 자신의 눈에도 보일 정도로 마나가 라인트의 주먹에 휘감기면서 모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모든 것을 담아내려는 모양인지 라인트의 온몸을 채우고 있던 기운이 주먹에 집중되고 있었다.

하지만 나미래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일정한 걸음으로 라인트에게 걸어갔고 라인트는 언제든지 주먹을 뻗을 수 있도록 준비자세를 취했다. 그렇게 라인트와 나미래의 거리는 점점 가까워져 가고 일정 거리에 들어온 순간 라인트가 움직였다.

"하앗!"

라인트는 나미래가 보지도 못할 정도의 압도적인 스피드로 접근해서 주먹으로 나미래의 복부를 강타했다.

콰아앙!!

나미래의 등 뒤로 생긴 충격파가 바람을 일으켜서 회오리치게 할 정도로 강력한 한방이었다. 하지만 나미래는 입에서 피가 묻은 침을 한 번 뱉으며 얘기했다.

"생각보다 아프군요. 하지만 그게 끝입니다."

나미래의 말대로 라인트의 혼신의 일격은 그녀에게 내상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그 내상도 순식간에 사라져버렸고 그녀는 원상태로 돌아온 것이었다.

"당신, 정말 괴물이군."

라인트는 쓴웃음을 지으며 얘기했고 나미래는 미소를 지으면서 주먹을 들어 올렸다.

"칭찬 고마워요."

퍼어억!!

"산왕님!!"

나미래의 주먹에 맞은 라인트는 방금 전과 같이 건물들을 부수면서 날아갔다. 조금 더 힘을 줘서 때린 나미래는 이번에야말로 일어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라인트는 그녀의 예상보다 훨씬 강인한 인물이였다.

온몸에 상처를 입고 피를 쉼 없이 뿜어내는데도 불구하고 라인트는 다시금 일어섰다. 의식이 날아갔는데도 본능적으로 일어서서 싸울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런 라인트의 모습에 산적들은 물론 나미래까지 감명을 받았다.

"산왕님..."

"라인트님!!"

산적들은 의식이 없는데도 싸울 의지를 표현하는 라인트를 둘러싸며 나미래에게 적의를 표현했다. 마치 자신이 악당이 된 것 같은 분위기에 나미래는 뒤통수를 긁적이며 난처해 했다.

"그렇게 나쁜 사람을 쳐다보는 듯한 눈초리는 그만두어줄래요? 저도 싸울 수 없는 이를 때리는 취미는 없으니까요."

나미래의 말에도 불구하고 마법사와 라인트를 치료하는 이들을 제외한 산적들이 여전히 나미래에게 적의를 표현하고 있었다.

"이 괴물 년이! 다가오는 순간 네년은 끝장이다!"

"네가 아무리 괴물이라고 해도 우리 모두를 상대할 수 있을까?!"

"라인트님의 복수!"

좋은 말도 여러 번 들으면 기분이 좋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이렇게 악의에 찬 말을 계속해서 듣다 보니 좋게 끝내려고 하던 나미래도 점점 짜증이 나면서 화가 나는 것을 느꼈다.

"한번 해보자는 건가요? 저도 그렇게 성격이 좋지 않아서 참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쿵!!

나미래가 발로 바닥을 가격하자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주위의 일대를 진동시켰다. 그에 맞혀서 산적들이 나미래에게 달려가려는 찰나 그들을 멈추게 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멈쳐라!"

위압감과 더불어 친숙한 목소리에 산적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

"산왕님!"

"라인트님! 괜찮으십니까?!"

라인트는 마법사들의 치료마법을 받아서 정신을 차리고 바닥에 앉아서 산적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들 무슨 짓이냐?! 이것은 정당한 승부였다. 모두 적의를 거두어라!"

"하지만..."

"내게 모욕감을 줄 거냐?!"

라인트의 말에 산적들은 그제야 적의를 거두며 뒤로 물러났다. 옆에 있는 이들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난 라인트는 나미래를 바라보며 얘기했다.

"당신의 승리다...그러고 보니 당신의 이름을 못 들었군."

"제 이름은 나미래라고 해요."

"나미래...기억하겠다. 승리의 대가로 원하는 대로 해라."

"그럼 하나 얘기하죠. 제 일행이 지금 바텀 타운 근처에 있습니다. 당신은 저를 따라와서 산맥을 넘어가는데 도와주면 고맙겠어요."

"...겨우?"

"응? 뭘 더 바라죠?"

"이렇게 한바탕 치뤄놓고 바라는게 겨우 그건가?...푸훗. 크하하하!!"

라인트는 목청이 떠나갈 정도로 커다란 목소리로 얘기했다.

"크크큭. 그럼 승자의 말을 따르도록 하지. 그런데 미안하지만 내가 지금 몸이 좋지 않아서 그런데 무슨 방법이 있나?"

"걱정마세요. 당신 정도는 가련한 여자인 저도 들 수 있으니까요."

"가련한 여자라...풋. 그렇다고 해두지."

"...다시 한 번 맞아볼래요?"

"사양하겠다."

나미래는 라인트에게 다가와서 어깨에 메었다. 부피로 따지자면 나미래의 몇 배는 되는 거구가 그녀의 어깨에 매달려있자 그만큼 어색해 보이는 광경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그럼 가도록 할게요. 참, 라인트님은 제 일행들과 이 마을을 지날때 반납할게요."

"마치 물건 취급하는군."

"부정은 안 할게요. 그럼."

쾅!!

나미래는 어깨에 라인트를 멘 상태로 땅을 박차서 날아올랐다. 멀리 사라지는 나미래와 라인트의 뒷모습을 산적들이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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