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장 새로운 괴물의 탄생(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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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장 새로운 괴물의 탄생(21)
나미래와 크리스는 숲을 돌아다닌 결과 화물 마차와 승합 마차를 발견할 수 있었고 심장을 부여잡은 채로 죽어있는 마부의 시체도 발견할 수 있었다. 승합 마차와 화물 마차를 가지고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오니 어디서 천을 구했는지 시체들을 모두 감싸고 조이스의 치료도 끝마친 상태였다.
"피센트님. 준비는 끝난 겁니까?"
"예. 나미래님이야말로 마차를 찾으셨군요. 그런데 마부분은 어떻게..."
나미래는 고개를 옆으로 흔드는 것으로 대답하였고 피센트는 안색이 흐려지면서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그렇군요. 마부 분의 시체는 가져오셨나요?"
"예. 마차에 실어두었습니다."
"그럼 제가 보존 마법을 걸어둘테니 준비할게 있으시면 하십쇼."
"그러죠."
나미래는 피센트가 간 사이에 크리스탈와 조이스를 들어서 화물 마차에 옮기었다. 화물 마차 안에는 원래 옮길 물자들을 최대한 박으면서 공간을 창출했는데도 시체를 넣으니 남은 자리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결국 크리스탈과 조이스는 승합 마차에 두고 같이 이동하기로 하였다. 피센트와 시스가 승합 마차를, 나미래와 크리스가 화물 마차를 몰기로 하고 그들은 수많은 희생자를 만들어낸 식인의 숲에서 떠나갔다.
식인의 숲에서 며칠 정도 지나서 나미래와 일행들은 산맥의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왜 산맥을 지나갈 수밖에 없다는 말이 생겼는지 알 수 있는 것처럼 산맥은 엄청난 길이와 크기를 자랑하고 있었다.
시야에 다 들어오지 않는 크기와 길이는 웅장함을 뿜어내고 있었고 세월의 흔적이 묻어있었다. 그런 분위기 가운데서 그들이 산맥의 입구에 도착했을 때는 해가 지기 시작하고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노숙을 하기로 결정했다.
불을 피우고 마차를 세우며 식사를 준비하였다. 자신들의 할 일을 모두 알고 있어서 각자 빠르게 준비를 하였고 불을 중심으로 삼아서 식사를 하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는 어색한 침묵만이 흘러갔다.
마치 어딘가에 정신이 팔린 것처럼 각자 생각에 빠져서 멍하니 식사를 하고 있었다. 식인의 숲에서 나온지 며칠이 지났는데 여전히 분위기가 다운되어 있는 것을 느낀 나미래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얘기를 꺼냈다.
"피센트님. 하나 물어봐도 될까요?"
"예. 물어보십쇼."
"산왕은 어떤 인물인가요?"
"산왕이요?...글쎄요. 저도 들어본 소문만 있어서.."
"소문으로도 괜찮아요."
"그렇다면야...산왕은 의적이라는 소문이 있습니다."
"의적이요?"
"예. 저번에 라이언 왕국에 대해 불만을 가진 이들이 모였다고 했던 얘기 기억하시나요?"
"예."
"처음에는 그런 이들이 수십 명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적은 숫자로도 그들은 귀족들의 화물 마차를 털어서 먹고 살기 힘든 국민들에게 나누어 주었고 그런 일이 가능했던 것은 산왕의 무력 때문이라고 합니다."
"얼마나 강한데요?"
"산왕은 키가 2미터를 훨씬 넘고 온몸이 근육덩어리로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마나를 사용하지 않고도 주먹으로 자신만한 바위를 산산조각낼 수 있다고 합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최근에는 마나를 운용하기 시작했다는 말도 있습니다."
'얘기하는 거보면 완전히 임꺽정인데...'
나미래는 전생에 역사에 등장했던 인물 중 지금 이야기와 완벽히 일치하는 이가 있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렇게 산왕이 했던 행적들은 어느새 국민들에게 전파되어서 점점 산왕의 휘하로 오는 이들이 늘어났습니다. 수십 명은 어느새 수백 명으로, 수백 명은 한순간에 천 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지금도 그 증가의 추세는 꺾이지 않고 있답니다."
"그래요? 제가 듣기로 요새 왕국이 격변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그것도 좋은 방향으로요. 그러면서 산왕의 휘하에 들어가는 이가 줄어들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처음에는 저도 그렇게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왕국의 상황과 다르게 산왕의 무력, 인덕, 품성을 듣고 오는 이들이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피센트과 그렇게 말할 정도라니 놀랍네. 어떤 인물인지 궁금한걸?"
"확실히 나도 궁금해. 과연 나미래님과 산왕이 싸우면 누가 이길지.."
"당연히 나미래님이 이기죠!"
크리스가 강하게 주장했고 피센트는 장난기가 오른 미소를 지으며 크리스를 향해 얘기했다.
"과연 어떨까요? 나미래님도 분명히 강하지만 산왕은 지금까지 들은 소문이 있어서 말이죠."
"흥. 아무리 산왕이라고 해도 거인을 이길 수 있을까요? 전 무리라고 생각하는데요?"
"그건 붙어봐야 아는 거죠."
마치 사자와 호랑이 중 누가 더 세다고 싸우는 어린아이처럼 유치하게 싸우는 크리스와 피센트를 보고 나미래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것은 같이 지켜보던 시스도 다르지 않아서 분위기는 좋게 흘러갔다. 나미래는 이 분위기를 놓치기 싫어서 피센트에게 얘기했다.
"피센트님. 말씀드릴게 있습니다."
"얘기하십쇼."
나미래는 자신에게 시선이 몰리는 것을 보고 헛기침을 한 후에 이야기를 계속했다.
"저번에 산적들과 만나면 제가 어떻게든 해줄 거라고 얘기하셨죠?"
"창피하지만 그랬었습니다."
"솔직하게 얘기하죠. 피센트님이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저의 무식한 힘으로는 어떻게든 되겠지요. 아마 산왕도 이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그걸로 충분할까요?"
"무슨 말이죠?"
나미래를 제외한 이들은 모두 나미래가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무력에 굴복한 이들은 더 큰 무력을 보여주면 됩니다. 하지만 아까 전에 피센트님이 말한 것처럼 산왕의 인덕과 품성에 빠져서 들어간 이들도 있다고 했습니다. 제가 예상하기로 마차를 가지고 가면서 산맥을 넘으려 한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겁니다. 안 그렇습니까?"
"맞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제가 힘으로 그들을 제압한다고 하더라도 산맥을 넘어가는 동안 마찰이 없을까요? 저는 산맥을 넘어가는 동안 계속해서 저희를 공격하고 괴롭힐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중에 머리가 좋은 이들은 저희를 무시하면서 마차만 부수려고 할 수도 있겠죠."
"확실히..그럴 가능성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나미래님.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내일부터 당장 산맥을 넘으려고 한다면 산적을 만나겠죠. 그러니 산적을 만나면 어떻게 행동할지 행동방침을 세우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계속하시죠."
"예?"
"벌써 마음속으로는 답을 결정하시지 않으셨나요? 저는 그렇게 보이는데 틀렸습니까?"
나미래는 피센트의 말에 놀라워했다. 마법사의 눈치인지 아니면 피센트라는 인물의 특징인지 몰라도 피센트가 말하는 대로 나미래는 이미 답을 낸 상태였다. 그저 일행들이 다른 방법을 생각하고 있는지 확인 차원에서 물어본 것이었다.
"그럼 그 기대에 맞혀서 얘기해드리겠습니다. 저는 산왕에게 1대1 대결을 신청할 예정입니다."
"예?"
"네?"
"뭐라고요?"
나미래의 말에 모두 멍 쩍인 반응을 보여주었다. 나미래는 침착하게 듣던 피센트까지 그런 반응을 보여주자 의아해했다.
"왜 그러시죠?"
"아,아닙니다. 그저 너무 의외의 대답이 나와서...그런 방법을 선택한 이유를 가르쳐주시겠습니까?"
"먼저 대결을 신청함으로써 산맥을 넘어가는 명분이 생깁니다. 그 명분이 유지되는 동안은 산적들이 함부로 저희들을 건드리지 못하겠죠."
"으음...확실히.."
"거기다가 제가 산왕과 대결을 해서 이긴다면 더욱 좋습니다. 그러면 산맥을 넘어가는데 아무런 지장도 없을 겁니다."
"리더와 승부해서 이긴 자를 건드리지는 않겠죠."
"예. 하지만 과연 산적들이 결과를 당당히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럴 확률은 희박하다고 생각합니다. 산적이라고 불리지만 그들의 행동방식을 보면 그렇지 않거든요. 의적이라고 불릴 정도지 않습니까?"
"그렇군요. 그럼 제 의견대로 해도 되겠습니까?"
"저는 찬성입니다. 시스는?"
"나도 동의. 솔직히 나미래님에게 큰 짐을 지게 하는 것 같지만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서..."
"전 괜찮아요. 크리스는?"
"당연히 찬성이죠! 저는 나미래님이 산왕을 이길 거라고 믿는 사람이니까요!"
크리스의 맹목적인 믿음이 느껴지는 목소리에 다들 얼굴에 미소가 트이면서 분위기가 훈훈해졌다. 나미래와 그 일행들은 오랜만에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하루를 끝마치고 있었다.
다음 날, 날이 밝자마자 나미래와 일행들은 마차를 끌고 산맥의 입구를 향해 들어갔다. 산맥은 높고 대체로 험했지만 산적들이 길을 만들어놓았는지 마차를 끌고 올라갈 수 있게 되어있었다.
자신들의 수입을 위해서인지, 아니면 자신들이 편히 이동하기 위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길을 이용하는 입장에서는 좋다고 생각하는 나미래였다.
"길이 참 좋네요. 마차를 끄는데도 덜컹거리지 않고. 안 그래요?"
"그러고 보니 그렇군요. 하지만 저는 길보다 산의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으음? 어떤 것들이요?"
"예를 들어서...이렇게 높고 거대한 산맥이라면 먹을 것도 풍부하겠지요. 사냥을 하거나 열매를 따도 되고 농사를 지어도 비옥한 땅으로 인해서 쉽게 식량을 구할 수 있을 겁니다."
"확실히..."
"그리고 주위에 있는 많은 나무들은 시야를 막아주어서 숨어있기에 딱 좋은 지형입니다. 더구나 이렇게 대놓고 길을 지어서 오게 유도한다면 산적들과 필히 만나겠죠."
"잠깐, 정지."
마치 짜고치는 고스톱처럼 피센트가 말하자마자 산적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피센트는 자신의 말이 끝나는 동시에 나타난 산적의 모습에 쓴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기분을 표현했다.
산적의 숫자는 총 20여 명에 육박했는데 놀랍게도 예상하고 있던 산적의 모습이 아니였다. 마치 기사를 연상케 하는 하얀 갑옷을 착용하고 있었고 상당히 질이 좋아 보이는 검들을 하나씩 소지하고 있었다.
얼굴도 우락부락하지 않고 의외로 준수한 이들이 많았다. 나미래는 예상과 다른 산적들의 모습에 놀라고 있었는데 그때 그들 중에서 한 명의 인물이 앞으로 나서서 걸어왔다.
다른 산적들과 다르게 붉은색의 갑옷을 입고 있는 것을 봐서 십인장과 같은 조장의 위치를 갖고 있는 인물인 것 같았다.
"여기가 어디인 줄 알고 들어오는 건가? 여긴 산왕의 산맥이다. 넘어가고 싶으면 그에 상응하는 물건을 놔두고 넘어가라."
"싫다면?"
"뒤로 돌아가거나 우리들에게 억지로 뺏기고 지나가는 수밖에."
돌아갈 수 있다는 선택지를 주는 것이 일반 산적들과 다른 점이었지만 그래도 나미래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피센트님."
"예."
"가볍게 어루만져주고 오겠습니다."
"...적당히 부탁드립니다."
"노력하도록 하죠."
나미래는 피센트에게 미소를 짓고 붉은 갑옷을 입은 산적의 앞에까지 걸어갔다.
"뭐지?"
"너희들의 두목인 산왕을 만나고 싶은데 가능하나?"
"라인트님을? 풋. 너 따위가 만날 수 있는 분이 아니다."
"그래? 그러면 너를 쥐어짜면 나오려나?"
"...뭔 개소리지?"
"이 소리지."
퍼억!
"우웨에엑!!"
나미래의 주먹에 복부를 맞은 붉은 갑옷의 산적은 구토를 하며 날아갔다. 갑옷이 산산조각나고 벽에 파묻히며 들어간 그는 그대로 의식을 잃으며 졸도했다.
갑자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상황을 인식하지 못한 산적들이 멍하니 있다가 누군가의 목소리로 인해서 정신을 차리고 일제히 나미래를 향해 달려들었다. 산적들이 일제히 검을 휘두르면서 20여 개의 검이 나미래를 향해 내리찍었다. 나미래는 자신에게 검이 쏟아지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그저 가만히 서 있었다.
까까까깡!!
"뭐,뭐야?!"
"말도 안 돼!"
산적들은 자신들의 검이 마치 쇠를 때린 것처럼 엄청난 반발력과 함께 팅겨나가고 피부에 흠집 하나 내지 못한 것에 경악했다.
퍽!
"크아아악!"
퍽!
"컥!"
나미래가 한번씩 주먹과 발을 움직일 때마다 한 명씩 나가떨어졌다. 산적들은 있는 힘껏 검을 휘둘렀지만 나미래에게 아무런 상처도 주지 못하였고 결국 나미래에게 한방씩 먹으면서 모두 쓰러졌다. 단, 한 명을 제외하고.
"으으으으..."
쓰러지지 않은 산적은 10대로 보이는 어린 소년이었다. 나미래는 의도적으로 그 소년만 때리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어린 나이의 애를 때리기에는 좀 그랬고 자신들을 안내해 줄 이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소년은 자신들의 동료가 한순간에 당하는 것을 봐서 그런지 덜덜 떨며 나미래에게서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소년."
"예,예!"
나미래가 부르자 소년은 깜짝 놀라워하면서 대답했다.
"네 이름은 뭐지?"
"제,제 이름은 네,네스트라고 합니다."
"네스트, 너는 산왕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지?"
"그,그게..."
쾅!!
"히이익!"
나미래는 소년의 얼굴 옆에 있는 흙벽을 강타했고 소년의 얼굴보다 몇 배는 커다란 구멍이 생겨났다. 소년은 구멍을 힐끗 쳐다보고 더 이상 창백해질 수 없는 얼굴로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어떻게 저렇게 빨리 얘기할 수 있을지 의문이 될 정도로 소년은 입을 빠르게 움직이며 얘기했다.
"라인트님은 산맥의 꼭대기에 있습니다. 물론, 라인트님을 만나려고 꼭대기로 가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 근처에 마을이 있는데 마을에 가서 연락을 취하고 기다리신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이 될 겁니다!"
"마을?"
"예! 건장한 남성들은 물론 늙은이도, 아이도, 여자도 있습니다! 모두 자진해서 온 분들입니다!"
"혹시 지금까지 산왕에게 도전한 자는 있었나?"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라인트님께서 직접 나서서 혼쭐을 내줬습니다!"
"직접 나서서 무력을 보여줌으로써 휘하에 있는 이들의 단결과 사기를 올려주는 의도인가?"
"정확하십니다!"
더 이상 협조적이지 못할 만큼 소년은 친절하게 가르쳐주었다.
"마을까지 얼마나 걸리지?"
"여기서 3시간이면 충분합니다!"
"좋아. 안내해."
"알겠습니다!"
소년이 앞장서서 걸어가기 시작했고 그에 맞혀서 나미래와 일행들은 소년을 따라가기로 하였다. 마차를 이동하는데 걸리적거리지 않게 나미래는 쓰러져 있는 이들을 한곳으로 몰아두었고 그 광경을 나머지 일행들은 안쓰러운 눈초리로 쳐다봤다.
"아, 그리고 도망치지 않는 것이 좋을 거야. 도망치면 힘 조절을 못 해서 여차하면 사고가 날 수도 있으니까."
"명,명심하도록 하겠습니다!"
나미래의 말에 소년은 식은땀을 흘리면서 마차의 속도에 맞췄다. 소년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서 2시간쯤 지나자 시야가 탁 트일 정도로 높은 장소에 올라올 수 있었다. 그 와중에 산적의 한 무리도 만났지만 그들은 소년의 말을 믿지 못하고 나미래한테 덤벼서 전 무리들과 같은 절차를 밟게 되었다.
그러고 이어서 약 1시간 정도 더 올라가고 나서야 그들은 목표했었던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야..."
"휘익~"
"끝내주네요!"
산에 이렇게 넓은 평야가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한 이들의 감탄사가 울려 퍼졌다. 인구수가 땅의 넓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처럼 넓은 평야의 중심에 마을이 있었고 마을의 주변에는 농사로 사용되는 땅이 펼쳐져 있었다.
마을에는 약 100여 가구의 건물들이 있었는데 마을의 크기가 평야의 넓이의 10분의 1이 되지 않을 정도로 평야는 광활했다.
"저런 마을이 몇 개가 있는 거야?"
"총 3개가 있어요. 산맥의 초입이라고 할 수 있는 바텀 타운, 중간에 있는 미드 타운, 라인트님이 있으시는 꼭대기 탑 타운. 이렇게 3개로 나누어져 있어요. 이 바텀 타운에는 농사나 목축처럼 생산직이나 경비같은 간단한 일을 하는 사람이 주를 이루어요.
아까 보셨다시피 붉은 갑옷을 입은 이는 십인장으로 어느 정도의 무력을 가진 이들만이 입을 수 있는 거에요. 이 바텀 타운에는 대부분이 하얀 갑옷을 입고 있어요."
소년은 3시간 동안 마음의 여유를 찾았는지 이제는 나미래의 질문에 침착하게 대답해주고 있었다.
"그러면 미드 타운과 탑 타운은 어떤 역할을 하는데?"
"미드 타운은 무기와 기타 가구들을 만드는 대장장이나 기타 물자들을 담당하고 있어요. 그리고 탑 타운에는 대부분의 무력이 모여있어요."
"대부분이?"
"예. 100여 명이 넘는 십인장들과 백인장과 마법사들로 이루어진 20여 명의 정예들. 마지막으로 천인장인 라인트님까지!"
"십인장이라면 아까 만난 붉은 갑옷을 입은 애들을 말하는거야? 허접하던데?"
"다 그럴 거라 생각하시면 크나큰 오산입니다. 백인장은 십인장과 차원이 다른 무력을 가지고 있고 천인장인 라인트님은 또 백인장과 비교가 되지 않아요."
"그래? 흥미가 생기는데..."
"예? 무슨?"
"피센트님."
"예. 말씀하십쇼."
"계획을 변경시켜도 될까요?"
"어떻게 말입니까?"
"제가 지금 직접 산꼭대기로 올라가서 산왕을 치겠습니다."
"예?"
피센트는 나미래의 뜬금없는 말에 한순간 당황했지만 이내 침착함을 찾았다.
"무리하시는게 아닙니까?"
"저를 믿지 못하시는 건가요?"
"...제가 해야 드릴게 뭐죠?"
"일행과 물자의 안전. 아까 같은 이들이 온다면 제가 없더라도 대처하실 수 있나요?"
"한번쯤은 가능할 겁니다."
"원래는 마을에 들어가서 기다리려고 했지만 이 소년의 이야기를 듣고 예정을 변경해야 할 것 같아요. 빠른 길을 놔두고 돌아가는 것은 그렇잖아요?"
"확실히...그래서 저한테 그런 말을 하신 거군요."
"가능하시겠습니까? 힘드시다면 솔직히 얘기해드려도 괜찮아요. 마을에서 기다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뿐더러 가까운 이들을 잃은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요."
피센트는 나미래의 말을 듣고 안색이 흐려졌지만 그는 얘기했다.
"괜찮습니다. 언제까지 기댈 수 만은 없는 노릇이죠. 더구나 저한테도 생각이 있습니다. 신경 쓰지 마시고 갔다 오세요."
"그렇게 얘기한다면 알겠어요. 시스님. 일행들을 부탁해요."
"예. 맡겨만 주십쇼."
"그럼...크리스. 나 없는 동안 잘 있어야 한다?"
"저는 걱정하지 마시고 나미래님. 본인에 대해서 걱정하세요."
"그럴게. 그럼..."
나미래는 발을 박차서 순식간에 몇 미터씩 수직으로 산을 올라갔다. 그런 나미래를 소년은 입을 쩍 벌리며 쳐다보았고 나머지 3명은 나미래가 사라질 때까지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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