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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오크 마법사-110화 (110/360)

8장 새로운 괴물의 탄생(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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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장 새로운 괴물의 탄생(20)

"진정됐어?"

"예. 덕분에요."

크리스의 울음이 멈춘 후에 나미래는 크리스에게 얘기했다.

"나는 조이스님과 세쌍둥이를 찾으러 가야 하니 너는 여기에 머물고 있어. 저 크리스탈은 건들지 말고."

"알겠어요. 조심하세요. 나미래님."

나미래는 떠나기 전에 크리스의 머리를 쓰다듬은 후에 몸을 움직였다. 피센트와 시스를 찾으려고 했을 때처럼 공중으로 도약하여 위에서 둘러봤다.

"어디 있는 거지? 그 엄청난 살집은 멀리서도 보일 것 같은데."

조이스의 살집을 생각한 나미래는 피센트와 시스보다 더 빨리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반대로 그때는 비명소리가 들려서 찾을 수 있었고 울창한 숲이 시야를 많이 가리고 있어서 엄청난 덩치를 가진 조이스여도 쉽게 찾기는 힘들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한 번 더 뛰어오르며 이동하던 나미래는 코끝을 통해서 들어오는 피냄새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피냄새...예감이 좋지 않은데."

피냄새가 나는 곳을 향해 이동한 나미래는 목표했던 이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죽은 버크와 카이처럼 미라로 변해있는 세쌍둥이를 보고 그들이 죽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옆에는 엄청난 살집을 가진 조이스가 있었는데 그는 무릎을 꿇고 땅을 쳐다보며 힘 없이 앉아있었다. 그의 몸에는 칼이 3개 꽂혀 있었지만 살집들이 완충제 역할을 했던 모양인지 상태는 심각해 보이지는 않았다.

"조이스님. 괜찮습..."

나미래는 조이스에게 다가가서 얘기를 걸려고 했지만 조이스가 조그마한 목소리로 혼자 중얼거리는 것을 듣고 멈췄다. 크리스를 통해서 조이스가 벙어리라는 사실을 들었던 기억을 떠올렸기 때문이었다. 조이스의 상태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나미래는 조심스럽게 조이스에게 접근하여 그가 중얼거리고 있는 혼잣말에 귀 기울였다.

"아니야...내가 한게 아니야..."

"조이스님."

"하고 싶지 않았어...누군지 몰랐어..."

"조이스님."

나미래는 불러도 계속 혼잣말을 하는 조이스의 어깨를 잡고 세게 흔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혼잣말을 계속했다.

"어디부터 잘못됐지?...나는 그저 고블린을 죽였을 뿐이야...왜 이런 결과가 되는 거지?..왜?...왜?!"

"조이스님!"

퍼억!

나미래는 점점 혼잣말이 심해지는 모습에 조이스의 얼굴을 주먹으로 강타했다. 깔끔하게 들어간 주먹에 거구의 조이스가 땅바닥에 철퍽 드러누웠다. 이어서 몇 초 동안 잠잠하던 조이스는 신음소리를 내면서 바닥에서 일어나 나미래를 쳐다보았다.

"으윽...나,나미래님...아,아니십니까?"

몇십 년 동안 벙어리였다가 얘기하는 것이여서 그런지 어조가 어눌하고 목소리가 중간중간 끊겼지만 무슨 뜻으로 얘기하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기억나십니까?"

"고,고블린들과....싸,싸운 것까지는....기,기억이 납니다..."

"그리고요?"

"그,그리고...윽."

조이스는 그녀의 말에 기억을 되새겼지만 그의 정신이 더 이상 기억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처럼 두통이 엄습했다. 오히려 지금은 떠올리는 것이 악화할 거라고 생각한 나미래는 조이스에게 얘기했다.

"지금은 잠시 쉬세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알,알겠습니다..."

조이스는 그 말을 끝으로 잠에 빠졌고 나미래는 엄청난 살집을 가진 조이스를 어깨에 메고 돌아가려고 했다. 하지만 뒤에 있는 세쌍둥이의 시체가 나미래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그녀의 발이 떨어지지 않게 하였다.

"...미안하다. 미안해."

나미래는 3개의 시체를 향해 진심 어린 사과를 한 후에 돌아갔다. 떨어지지 않는 발을 움직이면서.

쿠우웅!!

하늘에서 떨어지며 착지한 나미래는 조이스를 바닥에 두며 피센트를 향해 얘기했다.

"미안해요. 조이스님밖에 구하지 못했어요. 세쌍둥이는 이미 모두 죽은 상태였어요."

"...그렇군요. 조이스님은 살아있어서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조이스님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3개의 칼이 꽂혀 있지만 아마 생명에 지장은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치료는 필요할 것 같으니 부탁해도 되겠습니까?"

"부탁하시지 않으셔도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피센트가 주문을 외우자 손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고 칼을 뽑은 후에 손을 가까이 대니 상처가 치료되었다. 시스는 세쌍둥이가 죽었다는 말에 다시 울음을 터트렸고 피센트도 입술을 꽉 물고 있는 것이 그들의 심정을 보여주고 있었다.

"피센트님. 조이스님은 육체적인 상처보다 정신적인 데미지를 더 받은 것 같아요. 아마 자신의 손으로 세쌍둥이를 죽인 것이 크나큰 트라우마로 남은 것이겠죠."

"그렇습니까?"

"예. 벙어리인 조이스님이 말을 하실 정도였으니까요."

"...그건 놀랍군요."

피센트는 나미래와 말하는 사이에 어느새 치료를 완료하였고 한숨을 쉬며 얘기하였다.

"총 8명 중에 5명이 사망, 그중 1명은 부상까지. 휴...나미래님. 제 생각에는 나미래님이 이 상황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맞습니까?"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저 커다란 크리스탈을 가져온 것이 나미래님이기 때문입니다. 제 추측으로는 크리스탈이 이번 일에 관련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확한 추리입니다. 어떤 일이 있었냐면..."

나미래는 피센트에게 있었던 일을 모두 얘기해주었다. 옆에 있던 시스와 크리스도 경청하며 나미래가 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런 일이..."

"그러면 저 크리스탈이 일행들을!"

크리스는 믿기 힘들다는 표정이었고 시스는 분노를 표출하며 곧바로 크리스탈을 부술 것 같은 기세를 보여주었다. 그런 시스를 만류하는 이가 있었는데 바로 피센트였다.

"시스, 진정해. 어떤 기분인지는 아는데 저 크리스탈을 부순다고 해도 변하는 것은 없어. 오히려 아무런 죄도 없는 소녀를 죽일 뿐이라고."

"하지만. 하지만! 그렇다 해도!"

"시스!"

피센트의 높은 목소리에 시스는 움찔하면서 입을 다물었다. 평소와 거리감이 느껴지는 피센트의 모습에 나미래도 놀라운 감정을 느꼈다.

"시스. 저 크리스탈이 안개를 만든 것은 맞지만 원인을 따지자면 그런 마법진을 만든 라자드란 인물이지, 저 소녀가 아니야. 그것은 명심해야 해."

"...알겠어."

피센트는 고개를 수그리는 시스를 보며 한숨을 쉬며 얘기했다.

"휴...네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야. 나도 일행들이 죽었는데 슬프고 분하지 않겠어? 하지만 그럴 때야말로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행동해야 해."

"...미안해. 내가 내 생각만 했어."

"괜찮아. 그보다 이 다음 일부터 생각하자. 나미래님. 혹시 생각이 있으십니까?"

"먼저 피센트님의 말을 듣고 싶군요."

"저는...2가지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임무를 포기하고 돌아가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이대로 임무를 계속 이행하는 것이지요. 둘 중 어느 것을 택해야 할지 저는 고민하고 있지만 후자에 대해서 더 치중을 두고 있습니다."

"왜죠?"

"용병단원으로서 임무에 대한 책임이 제일 크죠.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을 계약을 어길 수는 없습니다. 또한 이런 일이 일어나더라도 끝까지 해내는 것이 바로 용병단입니다."

"저희는 지금 5명밖에 없습니다. 이 숫자로 산왕이 있는 산맥을 넘을 수 있을까요?"

"힘들 것...같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아닙니다."

"어떤 이유가 있습니까?"

"바로 나미래님 때문입니다."

"저요?"

나미래는 피센트가 자신을 얘기할 줄 몰랐기에 의아해했다.

"예. 조금 전에 했던 이야기와 지금까지의 상황, 그리고 나미래님의 굉장한 신체능력을 고려했을 때 나미래님이 얘기했던 것들이 모두 사실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무슨 얘기를 말하는 건가요?"

"거인을 쓰러트렸다는 이야기입니다."

나미래는 피센트의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그 이야기를 지금 하는 이유가 있나요?"

"창피한 이야기지만 저는 나미래님만 있으면 산맥을 넘어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과분한 기대군요."

"겸손도 지나치면 좋지 않습니다."

"겸손이 아닙니다. 지금을 보십쇼. 제가 있었지만 이런 결과이지 않나요? 제게도 한계가 있습니다."

"이번에 이런 일이 된 것은 나미래님이 마법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으셔서 그랬던 겁니다. 그런 부족함은 제가 메꿔드리겠습니다."

"과연 어떨까요? 제가 아무리 강하다 하더라도 이번처럼 제가 보호할 수 있는 인원은 제한되어 있습니다."

"슬프지만 이제 5명밖에 되지 않습니다. 나미래님까지 제외하면 4명이죠. 제 생각으로 나미래님이라면 충분히 가능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염치없지만요."

"...가능하다고 치죠. 하지만 다른 이들도 찬성할까요?"

나미래는 시스와 크리스를 바라보았다. 시스는 나미래의 말에 고개를 들었는데 그녀는 아직도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고 얼굴에 슬픔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을 통해서 시스가 어느 정도 감정을 정리했다는 것을 나미래는 알 수 있었다.

"저는...찬성합니다. 이렇게 희생을 치렀는데 임무를 그만둔다는 것은 너무 가혹한 것 같아요. 희생당한 이들을 위해서도 끝까지 임무를 마치는게 좋다고 생각해요."

이어서 나미래는 크리스를 바라보았다. 크리스가 이 임무의 실질적인 총 책임자일뿐더러 그녀의 의견이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에 다들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

"저도 왕국에 가는게 맞다고 생각해요. 물론 나미래님을 믿는 것도 있지만 제게 맡겨져 있는 임무를 끝마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크리스의 말은 분위기를 끝맺는 결정타로 들어갔고 나미래는 한숨을 쉬면서 받아들였다.

"알겠어요. 그럼 이 시체들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죠?"

"보존 마법을 사용하여 왕국으로 가져가서 장례를 치르겠습니다. 나미래님은 마차를 찾아주시겠습니까? 저와 시스는 시체들을 정리하며 준비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세쌍둥이들은 어떻게 하실 거죠?"

"그들의 시체도 저희가 가져오겠습니다. 방향만 가르쳐 주십쇼."

나미래는 조이스를 데려온 장소를 손과 말로 가르쳐주었다.

"그럼 갔다 오겠습니다. 크리스, 가자."

"예."

크리스는 자신을 불러준 것이 기쁜 모양인지 순진한 미소를 지으면서 다가왔다. 나미래는 크리스를 마치 공주 안기처럼 든 다음에 날아올랐고 마차를 찾기 위해서 두리번거리며 움직였다. 그렇게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크리스가 나미래를 향해 얘기를 걸었다.

"나미래님."

"응?"

"저분들도 슬프겠죠?"

"당연하지."

"제가 이렇게 슬픈데 오랜 시간을 지낸 저분들은 얼마나 슬플까요?"

나미래가 고개를 내려보니 크리스가 눈물을 글썽이며 울먹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나미래는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크리스의 마음 씀씀이에 감동하며 얘기했다.

"크리스. 네 말대로 그들은 너보다 몇 배에서 몇십 배는 슬플 거야. 하지만 그들은 어른이기에 그 슬픔을 억누르고 슬프지 않은 척을 하며 일어서야 해."

"어른이니까요?"

"그래."

"그러면 저는 어른이 되지 않을래요."

"어른은 되고 싶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되는 거야. 그리고 어른도 인간이야. 슬픔을 억누르고 않은 척을 해도 사라지지는 않아."

"그럼요?"

"슬픔을 나눌 시간이 필요하겠지.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는."

통곡을 하는 두 사람의 울음소리가 나미래의 민감한 귀에는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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