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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오크 마법사-109화 (109/360)

8장 새로운 괴물의 탄생(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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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장 새로운 괴물의 탄생(19)

두꺼운 안개가 둘러싸인 숲 속에서 두 명의 존재가 나뭇가지로 글자를 쓰며 대화를 하고 있었다.

'이 마법진은 대체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 걸까?'

'몰라. 하지만 평범한 마법진은 절대 아니야. 이렇게 정교한 환상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엄청난 거니까.'

'그러네. 확실히 늑대인간이 이렇게 정교하게 보일 줄은 몰랐으니까.'

'나는 늑대인간으로 보이는 거야?'

'응? 난 그렇게 보이는데? 너는?'

'나는 고블린으로 보여. 사람마다 보이는게 다른 모양이네.'

'어떤 고블린으로? 예쁜 고블린?'

'...고블린 중에서도 예쁜게 있나?'

퍽!

시스라고 추정되는 고블린이 주먹으로 피센트의 가슴을 강타했다. 가슴을 맞은 피센트는 호흡하기 힘들어하면서도 바닥에 글자를 썼다.

'이,이 위력은 분명히 시스의 주먹이네. 많이 맞은 내가 보장한다.'

'그런거 보장 안 해도 되거든? 그보다 너야말로 내가 시스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어?'

'음...마법사의 감?'

'...그렇게 얘기하면 나의 입장은 뭐가 돼?'

'정령사와 마법사의 차이인가 보지.'

피센트는 글자를 적으면서 피식 웃었고 그와 동시에 시스로 추정되는 고블린이 움찔거렸다.

'왜 그래?'

'아,아니. 갑자기 그르렁거리는 울음소리를 내뱉어서.'

'난 그저 웃었을 뿐인데?'

'그,그래?'

피센트와 시스의 글자 대화는 거기서 잠시 멈추었다. 피센트는 안개가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지 궁금했고 또, 계속해서 유지될 경우 어떤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 머리를 굴렸다. 시스는 피센트와 만났을 때 자신은 못 알아보고 피센트만 알아봤다는 것에 대한 죄악감으로 의기소침해 하고 있었다.

그렇게 서로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있을 때 갑자기 안개가 사라지면서 시야가 넓어졌다. 동시에 서로 간에 보였던 고블린과 늑대인간의 모습이 아닌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을 피센트와 시스는 볼 수 있었다.

"안개가?!"

"사,사라졌어..."

피센트와 시스는 안개가 갑자기 사라진 것을 믿을 수 없는 모양인지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왜 갑자기?"

"그래도 다행 아니야? 피센트."

"그러게. 네 얼굴이 반가운 것을 보면 큰일이었긴 했나 보네."

퍼억!

또다시 가슴에 주먹을 맞은 피센트는 무릎을 꿇고 호흡을 허덕였다. 하지만 그런 피센트나 때린 시스나 서로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 지금의 기분을 얘기해주고 있었다.

"크흠...안개가 사라진 것 같으니까 먼저 일행들이 안전하게 있는지 확인하자."

"그래. 나도 무슨 일이 생겼는지 걱정되니까."

피센트는 웃다가 미소를 지우고 심각한 표정으로 얘기한 후에 발걸음을 옮기었다. 하지만 이내 시스의 얼굴을 보고 자신이 너무 심각하게 얘기했다는 것을 깨달으며 표정을 풀었다.

"그렇게 얘기했지만 무슨 일이 있겠어? 단장은 수많은 전장을 겪고도 살아남은 역전의 용병이니까."

"그렇겠지?"

"그럼. 단장만한 실력을 보기가 얼마나 힘든데. 우리 용병단에서 찾자면 카이님 정도?"

"두 분은 어릴 때부터 친구였으니까."

"너는 단장과 카이님이 싸우면 누가 이길 것 같아?"

"글쎄, 비기지 않을까?"

"나도 같은 생각이야. 대련하는 것을 보면 항상 비기거든. 하지만."

"하지만?"

피센트는 말하기 싫은 표정이었지만 시스도 알 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얘기했다.

"서로 죽일 생각으로 살기를 뿜어내면서 싸운다면 어떻게 될 것 같아?"

"....글쎄?"

"이건 그냥 내 추측이지만..서로 죽지 않을까 싶어."

"...어째서?"

"서로 비슷한 실력을 가진 사람끼리 서로 죽일 기세로 싸운다면 둘 다 죽거나 혹은 그에 상응하는 상처를 입겠지. 안 그래?"

"....."

다시 시스의 표정이 심각해지는 것을 본 피센트는 시스의 어깨를 두드리며 얘기했다.

"그냥 하나의 가능성일 뿐이야. 그렇게 마음에 두지 말아."

"아까부터 장난하는 거야?! 왜 이랬다 저랬다야?!"

"미안,미안. 그냥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얘기한 거였지."

피센트는 뒤통수를 긁적이며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하지만 그때 앞에서 걸어가던 시스가 갑자기 멈추었고 그와 더불어 피센트도 멈췄다.

"...피센트."

"응?"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그 광경을 보면 어떻게 해야 해?"

공포와 충격에 빠져있는 시스의 얼굴을 보고 피센트는 앞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피센트가 염려했던 장면이 펼쳐져 있었고 그 광경에 피센트 또한 표정을 어떻게 지어야 할지 몰랐다.

"으음..."

"정신이 들어?"

"여,여긴?"

크리스는 자신이 나미래의 옆구리에 끼어진 상태로 매달려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왠지 익숙한 상황이네요. 제가 또 기절을 했나요?"

"기절을...하긴 했지."

"목 뒤에서 통증이 느껴지는데 혹시 추측되는게 있나요?"

"글,글쎄?"

나미래는 크리스의 말에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크리스는 나미래의 반응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제가 기억하는 마지막 기억은 괴물에게 잡혀있었던 거에요. 그래서 도망치려고 발버둥 쳤는데 갑자기 그 이후로 의식이 끊겼어요."

"괴물의 모습이 어땠는데?"

"끔찍했어요. 액체의 몸을 가지고 있으면서 와이번과 오우거, 트롤의 모습이 모두 모여있는 모습이였어요. 그렇게 끔찍한 괴물은 처음 봐요."

"그,그렇구나."

나미래는 당황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기 위해서 애썼지만 크리스가 이상하게 쳐다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크흠..네가 본 것은 환상이야. 안개에 환상을 보여주는 마법이 부여되어 있어서 그런 것을 본 것이지."

"그렇군요...근데 어떻게 나미래님이 그런 것을 알고 계시는 거죠?"

"그걸 말하자면 긴데..."

나미래는 어떤 것부터 말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그때 크리스가 갑자기 놀란 표정을 짓는 것을 보고 나미래는 고민을 멈췄다.

"왜 그래?"

"지금까지 보지 못했는데, 어깨에 있는 것은 뭐죠?"

"아, 이거?"

나미래는 크리스탈을 내려놓으며 얘기했다.

"전리품...이라고 하면 되려나?"

"...하나도 이해하지 못하겠는데요?"

"나중에 용병단원들도 오면 다 얘기해줄게. 우선 다들 괜찮은지 확인하자."

"알겠어요. 일의 순서가 그게 맞는 것 같네요."

"그럼 달릴 테니 꽉 붙잡아?"

"예."

크리스는 두 눈을 감고 나미래의 허리를 꽉 부여잡았다. 귀염성 있는 크리스의 동작에 나미래는 미소를 지으며 발에 힘을 모았다.

"간다!"

쾅!!

엄청난 반발력으로 인해서 수십 미터 뛰어오른 나미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안개는 어느새 다 사라져있어서 멀리까지 시야가 확보되었다. 하지만 숲이 울창해서 용병단원들이 어디에 있는지 한 번에 찾을 수는 없었다.

'주위를 더 뒤져봐야 하나...'

나미래는 오른쪽 어깨에 크리스탈을 매고 왼쪽 옆구리에 크리스를 잡은 채로 오르락내리락하며 주위를 돌아다녔다. 첫 번째 경험이 아니여서 그런지 크리스도 눈가에 눈물만 맺혀져 있고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그래도 무서워하는 표정을 짓고 있어서 빠르게 찾아야겠다고 생각하는 나미래였다. 그리고 그때...

....!

나미래의 귀에 비명에 가까운 희미한 목소리가 들렸다. 나미래는 들린 소리의 방향을 향해 몸을 돌렸고 머지 않아서 피센트와 시스로 보이는 인물을 찾을 수 있었다.

쿠우웅!!

굉음과 함께 착지한 나미래는 둘의 분위기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고 크리스탈과 크리스를 내려놓은 후에 달려갔다.

"무슨 일이에요?"

"...저길 보십쇼."

나미래는 피센트가 가리키는 곳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곳에는 마치 미라처럼 말라서 죽어있는 버크와 카이의 시체가 있었다.

"...버크님과 카이님인가요?"

나미래는 처음 보는 인간의 시체 때문에 조금 불쾌해졌지만 생각하던 것보다 괜찮았다. 아마 지금까지 시체를 먹은 것이 크게 적용했고 몸이 강해지면서 정신도 강해져서 그랬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아는 사람이 시체로 변해있는 것을 보니 기분이 더럽지 않을 수는 없었다. 며칠 만나지도 않았는데 자신이 이렇게 느낄 정도면 지금까지 같이 지낸 피센트와 시스의 기분은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무슨 일인가요?"

"오지마! 크리스!"

크리스는 나미래의 호통에 발걸음을 멈추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크리스, 너는 보지 않는게 좋다."

"무슨 일인지 저도 알 권리가 있어요."

"그 마음 안다. 하지만 이 광경은 어린 너에게는 무리야."

"....하지만."

"크리스."

크리스는 나미래의 말에 시선을 맞추었다.

"너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니 들어주길 바란다. 어른스러운 너라면 충분히 내 말에 진심이 담겨있는지 아닌지 알 수 있잖니?"

"...알겠어요. 나미래님을 믿을게요."

"그래. 고맙구나."

크리스는 뒤돌아가서 적당한 바위 위에 앉은 후에 나미래를 지켜봤다. 나미래는 그런 크리스를 향해 미소를 날리고 피센트와 시스를 향해 얘기했다.

"...괜찮아요?"

"괜찮...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 같군요. 설마하던 상황이 벌어졌으니."

피센트의 안색은 핼쑥해져 있었고 시스는 자신의 무릎을 감싼 상태로 계속해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모르겠습니다. 이런 상황을 생각해본 적도 없었기에..."

나미래는 무기력해진 두 명을 보고 조금 짜증이 나는 것을 느끼며 얘기했다.

"피센트님. 슬픔은 나중에 가지시고 지금은 정신을 차려야 할 때입니다. 용병단장의 자리가 비워졌으면 그 다음 인물이 그 자리를 채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그 자리를 채워야 할 인물은 피센트님입니다. 더구나 지금은 다른 일행분들도 어떻게 됐는지 확인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피센트는 나미래의 말을 듣고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나미래님의 말이 맞습니다. 제가 이럴 때가 아닌데...감사합니다. 덕분에 정신 차렸습니다."

"제가 도와드릴 일은 없나요?"

"죄송하지만 조이스님과 세쌍둥이를 찾아주시겠습니까? 제가 가고 싶지만..."

피센트는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곁눈질로 시스를 바라보았다. 나미래는 피센트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러도록 하죠."

나미래가 보기에 시스에게는 충격을 다스릴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흔쾌히 피센트의 부탁을 받아들인 나미래는 크리스에게 얘기하고 찾아가기로 결정하였다.

"크리스."

"예."

"지금 상황이 심각한 것은 알겠지?"

"분위기상으로 대충은요."

나미래는 크리스가 시체를 보는 것은 막았지만 그래도 상황은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여 얘기하기로 했다.

"먼저 상황을 얘기해줄게. 마음의 준비를 하는게 좋을 거야."

"대충 어떤 상황인지는 알 것 같아요. 누가 죽었나요?"

"...맞아."

나미래는 크리스가 예상하고 있을 줄은 몰랐기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미래는 원래의 침착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어떻게 알았니?"

"왠지 그럴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피센트님과 시스님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았고요."

"버크 단장님과 카이님이 죽었어. 조이스님과 세쌍둥이는 지금 찾으려고 하는 거고."

"...그렇..군요. 알고 있었어도 직접 듣는 것은 생각보다 충격이네요."

나미래는 크리스가 슬퍼하고 있지만 겉으로 표현하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미래는 크리스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얘기했다.

"슬프면 슬퍼해도 돼. 네가 귀족의 딸이여서 그러는지 몰라도 지금은 귀족의 딸이 아닌 그저 크리스라는 한사람이잖아? 내 앞에서는 그런 격식을 따지지 않아도 돼."

"..그런가요?"

"그럼."

크리스는 나미래의 말을 듣고 나미래의 허리를 껴안으며 얘기했다.

"버크님과 카이님은 알고 있는 사이는 아니였어요."

"그래."

"아버님의 소개로 만났을 뿐이었죠. 최근에 같이 다닌 며칠이 그분들과 알고 지낸 모든 시간이에요."

"그래."

"그런데...겨우 며칠을 만났을 뿐인데.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플까요? 왜 이렇게 슬플까요?"

"그건 당연한 것이란다. 인간은 아주 사소한 인연이라도 많은 의미를 가진단다. 비록 며칠이라는 시간동안 같이 다녔지만 그 시간은 네게 있어서 많은 의미를 부여한 것이겠지."

"그렇겠죠? 그럼 저는 슬퍼해도 되는 건가요?"

"당연하지. 넌 지금 한낱 어린아이에 불과하단다. 슬플 때 슬퍼하고 울고 싶을 때 울면 되는 거야. 어른이 되면 그런 것을 하고 싶어도 못한단다."

"그렇군요. 그럼...실례할게요."

크리스는 그 말을 끝으로 나미래의 품속에서 흐느끼기 시작했다. 나미래는 크리스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이 어린아이에게 이런 임무를 맡긴 카미드 백작에 대한 원망심일까, 아니면 조이스와 세쌍둥이가 무사하길 바라는 힘든 희망 때문일까, 아니면 버크와 카이를 구하지 못한 자신에 대한 자괴감 때문인가. 나미래조차 자신의 마음을 모르는 가운데 크리스의 울음소리는 점차 커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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