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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오크 마법사-107화 (107/360)

8장 새로운 괴물의 탄생(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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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장 새로운 괴물의 탄생(17)

"뭐지? 이 안개는? 심상치가 않군."

버크는 안 그래도 시야를 가리고 있던 안개가 더욱 두꺼워지면서 시야가 극한으로 줄어드는 것을 눈치챘다. 그리고 동시에 주위에 있었던 일행들의 기색 또한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스르릉.

버크는 검을 꺼내 들고 주변을 경계하며 움직였다. 지금까지 수많은 전장을 겪어온 용병답게 생각지도 못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침착하게 대응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걸음, 한걸음 신중하게 움직이던 버크는 한순간 눈빛을 번쩍이면서 검을 휘둘렀다.

깡!

쇠와 쇠가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버크는 느껴지는 반발감에 눈살을 찌푸렸다. 이어서 버크는 검을 휘두르려고 하다가 눈앞에 보이는 상대의 모습에 놀란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상대의 정체는 트롤이였는데 놀랍게도 옷을 입고 있었고 주먹에는 커다란 건틀릿을 끼고 있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전장을 누리고 다녔어도 저런 트롤은 처음 봤기에 버크 또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후욱!

트롤의 주먹이 얼굴과 한 끗 차이로 지나갔다. 주먹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풍압에 버크는 이 트롤이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더구나 움직임 자체가 마치 훈련을 받은 것처럼 군더더기가 없는 움직임이였다.

"믿을 수가 없군. 트롤이 이런 움직임을 보여주다니."

버크는 감탄하는 사이에 검을 6번 휘둘렀다. 모두 급소를 향하는 망설임 없는 검의 움직임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롤은 두 주먹으로 검을 모두 팅겨 내었다. 버크는 자신의 공격을 너무나 수월하게 막고 트롤의 움직임이 익숙한 것을 보면서 뭔가 위화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런 위화감은 급박하게 진행되는 상황 속에서 빠르게 사라져 갔다.

까까까깡!

수십 번의 교전 동안 서로 잡다한 상처만 늘어가면서 장기전으로 진행되어갔다. 버크는 점점 자신의 체력이 떨어져 가는 것을 느끼며 빠르게 승부를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거기다가 트롤에게는 자가 치유력까지 가지고 있어서 자신이 더 불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젠장. 빠르게 승부를 봐야 하...응?"

버크는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떠올려봤다. 하지만 그 순간 버크의 눈에 하나의 광경이 들어왔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트롤의 상처가 아물지 않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무슨 일인지 몰라도 버크는 상처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해볼 만하다고 생각하며 검에 마나를 더욱 머금었다.

"괜히 블러드 이글의 단장이 아니란 것을 보여주겠다!"

"크어어어!"

버크의 소리에 맞혀서 트롤도 목소리를 크게 내뱉었다.

"10연참 찌르기!"

"크아아아!"

버크의 손이 현란하게 움직이면서 순식간에 검을 휘둘렀고 트롤의 주먹도 그에 지지 않는 스피드로 움직였다. 잠깐의 격돌을 마치고 버크는 욕을 내뱉지 않을 수 없었다.

"씨발. 이런 X같은 일이..."

버크는 자신의 가슴에 뻥 뚫려있는 구멍을 보며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했다. 트롤이 옷을 입고 건틀릿을 끼고 있었다. 움직임도 익숙했고 자신이 어떻게 움직일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맞은 상처가 회복되어 있지 않았다.

추측할 수 있는 근거는 충분했다. 하지만 외관의 차이점과 급박하게 흘러가는 상황이 자신을 어리석게 만들었다.

버크는 자신의 추측이 맞았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트롤이 이내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인물로 변하는 것을 바라보았다. 바로 수십 년 동안 함께 용병 일을 하면서 동고동락했던 카이의 모습으로. 카이 또한 똑같은 생각을 한 모양인지 경악한 표정을 지으며 피가 나오고 있는 목을 붙잡고 쓰러졌다.

버크는 용병 일을 하기 때문에 자신이 언제 갑자기 죽을지 몰라 어느 정도 각오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허망하게 죽을 줄 몰랐다. 그것도 자신의 절친한 친구인 카이의 손에 죽을 줄은...

그렇게 카이와 버크는 서로 간의 공격으로 인해서 바닥에 쓰러져서 숨을 거두었다. 그렇게 허망하고도 원망 섞인 죽음 속에서 버크와 카이의 시체를 향해 안개가 다가오고 있었다.

조이스는 주위의 시야를 모두 가리는 안개를 보며 위화감을 느꼈다. 뭔가 심상치 않게 흘러간다는 것을 느낀 조이스는 불안감을 감추기 위해서 품속에 가지고 있던 커다란 고기를 입 안에 넣었다. 음식이 들어오면서 불안감이 해소된 조이스는 그제야 침착하게 주위를 둘러봤다.

자신의 몸만 보이고 있었고 서 있는 바닥조차 흐리게 보이며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 한걸음 거리에 있는 곳이 보이지 않을 정도여서 이럴 때는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이 좋다는 것을 조이스는 알고 있었다.

섣불리 움직였다간 절벽이나 험난한 곳으로 떨어질 위험도 있었기에 조이스는 이왕 움직이지 않기로 한 거 앉아서 쉬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인기척을 느낀 조이스는 철퇴와 방패를 들고 준비했다. 그렇게 경계를 하면서 기다리고 있자 상대가 모습을 드러내었고 조이스는 철퇴로 힘껏 상대를 향해 휘둘렀다.

쾅!!

조이스의 거구에 내재되어 있는 힘으로 인해 철퇴는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서 부딪혔다. 그런데 놀랍게도 상대는 낡아 보이는 검으로 막았고 그것도 검 1개로 아닌 3개로 방어했다.

"....?"

자세히 보니 상대는 고블린이었고 1마리가 아니고 3마리였다. 검 3개로 막은 것도 고블린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검을 꺼내 들어서 동시에 철퇴를 막은 것이었다.

철퇴를 막자마자 고블린들은 3방향으로 흩어지면서 조이스를 감쌌고 조이스는 고블린들이 상당히 빠르다는 것을 보며 방패로 몸을 가렸다.

까까깡!

방패로 간신히 막았지만 조이스는 고블린들이 자신보다 훨씬 빠르고 3방향에서 각각 공격하는 것을 봐서 연계도 까다롭다고 생각했다. 장기전으로 가면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생각한 조이스는 살을 주고 뼈를 취하는 방법을 선택하기로 했다.

조이스는 일부러 약간의 틈을 보여주었다. 그 틈을 본 고블린 3마리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검을 찔러내었다.

푸푸푹!

"....!"

3개의 검이 팔과 허벅지에 꽂혔다. 고블린들은 자신들의 공격이 성공한 것을 기뻐하는 것처럼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팔과 허벅지에 꽂혀 있는 검들이 빠지지 않자 고블린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조이스는 철퇴를 휘둘러서 한 마리의 고블린의 머리를 터트렸다. 머리가 터진 고블린은 즉사하였고 동시에 조이스는 다른 고블린을 향해 움직였다.

검이 빠지지 않는 이유는 바로 조이스의 엄청난 살집과 근육 때문이었다. 일부러 찔려도 치명적이지 않은 부위를 들어냄으로써 공격을 유도하였고 근육과 살에 힘을 주어 검이 빠지지 않게 한 것이었다.

조이스는 지금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기에 빠르게 고블린들을 처리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남은 2마리 고블린들의 상태가 급박하게 변하는 것을 조이스는 볼 수 있었다.

"키에에에엑!!"

"키야아아악!!"

눈물을 흘리며 마치 동료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처럼 2마리의 고블린은 죽은 고블린의 몸을 부여잡고 오열했다. 고블린들의 목소리에서 진정한 슬픔이 느껴진 조이스는 한순간 멈칫하고 고블린들을 향해 공격할 수 없었다.

고블린들이 저렇게 감정이 풍부했는지 의구심이 들면서 동시에 뭔가가 이상하다고 조이스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 위화감의 정체를 알아차리기 전에 2마리의 고블린이 저돌적으로 조이스를 향해 돌진해왔다.

"키엑! 키엑! 키엑!"

"키야아아악!!"

마치 자신의 몸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듯이 수비를 생각하지 않는 극단적인 움직임이었다. 조이스는 한 마리를 죽였음에도 불구하고 예비 검으로 미친 듯이 휘두르는 2마리 때문에 아까보다 더 상대하기 까다로워진 것을 느꼈다.

"....!"

아직도 팔과 허벅지에는 3개의 검이 꽂혀 있었고 2마리 고블린들의 맹공에 상처가 늘어갔다. 방패로 많은 공격을 막고 있어도 미친 듯이 휘두르는 검을 모두 막을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이스는 침착하게 때를 기다렸다.

왜냐하면 고블린들이 이성을 잃은 나머지 무리하고 있는 것이 보였고 그것을 증명하듯이 고블린들이 점차 체력이 떨어져서 느려지고 있었다.

쾅!

느려진 고블린의 얼굴을 방패로 강타했다. 고블린은 그 충격에 뒤로 나자빠졌고 그사이에 조이스는 철퇴로 고블린의 얼굴을 내리찍었다.

"키에에엑!!!"

남은 한 마리가 엄청난 감정이 담긴 목소리를 내뱉었지만 조이스는 인상을 찌푸리면서 무시했다. 남은 고블린은 공중으로 뛰면서 조이스를 잡아먹을 듯이 바라보며 검을 내리찍었지만 이성을 잃고 휘두르는 검은 방어하기가 쉬웠다.

깡!!

방패에 부딪힌 검은 아무런 상처도 주지 못한 채 팅겨 나갔고 그에 맞혀서 철퇴가 고블린의 몸통을 가격했다. 피를 뿌리며 날아간 고블린은 내장이 보이는 만신창이의 몸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불타는 눈으로 조이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이내 불길이 사라지면서 생기를 잃은 눈으로 바뀌며 고블린은 명을 다했다.

"....."

쿵!

조이스는 3마리의 고블린을 상대하고 탈진한 채 땅에 주저앉았다. 이렇게 상대하기 힘든 고블린은 그의 용병 생활에서 처음이라고 할 정도로 힘든 상대였다.

한 마리를 죽이면서 나머지 고블린들이 이성을 잃어서 다행이지, 침착하게 싸웠다면 누워있는 것은 자신이라고 생각하는 조이스였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주위를 두껍게 감싸고 있던 안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안개는 죽어있는 3마리의 고블린 시체에 다가가서 그것들을 감싸기 시작했다.

조이스는 생전 처음 보는 광경에 경계를 늦추지 않고 계속 지켜보았다. 마치 거미가 먹이를 실로 동그랗게 감는 것처럼 안개는 시체를 감아서 꿀렁이고 있었다.

조이스는 역겹다는 기분을 느끼면서도 안개가 움직이는 것을 놓치지 않고 계속 쳐다보았다. 그렇게 몇 분의 시간이 지나자 안개가 시체에서 흩어지기 시작하였고 시체의 모습이 드러났다.

"....!!"

마치 미라처럼 말라붙은 고블린의 시체. 피가 모두 빨린 것처럼 생기가 일절 느껴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 광경에 조이스는 저 안개의 정체가 대체 무엇인가 하며 고민하면서 놀라워했는데 그때 시체의 모습이 변했다.

"....."

고블린의 모습이였던 시체는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일르의 모습으로 변했다. 일르의 얼굴에는 분노와 격정의 감정이 들어있었고 눈물과 콧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거기다 미라같이 삐쩍 말라 있는 모습은 조이스가 어렸을 때 죽은 그의 남동생의 모습과 겹쳐 보였다.

조이스는 몸을 사시나무처럼 떨며 돌아가지 않는 고개를 돌려서 나머지 2개의 고블린 시체를 바라보았다. 나머지 고블린들은 일르와 똑같이 이르와 삼르의 모습으로 변해있었고 그들은 머리가 터져있는 미라의 상태로 누워있었다.

조이스는 고개를 내려서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좀 전까지 초록색 피로 물들어져 있던 손이 세쌍둥이의 몸에 있었던 새빨간 피로 변해있었다.

"....으...어...."

자신의 손으로 죽인 세쌍둥이. 자신의 옆에서 아사로 죽은 남동생. 그들의 모습이 일치화되면서 조이스의 정신은 무너져 갔다.

"...으...으어어어어!!!"

벙어리였던 조이스가 엄청난 목소리를 내뱉으면서 피눈물을 흘렸다.

"뭔가 이상해..."

피센트는 주변을 감싸고 있는 안개를 보며 혼잣말을 했다. 안개에 미세하게 마력이 들어있는 것이 느껴졌고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런 마력이 들어있는 안개가 숲을 모두 감싸고 있다면 8써클 이상의 마법이 분명해. 더구나 갑자기 일행들도 보이지 않는 것을 봐서 다른 마법까지 중첩되어 있는 것 같아."

피센트는 마법사 특유의 탐구 정신이 발동되어 침착하게 현 상황을 연구하며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때 안개를 뚫고 피센트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이가 있었는데 바로 고블린이었다.

고블린은 마치 사람처럼 낡은 가죽옷을 입고 있었고 다른 사람을 만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지 피센트를 보고 놀라워했다. 피센트는 고블린을 보고 마법을 사용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이내 고블린의 옷이 왠지 낯익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피센트가 고민하는 사이에 고블린은 갑자기 적의에 찬 표정을 지으면서 알지 못하는 언어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뭐하는 거지?"

마치 마법사가 주문을 외우는 것처럼 고블린이 중얼거리자 고블린의 옆에 하나의 정령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팔만한 크기를 가진 붉은 도마뱀으로 불의 중급 정령이었다.

"불의 중급 정령? 설마...시스?"

옷이 비슷하게 보였을 때 혹시나 싶었지만 불의 중급 정령까지 소환해내자 피센트는 확신을 할 수 있었다. 안개는 시야를 가릴 뿐만 아니라 환각 효과까지 부여하는 모양이었다. 다행히 정령까지 간섭하지 못했는지 정령은 변화하지 않았고 정령의 모습을 보지 않았더라면 확실치 못했을 것이라고 피센트는 생각했다.

'물론, 고블린 정령사를 본 적이 없는 것도 크게 작용했지만.'

피센트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문제는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상황이 인식해주었다. 시스는 피센트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모양인지 적의를 품고 있는 것이 느껴졌고 언제든지 싸울 준비를 갖춘 것처럼 보였다.

"잠,잠깐! 나는 싸울 의지가 없어!"

피센트는 다급하게 두 손을 흔들면서 싸울 의지가 없다는 것을 표현했다. 고블린은 피센트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어떻게 해야 시스에게 나라는 것을 가르쳐주지?....아!"

피센트는 진정하라는 손짓을 하며 품속에서 하나의 물건을 꺼냈다. 그가 꺼낸 물건은 자그마한 수정 구슬로 작년에 피센트의 생일 때 시스가 생일 선물로 선물해준 것이었다.

환각을 보여주는 안개가 이런 물건까지 다른 걸로 보여줄지는 몰라도 피센트는 시도해볼만하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마법으로 바닥에 문자를 적으면서 자신이 피센트라는 것을 주장했다.

"....."

고블린은 수정 구슬을 손에 들고 계속 바라본 후에 피센트가 적은 문자를 한없이 쳐다보았다. 이후에 고블린은 문자에서 피센트로 시선을 돌리고 쳐다봤다. 피센트는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고블린에 식은땀을 흘리면서 뭔가 변화하기를 기다렸고 이내 고블린은 바닥에 글자를 쓰기 시작했다.

'정말 피센트야?'

"하아...다행이야."

피센트는 쓸데없는 싸움을 하지 않고 말이 통하게 된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피센트는 알지 못했는데 자신과 시스를 제외하고 온전하게 상황을 넘긴 이들은 없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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