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오크 마법사-105화 (105/360)

8장 새로운 괴물의 탄생(15)

-----------------------------------

8장 새로운 괴물의 탄생(15)

버크는 고아였다. 그가 기억하는 최초의 기억은 쓰레기통에 버려져 있는 얼어붙은 빵을 주워서 먹는 것이었다. 하루하루 살아가기 힘든 나날.

쓰레기통을 뒤지고 추위 속에서 죽지 않기 위해서 발버둥 치는 시간들. 그렇게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가는 가운데 어느 날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 버크는 눈이 내리는 와중에 차디찬 바닥에 앉아서 생각했다.

'내가 왜 이렇게 힘들게 살아가야 할까? 부모가 없어서? 부모가 없는 것이 그렇게 잘못한 건가?'

버크는 생기란 일체 찾아볼 수 없는 눈동자로 바닥을 바라보았다.

'부모 없이 태어난게 내 탓인가? 그것 때문에 나는 항상 밑에서 살아야 하는 운명이라는 건가? 그런 건가?'

버크의 몸에 눈이 수북이 쌓이고 있었다. 쌓인 눈은 언제든지 버크를 삼킬 것처럼 그 무게로 버크를 짓눌렀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버크의 눈에는 열기가 불타오르고 있었다.

'내가 부모가 없어서 그런 거라면. 그 운명을 내가 부수겠다. 이 세상 악착같이 살아가서 내가 옳다는 것을 증명하겠다!'

그렇게 버크가 다짐했을 때의 나이는 불과 6살이었다.

"그때부터 악착같이 살았습니다. 살기 위해서 전쟁터로 가고 용병이 되고 사람을 죽였죠. 그렇게 40년 정도 살고 정신을 차려보니 저는 용병단을 이끌고 있고 단장의 위치에 있었지요. 그저 평범한 고아의 용병인생 이야기입니다."

"평범..할까요? 버크님한테는 평범할지 모르겠지만 저한테는 특별한 이야기였어요."

"그렇습니까?"

"예. 제가 너무 복에 겨운 말일 수도 있지만 저한테 그런 생활은 어떤 생활인지 상상할 수가 없거든요."

"그렇군요. 그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버크는 쓴웃음을 지으며 얘기했다. 내색하고 싶지 않아도 자신과 차원이 다른 복을 타고난 크리스를 보고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을 수는 없었다.

"카이님이랑 친하신 것 같던데 무슨 인연이 있으신 겁니까?"

"인연이라고 한다면 끈질긴 인연이겠지요. 제가 전쟁터에 나가서 싸우다가 만난 인연입니다. 제가 한...12살쯤부터 등을 맞대고 같이 싸워온 게 카이입니다. 용병터에서 만나서 이 나이까지 같이 살아오는 것이 여간 힘든게 아니니 끈질긴 인연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럼 카이님도 버크님과 비슷한 인생을 살았다는 겁니까?"

"용병터에 오는 인물 중 태반이 저와 비슷할 겁니다. 저처럼 오래 살아남은 이는 드물지만."

"그러면 지금 화물칸에 타고 있는 조이스님은요?"

"조이스는...제가 봐도 조금 특별한 케이스입니다. 아니, 저보다 심하달까요?"

"무슨 말씀이에요?"

"조이스는 저처럼 고아가 아닙니다. 하지만 꼭 고아가 더 나쁘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조이스에게는 부모도 있었고 남동생이 하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찢어지게 가난해서 하루에 한끼 먹기도 힘들어했습니다. 조이스와 조이스의 가족, 그리고 어린 남동생은 살기 위해서 먹을 것을 찾아다녔죠. 하지만 이 세상에는 노력으로도 안 되는 일들이 있습니다."

"...그런가요?"

크리스는 본능적으로 좋지 않은 이야기가 나올 것을 짐작했다.

"제일 처음에 죽은 것은 조이스의 아버지였다고 합니다. 사인은 영양실조 및 과다한 일로 인한 과로사였습니다."

"그런..."

"웃긴 것은 비극이 거기서 끝이 아니란 것이었습니다. 남은 3명은 돈을 벌어서 먹을 것을 살 여력과 체력조차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이 선택한 행동이 어떤 것일지 상상이 되십니까?"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버크는 다시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좀 전에 지었던 쓴웃음과 다른 감정이 물씬 풍기고 있었다.

"그들이 한 행동은 바로 아버지였던 시체를 먹는 것이었습니다."

"세,세상에!"

크리스는 버크의 말에 진심으로 놀랐다. 그런 일이 있었다는게 믿을 수 없었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욕지거리가 올라왔다. 버크는 크리스의 반응을 보고 계속해서 얘기했다.

"아버지의 시체로 그들은 한동안 식량에 걱정 없이 살았습니다. 그들에게 있어서 그 시간이 행복했는지 아니면 지옥이였는지는 모르겠지만요. 하지만 아버지의 시체도 얼마 가지 않아서 없어졌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뱃속으로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우욱.."

"그리고 아버지의 시체가 다 떨어진 후에 또 같은 패턴이 시작됐지요. 굶주림, 굶주림, 굶주림. 그렇게 몇 날 며칠을 버텼는지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조이스의 어머니가 죽었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두 형제는 어떤 행동을 취할까요?"

"설,설마..."

크리스의 눈빛을 바라본 버크는 크리스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예. 예상하신 대로 그들이 한 행동은 어머니의 시체를 먹는 것이었습니다. 그게 잘못된 행동인지 아닌지도 모르고 그저 본능적으로 어머니의 시체를 먹으면서 두 형제는 버텨갔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일시적인 생명의 연장에 불과했죠. 그러다가 체력적으로 약한 남동생이 죽었습니다."

"....."

"조이스의 정신은 한참 전에 망가져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죽은 이후부터일까요? 하지만 그 충격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남동생이 죽은 충격은 조이스의 정신을 버티지 못하게 했습니다. 삐쩍 말라서 뼈와 가죽밖에 남아있지 않는 남동생을 붙잡고 먹지 못해서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쉼 없이 오열했습니다. 몇 날 며칠을 오열했는지 모르겠지만 조이스는 이제 움직일 체력은 물론, 목소리를 낼 기력조차 없었습니다.

그렇게 조이스가 죽어가고 있을 때 조이스를 찾은 것이 저와 카이였습니다."

"....."

"저와 카이가 20살 때쯤..일겁니다. 저희는 용병 일로 인해서 마을을 지나가야 했는데 마을은 전쟁의 결과로 처참하게 손상이 간 상태였습니다. 어느 정도였냐면 반경 30킬로미터 안에 살아있는 생명체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그저 지나가려고 했지요. 조그마한 숨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면."

"...그래서요?"

"그렇게 저희가 언제 부서질지 모를 폐가에서 조이스를 발견하여 데려왔습니다. 하지만 조이스는 그때의 충격 때문인지 말을 하지 못하는 벙어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렇게 살집이 많은 이유는 아마 그때 먹지 못한 것이 트라우마가 돼서 본능적으로 먹는 것을 추구하게 되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버크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은 크리스는 우울해 보였다. 버크는 괜히 이야기했나 싶었지만 그가 모르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크리스가 그 나이 때에 맞지 않게 성숙한 아이라는 것이었다.

"그것이 얼마나 끔찍한 이야기인지 저는 정확히 알 수 없어요. 제가 상상하는 것보다 몇십 배 이상으로 괴로웠겠죠. 하지만 조이스님이 힘들게 살아왔고 제가 얼마나 복을 받고 태어났는지는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습니까?"

버크는 나이에 맞지 않는 말을 하는 크리스를 보며 놀란 속을 겉으로 표현해내지 않기 위해서 애썼다. 역시 자식은 부모를 닮는 모양인지 그 귀족에 그 딸이라고 버크는 생각했다.

그렇게 버크가 감탄하는 사이에 뒤에서 따라오고 있는 승합 마차에서도 탑승한 이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

"....."

나미래는 블러드 이글 용병단의 일행들과 함께 마차에 타고 있었고 어색한 분위기를 느끼고 있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먼저 이야기를 꺼낸 것은 제일 처음에 본 피센트였다.

"나미래님. 하나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그럼요."

피센트는 자신에게 시선이 집중되는 것을 보고 헛기침을 한 뒤에 얘기했다.

"크흠. 이왕 이렇게 된거 서로 궁금한 점을 물어보는게 어떻겠습니까? 친해지는 계기가 될 겸 말입니다. 아, 이건 그저 제 생각일 뿐입니다."

"저는 괜찮아요."

"그렇다면...나미래님. 아까 말하신게 사실입니까?"

"거인 이야기 말인가요?"

"예."

나미래는 피센트의 얘기에 마차에 타고 있는 이들이 모두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저는 사실이라고 얘기했는데요. 믿기 힘들면 믿지 않아도 됩니다."

"아, 그런 말이 아닙니다. 그저 조금...받아들이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나미래님에게서...뭐랄까. 힘이 느껴지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힘이라면 마나를 말하는 겁니까?"

"예. 물론 마나를 사용하지 않아도 강한 자들은 많습니다. 예로 수인 같은 이들이 있죠. 하지만 나미래님은 수인도 아니신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그렇군요."

나미래는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싶었다. 자신이 거인을 때려눕힌 게 사실이건 아니건 그게 무슨 상관인가 싶었다. 하지만 마차에 있는 인물들은 모두 눈빛을 빛내며 자신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묵묵히 있던 카이도 싱글벙글 웃는 세쌍둥이도, 젊은 마법사 피센트도, 여성미가 느껴지는 시스도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미래는 어쩔 수 없이 한번 확인을 시켜줘야겠다고 생각했다.

"피센트님."

"예."

"혹시 힘이 증가하는 마법 같은게 있나요?"

"있습니다. 스트렝스 마법이라고 시전 시간 동안 오우거에 필적하는 힘을 가질 수 있게 됩니다."

"피센트님이 사용하실 수 있나요?"

"사용할 수 있습니다. 스트렝스 마법은 낮은 서클의 마법이니까요."

"그럼 사용해주시겠습니까?"

"나미래님한테요?"

"아니요. 피센트님한테요."

피센트는 나미래가 무슨 의도로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것은 같이 타고 있는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피센트는 우선 나미래가 하라는 대로 자신에게 마법을 걸기로 하였다.

"스트렝스."

피센트는 자신의 몸에 힘이 넘치는 것을 느끼고 마법이 제대로 걸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된 건가요?"

"예. 정상적으로 마법이 걸렸습니다."

"그렇다면 저랑 힘 대결을 하지 않으시겠어요?"

"...예?"

나미래의 말에 피센트는 얼이 빠졌다. 하지만 나미래는 계속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서로의 손을 잡고 당기는 것은 어떨까요? 마차 안이여서 팔씨름은 힘들 것 같고. 그게 적당할 것 같은데요?"

"잠,잠깐만요. 무슨 말을 하시는 겁니까? 평소도 아니고 스트렝스 마법까지 걸린 상태에서 그렇게 한다면 나미래님의 팔이 찢어질 수도 있다고요!"

"저를 믿으세요. 제가 괜히 하자고 하겠어요?"

나미래는 피센트에게 손을 내밀었다. 피센트는 내밀어진 손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일행들을 바라보았다. 세쌍둥이는 흥미진진하다는 듯이 바라보았고 카이는 한쪽 눈만 뜬 채로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다. 옆에 있는 시스는 나미래가 걱정된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팔 아파요. 빨리 하는게 어때요?"

피센트는 나미래의 말에 고민하다가 나미래의 손을 확 잡았다. 나미래가 아무런 자신감 없이 얘기하지 않았을 거라는 확신과 함께 될 대로 되라는 자포자기 심정 때문이었다.

"그럼 이제 힘을 주시죠?"

"...후회하시지 않습니까?"

"최대로 부탁해요."

"...알겠습니다."

피센트는 한숨을 한번 쉬고 있는 힘껏 힘을 주었다. 자신의 손이 나미래의 손을 부러트렸고 그녀는 비명을 질렀다. 아니, 그렇게 예상했었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피센트는 손에 힘줄이 튀어나올 정도로 있는 힘껏 힘을 주었지만 나미래는 미동도 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미래는 미소를 지으며 기세등등하게 얘기했다.

"이게 최선인가요?"

"피센트, 장난치는 거야?"

"아,아냐. 난 있는 힘껏 힘을 주고 있다고!"

세쌍둥이는 옆에서 헤에 거리며 신기해하고 있었고 카이도 놀란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었다. 나미래는 그들의 반응에 재밌어하면서 가만히 있던 팔을 움직이기로 하였다.

"으아아아!"

피센트는 나미래와 손이 잡힌 상태 그대로 공중에 떠서 반대쪽으로 넘어갔다. 마차 바닥에 대자로 뻗은 피센트는 멍하니 공중을 쳐다보고 있었다. 나미래는 그제야 피센트의 손을 놓고 피센트를 바라보며 얘기했다.

"이제 됐나요?"

"대,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죠?"

"간단해요. 제가 피센트님보다 힘이 센 거죠. 그것도 월등하게."

"오,오우거의 힘을 내는 스트렝스 마법입니다. 어떻게 인간이 오우거의 힘보다 강한 거죠? 무,무슨 아이템이 있으신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순전히 본인의 힘이에요. 이렇게 된 것에는 사정이 있지만..."

나미래는 쓴웃음을 지으며 시선을 돌렸다.

"더 궁금한 사람 있나요?"

"나,나!"

"나도!"

"동감!"

세쌍둥이가 나미래의 질문에 맞혀서 서로 손을 들며 재촉했다. 나미래는 아직 소년의 티를 벗어나지 않고 똑같은 외모를 가지고 있는 3명에게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뭔데?"

"나미래님과 한번 싸워보고 싶다!"

"한번 붙고 싶다!"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

"그래? 한번 가볍게 붙는 것은 괜찮지만 지금 마차가 가고 있어서 안 되지 않을까?"

"마차 세우면 된다!"

"세우고 밖에서 싸우면 된다!"

"부탁한다!"

세쌍둥이의 반짝이는 눈빛에 나미래가 곤란해하는 기색을 보이자 옆에서 지켜보던 카이가 얘기했다.

"상관없다. 잠시 마차를 세우도록 하지. 버크!"

카이의 우렁찬 목소리에 맞혀서 앞서서 가던 화물 마차가 멈추었다. 그에 맞혀서 승합 마차를 끌고 있던 마부가 마차를 멈추었고 화물 마차에서 내린 버크가 다가와서 얘기했다.

"무슨 일 있나?"

"르들이 나미래님과 한번 대전을 하고 싶다고 한다. 그래서 잠시 쉬었다가 가려고 하는데 괜찮나?"

"어차피 쉬려고 할 예정이 있었으니 괜찮겠지. 크리스님도 괜찮겠습니까?"

"저야 괜찮은데...나미래님. 괜찮아요?"

"뭐, 나도 궁금했으니까."

나미래는 마차에서 내려갔다. 그들이 어느 정도의 무력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을뿐더러 이렇게 대전을 하면서 친목을 다지기에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