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장 새로운 괴물의 탄생(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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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장 새로운 괴물의 탄생(12)
나미래는 전력으로 뛰었다. 자신의 몸을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무식하게 달리면서 길이 아닌 곳을 뚫고 지나갈 때도 있었지만 그녀의 몸은 멈추지 않았다. 그저 진동이 커지는 곳을 향해 뛰었다.
그렇게 무아지경으로 뛰고 있을 때 나미래는 커다란 것이 지나가는 것을 얼핏 보았고 그제서야 그녀는 자신의 몸을 멈추려고 하였다.
콰콰쾅!! 드드드드...
하지만 나미래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몇십 미터를 더 뚫고 가서야 멈출 수 있었다. 박혀있는 몸을 빼낸 후에 순간적으로 얼핏 봤던 장소를 향해 그녀는 달려갔고 드디어 거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엄청나다는 말이 부족할 정도의 크기를 가진 거인이 눈앞에 있었다. 생김새는 일반 남성과 별반 다르지 않았고 중요 부위만 거대한 천으로 가리고 있었다. 거인은 굽어 있던 자신의 몸을 조금씩 일으키고 있었고 그로 인해서 동굴이 거인의 움직임을 버티지 못하고 붕괴되고 있었다.
나미래는 자신이 거인의 발톱보다 작은 것을 보고 거인의 크기를 피부로 직접 느낄 수 있었다. 말 그대로 인간과 개미와 같은 구도였다.
동굴이 붕괴되면서 그녀는 자신을 속인 중년 남성과 소년, 그리고 10여 명의 인물들이 도망치는 것을 목격했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거인의 처리가 먼저였기에 그들을 무시하고 거인을 향해 달려갔다.
나미래는 거인에게 말이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시도는 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등에서 날개를 꺼내고 날아올랐다. 공중에 올라가서 보니 거인의 크기가 더욱 실감이 났지만 나미래는 거인의 귀 부분을 향해 다가갔다.
귀에 도착한 나미래는 숨을 최대한 들이키고 한 번에 내뱉으며 소리를 질렀다.
"이보세요! 내 말 들려요?!"
나미래의 목소리는 충분히 컸는지 거인이 고개를 돌리고 나미래를 바라보았다. 나미래는 자신의 말이 통한 것을 보고 기뻐하며 얘기했다.
"저기 잠시 진정하고 제 말을..."
나미래는 말을 끝까지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거인족이 마치 날파리가 귀찮게 하는 것을 쳐대는 것처럼 손을 휘둘렀고 그 손에 그녀는 찍소리도 하지 못한 채 날아갔기 때문이었다.
쾅!!
나미래는 그대로 땅에 처박히면서 들어갔고 거인은 그사이에 몸을 일으켰다. 거인이 몸을 일으키자 동굴의 흔들림은 더욱 심해졌고 이내 거인이 완전히 일어나자 동굴이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아까부터 무슨 진동이지?"
"왠지 심상치 않은 것 같아."
볼카니스의 마을 사람들은 점점 진동이 심해지는 것을 느끼고 불안해했다. 지금까지 이런 일이 일어난 적이 없었을뿐더러 왠지 마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 저,저기!"
"왜 그래?"
"뭔,뭔가가 올라오는 것 같은데?"
한 인물이 산을 향해 손짓했고 그에 맞혀서 많은 이들이 손이 가리키는 곳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처음에는 모두 잘못 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실제로 산이 점점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커다란 산이 수없이 흔들리고 부풀어 오르는 것이 한계에 달했을 때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었다.
"저,저건 사람?"
거대하고 아주 커다란 사람이 산을 뚫고 밑에서 올라왔다. 마을 사람들은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사람이 일어나는 것을 움직이지도 않으면서 지켜보고 있었다. 거대한 사람, 거인은 엄청난 몸뚱아리로 기지개를 핀 다음에 소리를 질렀다.
【우와아아아!】
마치 수십만 명이 동시에 지르는 함성 같았다. 거인의 외침에 마을 사람들은 모두 고통스러워하며 귀를 감싸았다. 그와 동시에 거인의 함성에 산이 버티지 못하고 산사태가 일어나서 마을을 향해 덮치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은 거인과 산사태를 보고 안색이 핼쑥해지면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히익! 도,도망쳐!"
"살려줘!"
마을 사람들은 너도 나도 도망치려고 달리기 시작했지만 그들 중에서 도망치지 않는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금발 중년과 그의 부하들이었다.
"방어 마법진을 가동해라!"
"기동!"
마을에 있는 마법진이 기동 되면서 방어 체계가 발동되었다. 마을의 끝자락에 실드와 같은 투명한 막이 생겼고 그 막은 산에서 내려오는 산사태를 막아주었다. 원래는 거인의 공격을 막기 위해서 만들어진 마법진이었지만 산사태를 막기 위해서 미리 발동시킨 것이다.
마을의 중앙에는 5명의 마법사가 각자 오각형 마법진의 모서리에 서서 주문을 계속 외우고 있었는데 그들이 방어마법의 가동을 도와주고 있었다. 물론 방어막을 통해 다가오는 충격량 또한 그들의 몸에도 반발력으로 작용해 들어갔다.
산사태가 막에 부딪히면서 마법사들이 움찔했지만 원래 거인의 공격을 버틸 수 있도록 만들어진 마법진이기 때문에 충분히 버텨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커다란 문제가 아직 남아있었다.
쿵!!!
쿵!!!
거인이 한 발짝 움직일 때마다 천지가 뒤흔들렸다. 수많은 나무와 땅을 짓밟으면서 거인은 마을로 점점 가까이 다가왔고 거인이 마을에 거의 접근하자 거인의 그림자가 마을의 상당 부분을 가렸다.
남아있는 금발 남성의 부하들은 거인을 실제로 눈앞에서 보니 거대한 존재감에 의해서 몸이 덜덜 떨렸지만 도망치지 않았다. 이어서 마을에 접근한 거인은 그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지지직.
거인의 손과 막이 부딪히면서 정전기를 일으켰고 거인은 그 정전기에 잠시 주춤거렸다. 하지만 거인이 주춤거리는 것도 한순간에 불과했고 거인은 그대로 두 손을 들어서 막을 향해 내리찍었다.
쾅!!!
"커억!"
"쿨럭."
막이 위태위태하게 수없이 흔들렸고 거인의 엄청난 공격에 마법사들이 반발력을 받아 피를 토해냈다. 하지만 그들은 엄청난 정신력을 발휘하며 쓰러지지 않고 버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들의 노력을 짓밟는 것처럼 거인은 두 번째 타격을 하기 위해서 손을 휘두르고 있었다.
'젠장. 여기까지인가?'
금발 남성은 이제 버틸 수 없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고 이 정도면 최선을 다했다며 자신을 격려하였다. 그렇게 금발 남성이 눈앞의 거대한 존재 앞에서 포기하려고 할 때 엄청난 소리가 들려왔다.
퍼어억!
【우어어어!】
누가 들어도 고통스러워하는 목소리였고 거인은 누구한테 맞은 것처럼 뒤로 쓰러졌다. 거인이 쓰러지면서 엄청난 먼지와 흙바람을 내보냈지만 금발 남성은 그런 사소한 것에 신경 쓰지 못했다. 공중에서 누가 날개를 펄럭이면서 거인을 향해 또 달려드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거인은 넘어진 몸을 일으키면서 주먹을 휘둘렀다. 하지만 날파리 같은 존재는 그 주먹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주먹으로 맞대응했다.
콰아앙!!
거인과 인간이 부딪힌 광경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거인의 거구가 뒤로 날아갔다. 날파리 같은 존재는 훨씬 멀리 날아가서 반대쪽 산에 부딪혔지만 그래도 믿을 수 없는 광경인 것은 확실했다. 그리고 이어서 산에 부딪힌 날파리는 다시 거인을 향해 날아갔고 거인과의 싸움이 계속 이루어졌다.
"대체 무,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까?!"
"...약속을 지키려고 온 것이다."
"예?"
금발 남성이 하는 말을 부하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금발 남성은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고 계속 얘기했다.
"정말로 가능할 줄이야. 내가 사람을 잘못 봐도 한참을 잘못 봤군. 이 사이에 빨리 거인을 잠재울 마법진을 준비한다! 어서!"
"예!"
금발 남성의 말에 마법사들과 기사들이 분주하게 준비를 하기 시작했고 금발 남성은 스케일을 따라갈 수 없는 광경을 보며 혼잣말을 했다.
"괴물 대 거인이라. 누가 이길지 참 궁금하군."
"...살아있기는 한 모양이네."
나미래는 땅에 처박혀있는 자신의 몸을 보며 얘기했다. 거인의 손에 맞았을 때 엄청난 고통과 함께 죽는다고 생각한 나미래였다. 하지만 그녀의 몸은 그녀가 생각하고 있던 것보다 더 괴물이었다.
와이번의 비늘과 오우거 가죽의 수십 배 향상된 몸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거인의 힘에는 버티지 못하였다. 그녀의 전신은 으스러졌고 땅에 부딪히면서 생기는 충격에 사지가 터져나가면서 내장까지 튀어나왔다.
하지만 그런 엄청난 상처에도 그녀의 몸에 있는 회복력이 그녀의 몸을 원상태로 만들어주었다. 물론 돌아가는데 평소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그녀 자신도 질릴 정도의 회복력이었다.
"불시에 맞았는데도 죽지 않았어. 그렇다면...은근히 해볼 만할 것 같은데?"
그녀는 미리 대비를 하면 데미지를 줄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있었던 일을 돌이켜보니 자신이 불시에 맞아서 날아갔다는 것 자체에 그녀는 열을 받기 시작했다.
"잠깐? 다시 생각해보니까 내가 왜 맞아야 했지? 그냥 얘기를 걸었을 뿐인데? 그리고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아팠고. 더구나 내가 아니였으면 죽었을 거 아냐?"
점점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열 받기 시작하는 나미래였다.
"좋아. 본때를 보여주겠어. 거인이든 뭐든 두고 보자."
나미래는 자신을 짓누르고 있는 흙들을 파내면서 올라가 드디어 지상에 도착할 수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거인이 마을로 다가가서 보이지 않는 막을 향해 손으로 내리찍고 있었다.
나미래는 달려가면서 날개를 펼치고 거인의 얼굴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그대로 주먹을 꽉 쥐어서 얼굴을 가격했다.
퍼어억!
【우어어어!】
짜릿한 손맛과 함께 나미래는 거인을 쓰러트리는데 성공한 것을 보고 쾌감을 느꼈다. 자신의 모든 힘을 쏟아부어서 저렇게 커다란 거인을 쓰러트린 것 자체가 인간승리처럼 느껴졌다.
거인이 쓰러진 몸을 일으키면서 주먹을 휘둘렀는데 나미래는 피하지 않고 오히려 맞대응했다. 자신의 힘이 어디까지 통하는지 궁금한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일시의 감정에 취해서 그랬을 수도 있다.
원인이 어떻든 간에 나미래는 모든 힘을 다해서 자신의 몸보다 몇 배는 커다란 주먹을 향해 부딪혔다.
콰아앙!!
나미래는 거인과 부딪힌 충격으로 반대쪽 산까지 날아가서 박혔다. 오른쪽 팔은 사라진지 오래였고 온몸의 뼈와 근육이 으스러졌다. 하지만 이내 엄청난 고통도 빠르게 사라지면서 몸도 회복하여 원상태로 변했다.
근육과 뼈들이 다시 붙으면서 단단해졌고 사라졌던 오른팔의 절단면에서 뼈가 튀어나와서 그 위에 근육과 피부가 덧붙었다. 나미래는 오른손을 폈다 접었다 하면서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한 후에 다시 거인을 향해 날아갔다.
이렇게 거인과 인간의 무식한 싸움은 이제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나미래가 산에서 튀어나오며 거인을 향해 날아갔고 거인은 때맞춰서 손을 휘둘러 나미래를 땅에다 패대기쳤다. 나미래는 미리 맞을 것을 알고 대비한 덕분에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었고 뼈가 부러지는 것에 그칠 수 있었다.
덕분에 회복하는데 시간이 더 짧게 들었지만 거인은 나미래가 땅에 박혀있는 사이에 발로 내리찍었다. 나미래는 자신의 시야를 모두 가리면서 내려찍는 거인의 발을 보고 빠르게 방어 자세를 취했다.
쿠우웅!!
땅이 들썩이면서 파도가 칠 정도로 커다란 충격이 퍼져 나갔다. 거인이 발로 밟는 것을 버틸 수 있는 존재는 없을 거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들을 배신하고 거인의 발밑에서 대항하고 있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나미래였다. 나미래는 거인이 밟으려고 할 때 손을 공중으로 들어서 거인의 발을 받을 준비를 하였다.
거인이 내려찍는 힘은 예상대로 엄청났고 그 힘에 의해 온몸의 뼈와 근육이 부서지며 파열되었다. 하지만 나미래는 땅에 처박히면서도 동시에 상처를 회복하며 거인의 발과 힘싸움을 했다. 거인은 자신의 생각대로 되지 않아서 그런지 신경질을 내고 발을 들었다 내렸다 하며 찍어 내리기 시작했다.
쿠우웅!! 쿠우웅!! 쿠우웅!!
거인이 같은 곳을 발로 수십 번 내리찍었다. 거인에게 밟힌 땅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게 파였고 주변은 풍압과 충격으로 초토화가 되었다. 거인도 수십 번을 내리찍은 것은 조금 힘들었던 모양인지 그런지 헥헥거리며 지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저런 곳에서 살아날 수 있을까요?"
"...모르겠다. 괴물이라고 해도 저 공격에는 버틸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마을에서 마법진을 펼치고 거인과 나미래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이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싸움에 멍하니 바라보았다. 금발의 남성 또한 그 광경을 바라보며 자신이 얼마나 조그마한 존재인지 다시금 깨달았다.
"저는 솔직히 저기서 살아남는다면 오히려 그녀를 두려워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 나도 같은 생각이지만 과연 그녀가 살아남을 수 있을런지..."
금발 남성도 이번만큼은 어떻게 될지 상상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일어난 일도 상상할 수 없었지만 지금의 상황은 추측조차 불가능했다. 금발 남성은 그래도 나미래가 저 구멍에서 나와서 거인을 상대하길 바랬다.
왜냐하면 나미래가 쓰러졌을 경우 거인을 상대하는 것은 자신들이기 때문이었다. 그때 그의 기도를 들은 것일까? 구멍에서 한 명의 인간이 나와서 거인을 향해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저,저럴수가!"
콰아앙!!
"아프잖아!"
【우어어어!】
엄청난 충격과 고통을 겪고 회복한 나미래는 화를 내며 거인의 복부를 강타했다. 그녀는 거인의 발에 의해서 회복하고 몸이 분쇄되고 다시 회복하고 분쇄되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수십 미터의 땅속에서 천지가 개벽하는 것처럼 흔들리며 자신의 몸이 분쇄되는 체험은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나미래는 회복을 마치고 날아올라서 끓어오르는 감정과 함께 주먹을 내디뎠고 나미래의 주먹에 맞은 거인은 뒤로 몇 걸음 밀려났다. 거인에게는 몇 걸음이였지만 인간의 입장에서는 수십 미터의 거리를 이동한 것이다.
그 몇 걸음으로 거인은 마을에 더 가까워졌는데 나미래는 그제서야 금발 남성이 얘기했던 것을 떠올렸다. 거인을 무력화시키고 마을에 있는 마법진으로 봉인한다는 얘기를.
"한번 해보자."
나미래는 있는 힘껏 숨을 들이켜고 내뱉으면서 소리를 질렀다.
"이봐! 준비해!!!"
나미래는 자신이 내뱉은 말의 의미를 알아들었을 거라고 믿으면서 거인을 향해 발로 얼굴을 강타했다. 얼굴을 맞은 거인은 뒤로 몇 걸음 또 후퇴했고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나미래는 연이어서 얼굴을 강타했다.
거인도 질 수 없다는 듯이 손을 휘둘렀지만 나미래는 회복하면서 거인을 뒤로 몰아내는데 열중했다.
[이봐! 준비해!!!]
"이건?"
"무슨 말일까요? 저희한테 얘기하는 걸까요?"
금발 남성은 나미래가 외치는 소리에 고민하다가 이내 거인이 마을로 점점 가까이 접근해오고 있다는 것을 보고 나미래가 말하는 말의 의미를 눈치챘다.
"모두 봉인 마법진을 펼칠 준비를 해라!"
"그럼 방어 마법진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방어 마법진은 해제해! 산사태도 막았고 거인의 공격을 이제 받지도 못할 거 아냐?!"
"예! 알겠습니다!"
기사들과 마법사들이 준비를 하기 위해서 나섰고 금발 남성은 나미래와 거인의 싸움을 보며 얘기했다.
"진짜로 거인을 무력화시키려는 건가..."
금발 남성은 했던 약속을 지키려는 나미래를 보며 자신도 마법진의 준비를 도와주러 갔다.
"하아아앗!!"
【크어어어!】
계속되는 공방전 끝에 나미래는 거인을 마을에 접근시키는데 성공했다. 거인은 마을 코 앞에 쓰러졌고 나미래는 어떻게 결정타를 넣어야 할지 고민했다. 하지만 그때 거인이 새로운 행동을 취하고 있었다.
바로 흙 뿌리기였다. 인간 입장에서 흙 뿌리기를 받아봤자 눈을 가리게 하는 효과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개미를 향해 흙을 뿌린다면? 그것은 재앙 그 자체가 될 것이다.
그것을 보여주듯이 거인은 바닥에 있는 땅을 한 움큼 쥐고 나미래를 향해 던졌다. 물론 나미래보다 커다란 수십 개의 돌과 나무들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당연했다.
"이런 젠장!"
그냥 날아오는 돌과 나무는 나미래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아마 피부에 흠집조차 내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돌과 나무라도 엄청난 스피드를 가지고 있다면 얘기가 달랐다.
실제로 거인이 풀스윙해서 던진 돌과 나무는 엄청난 속도를 가지고 있어서 파괴력이 어마어마했다. 나미래가 급하게 팔을 들어서 막았지만 그녀의 몸이 관통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콰콰콰쾅!!
거인이 던진 돌과 나무들이 가격한 곳은 모두 운석이 떨어진 것처럼 크레이터가 생기면서 지형이 변했다. 거인은 자신이 만들어놓은 결과에 흡족해하며 몸을 일으켰다. 아니, 일으키려고 했다.
"이제 지긋지긋한 싸움은 그만하자!"
【우어어어!】
나미래가 먼지를 뚫고 거인을 향해 날아오면서 소리를 질렀고 그것을 본 거인도 굉음을 내보냈다. 거인은 다시 한 번 흙을 움켜쥐고 나미래를 향해 있는 힘껏 던졌다. 거인은 이번 공격으로 마무리를 지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고 돌과 나무는 또 그녀를 강타했다.
하지만 돌과 나무가 그녀의 몸을 관통하고 피와 뼈를 흩날리게 해도 그녀는 관통한 몸을 이끌고 거인을 향해 날아갔다.
"이거나 먹어라!"
콰아아앙!!
【쿠어어어!】
나미래의 주먹에 맞은 거인은 일으키던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뒤로 쓰러졌다. 거인은 마을의 건물들을 부수면서 마을 위로 쓰러졌고 그와 동시에 금발 남성이 외쳤다.
"마법진 발동!"
금발 남성의 말에 맞혀서 마을 전체를 감싸는 오각형 마법진인 펜타그램이 생성되었다. 동시에 마을이 빛나면서 하얀 빛덩어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빛덩어리들은 거인의 사지를 묶고 이내 모든 몸을 구속하기 시작했다.
【우어어어!】
거인은 자신을 구속하는 빛덩어리들에 힘을 쓰며 대항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거인의 힘에 의해 빛덩어리들이 조금씩 흩어지고 있었다. 금발 남성이 거인을 무력화 시키고 마법진을 발동시켜야 한다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서 나오고 있었다.
"마법진이 밀립니다!"
"어떻게든 해봐!"
거인이 안간힘을 쓰면서 빛덩어리들이 끊어지려는 순간 하늘에서 한 명의 인물이 내려오고 있었다. 그 인물의 정체는 바로 나미래. 그녀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속도 그대로 거인의 얼굴을 내리찍었다.
쿠우우웅!!
거인이 발로 땅을 내리찍었을 때와 비교해도 지지 않을 정도의 충격이 마을을 강타했다. 얼굴에 정통으로 맞은 거인은 그대로 눈을 까뒤집으며 정신을 잃었고 그 틈에 빛덩어리들이 거인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지금이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마법사들이 자신이 갖고 있는 마나를 통째로 부어 넣었다. 그러면서 빛은 거인의 몸을 차금차금 감쌌고 이내 거인의 모든 몸을 빛이 삼키면서 금발 남성은 털썩 바닥에 주저앉았다.
"됐,됐어...성,성공했다고!"
"거인을 봉인하는데 성공했다!"
"우리가 해냈어!"
봉인을 성공했다는 금발 남성의 말에 그의 부하들이 기쁨의 함성을 외쳤다. 그들은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감싸 안으며 감정을 표출해내었다. 그런 분위기 와중에 나미래는 거인의 얼굴에서 내려와 금발 남성을 향해 걸어갔다.
"약속 지켰어요."
"대단하시군요. 아니, 대단하다는 말로 표현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정말로 거인을 쓰러트리실 줄은..."
"대단? 괴물답다고 하고 싶었겠지요. 안 그래요?"
금발 남성은 나미래의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등에 날개가 나고 팔과 다리가 다시 생성되는 것처럼 보였는데...제 착각이였습니까?"
"착각이라고 생각하고 싶으시면 그렇게 생각하셔도 됩니다."
"알기가 두려워지는군요."
금발 남성은 자신의 겉옷을 벗어서 나미래를 덮어주었다. 나미래는 자신의 옷이 거인과 싸우느라 대부분 찢어졌고 몸만 회복되어 맨살이 보이는 것을 깨달았다. 나미래는 금발 남성의 호의를 받아들여 옷을 입었고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감사합니다. 그보다 이 빛은 뭐죠?"
"이게 봉인 마법진의 실체입니다. 이 봉인 마법진은 몇 천년 전에 존재했던 9서클 마법사, 테레지아가 만든 마법진입니다. 그 덕분에 제 부하와 같은 저서클 마법사로도 이런 거대한 마법진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죠."
"오히려 9서클 마법사가 만들어서 더 힘든게 아닌가요?"
"테레지아는 이런 상황이 올 것을 예상했는지 마법진에 자동으로 마나를 축적하게 만들어 놓았다고 합니다. 몇천 년간 조금씩 모인 마나 덕분에 저희 마법사들은 그저 기동시켜서 운영만 하면 됩니다. 하지만 운영조차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니죠."
"그렇군요."
나미래는 봉인되어 있는 거인을 바라보며 얘기했다.
"이 거인은 어떻게 할 건가요?"
"맘 같아서는 전과 같이 동굴에 두고 싶지만 글쎄요...이렇게 커다란 거인을 옮길 방법이 있을까요? 왕국에 보고하기 전까지는 이대로 유지해야 할 것 같습니다."
"봉인을 해도 문제군요."
나미래의 말에 금발 남성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보다 나미래님의 정체는 대체 뭡니까? 거인과 싸우고도 상처 하나 없으시다니."
"그건...비밀입니다. 그보다 당신의 이름이 뭐죠?"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제 이름을 얘기하지 않았군요. 제 이름은 루시우스라고 합니다."
"그럼 루시우스님.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벌써 가시는 겁니까?"
"예. 저를 기다리고 있는 동료가 있거든요."
나미래는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크리스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루시우스도 크리스가 달려오는 것을 보고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 올렸고 그녀와 그는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이,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봉인만 풀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뭐라고 말 좀 해보십쇼!"
소년, 크루즈와 10여 명의 인물들은 어두운 중년 남성에게 따져대었다. 그들은 중년 남성의 말을 듣고 거인의 봉인을 도와준 이들이었는데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자 남성을 향해 따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소리를 듣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중년 남성은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듣는 척조차 하지 않았다.
"당신은 거인의 봉인을 풀면 거인이 있던 장소에 보물이 나온다고 했잖아? 그런데 왜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지?!"
"테레지아가 봉인하면서 보물을 남겼다고 했잖아!"
말을 내뱉기 시작하자 그들은 점점 흥분하였고 이내 이성을 잃고 있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중년 남성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하늘에 떠 있는 보름달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계속 자신의 말을 무시하는 것에 열이 받은 한 명의 청년이 중년 남성의 어깨를 잡고 힘을 주었다.
"이봐! 계속 말을 무시하는..."
청년은 화를 내려다가 중년 남성의 얼굴을 보고 말을 잇지 못했다. 왜냐하면 중년 남성의 이빨에 보지 못했던 송곳니가 튀어나와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무슨?"
푸화아악!
중년 남성이 청년의 목을 물어뜯으면서 엄청난 피가 튀어나왔다. 그런 광경을 소년과 나머지 인물들이 멍하니 쳐다보다가 상황을 파악하고 뒤늦게 소리를 질렀다.
"으,으아아악!!"
"뭐,뭐야? 대체?!"
"도,도망치자!"
한 명이 도망가기 시작하자 다른 이들도 모두 각자 흩어져서 도망쳤다. 하지만 한순간 중년 남성이 보이지 않는 속도로 움직이자 도망치던 이들이 동시에 모두 목에서 피를 뿜으면서 죽었다.
도망치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소년, 크루즈는 오줌을 지르고 덜덜 떨며 공포에 휩싸인 눈으로 중년 남성을 바라보았다. 남성은 그런 소년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원래는 죽이고 싶지 않았는데 운이 좋지 않게도 오늘은 보름달이란 말이지...보름달은 숨겨져있던 나의 힘이 바깥으로 나오는 날이거든."
"무,무슨 힘 말,말입니까?"
소년은 말을 하지 않으면 공포에 미칠 것 같아서 벌어지지 않는 입을 열었다.
"옛날, 아주 옛날에 어떤 아이는 마을에서 차별을 당하고 버림을 받았지. 아이가 잘못해서? 아니면 죄를 지어서? 그것도 아니야. 그저 다른 이들과 다르게 특별했을 뿐이지. 그 특별하다는 단 한 가지만의 이유로 아이는 마을에서 버림을 받았다."
"....."
소년은 그저 중년 남성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런 아이를 받아준 것은 아이와 같이 특별한 힘을 가진 이였어. 아이와 같은 힘은 아니지만 그분도 특별했지. 그리고 그 아이는 그분 밑에서 키워지면서 그분이 하라는 대로 이행하는 것이 자신에게 이롭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분의 명령이야말로 자신의 존재 가치라고 생각될 정도로."
"....."
"그 아이는 결국 세월이 지나서 어른이 되고 강대한 힘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면서 그분이 맡긴 임무를 모두 해내고 다녔다."
"...그,그분의 명령이 이번에는 거,거인의 봉인을 해제하는 거였습니까?"
"그래. 그랬지. 그런데 임무에 실패했지. 아주 아주 이상한 여자가 나타나서 말이야."
"나,나미래님 말입니까?"
소년의 말에 중년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래. 그 나미래라는 여자는 아주 독특해. 아무런 힘도 느껴지지 않는데 거인을 제압할 힘을 가지고 있다니. 매우 흥미로워. 그분에게 보고를 해야겠지만 그것은 그거고 이것은 이거다."
"...예?"
소년은 본능적으로 불안감을 느꼈다.
"임무를 실패해서 기분이 좋지도 않을뿐더러 보름달이 떠서 충동을 억누르기 힘든데 나한테 신경질을 내더군. 그러면 내가 어떻게 해야 하나?"
"그,그건..."
소년은 어떻게 대답해야 이 상황을 벗어날까 고민했다. 하지만 그런 고민을 하기도 전에 소년은 자신의 목에서 피가 솟구쳐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어?"
"충동을 억누를 필요가 없겠지."
중년 남성은 소년의 목에 이빨을 쑤셔 넣으면서 있는 힘껏 피를 빨았다. 그러자 소년, 크루즈의 눈에서 생기가 사라져 갔고 소년의 피를 모두 마신 중년 남성은 흡족해하며 이빨을 뽑았다. 생기가 사라진 소년은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고 중년의 남성은 보름달을 보며 혼잣말을 했다.
"듀로크라는 존재와 새로운 위험인물 나미래. 그들은 언젠가 라자드님의 방해가 된다. 그들에 대한 대처는 한번 생각해봐야겠군."
중년 남성은 혼잣말을 하며 많은 시체들을 두고 사라졌다. 이렇게 볼카니스의 사건은 거인의 봉인과 함께 소수의 희생이 생기고 막을 내렸다. 하지만 볼카니스 사건은 이제 보이지 않는 전쟁의 시작점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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