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장 새로운 괴물의 탄생(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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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장 새로운 괴물의 탄생(9)
"으음..."
"정신이 들어?"
"에? 여긴 어디죠?"
크리스는 분명 집안에서 잠이 들었는데 일어나보니 또 숲 속인 것을 보고 어떻게 된 일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의 상황을 설명해달라는 눈빛으로 나미래를 바라보았고 나미래는 한숨을 쉬며 얘기했다.
"얘기하자면 복잡한데...사실을 얘기해줄까? 아니면 그냥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걸로 퉁 칠래?"
"저는 듣고 싶은데 나미래님이 힘드시면 얘기하지 않으셔도 돼요."
"흐음...그러면 간단하게 얘기해줄게. 우리를 잠재운 할아버지는 네가 말한 마법사라는 것 같고 마을 사람들을 조종하고 있었어. 그리고 우리도 그들처럼 조종하려고 하다가 나한테 걸려서 똥 된 거지."
"그,그렇군요."
"그 마법사를 조지니까 마을 사람들은 돌아온 것 같지만 그 마법사가 뭔가를 소환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거든. 그러다 보니 여기로 온 거지."
"소환이요? 무슨?"
"그 마법사 말로는..마계? 그런 곳에서 소환한 마물이라고 했는데?"
"마,마계요?!"
크리스는 나미래가 하는 말을 듣고 경악했고 나미래는 그런 크리스의 반응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왜 뭐가 잘못됐어?"
"마,마계라고요. 마계에서 소환된 마물이라니...그건 엄청나게 큰일이에요!"
"마계가 뭔데?"
"마계란 마족들이 살고 있는 세계로 이 세계와 차원이 다른 세계에요. 마족들은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는 이들로서 이 대륙을 항상 노리고 있어요. 그래서 그들은 이 대륙으로 오기 위해서 흑마법사들의 소환에 응하고 오는 경우가 많아요."
"마족들이란게 얼마나 강해?"
"마족들의 왕인 마왕이 이 대륙에 소환될 경우 세계가 멸망할 수도 있는 위기라고 해요. 마족도 상,중.하급으로 나뉘지만 하급 마족조차도 소드마스터와 비등한 힘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 소드마스터가 생각보다 약하네."
"예? 무슨 말씀이세요?"
"그게, 아까 말한 마법사가 소환한 마물이 하급 마족과 비슷하다고 했거든. 근데 별거 없던데?"
"마,마물과 싸우셨어요?!"
"응."
크리스는 마치 밥 먹었냐고 물었을 때 대답하는 것처럼 가볍게 대답하는 나미래를 보고 혼란스러웠다. 대부분 이런 상황일 경우 나미래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크리스는 왠지 모르겠지만 나미래의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군요. 다음에는 저도 보고 싶으니까 깨워주실래요?"
"그럴게. 그런데 너는 수면약을 너무 먹어서 깨어나지도 못하던데? 그 소란 속에서도 잘 자더만."
"소란이요?"
"어. 그 마물과 싸우다 보니 동굴이 흔들릴 정도로 치고받았었거든. 그리고 네가 지금 일어난 것도 이틀 만이야."
"예?!"
크리스는 자신이 이틀 만에 일어났다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그러면 지금 여기는 어디에요?"
"라팔과 오에돈의 사이에 있는 불카니스 마을을 향해 가는 중이야. 여기는 가는 길에 있는 숲인 거고."
"글자를 모르시지 않았나요?"
"이 반지가 글자도 알려주는 것 같던데? 해석되더라고."
"그렇군요. 하지만 미래를 대비해서 제가 오늘부터 글을 가르쳐드릴게요."
"그래? 그럼 고맙고. 그런데 볼카니스 마을은 어떤 마을이야? 오에돈처럼 싸이코가 없었으면 하는데."
"오에돈은 100여 가구밖에 없는 평범한 마을이였지만 볼카니스는 조금 인지도가 있는 마을이에요."
"왜?"
"볼카니스에는 한가지 전설이 있거든요."
"전설?"
"예. 옛날 창조시대 때 존재했으며 지금은 멸망한 거인족이 마을 밑에 잠들어있다는 전설이 있어요."
"그냥 헛소문 아니야?"
"그게 그냥 헛소문이라 치부하기에는 거인족들의 흔적들이 아직까지도 남아있어요."
"그래? 그럼 가서 한번 구경해볼까?"
"여유가 있으면 그러도록 하죠. 아, 그리고 지금부터 글을 가르쳐드릴까요?"
"부탁해."
크리스는 그 날을 시작으로 나미래에게 글을 가르쳐주기 시작했다.
다음날. 나미래와 크리스는 목표했던 불카니스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불카니스 마을은 산 위의 언덕에 자리 잡고 있었고 500여 가구가 넘는 건물이 있어서 상당히 규모가 있는 마을이었다.
마을에 들어가기 전에 나미래는 크리스가 말한 거인족들의 흔적을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흔적이 저것을 얘기하는 거야?"
"예."
볼카니스 마을 근처에는 많은 산맥들이 보였는데 산 중간중간에 엄청난 크레이터들이 있었다. 지름만 해도 몇백 미터는 되었고 시간의 세월을 보여주듯이 크레이터 안에는 수많은 나무들이 뿌리를 박고 있었다.
크레이터의 생김새는 각자 달랐는데 멀리서 보니 손과 발 모양도 있고 어떻게 생긴지 알 수 없는 모양도 있었다.
"이야...장난 아닌데?"
"그렇죠? 거인족이 아닌 이상 저런 크레이터는 만들 수 없으니까요. 그리고 손과 발 모양이 있는 것이 거인족이 있는 증거라고 뒷받침을 해주고 있어요."
"그렇구나. 하지만 네 말에 틀린 것이 있어."
"예? 어디 가요?"
"저런 크레이터를 만들 수 있는 것은 거인족만이 아니야."
나미래의 말에 크리스는 멍 쩍인 표정을 지었다. 그 사이에 나미래는 마을에 들어갔고 정신을 차린 크리스가 그 뒤를 빠르게 쫓아갔다. 마을의 입구에는 경비병으로 보이는 두 명의 남자가 서 있었고 경비병들은 그녀들이 오는 것을 보며 얘기했다.
"어서 오십쇼. 볼카니스 마을에. 무슨 일로 저희 마을에 오신 겁니까?"
"저희는 라팔 도시에 가는 길에 잠시 쉬려고 들렀어요."
"알겠습니다. 저희 마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경비병의 간단한 검사에 나미래는 고개를 갸웃거렸고 크리스는 설명을 해주었다.
"불카니스는 거인족의 전설 때문에 관광객이 많은 편이에요. 그래서 검사도 간단할 수밖에 없죠."
"그렇구나."
나미래는 고개를 끄덕이며 크리스를 따라갔다. 크리스를 뒤따라가던 나미래는 주변에 모험가로 보이는 이들이 많은 것을 보고 관광객이 많다는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은근히 사람이 많네."
"여기는 거인족의 전설 때문에 전설을 연구하고 싶은 사람이나 역사가들이 종종 오거든요. 또 산에 박혀있는 크레이터들이 관광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어서 사람의 유동이 많아요."
나미래와 크리스는 대화를 하면서 여관을 향해 걸어갔다. 여관은 4층 건물로 평범한 여관이였다. 하지만 나미래의 입장에서는 이런 중세시대의 여관 같은 곳에 처음 와서 그런지 조금 기대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딸랑~
"어서 오십쇼."
30대로 보이는 여성이 문을 열고 들어온 그녀들을 향해 인사했다. 나미래가 여관의 내부를 구경하는데 정신이 팔린 사이에 크리스는 30대의 여성에게 다가가서 얘기했다.
"주인장이신가요?"
"맞습니다."
"주인장을 젊은 나이에 되셨네요. 무슨 비결이 있나요?"
"그저 열심히 살았을 뿐이죠. 방은 몇 개를 드릴까요?"
"1개로 주세요. 가격은 어떻게 되나요?"
"2인용 객실에 식사와 목욕까지 한다면 하루에 50실버입니다."
"여기 1골드에요. 나머지 50실버는 팁이라고 생각하시고 배려 좀 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여기 키 있습니다."
크리스는 주인장에게 키를 받고 얘기했다.
"나미래님. 이제 올라가시죠?"
"어,어? 응."
나미래는 계속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관찰하는데 바빴고 크리스는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나미래가 저런 어린아이 같은 눈빛으로 두리번거리자 조금 웃음이 나왔다.
"여깁니다."
키에 적혀져 있는 303호에 가서 크리스는 키로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다른 여관의 방과 다를게 없다고 생각하는 크리스였지만 마치 감탄하는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나미래 때문에 겉으로 표현하지 않았다.
"그럼 여독을 풀까요?"
"그럴까?"
크리스와 나미래가 짐을 내려놓은 후에 여독을 풀려고 할 때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무슨 시끄러운 소리가..."
콰아앙!!
한 명의 소년이 방문을 부수면서 날아들어 왔다. 소년의 얼굴과 몸에는 상당한 타박상이 있었고 이마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소년은 자신이 방문을 부수고 들어왔다는 것을 파악하자마자 가까이에 있는 나미래를 잡고 얘기했다.
"저 좀 도와주세요!"
"뭐?"
나미래는 갑작스러운 말에 뭐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고 이어서 방문 밖에서 3명의 남자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 녀석의 말은 듣지 않는게 좋을 겁니다."
금발의 머리를 가지고 있는 중년의 남성과 가면을 쓰고 있는 2명의 인물이 앞에 있었다.
"당신들은 누구죠?"
"저희들의 정체는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그저 거기 있는 소년을 넘겨주시면 아무런 피해도 주지 않고 사라지겠습니다."
나미래는 중년 남성의 말에 크리스와 소년을 쳐다보았다. 크리스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고 소년은 제발 그러지 말아 달라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싫다면?"
"그럼...아쉽지만 실력 행사에 나서야겠지요."
"할 수 있으면 해보시죠."
중년 남성은 쉽게 갈 일을 어렵게 만드는 여성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가면을 쓰고 있는 2명의 인물은 중년의 남성을 쳐다보았고 남성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허락의 표시를 보이자 곧바로 움직였다.
스릉.
"어?"
나미래는 갑자기 사라진 2명에 반응하지 못했다. 힘과 몸, 회복능력에 있어서 나미래는 대륙 최강에 속할 수도 있다. 하지만 스피드에서 최강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녀가 낼 수 있는 스피드는 자신의 몸을 통제하지 못하는 스피드였고 더구나 그녀의 동체 시력은 평범한 인간보다 좋을 뿐 초인 수준은 아니였다.
그렇기에 나미래는 가면을 쓴 2명의 인물에게 공격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퍽! 퍽!
2명의 인물은 죽일 생각이 없었는지 칼등으로 나미래의 목 뒤를 쳤고 정확히 들어간 것을 인지했다. 하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이야? 너네 빠르구나?"
"응?"
"어떻게?"
그들은 분명히 정확히 들어갔는데도 아무런 반응도 없는 그녀를 보고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은 자신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전에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하고 칼날을 휘둘렀다.
퍽! 퍽!
"크아아악!"
"커억!"
그들은 분명히 자신을 향해 휘두르는 주먹을 칼날로 맞받아쳤다. 주먹을 갈라버릴 기세로 칼날을 휘둘렀는데도 불구하고 주먹과 부딪힌 칼은 산산조각 났고 주먹이 그들의 복부를 강타했다. 그리고 주먹에 맞은 2명은 그대로 양쪽 벽을 뚫으면서 날아갔다.
"뭐야? 빨라서 강할 줄 알았는데 약하네? 뭐지?"
나미래는 실망의 목소리를 내뱉었고 중년 남성은 자신의 부하 2명이 너무나 간단히 쓰러졌다는 것에 멍쩍인 표정을 짓고 있었다.
"더 꺼낼 카드는 없는 거죠? 없으면 다음 기회를 노리시죠."
"...알겠습니다. 오늘은 이만 물러가도록 하죠. 하지만 명심하십쇼. 지금 이렇게 행동한 것을 후회하게 될 겁니다."
중년 남성은 쓰러져 있는 2명을 어깨에 메고 사라졌다. 한순간의 폭풍우가 지나간 것처럼 현장은 처참하게 변했고 그제야 긴장이 풀린 크리스는 털썩 주저앉았다.
"괜찮아?"
"예? 예. 긴장이 풀려서. 그보다 이 소년은 정체가 뭘까요?"
소년은 기절을 했는지 미동도 하지 않는 채로 눈을 감고 있었고 나미래는 그런 소년을 보며 뒤통수를 긁적였다.
"뭔가 귀찮은 일이 된 것 같은데? 먼저 이 여관에서 도망가자."
"예? 도망요?"
"응. 이렇게 초토화된 것에 다 보상하고 싶으면 상관없지만."
크리스는 주위를 보고 결국 나미래의 말대로 하기로 결정했다. 나미래는 짐을 챙긴 다음에 소년을 어깨에 메고 크리스를 옆구리에 둔 상태에서 여관에 생긴 구멍을 통해 내려와 다른 여관을 향해 달려갔다. 이렇게 나미래는 자신도 모르게 볼카니스 마을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중심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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