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오크 마법사-98화 (98/360)

8장 새로운 괴물의 탄생(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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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장 새로운 괴물의 탄생(8)

"와아. 생각보다 집이 아늑하네요."

크리스가 감탄사를 내뱉었다. 나미래도 말을 내뱉지는 않았지만 내부를 보고 같은 생각이었다. 마치 이방인을 받기 위해서 준비해둔 방처럼 필요한 것이 모두 있었고 하루를 묶는데 아무런 불편도 겪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럼 저녁을 가져오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리십쇼."

"아. 감사해요."

인자한 할아버지는 방문을 닫으며 나갔고 크리스는 푹신푹신한 깃털로 만들어진 침대를 향해 몸을 날렸다.

"와아~ 여행하면서 이런 침대에 잘 수 있을 거라고 생각도 하지 못했어요. 이 푹신거림은 집에서도 느끼지 못할 정도예요."

"....."

"나미래님?"

"으응? 대단하네."

"나미래님. 아까부터 이상해요."

"미안."

"도와드릴 일이 있으면 얘기하세요. 제가 도와드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요."

"아니야. 그냥 이상하게 느껴지는 것이 있어서 그래. 내 착각일 거야."

"그럼 다행이고요. 아, 저 궁금한게 있어요."

"뭔데?"

"나미래님은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나? 나는..."

나미래는 전생에 죽었을 때의 나이가 27살이라는 것과 지금 자신의 외형도 그와 비슷하다는 것을 떠올리며 얘기했다.

"27살이야. 너는?"

"저는 13살이에요. 27살이면...언니라고 부르기에는 무리인가요?"

"왜 무리야?"

나미래는 크리스가 무리라고 하는 이유를 알지 못했고 궁금했기에 물어봤다.

"예? 그야...27살이면 저보다 조금 어린 나잇대의 자식을 갖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거든요....혹시 나미래님의 왕국에서는 다른가요?"

"그,그래? 내가 살던 곳은 27살 때 자식이 있으면 너무 빠른 건데. 그러니 언니라고 불러."

"네. 언니."

나미래는 크리스의 말에 놀랐지만 어떻게든 얼버무렸다. 그때 방문을 노크하는 소리와 함께 할아버지가 안으로 들어왔다.

"식사가 준비되었습니다. 드시지요."

"와아~ 감사합니다."

"그럼 편히 쉬다 가십쇼."

할아버지는 음식을 두고 방문을 닫으며 나갔다. 크리스는 할아버지가 놔두고 간 음식을 먹기 시작했고 나미래도 크리스가 먹기 시작하자 입안에 음식을 넣었다.

음식의 맛은 생각보다 훌륭했고 양도 적지 않아서 적절한 포만감을 가질 수 있었다. 나미래와 크리스는 포만감에 젖어 일찍 잠에 들기로 하였고 침대에 누워서 하루를 끝마치려 하고 있었다.

끼익...

녹슨 경첩이 방문자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 있었다. 방문이 열리면서 대여섯 명의 인원이 들어와 세상 모르고 자는 나미래와 크리스에게 접근했다.

그들은 뭔가 위화감이 느껴지는 움직임으로 나미래와 크리스를 들어서 집 밖으로 데리고 나왔고 그에 맞혀서 마을에 있던 이들도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들은 모두 어기적어기적거리면서 한곳을 향해 이동하고 있었는데 그 목표점은 산에 있는 동굴이였다. 어린아이부터 늙은이까지 다양각색의 나잇대를 가진 이들이 모두 동굴을 향해 가고 있었다.

모두 합쳐서 300여 명에 해당하는 인물이 동굴에 모였는데 놀랍게도 동굴은 상당히 커서 그들을 모두 수용하기에 충분했다. 또 동굴 안에는 중간중간 횃불이 있어서 안을 밝히고 있고 인간의 손을 거친 흔적이 남아있었다.

크리스와 나미래를 들고 온 이들은 제단으로 보이는 돌 위에 둘을 내려놓았다. 300여 명의 마을 사람들이 멍하니 제단을 쳐다보고 있었는데 그때 제단을 향해 걸어오는 인물이 있었다. 바로 인자한 미소를 보이던 할아버지였다.

중얼중얼.

그가 혼자서 중얼거리며 혼잣말을 하자 모든 마을 사람들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이어서 그가 품속에서 하나의 검을 꺼내어 위로 올리자 그에 맞혀서 검은 기운이 검을 향해 모이기 시작했다. 검은 기운이 검을 감싸면서 하얀색의 색깔을 띠던 검이 순수한 검은색으로 색깔이 변했다.

검은색으로 변한 검을 보고 준비가 끝난 것을 알아차린 그는 그대로 나미래의 가슴을 향해 찔러 내렸다.

깡!!

"응?"

그는 이상한 소리와 함께 손에 느껴지는 감각에 의아해하며 다시 검을 휘둘렀다.

깡!!

"뭐,뭐야?"

검이 가슴을 찔렀는데 검이 들어가기는커녕 쇳소리를 내며 손에서 엄청난 반발감이 느껴졌다. 그는 눈앞에서 일어나는 광경을 보고도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뭐,뭐지? 대체?"

"그건 내가 묻고 싶은 이야기라고."

그는 나미래가 눈을 뜨고 자신을 향해 얘기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서 심장마비가 오는 줄 알았다.

"분,분명히 수면제를 넣었거늘 왜 잠들지 않은 거지?"

"수면제였어? 맛이 조금 독특하다고 생각했는데."

나미래가 기지개를 펴면서 일어났고 그는 본능적으로 일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대체 넌 정체가 뭐지?"

"그건 내가 묻고 싶은데? 마을에 들어가는 순간 위화감이 들었었는데 이유가 이거였나?"

나미래는 동공이 풀려있는 마을 사람들을 보고 위화감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그들은 마치 생기 없이 움직이는 시체처럼 아무런 표정도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네가 누구든 간에 때를 못 맞혀서 찾아왔군. 지금 내 옆에는 이들이 있으니까."

"내가 찾아오고 싶어서 온 것은 아닌데..그리고 마을 사람들을 조종한다고 해서 위협적일까?"

"과연 어떨까?"

할아버지는 처음에 보여주던 인자한 미소가 어디 갔는지 어느새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팅겼다.

딱.

"우어어어..."

"그으으.."

노인이 손을 팅기자 동굴 바닥에서 수십 개의 썩은 시체들이 땅을 뚫고 올라왔다. 또한 마을 사람들의 눈도 붉게 변하면서 광기를 보이며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이건?"

"크하하하. 수십의 구울들과 300여 명의 광전사들. 네가 소드마스터라도 이 병력을 혼자서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 소드마스터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해봐야 아는 거지."

나미래는 무릎과 팔을 펴주면서 스트레칭을 하기 시작했고 그녀의 뜬금없는 움직임에 그는 당황해하며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응? 조금만 기다려봐. 몸 좀 풀고."

"어...그래?"

그는 그녀의 말에 무의식적으로 대답하다가 이내 자신이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소리쳤다.

"아니, 내가 왜 기다리고 있는 거야?! 공격해라!"

정신차린 그의 명령에 따라서 그녀를 감싸고 있던 구울들과 광전사들이 그녀를 향해 일제히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수백명이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광경을 보고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퍼어억!!

"뭐,뭐야?"

노인은 나미래의 주먹에 맞은 구울이 산산조각 나면서 날아가는 것을 보고 놀라워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다굴에 장사 없다는 듯이 수백 명이 덤벼든다면 버틸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의 예상대로 수백명의 구울과 광전사들이 그녀를 짓눌렀고 동시에 피와 내장이 솟구치는 모습이 보이자 그는 안심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크하하하. 그러니 분수에 맞게 덤볐어야지. 네가 초래한 결과다."

그는 자신의 승리를 예감하고 웃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웃음을 멈추었다. 왜냐하면 피와 내장이 끝없이 솟구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있는 거야?"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피가 솟구치고 있는 곳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그는 보이는 광경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수백명의 구울과 광전사들이 그녀를 짓누르고 있었지만 그녀는 아무런 타격도 받지 않고 오히려 주먹을 휘두르며 구울을 터트리고 있었다. 구울의 이빨과 발톱이 그녀의 피부에 흠집 하나도 주지 못했고 광전사의 힘으로도 그녀에게 간지러움조차 줄 수 없었다.

수백명이 짓누르는 힘만으로 한 명의 인간을 고기 반죽으로 만드는데 어렵지 않다. 하지만 몸에 수백명이 달라붙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녀는 아무런 저항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가볍게 주먹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리고 주먹에 맞은 구울들이 폭탄에 맞은 것처럼 터져나갔고 광전사들에게는 일부러 손속을 두는 모양인지 목덜미를 맞고 쓰러지고 있었다.

"소,소드마스터라도 한낱 인간이거늘...설마 마법사인가?"

주먹으로 싸우는 마법사는 들어본 적도 없지만 그래도 혹시나 싶어서 그는 마나탐색 마법을 펼치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마나는 한낱 범인의 마나 양에 불과했다.

"어,어떻게 느껴지는 마나는 이렇게 적은데 저런 힘을 발휘하는 거냐?!"

그가 놀라워하는 사이에 벌써 수십의 구울들이 터져있었고 100여 명에 가까운 광전사들이 쓰러져 있었다. 이대로 가면 믿을 수 없게도 일개 여자에게 모두 전멸할 거라고 생각한 그는 쓰고 싶지 않았던 수를 사용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눈을 감은 후에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고 그에 맞혀서 광전사들에게서 검은 연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구울들을 모두 몰살시키고 광전사들을 무력화시키고 있던 나미래는 검은 연기가 갑자기 뿜어나오자 행동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뭐야? 이 검은 연기는? 설마 그 녀석들과 같은?"

나미래는 검은 연기가 나오는 것을 보고 몬스터의 숲에서 봤었던 검은 몬스터들을 떠올렸다. 이어서 그때 지금까지 눈을 감고 주문을 외우던 그가 눈을 뜨며 소리쳤다.

"마물 소환!"

"크으으으..."

"키야아악!!"

수십 명의 광전사들이 일제히 고통스러워하며 쓰러지거나 소리를 질렀다. 나미래는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을 보고 원인제공을 한 것 같은 노인을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그때 비명의 여운이 사라지기도 전에 수십 명의 광전사들의 몸이 일제히 터져버렸다.

푸화악!! 푸화악!!

"뭐야?"

광전사들이 죽으면서 피와 내장들이 주위를 더럽혔지만 그들의 내부에서 나온 검은 연기가 한곳에 뭉치기 시작했다. 검은 연기는 점차 형태를 갖추기 시작하여 하나의 생명체로 변했다.

수십 개의 촉수를 가지고 있고 수백 개의 눈이 있으며 중앙에는 커다란 입이 있었다. 크기는 약 10미터였고 촉수에는 날카로운 이빨들이 있으며 전체적으로 검은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으에엑~ 뭐야? 저 생명체는? 끔찍하게도 생겼네."

"크하하하. 이 마물이 생성된 이상 네게 이길 가능성은 없다! 이 마물은 무려 마계에서 소환한 마물로 하급 마족과 비견되는 실력을 가지고 있다! 네게 승산은 없다."

"그래? 재밌겠네. 한번 해볼까?"

나미래는 촉수 괴물을 향해 달려들었다. 촉수 괴물은 그녀가 달려오는 것을 보고 수십 개의 촉수를 그녀에게 휘둘렀다. 수십 개의 촉수가 그녀를 강타하고 이빨을 세워서 물어뜯었지만 그녀의 피부를 뚫지 못했다.

몇 개의 이빨만이 그녀의 피부를 뚫고 들어갔지만 그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치유되었다. 그녀는 촉수가 자신의 온몸을 강타했지만 무시하고 그저 앞으로 나아가 주먹으로 괴물의 입을 향해 휘둘렀다.

퍼어억!! 푸화아아악!!

그녀보다 수십 배 무거운 괴물이 조그마한 주먹에 맞아서 그녀가 지나가도 될 정도로 커다란 구멍이 몸에 생겼다. 하지만 촉수 괴물은 복부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움직이며 그녀를 향해 다시 촉수를 휘둘렀다.

촉수가 다가오는 것을 본 그녀는 등에서 와이번의 날개를 펼치면서 촉수를 피하며 위로 올라갔다. 동굴의 높이가 상당히 높아서 동굴의 끝자락까지 올라가자 촉수가 그녀에게 닿을 수 없었다. 그녀는 괴물의 위치를 파악하고 위에서 날개를 접은 후에 떨어져 내려왔다.

쿠우웅!! 콰아아앙!!

떨어지는 중력과 더불어서 그녀는 발로 괴물의 머리 부분을 향해 내려찍었고 그 충격으로 동굴이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흔들렸다. 동시에 괴물은 엄청난 크레이터가 생긴 곳에 처참한 잔해들로 변해있었다.

"뭐야? 생긴 거에 비해서 엄청 약하잖아?"

"말,말도 안 돼!"

그는 믿을 수 없었다. 눈앞에 있는 여인은 자신의 최대마법이며 지금까지 키운 광전사 수십명을 제물로 바쳐서 소환한 마계 마물을 조그마한 상처도 없이 없애버렸다.

상대가 소드마스터라도 자신있던 그는 이렇게 허무하게 패배한 것에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대,대체 넌 정체가 뭐냐?!"

"나? 그저 지나가던 모험가일 뿐인데?"

"개소리 집어치워! 지나가던 일개 모험가가 이길 마물이 아니다! 넌 대체..."

"시끄러워."

나미래는 날아서 그의 앞에 착지하여 손으로 어깨를 잡았다. 그는 처음에 그녀가 무슨 짓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다가 파육음이 들리면서 엄청난 격통이 찾아오자 그제야 어떤 상황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크아아아악!!"

나미래는 그의 어깨를 중심으로 팔과 몸을 힘으로 찢어서 분리시켰다. 어깨에서 폭포수 같은 피가 튀어나왔지만 나미래는 나머지 쪽 어깨를 잡고 얘기했다.

"네게 물어볼게 있으니까 빨리 대답하는게 좋을 거야. 안 그러면...어떻게 되는지 알지?"

나미래의 물음에 그는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마법사인가?"

"그,그렇다. 나는 흑마법사로...크아아악!!"

나미래는 손가락 하나를 손으로 주물럭거리면서 그대로 고기 반죽으로 만들어내었다.

"높임말 써라?"

나미래의 말에 흑마법사는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얘기했다.

"그,그렇습니다. 저,저는 흑마법사로 마을을 통제하고 있었습니다."

"저들은 다시 돌아올 수 있나?"

나미래는 광전사들을 가리켰다.

"가,가능합니다. 하,하지만 해제하는데 조금 시간이 걸립니다."

"그렇다 치고. 우리를 왜 습격한 거지?"

"종,종복을 더 만들려고 했습니다."

"그럼 심장은 왜 찌르려고 하는 거지?"

"종,종복을 만들려면 심장을 찔러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 그렇다면 저들도 심장을 찔러서 만들었다는 건데 심장을 찔러도 살아있는 거야?"

"그,그건..."

뿌드드득.

"크아아악!! 저,저 검이 찌른 심장의 생명력을 흡수함으로써 종복을 부리게 해주는 겁니다! 검,검에 있는 마법을 해제한다면 모두 원상태로 돌아올 겁니다!"

"그래? 그럼 검 내놔."

"여,여깄습니다."

흑마법사는 품속에 있는 검을 나미래에게 넘겨주었고 나미래는 받은 검을 손에 부여잡고 힘을 주었다.

"흐읍!"

검과 손이 떨리면서 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그는 검을 힘으로 부시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검은 주인님한테 받은 것으로 힘으로 부서질 리 없다. 주인님의 힘이 깃들어져 있는 것으로 네년이 감히 부술 수 있을 것 같냐?!'

그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할 뿐 입으로 내뱉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의 확신에 찬 예상과 다르게 들리지 말아야 할 소리가 들려왔다.

빠직.

"어?"

빠지지직.

"있,있을 수 없는 일이야!"

검에서 금이 가기 시작하면서 쉴 새 없이 떨리다가 그녀의 힘에 버티지 못하고 깨졌다. 그와 동시에 검에서 수많은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와 서 있는 광전사들의 몸에 들어갔고 검은 연기를 흡수한 이들은 눈이 풀리면서 모두 바닥에 힘없이 쓰러졌다.

"생각보다 단단하네. 하지만 부수지 못하는건 아니야."

"힘,힘으로 부수다니...있을 수 없어!"

"뭐가 있을 수 없어? 힘으로 부수지 못하는게 어딨냐? 그보다 마지막 질문이다."

흑마법사는 마지막 질문이라는 말에 이제 해방된다는 기쁨에 벅차올랐지만 그녀의 질문을 듣고 그런 기분이 싹 사라져버렸다.

"네게 그 일을 시킨 것은 누구냐?"

"그,그건..."

뿌드드득.

"크아아악!! 말하고 싶어도 말하지 못한다고!"

"말할 수 없어? 왜?"

"크으...말하는 순간 나는 죽게 마법이 주입되어 있다. 말하고 싶어도 할 수 없어."

"그래? 그럼 간단하네. 고통스럽게 죽을래? 말하고 편하게 죽을래? 골라봐. 전자를 고를 경우에는 내가 친절히 시간을 들여줄게."

흑마법사는 그녀의 눈을 보고 거짓말이 일절 하지 않고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려고 했지만 그녀가 고민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뿌드드득.

"크아아악!!"

"난 이제 시작이야. 고르고 싶은 거를 고르라고."

그녀는 손가락부터 시작하여 팔을 비틀고 살을 찢어내는 등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만들어주었다. 그는 버티다 버티다가 결국 도저히 참을 수 없는지 입을 열었다.

"나에게 시킨 것은 라자드님이다! 이 개 같은 년아!"

그가 말하는 동시에 얼굴이 울퉁불퉁해지면서 터지기 직전의 물풍선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는 얼굴의 살 때문에 입을 열기도 힘든 상황 속에서 필사적으로 말을 내뱉었다.

"네...년은...돌이킬 수...없는....적을..만든..것이다...나중에...후회하지...말아라."

퍼어억!

그의 머리가 풍선이 터지는 것처럼 터졌고 그와 동시에 그의 몸이 힘을 잃고 쓰러졌다. 나미래는 그의 말대로 말하자마자 죽어버리는 것을 보고 뒤통수를 긁적이며 얘기했다.

"진짜 죽어버렸네? 뭐 알아낼 수 있는 것은 알아냈으니까. 라자드라...나중에 꼭 기억해둬야겠군."

나미래는 이런 상황에도 제단 위에서 곤히 자고 있는 크리스를 어깨에 메고 동굴을 빠져나갔다. 라자드라는 이름을 계속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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