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장 새로운 괴물의 탄생(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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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장 새로운 괴물의 탄생(4)
그녀는 2주일 동안 50여 마리의 오우거들을 완식할 수 있었다. 트롤보다 확실히 강해서 그런지 2배의 시간이 걸렸지만 그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그녀의 힘은 오우거의 십수 배로 증가하여 살아있는 생물 중 최강 측에 해당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고 덩치도 약 3미터까지 증가하면서 근육도 두꺼워졌다.
피부는 완전히 회색 빛깔로 변해서 웬만한 공격에 타격을 받지 않을 정도로 질기게 변했다. 그녀가 오우거 50여 마리를 잡는 동안 2번의 위기가 있었는데 첫 번째는 검은 기운에 감싸져 있는 오우거였다.
검은 기운에 감싸져 있는 오우거는 평범한 오우거보다 몇 배는 더 강했고 죽은 이후에도 검은 기운이 사라지지 않아서 먹는 것을 포기했다. 검은 오우거와 싸울 당시 힘이 오우거의 몇 배는 증가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겨우겨우 잡을 정도로 상대하기가 까다로웠다.
두 번째는 바로 머리가 2개 있는 오우거였다. 머리가 2개 있다고 해서 단순하게 2배 강한 것이 아니였다. 신체도 보통 오우거보다 1.5배는 컸고 스피드와 힘도 몇 배는 강했다. 더구나 머리가 2개여서 자신을 중심으로 360도 모두 보는게 가능하여 사각이 존재하지 않았다.
신체능력은 나미래가 압도적으로 트윈헤드 오우거보다 높았지만 지금까지 산전수전을 겪은 경험의 차이로 인해서 상당히 고난을 겪어서야 잡을 수 있었다. 아마 같은 신체능력을 가지고 있었으면 필히 졌을 거라고 생각하였다.
빠지직.
"힘은 이 정도면 된 것 같네. 아니, 좀 심한가?"
인간 몸통만한 나무를 한 손으로 잡아서 힘을 주니까 마치 수수깡처럼 부서지는 것을 보고 그녀는 만족했다. 그녀는 이제 오우거를 잡는 것은 그만두고 다음 목표를 잡기로 하였다. 그동안 트롤과 오우거까지 잡으면서 이동하다 보니 원래 목표였던 산맥에 거의 접근했다는 것을 볼 수 있어서 그녀는 산맥을 다음 목표지점으로 잡았다.
"저 산맥은 무슨 생물이 있을까? 기대되네."
가까이 가면 갈수록 산맥의 위대함을 그녀는 느낄 수 있었다. 멀리서는 몰랐는데 산맥은 엄청난 높이를 가지고 있고 정상은 구름에 가려져 있어서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녀는 산맥을 향해 엄청난 스피드로 이동하면서 새로운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많은 생물들을 먹으면서 그 생물의 특성을 가지고 강해지는 것에 빠져있는 상태였다. 마치 게임의 RPG를 하는 듯이 자신을 키우는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그녀에게도 하나의 고민이 있었는데 바로 외관이였다. 몬스터를 먹으면 먹을수록 사람의 외관에서 점점 멀어져가서 완전히 괴물이라고 볼 수 있는 외관으로 변했다. 결국 사람의 외관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고 고민하던 끝에 그녀는 한가지 방법이 떠올랐는데 그 방법이 확실치도 않을뿐더러 하고 싶은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다.
그 방법은 바로...사람의 시체를 먹는 것이었다.
'시체를 먹음으로써 외관이 변하는 경우가 있었어. 그렇다면 사람의 시체를 먹으면 사람의 외관으로 변하지 않을까? 하지만 변하지 않을지도 모르고 사람이었던 자로서 사람의 시체를 먹는 것은 좀 그런데...고민이네.'
그렇게 그녀는 사람의 시체를 먹는 것을 최후의 수단이라고 생각하며 산맥을 향해 이동하고 있었다. 그때 또 다른 생물의 기척을 느낀 나미래는 움직임을 멈추고 어떤 생물이 모습을 드러내는지 호기심을 가지며 지켜보기로 하였다.
"이번엔 어떤 생물이려나...응? 뭐지?"
그녀는 얼핏 보이는 모습에 의아해했다. 왜냐하면 생물인지 아닌지 확인조차 하기 힘든 모습이였기 때문이었다. 물렁물렁한 액체의 몸을 가지고 있었고 꿈틀대며 움직이는 것이 자신이 생물이라는 것을 얘기해주는 것 같았다.
"이건 대체 무슨 생물이려나? 먹으면 왠지 탈이 날 것 같은데..."
그녀는 이 액체 같은 생물을 먹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때 액체의 생물의 모습이 변하기 시작했다.
"뭐,뭐야?"
액체의 몸이 꿈틀대며 갑자기 부피를 키워나가기 시작하여 어느새 그녀의 신체와 비슷한 크기까지 확장했다. 그리고 투명한 액체의 몸이 점차 외형을 갖추면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액체의 생물이 변화를 마친 모습은 놀랍게도 그녀와 똑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신체, 근육, 얼굴까지 모든 것이 똑같았다. 그녀는 눈앞에 보이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주변의 숲이 떠나가듯이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우와아아아!!! 너, 잘 만났다! 너를 미치도록 그리워했다고!"
나미래는 자신의 모습으로 변한 생물을 보고 이 생물은 상대의 모습으로 변화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다는 것은 이 생물을 먹는다면 외관을 변형시킬 수 있다는 것이기에 그녀는 누구보다 빠르게 손톱을 휘둘렀다.
꿀렁.
"응?"
하지만 그녀의 예상과 다르게 손톱은 마치 액체를 만지는 것처럼 통과하여 아무런 타격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왼발로 상대의 옆구리를 강하게 찼지만 똑같이 몸이 출렁거리면서 물리적 효과를 무효화시켰다.
그리고 그와 반대로 그녀의 모습으로 변한 생물은 발차기를 하여 그녀를 멀리 날려 보냈다.
퍽!!
"뭐,뭐야?! 이런 불공평한게 어딨어?!"
나미래는 맞은 부위가 그렇게 아프지는 않은 것을 봐서 능력까지 따라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마 3미터 이상의 육대한 중량으로 휘두르는 힘이라고 짐작했다. 하지만 문제는 자신의 공격은 통하지 않는데 자신은 상대의 공격에 통한다는 것이었다. 비록 많이 아프지는 않지만.
"젠장. 약점이 있을 것 같은데...문제는 그 약점이 어딘지를 모르니 무식하게 할 수밖에."
상대의 외관을 따라하는 액체의 생물은 세간에서 도플갱어라고 불리는 몬스터였다. 도플갱어는 거의 100% 물리공격을 무효화시킬 수 있지만 마법공격에는 취약한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그녀의 생각대로 도플갱어는 외관을 따라할 뿐 능력까지는 따라하지 않는다.
또 도플갱어에게는 커다란 약점이 있었는데 바로 몸 안에 있는 핵이 약점이었다. 이 몸 안에 있는 조그마한 핵은 물리 공격으로도 타격을 줄 수 있는 유일한 약점이지만 문제는 이 핵이 도플갱어 몸속에서 계속 움직인다는 것이었다. 변화하기 전에는 핵이 어디에 있는지 볼 수 있었지만 변화한 이후에는 찾을 방법이 없었기에 대부분 물리 공격을 하기 보다는 취약한 마법 공격을 사용해 공략한다.
하지만 나미래가 마법공격을 할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기에 그녀가 도플갱어를 잡을 방법은 수없이 핵이 있을 거라고 추측되는 장소를 타격하는 방법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것도 약점이 있을 거라는 확신도 없고 도플갱어에게 맞는 것을 견디면서.
그렇게 무식하고도 무식의 끝이라고 할 수 있는 작업을 그녀는 일방적으로 맞으며 열심히 하고 있었다.
"헥...헥...너무 힘들다."
오우거의 힘과 트롤의 회복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더라면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될 정도로 엄청나게 힘든 작업이였다. 손톱을 휘두르고 나무와 커다란 돌을 뽑아서 내려찍고 주먹과 발로 때리고 그런 작업을 수천 번 반복했다.
그동안 많이 아프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3미터에 육박하는 신체로 때리는 것을 참으면서 반복했고 아마 회복력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거라고 생각되는 고된 작업이었다. 수천 번의 작업, 엄청난 체력을 가지고 있는 그녀가 지칠 정도로 약 하루 동안 반복한 끝에 결국 도플갱어를 잡을 수 있었다.
수천 번 동안 겨우 우연의 일치로 핵을 때렸을 때 나미래는 손에서 느껴지는 타격감에 드디어 해냈다며 함성을 질렀다. 핵에 정통으로 맞은 도플갱어는 다시 원래의 액체 몸으로 돌아온 다음에 산산조각이 나면서 자신의 몸을 주위에 흩뿌렸다.
"드디어 이제 먹을 수 있구나...우에엑!!"
나미래는 수천 번의 작업을 한 끝에 겨우 먹을 수 있게 됐다며 눈물을 글썽이면서 도플갱어의 시체 일부를 주먹에 담았다. 액체의 몸을 가지고 있기에 조심스레 주먹을 들어 올려서 입 안에 넣은 나미래는 입에서 느껴지는 색다른 맛에 내뱉지 않을 수 없었다.
"커헉! 컥, 컥! 이,이게 대체 무슨 맛이야?!"
썩은 시체도 맛있게 먹는 그녀의 미각이었는데 도플갱어의 시체는 그녀의 미각도 버티지 못할 정도로 상상을 초월하는 맛이었다. 도저히 뱉지 않고서 버티지 못할 정도로 끔찍한 맛이었다.
"안,안돼. 외관을 바꾸려면 먹어야 한다고. 정,정신차려 나미래. 너는 이것을 먹어야해."
그녀는 손을 덜덜 떨면서도 도플갱어의 시체를 다시 주먹으로 움켜잡았다.
"이건 푸딩이다. 이건 맛있는 푸딩이다. 푸딩 잘 먹었잖아? 그럼 맛있게 먹자고."
자신에게 마치 최면을 거는 것처럼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나미래는 다시 한 번 주먹을 입 안에 박아 넣었다. 그리고 그렇게 최면을 걸며 의지를 높였지만 그녀는 다시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나미래는 죽이는 것 보다 먹는 것이 더 힘들 줄 몰랐고 아직 더 큰 시련이 남아있다는 것에 울고 싶어졌다. 그러면서 그녀는 계속해서 먹는 것을 시도했고 그때마다 내뱉으면서 또다시 무식의 길을 걷고 있었다.
"우윽...아직도 속이 울렁거려."
반나절 동안 고생한 끝에 도플갱어의 시체를 뱃속에 넣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 도플갱어는 어떻게 된 몸인지 배에 들어가서도 괴롭히고 있었다.
"으으...한숨자면 괜찮아질까?"
그녀는 난리를 치는 속을 달래기 위해서 나무 위로 올라가서 한숨 자기로 결정했다. 하루 반나절 동안 고생해서 그런지 속이 이상해도 빠르게 잠에 빠지게 된 그녀였는데 그때 그녀의 몸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회색 빛깔이였던 피부 색깔이 조금 투명해졌고 피부에 아주 얇은 비늘 같은 것이 생성되었다. 그 외에 눈에 띄는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녀의 내부는 많은 것이 변화하고 있었다. 도플갱어는 액체의 몸을 가지고 있기에 외관의 변화가 자유롭다.
그런데 그녀의 몸은 뼈, 근육, 피부 등 고체로 되어있기에 변화에 자유로운 물질로 변화하는 중이었다. 내부에서 많은 열을 뿜어내면서 새로운 물질로 변화하며 그녀의 몸이 들썩거렸지만 정작 그녀는 잠에 빠져서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이렇게 그녀가 그렇게도 바라고 바라던 능력이 완성되고 있었다.
"으음...어느새 날이 밝았네. 응? 뭔가 변화가 생긴 것 같은데?"
나미래는 잠에서 깨어나면서 속이 괜찮아진 것을 깨닫는 동시에 자신의 모습이 변화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성공...한건가? 그렇다는 것은 그 생물처럼 다른 생물을 보면 똑같이 변하려나?"
그녀는 한번 실험을 하고 싶어서 주위에 있는 도플갱어 말고 다른 생물을 찾기 위해 근처를 돌아다녔다. 얼마 가지 않아서 또 다른 고블린 지역을 발견하여 고블린과 조우할 수 있었다.
"좋아. 한번 실험해보자."
그녀는 나무 뒤에 숨어서 고블린을 뚜렷하게 쳐다보며 고블린의 모습을 머릿속에 각인시켰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녀의 몸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몸이 꿀렁꿀렁거리면서 축소되기 시작하였고 피부와 외관이 고블린과 똑같이 변화하였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서 변화를 끝낸 그녀는 자신이 고블린과 똑같은 모습으로 변화한 것을 보고 매우 기뻐했다.
"성,성공했다! 드디어 성공했어!!"
그녀가 함성을 지르자 그녀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던 고블린이 깜짝 놀라워하며 쳐다보았다. 그런데 고블린은 상대가 자신의 모습과 똑같다는 것을 보고 소리를 지르며 마비침을 내뱉었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팔을 들어서 마비침을 방어했는데 마비침이 피부를 뚫지 못하기는커녕 팅겨나가는 것을 보고 의아해했다.
"응? 설마?"
그녀는 의문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주먹을 쥐고 바닥을 강타해봤다.
콰콰쾅!!!
바닥에 엄청난 크레이터가 생기면서 주변 땅을 들썩이게 만들었고 옆에 있던 고블린이 바닥을 강타했던 충격파로 인해서 멀리 날아가 버렸다.
"힘도 그대로야. 그렇다는 것은 외관은 변해도 능력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있다는 건가?...최고잖아!"
그녀는 고블린의 몸으로 깡충깡충 뛰면서 기뻐했다. 그리고 다시 자신의 원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자신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떠올려보고 구상해보니 원래 모습으로 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홧김에 자신이 인간이였던 모습을 떠올려보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한지 아무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상대의 모습을 보고 변화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보지 않은 모습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거네. 그리고 원래 이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은 가능하고. 그렇다는 말은 사람을 만나서 그 모습으로 변화해 살아가는 수밖에 없겠어. 다른 모습으로 변화려면 다른 사람을 만나야 하고."
그녀는 이 변하는 능력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래도 변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생각하며 자신과 타협해 만족하기로 한 그녀였다.
"그럼 이제는 사람을 만나는 것을 목표로 잡아야 하나...아니, 설마 여기에 사람이 살지 않는 것은 아니겠지? 그러면 정말 끔찍한데."
그녀는 제일 중요한 점인 이 세계에 사람이 존재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확인을 해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떻게 변할지만 고민했지, 사람이 있는지에 대해서 고민을 해본 적이 없던 것이다.
"저 높은 산맥에 올라가면 멀리까지 보이겠지? 사람이 살고 있다면 도시가 보일 거야. 희망을 놓지 않고 가보자."
그녀는 결국 끝없이 하늘로 펼쳐져 있는 산맥을 목표로 하고 발걸음을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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