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장 새로운 괴물의 탄생(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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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장 새로운 괴물의 탄생(3)
"...으음. 무슨 소리가 들리는.."
나미래는 숙면을 취하다가 들리는 소리에 몸을 일으켰다. 뭔가 밑에서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아서 고개를 내렸고 그녀는 눈앞에 보이는 광경에 깜짝 놀라워했다.
"뭐,뭐야?"
나무 밑에는 어제 봤던 트롤이 있었고 그것도 3마리씩 그룹을 지어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트롤들은 그녀가 일어난 것을 보고 뭐라고 하는지 알 수 없는 대화를 나누었다. 대화를 마친 트롤들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고 나무몽둥이를 꺼내서 그녀가 있는 나무를 향해 휘두르기 시작했다.
퍽! 퍽! 퍽!
"어,어?"
트롤들이 휘두른 나무몽둥이에 의해서 나무가 움푹움푹 파이기 시작했다. 그녀가 앉아있는 나무는 상당한 두께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트롤들의 몽둥이질에 수없이 흔들려서 부러지려 하고 있었다.
"야! 그만해, 이 자식들아!"
그녀가 소리쳤지만 그녀의 말을 트롤이 알아들을 리가 없었다. 그녀는 트롤들이 자기 말을 무시하고 계속 몽둥이를 휘두르자 열이 오르는 것을 느끼며 손톱을 길게 세웠다.
"너희들이 무시한 거다?!"
그녀는 나무 위에서 점프하여 트롤들을 향해 돌진했다. 트롤들은 그녀가 내려오는 것을 보고 뒤로 빠진 후에 땅에 착지한 것을 보자마자 몽둥이를 휘둘렀다.
퍼퍼퍽!
"악! 아프잖아?!"
어제 만났었던 트롤은 둥그런 몽둥이를 가지고 있어서 맞아도 타박상만 입었었다. 그런데 지금 만난 트롤들은 같은 나무몽둥이에도 불구하고 끝이 뾰족하여 살이 움푹 파이고 있었다.
그녀는 먼저 제일 가까운 트롤의 머리에 손톱을 박아넣었다. 머리에 손톱이 박한 트롤은 즉사하였지만 나머지 2마리의 트롤이 그때를 놓치지 않고 몽둥이로 뒤통수를 때렸다.
퍼퍽!
"컥!"
상당한 힘이 내재된 2개의 몽둥이를 뒤통수에 맞자 그녀는 눈앞이 흐려지는 것을 느꼈다. 하마터면 정신을 잃을 뻔 했지만 그녀는 가까스로 의식을 되찾고 양손으로 트롤들의 머리를 잡았다.
"으으으...흐하합!!"
뿌드득..푸화악!!
팔 근육이 엄청나게 팽창되면서 아귀힘이 급격하게 증가되었다. 트롤은 머리가 터질듯한 고통에 몽둥이를 휘두르며 난리를 쳤지만 이내 나미래가 소리를 지르며 머리를 터트리자 축 늘어지며 즉사하였다.
"헉..헉..생각보다 힘드네..."
그녀는 1마리는 가볍게 상대했지만 3마리는 상당히 버겁다는 것을 느끼며 숨을 몰아쉬었다.
"뒤통수를 맞았을 때는 확실히 위험했는데 어떻게든 처리했네. 그러고 보니 상처는 괜찮으려나?....어?"
그녀는 몽둥이에 맞은 상처가 어느 정도인지 보기 위해서 팔을 들어 올렸는데 놀라운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상처가 어제 봤던 트롤과 똑같이 순식간에 아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상처가...아물고 있어? 왜지? 전에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그녀는 어떤 원인으로 인해서 상처가 아물게 되었는지 추측해보았다. 하지만 바보가 아닌 이상 원인을 찾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정도로 원인은 명확했다.
"어제 이 생물의 시체를 먹어서 그런 건가? 시체를 먹으면 먹을수록 강해지는 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거군."
그녀는 구울을 먹을수록 신체강화가 되고 고블린을 먹으면서 별 변화가 없는 것을 보고 강한 상대를 먹으면 먹을수록 강해지는 줄 알았다. 그런데 여기서 조금 의아해했던 것이 고블린이 구울보다 강한 생물인 것 같았는데 먹었는데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는 것이었다.
또 어제 트롤을 먹었는데도 신체적으로 강화가 되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
'거기서 위화감을 느꼈었는데 그저 이럴 때도 있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상처가 아무는 것을 봐서...상대의 특징을 흡수하는 것인가?'
그녀가 추측한 것과 실제로 정수를 흡수하는 것은 조금 차이점이 있었다. 그녀는 트롤의 치유력만 흡수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트롤의 치유력 뿐만 아니라 트롤의 힘, 스피드, 생물의 모든 능력을 흡수했다. 하지만 눈에 띄는 변화가 없었던 이유는 그녀의 신체능력이 트롤의 신체능력보다 월등하기 때문에 효율이 나빠졌을 뿐이었다.
한편 그녀가 구울을 먹으면서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던 이유는 바로 그녀의 몸이 구울이였기 때문이었다. 같은 구울의 몸을 가지고 있었기에 효율이 높아서 그랬던 것이었다.
"그렇다는 것은..."
그녀는 결국 결론을 내리고 3구의 트롤 시체를 보며 눈빛을 빛냈다. 그리고 트롤의 시체를 입 안에 넣으면서 생각했다. 한동안 트롤들을 사냥하면서 다녀야겠다고.
그녀가 트롤을 만난 장소 근처에서 지낸지 약 1주일. 그동안 그녀는 약 50여 마리의 트롤을 만날 수 있었다. 만났던 50여 마리의 트롤을 잡고 완식한 그녀는 트롤이 갖고 있는 치유력의 십수 배는 되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그녀는 자신의 몸에 손톱으로 일부러 그어봤는데 피부가 갈라지는 동시에 아문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른 치유력을 가지게 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룰루루~ 그럼 이제 다른 지역으로 가 볼까?"
그녀는 이 정도의 치유력이라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원래 목표였던 산맥을 향해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가 지금까지 숲을 다니면서 알 수 있는 점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경계선 같은 것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어느 지점부터는 고블린의 지역이여서 고블린들이 살고 있었고 또 다른 지역부터는 트롤의 지역이여서 트롤들이 살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들의 경계선은 자주 바뀌지만 한 번에 많이 이동하지는 않아서 1주일 동안 트롤들만 만나는 것이 가능했던 것도 그런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1주일 동안 트롤들을 상대한 결과 그녀는 트롤이란 생물이 힘과 스피드가 그렇게 좋지는 않지만 치유력이 월등하다는 장점으로 다른 생물들을 상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빠른 발로 달려가자 트롤들이 그녀를 따라올 수 없었고 트롤의 지역을 안전하게 벗어날 수 있었다.
"어디까지가 트롤의 지역이지? 주변에 트롤들이 보이지 않는 것을 봐서 경계선에 대부분 온 것 같은데?"
그녀는 주위에 아무런 생물도 없는 것이 경계선에 가까워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앞에는 어떤 생물이 있고 그 생물은 어떤 특징을 갖고 있으며 동시에 자신에게 어떤 힘을 줄지 호기심을 느끼며 그녀는 빠르게 발을 움직였다. 그리고 마침내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새로운 생물을 만날 수 있었다.
"와. 엄청 크네?"
생명체는 그녀의 신체 2배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몸을 가지고 있었고 오른손에는 그녀만한 크기의 몽둥이를 가지고 있었다. 대체로 회색 빛깔의 피부에 통나무보다 굵은 허벅지와 팔을 가지고 있는 것이 엄청난 힘을 자랑할 것만 같았다.
그 생명체는 바로 세간에서는 오우거라고 불리는 몬스터였다.
"이길 수 있을까? 딱 봐도 강해 보이는데."
그녀는 본능적으로 오우거가 상당히 강한 생물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오우거는 그녀를 보자마자 괴성을 지르며 몽둥이를 들고 돌진해왔다. 그녀보다 2배 큰 신체임에도 불구하고 스피드가 장난이 아니여서 그녀는 깜짝 놀라워했다.
"뭐,뭐야?"
그녀는 본능적으로 팔을 올려서 상체를 보호했다.
퍼어억!!
"크어어억!!"
엄청난 충격과 함께 그녀의 몸이 방망이에 맞은 야구공처럼 뒤로 날아갔다. 어른 몸통만한 두께를 가진 나무들을 부수고 나서야 그녀의 몸은 멈출 수 있었다.
"크으으...장난 아니네."
그녀는 오우거라는 생물이 자신보다 훨씬 힘이 좋다는 것을 인정하고 자신의 몸 상태가 어떤지 바라보았다. 양팔은 이상한 각도로 휘어져 있었고 온몸에 수많은 작고 큰 상처들이 나 있었다.
자잘하고 큰 상처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아물었는데 문제는 휘어진 양팔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또다시 새로운 현상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휘어져 있던 양팔이 마치 시간을 되돌리듯이 원상태로 되돌아가고 있었고 몇 초가 지나지 않아서 완벽하게 돌아왔다.
"뭐,뭐지? 뼈까지 되돌아오다니?"
그녀는 트롤들이 뼈까지 되돌아갈 정도의 치유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오히려 뒤틀린 뼈는 그대로 움직이지 않아서 이상하게 달라붙었다. 그런데 그런 트롤들과 다르게 눈앞에서 자신의 팔이 으스러졌는데 회복되는 것을 보고 그녀는 생각했다.
'트롤들이 뼈가 되돌아가지 않았던 이유는 그 정도의 치유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건가? 그렇다면 지금 내 몸은 어느 정도까지 치유가 되는 거지?'
그녀는 자신의 머리가 잘릴 경우 어떻게 될지 호기심이 생겼지만 한번 피식 웃으며 호기심을 억눌렀다.
"아무리 그래도 머리를 자르고 실험할 수는 없지. 그렇다 해도 이 정도 치유력이라면 사리지 않고 싸울 수 있겠어."
그녀는 자신의 몸이 점점 괴물처럼 변해간다는 것을 느꼈지만 이왕 괴물로 된 거 한번 어느 정도까지 괴물이 될 수 있을지 시도해보기로 하였다. 그 결심과 엄청난 치유력은 오우거라는 생물을 사냥감으로 보게 해주었다.
"한번 무식하게 싸워보자! 그리고 내 몸의 밑거름이 되라고!"
그녀는 몸을 일으켜서 걸어오고 있는 오우거를 향해 돌진했다. 오우거는 돌진해 오는 그녀를 향해 다시 몽둥이를 휘둘렀고 몸둥이에 맞은 그녀는 돌진해 오던 속도 이상으로 뒤로 날아갔다. 좀 전과 같이 나무들을 부수면서 날아갔지만 몇 초 되지 않아서 그녀는 몸을 회복하고 다시 오우거에게 돌진했다.
퍼어억!! 콰콰쾅! 퍼어억!! 콰콰쾅! 퍼어억!! 콰콰쾅!
날아가고 돌진하고, 날아가고 돌진하고, 날아가고 돌진하고.
무식의 끝이라고 보이는 행동을 수없이 반복했다. 치유가 되는 것이 먼저 끝나느냐, 아니면 오우거의 체력이 먼저 떨어지느냐 싸움이었다. 그렇게 무식한 싸움은 결국 오우거의 체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흘러갔다.
그녀는 오우거의 몽둥이에서 느껴지는 힘과 스피드가 점점 떨어지는 것을 간과할 수 있었다. 그녀도 충분히 몽둥이를 피할 수 있었고 공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치유력이 어느 정도인지도 궁금했을뿐더러 오우거가 얼마만큼의 힘을 갖고 있는지도 알고 싶었다.
결국 오우거의 힘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좋았지만 자신의 몸이 그 이상으로 괴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그만하자."
그녀는 충분히 많은 실험을 통해서 알아볼 것은 다 알아봤다고 생각하며 오우거가 휘두르는 몽둥이를 피하고 손톱으로 어깨를 향해 찔러넣었다.
"우어어어!!"
오우거는 느껴지는 고통에 비명을 질렀지만 손톱이 예상외로 피부를 뚫고 깊숙하게 들어가지 못하는 것을 보며 그녀는 또 놀라움을 느꼈다.
"피부가 엄청 질기네?"
그녀는 피부가 매우 질기는 것을 보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오우거를 먹고 자신의 신체가 강화될 거라는 생각을 하며 기뻐하고 있었다.
퍼억!
"우어어?"
오우거는 몽둥이를 휘둘렀지만 그녀의 손에 잡히는 것을 보고 목소리를 내뱉었다.
"이제는 힘이 다 떨어졌지? 그리고 나도 힘이 약한 편이 아니라고."
그녀는 손톱을 세우고 온 힘을 다하여 오우거의 복부를 향해 찔렀다. 아무리 오우거의 피부가 두껍다고 하더라도 그녀의 날카로운 손톱과 힘을 버틸 수는 없었다.
푸화아악!
"크어어어!!"
오우거는 극심한 고통에 괴성을 지르며 두 손으로 그녀의 팔을 잡아서 비틀었다.
뿌드득. 우드득.
"크으으..."
오우거의 아귀힘에 팔이 쥐어짜이면서 엄청난 고통이 몰려왔지만 그녀는 남은 한쪽 팔까지 오우거의 복부를 찔러넣었다. 그리고 복부 안쪽에서 무리하게 힘을 가하였다.
"흐아아아합!!"
지지직...푸화아악!!
안쪽에서 가하는 힘을 버티지 못하고 오우거의 질긴 가죽이 찢어지기 시작하면서 피와 내장이 나왔다. 그리고 결국 그녀가 함성을 지르면서 힘을 주자 오우거의 복부가 버티지 못하고 활짝 열렸다.
동시에 피와 내장이 터져나오면서 주변을 빨갛게 물들였고 오우거는 몸 안에 있던 것들을 모두 쏟아내자 힘을 잃고 쓰러졌다. 그녀도 오우거가 쓰러진 것을 확인하자 땅에 풀썩 주저앉으면서 한숨을 쉬었다.
"휴~ 생각보다 힘들었어."
오우거에 잡혔던 팔이 마치 걸레를 쥐어짜는 것처럼 변해있었지만 몇 초안에 원상태로 돌아오는 것을 보고 그녀는 자신의 몸이 진짜로 괴물이 되어가고 있는 것을 실감했다.
"자, 그럼 이제 식사의 시간이다."
우드득. 우걱우걱
가죽도 질기고 워낙 양이 많아서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오우거의 시체를 완식할 수 있었다. 그녀는 저번에 자신보다 조금 큰 트롤을 다 먹었을 때도 자신의 식사량에 놀랐었는데 자신보다 2배 큰 오우거를 먹자 새로운 생각이 들었다.
'분명히 내 배에는 블랙홀이 있을 거야. 끝없이 들어가는 것을 보면.'
그녀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자신에게 농담하고 있을 때 그녀의 신체에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흰색에 가까웠던 피부 색깔이 오우거의 피부와 같은 회색 빛깔로 변해갔고 동시에 근육이 팽창되며 힘이 증가하는 것이 느껴졌다.
"우와~ 힘이 넘쳐흐르네. 피부 색깔도 변한 것이 가죽도 질기게 되었나?"
그녀는 자신의 손톱으로 피부를 긁었는데 반발감이 상당한 것을 보고 예상대로 피부도 질기게 변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좋아. 그러면 이 지역의 생물들을 모두 먹어볼까? 한번 시작하면 뽕을 뽑아야지!"
그녀는 배가 부르는 것을 느끼며 나무 위에 올라가서 잠을 청하기 시작했고 내일부터 또 사냥하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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