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장 격변하는 왕국(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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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격변하는 왕국(19)
"아야야..아직도 아파 죽겠네."
이츠는 며칠 전에 있었던 일 때문에 아직도 몸이 삐거덕거리는 것을 느꼈다. 소심한 복수를 하고 도망치던 이츠는 결국 2명의 동급 암살자에게 잡혀서 보자기에 둘러싸인 후에 수십 명의 암살자들에게 집단 구타를 당했다.
그 결과 온몸에 멍이 들고 며칠 동안 끙끙 앓은 후에야 활동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상태에서 집합이라니, 운도 지지리도 없다고 생각하는 이츠였다.
"거기다가 단장은 서로를 경쟁시키고 있고 후배들 앞에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줄 수도 없는 노릇이니...젠장."
이츠는 새로운 암살단의 후배들이 들어왔는데 S급에도 불구하고 상위권에 들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면 자신을 업신여길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몸이 삐거덕거리는데도 빠르게 움직이며 자신의 몸에 채찍질하였다.
솔직히 이츠는 왕국에 속하는 것에 불만이 없었다. 돈도 제대로 준다고 하고 숨기지 않으면서 다닐 수 있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단 하나, 한가지가 불만이었다. 바로 르라는 녀석은 기사단장을 하고 있는데 자신은 이렇게 뛰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도 사지가 찢어지는 고통은 잊혀지지가 않는단 말이야. 꿈에서도 계속 보았고."
고문을 당하는 것을 대비해서 고통을 견디는 훈련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르에게 사지가 찢어지는 고통은 잊을 수가 없었다. 강제적으로 살과 뼈가 뜯기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했고 그 덕분에 르에게 상당한 원한을 품고 있었다.
그래서 르는 저렇게 단장으로서 명령하는데 자신은 이렇게 뛰고 있다는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뭐가 그렇게 불만이야? 이츠?"
"그러게 말이야."
"너희들도 내 불만의 하나를 차지하고 있다! 새끼들아!"
이츠는 이를 갈며 소리를 질렀다. 이 두 남자의 이름은 브리츠와 마크로 S급 암살자이며 이츠의 동기였다. 보자기에 둘러싸여서 맞은 것도 이 두 녀석에게 잡혀서 끌려갔기 때문이기에 좋은 감정이 생길 수가 없었다.
"호호호호. 뭐가 그렇게 재밌다고 얘기하는 중이지? 남정네들이."
"미친년 왔구만."
그리고 마지막으로 S급 동기인 앨런까지 등장했다. 4명의 S급 암살자는 얘기하면서도 주위 암살자들을 모두 제치고 빠르게 건물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미친 년한테 한번 맞아볼래? 이츠?"
"네 년이 감히 나를? 재밌는 소리를 하네."
"내가 듣기로는 누구한테 사지가 찢겼다고 하던데? 참신한 경험이였겠어."
"너도 누구한테 번개로 지져졌다고 하던데? 살타는 냄새가 아직도 나는 것 같군."
채채채채챙!!
이야기가 끝나는 순간 S급 암살자들이 아닌 이상 보기 힘들 정도의 공방이 오갔고 순식간에 10여 합을 겨룬 후에 다시 이동하기 시작했다.
"재네들은 지금까지 그렇게 싸우고도 아직도 싸울게 남아있나 보네."
"동감이야."
"야, 이 게이 년들아! 너희들한테 그런 소리 듣고 싶지 않다!"
이츠가 말하는 대로 브리츠와 마크는 게이였다. 그들이 남자를 좋아하든 서로를 좋아하든 이츠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저 자신을 향해 귀찮게만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였다. 하지만 브리츠와 마크가 항상 자신을 노리고 있는 것이 느껴지고 있어서 편한 날이 없었다.
"어떻게 내 동기들에는 평범한 얘가 하나도 없냐? 미친년에 게이들까지."
"너도 정상은 아니잖아?"
"맞아. 너는 남의 고통을 즐기는 변태잖아?"
"닥쳐."
이츠는 부정의 말보다 닥치라는 말을 했다. 왜냐하면 자신이 다른 이의 고통을 즐기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다들 머리에서 나사 하나씩 빠졌으니까 암살자를 하겠지. 그보다 우리는 왜 이렇게 달려야 하냐?"
"몰라. 쉐이드님이 하라고 했으니까 해야지. 뭐 어쩔 수 있겠어?"
"그렇겠지? 어? 저기 나무판이 보인다."
이츠는 나무판을 통해서 자신의 방이 어디 있는지 보는데 5초도 걸리지 않았다. 이츠는 자신의 방이 어디인지 인식하고 최단코스로 달려가고 있었는데 동기인 3명이 자신을 따라오는 것을 보며 소리쳤다.
"너희들은 왜 따라오는 거야?!"
"왜긴? 우리도 같은 방향이니까 그렇지."
"몇 호인데?"
"458호. 마크 너는?"
"459호. 앨런?"
"461호야."
"...젠장. 난 460호다. 일부러 이렇게 해둔 건가? 기분 나쁘군."
"왜? 이제 방도 가까이 있으니까 진득하게 놀아보자고."
"맞아."
"닥쳐! 게이들아!"
이츠는 문을 통해서 올라가지 않고 벽을 박차서 4층의 높이를 한 번에 올라갔다. 그리고 창문을 통해서 안으로 들어와 짐을 던져버리고 밖으로 나오려는 찰나 이츠는 자신이 잘못 봤나 하고 착각이 들 정도로 원하는 물건이 자신의 침대 위에 있는 것을 보았다.
"....이제는 환각이 보이나?"
이츠는 손으로 두 눈을 비비고 다시 봐도 그대로 있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 침대 위에 있는 물건은 바로 엄청난 양의 보석이었다. 자신이 죽을 때까지 벌어도 만질 수 없을 거라고 예상될 정도의 양이었다.
꿀꺽.
이츠는 탐욕에 가득 찬 눈으로 보석을 바라본 후에 보석을 침대 밑으로 숨기고 밖으로 나왔다. 입에서 질질 흐르는 침을 닦으며.
"으아아악!!"
피터는 비명을 지르며 눈을 떴다. 그리고 자신의 몸이 제대로 붙어있는지 모두 확인한 후에야 한숨을 쉬고 주위를 살피었다.
"와아..."
피터는 감탄성을 내뱉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본 방중에서 제일 호화롭다고 생각될 정도로 귀족스러운 방이었기 때문이었다.
"이게 내 방이라고? 이렇게 좋은 방이?...심장에 좋지 않을 것 같은데."
피터는 자신이 한번 실수해서 깨트리는 순간 죽을 때까지 일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래서 피터는 방안에 우선 뭐가 있는지 조심스렇게 알아보자고 뒤져보기 시작했다.
"음...이건 물 마시는 컵인가? 이건 수건이고...이건..."
피터는 어차피 시간도 남으니 방안을 제대로 수색하자고 마음먹고 뒤지다가 이내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응? 이건 뭐지?"
지금까지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침대 위에는 떡하니 상자가 놓여있었다. 피터는 상자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궁금하여 열어보았다가 내용물을 보고 깜짝 놀라워했다.
"이,이건 책? 그것도 상당히 유명하고 귀한 것들만?!"
상자 안에는 여러 권의 책이 들어있었는데 다 구하기 힘들고 유명한 것들로 지식욕에 빠져 있는 피터로서는 이보다 더한 선물이 없었다. 피터는 집합하기로 한 6시까지 시간이 남아있다는 것을 보고 이것을 읽을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죄책감과 지식욕과의 싸움이 벌어졌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싸움이 끝나서 피터는 어느새 책을 펼쳐보고 있는 자신을 볼 수 있었다.
"아함~ 슬슬 시간이 다 됐나?"
듀로크는 계획했던 6시가 거의 다 되었다는 것을 알고 누워있던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잔치의 준비가 제대로 되어가고 있는지 매트 왕자를 찾아갔다. 잔치는 왕성의 내부광장에서 펼칠 예정이었는데 2000여 명이 넘는 이들이 먹고 즐기기 위해서인지 엄청난 인원이 급하게 움직이며 준비하고 있었다.
"이 음식은 어디에 둡니까?!"
"그거 380번 테이블에 놔둬!"
"술 100여 통 왔습니다!"
"안쪽 요리실로 갔다 놓아!"
"장난 아니네..."
듀로크는 환생하기 전에 대형 음식점이 바쁘게 돌아다닐 때의 모습을 보았었지만 2000여 명이 들어갈 정도로 커다란 음식점을 가본 적은 없었다. 스케일의 차이 때문인지 더욱 정신이 없어 보였고 듀로크는 이 인파 속에서 매트 왕자를 어떻게 찾을까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고민 따위 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한 인물이 얘기를 걸었다.
"어? 듀로크님 아닙니까?"
듀로크는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는 말이 딱 적합할 거라고 생각하며 매트 왕자를 향해 얘기했다.
"바빠 보이는데 준비는 잘 돼가?"
"예. 6시까지 어떻게든 준비될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소크라 백작이 선물을 보냈습니다."
"선물?"
"예. 제가 듣기로 인재들에게 베풀기 위해서 수확에 성공한 것들을 가져왔다고 합니다."
"오, 그래? 그 수확물들은 어디 있는데?"
"그게..."
"응?"
매트 왕자가 뭔가 말하기 꺼리는 분위기를 보여주자 듀로크는 의아해했다.
"왜 그래?"
"그게...소크라 백작이 직접 갖다 준다고 합니다."
"그래? 언제?"
"지금."
듀로크는 오랜만에 목소리를 듣는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돌렸고 그곳에는 소크라 백작과 그의 딸인 소피아가 있었다.
"오랜만이군. 소크라 백작. 그리고 소피아도."
"반갑네."
"보고 싶었어요. 듀로크 오빠."
소피아는 조그마한 몸으로 듀로크에게 달려와 안겼고 듀로크는 그런 소피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이제 일상생활에는 문제없는 거냐?"
"예. 덕분에 지금은 신나게 뛰어나니고 있어요. 다 듀로크 오빠 덕분이에요."
"다행이구나. 그러면 지금은 학교를 다니고 있니?"
"예. 학교생활이 즐겁기는 하지만 모두 귀족들의 자제여서 그런지 조금 불편한 것도 있어요."
"그건 걱정하지 마라. 이제 라이언 왕국에는 수많은 학교가 세워질 테니까."
"들었어요. 지금 왕국이 개혁하는 중이라는데 그게 듀로크 오빠가 하는 거 맞죠? 최근 소문을 들어서 알고 있어요."
"뭐..쑥쓰럽지만 내가 하는게 맞기는 하지. 소피아, 오빠는 지금 바빠서 나중에 다시 얘기할 수 있을까?"
"예. 바쁜 사람을 붙잡고 있는 것은 실례된 행동이죠. 그럼 나중에 봐요. 오빠."
소피아는 그 말을 하고 소크라 백작이 데리고 온 기사들과 함께 사라졌다.
"저번에도 느낀 거지만 나이에 비해서 많이 어른스러운 것 같군."
"후후. 자네가 소피아를 몰라서 그러는 걸세. 자네를 보고 싶다고 나한테 얼마나 떼를 쓰는지 아는가? 그때만큼은 나이에 맞게 행동해서 좋았지만 어느 정도 끈질겨야지."
"그 정도였나?"
"그 정도였지."
듀로크는 소크라 백작에게 미소를 짓고 얘기했다.
"내가 봤을 때 소피아는 크게 될 인물이야. 그러니 바른길을 가도록 안내만 해준다면 알아서 잘 할 거라고 생각한다."
"나도 동감일세. 그보다 매트 왕자가 새로운 땅을 준다고 하는데 그게 다 자네가 한 말인가?"
"어. 그 땅에서도 수확을 해서 다른 왕국에 수출하려고. 이 수확품이 라이언 왕국의 주된 돈줄이 될 예정이거든. 그러니 자네에게 막중한 임무를 주는 것이 되는 거지."
"그 막중한 임무를 제대로 할지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하겠네. 그리고 날 믿고 그런 임무를 주는 것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군."
"뭘, 우리 사이에. 그리고 오늘은 잔치를 즐기고 가."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네."
듀로크는 소크라 백작과 잡담을 하며 6시까지 시간을 보내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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