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장 격변하는 왕국(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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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격변하는 왕국(18)
웅성웅성.
"음? 무슨 일이지?"
농사를 하며 먹고 사는 한 명의 농부는 오늘도 농사를 하기 위해서 일터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마을의 입구에서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웅성거림이 들려오자 농부는 무슨 일인지 궁금해하며 가던 발길을 돌렸다.
"무슨 일인데 이렇게 시끄럽나?"
"아. 왕국에서 새로운 통보가 내려왔는데 그것 때문에 그러네."
"뭐라고 쓰여 있어서 그러나?"
대부분의 농부들은 글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보통은 마을에서 글을 아는 소수의 인원이 모르는 이들에게 알려주는게 일반적인 일이었다.
"여기에 써있는 것은 크게 3가지이네. 첫 번째는 세금을 40%로 내던 것을 30%로 줄인다는 거지."
"정말인가?"
"그럼, 사실이네."
농부는 40%에서 30%로 줄인다는 말에 크게 기뻐했다. 왜냐하면 농사로 먹고 사는 그에게 있어서 10%의 양은 엄청난 차이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병역의무를 적용한다는 거네. 18세부터 50세 사이에 있는 이들이 병역을 겪어야 한다더군."
"병역? 경비병을 얘기하는 건가?"
"맞네. 남자는 3년, 여자는 2년의 기간을 거쳐야 한다고 적혀있네."
"그렇다면 그동안 농사를 하지 못하지 않는가? 그러면 그동안 가족은 누가 먹여 살리라는 건가?"
"그 기간에는 왕국에서 그만한 돈을 준다고 하네. 가족수당을 자네가 3년의 병역을 치르는 동안."
"허어. 그렇군. 하지만 18세부터 50세 사이의 인원이 모두 빠지면 마을의 유지가 안 되지 않는가?"
"그렇기에 여기에 쓰여 있는 것이 처음에는 마을에 해당하는 인원의 절반만 먼저 병역의무를 거치게 한다고 적혀있네."
"다른 것은 적혀있지 않은 건가?"
"병역의무를 끝내고 남아있고 싶은 사람은 시험을 거쳐서 남게 되는데 그러면 급여도 높아지고 혜택도 많아진다고 하는군."
"귀가 솔깃해지는 얘기구만. 이번에 가서 괜찮으면 계속 있는 것도 고려해보는 것이 좋겠어."
"나도 같은 생각이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교육의무를 가져야 한다고 하네."
"교육의무? 귀족들이 다니는 학교를 얘기하는 건가?"
"그렇네. 자네도 그렇듯이 글을 모르는 이들이 많지 않은가? 글을 알고 있는 나의 입장에서 보자면 교육의무를 가지게 한다는 것은 손을 들고 환영할 일이네."
"그런가?"
"글을 알고 있으면 모르고 있는 것보다 훨씬 삶이 편해지지. 자네도 글을 모르고 있어서 불편한 일들이 많지 않았나?"
"하긴 그랬지. 그런데 하나 물어봐도 되겠나?"
"물어보게나."
"이 마을에서 제일 유식한 자네는 이번에 왕국에서 내려온 통보를 어떻게 생각하나?"
"나의 의견이 들을만한 가치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지금 이 세 가지의 통보를 내린 인물이 누군지 궁금하네."
"왜 그런가?"
"이 세 가지 통보는 지금 왕국의 문제점을 확실히 인지하고 적절한 방안을 세워서 통보한 거지. 그렇다는 것은 지금 이 통보를 내린 인물은 라이언 왕국을 바로 잡으려고 한다는 것이네."
"그런 것이었군. 혹시 요새 유명한 그 듀로크님이 하시는 거 아닌가?"
"자네도 들었구만. 나도 그 생각을 했고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본다."
"병역의무를 가지게 된다면 자네는 곧바로 갈 텐가?"
"통보에 적혀져 있는 날짜로는 약 20여 일이 남아있으니 그동안 고민해보고 결정하려고 하네."
"그렇군. 그러면 결정하고 한번 얘기해주게나."
"알겠네."
라이언 왕국에서 날린 통보는 왕국에 있는 모든 마을과 도시들을 향해 날아갔고 이런 광경은 다른 곳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젠장!"
그레이는 낮고 짧은 욕설을 내뱉으면서 마나까지 응용하며 건물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런데 역시 실력들이 그렇게 차이가 나지 않아서 그런지 뒤를 돌아보니 충분히 따라올 수 있는 거리만 벌어져 있을 뿐이었다.
그래도 그레이는 기사단의 인원 중에서 제일 앞에 달리고 있었고 건물에 점점 접근하였다. 건물에 접근하면서 그레이는 자신의 방이 어딘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하고 고민했지만 그것을 미리 고려해두었는지 건물 앞에 커다란 나무판에 수많은 이름과 방 번호가 적혀져 있었다.
그리고 어떤 방이 건물에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건물 내부도 또한 그려져 있어서 자신의 방을 찾는데 아무런 어려움도 느끼지 않게 해주었다.
"내 방은...저깄군."
그레이는 자신의 방 번호와 내부도를 보고 어디에 있는지 알아낸 후에 곧바로 건물의 입구를 호쾌하게 열었다. 그레이는 입구를 열고 한순간 멈칫했지만 다시 방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화려하군. 많은 귀족들의 집을 봤지만 이보다 화려한 곳은 보지 못했다.'
그레이는 국왕이 살고 있는 왕성의 내부를 보지 못했지만 외관에서부터 이 건물이 왕성보다 훨씬 화려해 보인 것을 보고 얼마나 귀족들이 썩어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더구나 용병에서 유명했던 그레이가 많은 귀족들의 집을 가봤음에도 불구하고 한순간 멈칫할 정도로 건물의 내부는 화려함의 극치였다.
'이렇게 좋은 건물에서 우리가 거주하라는 건가? 웬만한 크기의 간을 갖고서는 살기 힘들겠어.'
그레이가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손 한번 잘못 움직여서 부서진다면 평민이 몇 년 일해도 메꿀 수 없는 물건들이 수두룩했다. 그레이는 자신이 화려한 외견에 속을 일은 없을 거라고 비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방을 향해 달려갔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한지 1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그레이의 발목을 잡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떡하니 장식되어 있는 검이었다.
화려한 건물과 다르게 외견이 평범한 검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레이한테는 평범한 외견이 눈을 끌었고 검에 장인의 숨결이 들어가 있는 흔적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의 눈길을 끄는 것은 검에서 나오는 기운이었다.
검사들은 살면서 검이 자신을 부르고 있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마치 반려자를 운명적으로 만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왜냐하면 검사들에게 검은 반려자와 마찬가지였기 때문이었다.
'왜 하필이면 지금...'
그레이는 하필이면 바쁜 지금 검이 자신을 부르는지 원망이 들었지만 그래도 평생 오지 않을지도 모를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그레이는 장식되어 있는 검을 건드리는 것에 죄책감을 느꼈지만 나중에 얘기하면 된다며 자신을 정당화시키면서 검을 검집에서 뽑아내었다.
스르릉.
"흐음..."
화려하진 않지만 날이 잘 서 있고 무엇보다 검의 색깔이 순수한 남색을 띠고 있는 것이 청아하다는 느낌을 주고 있었다. 그레이는 검의 아름다움에 빠져들고 있었는데 그런 즐거움을 깨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서 뭐하냐?"
"헉!"
그레이는 깜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는데 그곳에는 스티아가 어느새 접근해 있었다.
"스,스티아. 언,언제 온 거냐?"
"지금 왔는데? 그보다 뭘 하고 있었길래 그렇게 놀라는 거야?"
"아,아무것도 아니야."
그레이는 검을 검집에 슬그머니 넣어서 자신의 품 안에 두었다. 이런 행동은 훔치는 것 같았지만 모처럼 찾은 인생의 검을 놓고 갈 수는 없었기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였다.
"네가 나를 따라왔다는 것은 다들 근처까지 왔다는 건가?"
"그런 거지. 다들 실력이 비슷해서 그런지 차이가 없더라고."
그들의 추측대로 벌써 밑에서 올라오는 소리가 들려왔고 그레이와 스티아는 자신의 방을 향해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너는 방이 몇 호지?"
"나? 326호인데?"
"....."
"왜 말이 없어? 너는?"
"....호."
"뭐?"
"327호라고."
"그래? 옆방이라고 짐승처럼 밤에 들어와서 덮치면 안 된다?"
"덮치라고 해도 안 할 거다."
"뭐?!"
스티아는 그레이를 때리려고 했지만 그레이는 스티아를 피하려고 스피드를 더욱 올렸다. 그러면서 그레이는 자신의 방앞에 도착할 수 있었고 호쾌하게 문을 열었다. 방도 여관보다 훨씬 좋아 보였지만 그레이는 그런 것 따위 신경 쓰지 않고 짐을 방안에 던져두며 곧바로 방 밖으로 나왔다.
나오는 도중에 스티아를 다시 만났지만 그레이는 무시하고 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스티아가 검집으로 그레이의 머리를 향해 휘둘렀고 그레이는 본능적으로 검집을 들어서 막았다.
챙!!
"뭐하는 거냐?"
"이런 생각이 들지 않던? 빨리 가는 것보다 옆에 있는 이를 기절시키면 그만한 여유가 생긴다는 것을."
"그런 방법이 있었군. 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생각을 하는 녀석들이 얼마나 있을까?"
"아직도 넌 멀었구나? 지금 이 소리 안 들려?"
그레이는 스티아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그레이는 주변의 많은 곳에서 싸움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소리로 통해 알 수 있었다.
"인간이란 급박한 상황에 처하면 머리가 잘 돌아가지. 그것도 이기적인 쪽으로."
"새로운 충고 고맙군. 하지만 하나 궁금한게 있는데?"
"뭔데?"
"네가 나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냐?"
"흐음...힘들지 않을까? 하지만 너도 나랑 싸운다면 제시간에 갈 수 없을걸?"
"...같이 죽자는 거냐?"
"네가 하기에 따라서 다르겠지. 나는 하나 제안을 하고 싶은데?"
그레이는 멀쩡한 외견을 가지고 있음에도 속에는 요녀가 사는 스티아를 보고 머리가 아파지는 것을 느꼈다.
"뭔데?"
"우리가 싸우는 것보다는 손을 잡고 다른 이들을 쓰러트리는 것은 어때? 그러면 여유인원도 모으고 위험도 줄어들고."
"...나쁘지 않은데?"
그레이는 알고서도 당할 수밖에 없이 만드는 것을 보고 확실히 요녀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을 입 밖으로 내보내지는 않았다. 스티아와 그레이는 서로 악수를 하고 미소를 지으며 사냥감을 찾으려고 이동했다.
"헤이스트."
뤼나티크는 속도를 증가시켜주는 헤이스트 마법을 사용해서 빠르게 건물을 향해 이동했다. 하지만 헤이스트 마법은 낮은 서클마법으로 모든 이들이 사용하고 있기에 변별력이 없었다.
'그렇다면...'
뤼나티크는 결국 고민 끝에 장기간으로 응용할 수 없지만 확실한 승리를 할 수 있는 마법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타임 컨트롤."
타임 컨트롤은 자기 육체의 시간을 조절하는 마법으로 육체의 시간을 높임으로써 상대적으로 주변이 느리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되는 마법이다. 단 이 마법은 6서클이고 소모성 마법으로 마나의 소모가 심각하여 장기적으로 사용할 수 없었다.
'지금 나의 능력으로는 약 1분 정도. 그 사이에 승부를 본다.'
뤼나티크는 이 나이에 빠르게 뛰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자신보다 높은 서클의 마법사가 시키는 것이여서 그런지 그런 감정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오히려 나르샤라는 엘프가 어떤 인물인지 궁금해서 미칠 것 같은 뤼나티크였다.
'도대체 마검사로도 놀라운데 어떻게 상급 정령사까지 할 수 있는 거지? 신이 모든 능력을 줬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런 천재를 밑에 두고 있는 듀로크님은 과연 어떤 인물이란 말인가? 궁금한게 너무나 많군.'
뤼나티크가 뒤를 돌아보니 마법을 난사하던 나르샤가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결국 뤼나티크는 먼저 빠르게 돌아가서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자고 결심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타임 컨트롤 덕분에 주변의 인물들이 휙휙 지나갔고 어느새 건물의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건물의 앞에 있는 나무판을 통해서 뤼나티크는 자신의 방이 어딘지 알 수 있었다. 건물은 크게 5개의 구간으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왼쪽부터 기사단, 마법병단, 암살단, 두뇌파, 서폿팀으로 되어있었고 그 안에서도 방의 번호와 내부도가 그려져 있었다.
"플라이."
뤼나티크는 자신의 방까지 최단거리로 가기 위해서 플라이 마법으로 날아가 창문을 통해서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짐을 두고 나오려는 찰나 그의 눈에 하나의 물건이 들어왔는데 마법사라면 결코 눈을 돌릴 수 없는 물건이었다.
"이,이건 7서클 마법서!"
마법서는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서 사야 할뿐더러 7서클로 올라가기 위해서 수많은 피와 땀을 흘린 그에게 있어 7서클 마법서보다 원하는 물건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떡하니 배정받은 자신의 방에 마법서가 눈앞에 있으니 탐욕의 마음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크윽..."
뤼나티크는 고뇌에 잠겼다. 마법서를 펼쳐서 볼 것인가 아니면 무시하고 나르샤에게 돌아갈 것인가. 지금은 가만히 두고 듀로크에게 물어볼 것인가 아니면 마법서를 숨기고 나중에 볼 것인가 등등 수많은 생각들이 교차했다.
"으...으..."
뤼나티크는 고민하는 사이에 타임 컨트롤의 지속시간인 1분이 지난 것을 알아차렸고 동시에 다른 마법사들도 건물에 도착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으...젠장! 이대로 있어야 한다! 어디 도망가지 마라!"
뤼나티크는 마법서에 애원의 목소리로 얘기하고 창문을 열며 플라이 마법으로 날아갔다. 부족한 마나로 인해서 비틀거리고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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