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장 격변하는 왕국(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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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격변하는 왕국(16)
"그럼 갈게."
"잘하라고. 넌 이제부터 출세의 길이 열린 거니까."
"알아. 나도 이 기회를 놓칠 생각 없어."
"그럼 잘 갔다 와."
"그래, 갔다올게."
짝.
피터는 지미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짐을 등에 메고 상전 밖으로 나왔다. 피터는 지금까지 일했었던 상전을 떠나고 이제 왕성으로 가서 일한다는 것에 기분이 이상해졌다. 실제로 어제는 지금까지 신세를 진 주인장과 지미를 비롯해서 친하게 지냈던 이들과 술을 질척하게 먹어서 하루가 지난 지금도 두통이 심했다.
두통 때문인지 아니면 지금까지 쌓인 정 때문인지 몰라도 기분이 이상해진 피터는 빠르게 분수대를 향해 걸어갔다. 분수대로 가는 이유는 왕성에서 텔레포트진을 설치하여 직접 가지 않고 편하게 텔레포트를 해서 올 수 있도록 편의를 봐주겠다는 통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인재들을 위해서 텔레포트진을 설치해주는 경우는 타왕국까지 고려해도 전례가 없다고 할 정도로 엄청난 특혜였다. 피터는 라이언 왕국이 이렇게까지 해주는 것이 인재를 존중한다는 뜻인지 아니면 그만한 물자와 자원이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긍정적인 일이라고 생각했다.
분수대까지 가는데 별로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여관에서 만나고 봤었던 인물들이 하나둘씩 모이고 있었고 피터는 그중에서도 술을 같이 마시면서 친해진 이들이 벌써 도착해 있는 것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안녕하십니까? 다들 그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피터군 아닌가? 어서 오게나."
"젊은 학사 양반 아냐?"
"그레이. 난 학사가 아니라고 했잖아."
"크큭. 나한테는 머리 좋은 사람들은 다 학사야. 안 그래? 스티아?"
"친한 척하지 말래? 그리고 대답하는 거라면 나도 비슷하다고 생각해."
피터, 그레이, 스티아는 다들 비슷한 나이를 가지고 있고 술을 마시고 난 뒤에 급격하게 친해져서 서로 편하게 얘기하기로 했다. 피터는 자신의 친구 중에 이렇게 듬직한 이들이 생겼다는 것에 한없이 만족스러웠다.
"크흠. 젊은이들끼리 놀지 말고 늙은이도 끼워주지 않겠나? 이 나이가 되면 외로움을 잘 타게 되네."
"죄송합니다. 너무 저희끼리만 생각했군요."
"역시 늙으면 안되나 봐."
"이 녀석이!"
뤼나티크는 지팡이로 그레이의 얼굴을 향해 휘둘렀지만 그레이는 얼굴을 슬쩍 이동해서 피했다. 하지만 그 옆에 있는 스티아가 동시에 주먹으로 그레이의 얼굴을 향해 휘둘렀고 그레이는 주먹에 얼굴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퍼억!
"컥! 무슨 짓이야?!"
"늙은 사람에 대한 곤경도 모르냐? 너도 늙어서 그렇게 대접받고 싶어? 빨리 뤼나티크님에게 사과해."
"네,네가 뭔 상관인데?"
"뭐? 좋은 말 할 때 사과해라?"
"알,알았다고. 미안하게 됐수다. 영감."
"자네의 사과를 받아주겠네."
그레이는 생긴 거에 비해서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 스티아에게 쩔쩔매는 행동을 보여주었다. 스티아는 오히려 첫인상과 외모와 다르게 과격하고 남성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피터는 그레이와 스티아가 어울리는 한 쌍이라고 생각하고 그들이 서로 마음이 있다면 등을 밀어줄 생각이었다.
그렇게 서로 웃고 대화를 하고 있을 때 카미드 백작이 나타나서 큰 목소리로 얘기했다.
"모두 모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부터 텔레포트를 이용하여 이동할 예정이니 모두 준비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가서 만나게나."
"저도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가서도 술 한잔 하자고!"
"나중에 보겠습니다."
텔레포트는 팀별로 가기로 해서 피터는 두뇌 팀으로 뤼나티크는 마법사 팀으로, 그레이와 스티아는 검사 팀으로 이동했다. 모두 합쳐서 약 50여 명에 육박하는 인원은 모두 자기가 해당하는 팀을 향해 이동했고 카미드 백작은 모두 제대로 모인 것을 확인한 후에 품속에서 하나의 수정 구슬을 꺼내었다.
"아아. 들립니까?"
[잘 들립니다.]
피터는 수정 구슬 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보고 저것이 말로만 들은 통신 마법이 걸려있는 구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모두 텔레포트진에 올라갔습니다. 발동해주십쇼."
[알겠습니다. 이제 발동시킬 테니 모두 움직이지 말아주십쇼.]
"지금부터 이동하겠습니다. 움직이면 다칠 위험이 있으니 되도록 주의해주시기 바랍니다."
백작의 이야기가 끝나는 순간 발밑에 있는 마법진이 빛나면서 몸이 이동되는 것이 느껴졌다. 한순간 눈앞이 어두컴컴해졌다가 다시 번쩍이면서 피터는 눈을 떴다. 어느새 자신과 50여 명의 인원은 텔레포트에 성공하여 어딘가로 이동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피터는 생애 처음으로 텔레포트를 해서 이동한 것에 신기해하면서 여기가 어딘지 궁금하여 주위를 둘러보았다. 눈앞에는 시야에 다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커다란 왕성이 있었고 등 뒤에는 왕성을 둘러싸고 있는 높은 성벽이 멀리 보이고 있었다.
바닥은 매끈하고 하얀 돌로 되어있었고 만여 명이 와도 괜찮을 정도로 넓게 만들어져 있었다. 주위에는 텔레포트 진을 발동시킨 것으로 보이는 마법사들이 있었고 그중에서 한 명은 자신이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바로 듀로크였다.
"어서 와라. 라이언 왕국의 인재들이여. 내가 누군지 알고 있겠지?"
"듀로크님!"
"안녕하셨습니까? 듀로크님!"
피터는 자신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인원이 듀로크를 존경하거나 경의를 느끼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듀로크가 얘기하자 그에 맞혀서 많은 인물들이 인사를 하는 것을 보고 알 수 있었다.
"개인적인 인사는 나중에 하도록 하지. 저기 깃발이 보이나?"
듀로크의 손이 가리키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5개의 깃발이 있었다. 첫 번째 깃발은 방패와 검이 서로 교차하고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고 두 번째 깃발에는 물과 불, 번개가 새겨진 구슬 삼중구가 그려져 있었다. 세 번째 깃발에는 독이 발라져 있는 단검이, 네 번째 깃발에는 책이, 마지막 깃발에는 사람의 형태가 그려져 있었다.
"저것은...뭡니까?"
"첫번째 깃발은 기사단을 대표하는 깃발이다. 두 번째 깃발은 마법병단. 세 번째 깃발은 암살단. 네 번째 깃발은 두뇌파를, 그리고 마지막은 나머지 서폿팀을 대표하는 깃발이다. 자신들에 맞는 깃발 앞에 가서 줄을 서도록."
피터를 비롯해서 텔레포트해서 도착한 인물들은 자신에 맞는 깃발을 향해 이동했다. 피터는 이동하면서 궁금한 점이 있었는데 바로 세 번째 깃발인 암살단에는 벌써 100여 명이 넘어 보이는 인물들이 줄을 서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때 줄을 이탈하고 암살단을 향해 가는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피터가 왜소하다고 생각했던 남자였다. 왜소한 남자가 깃발을 향해 다가오자 미리 줄을 서고 있던 이들이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으윽..."
"뭐,뭐야?"
무력에 무자도 모르는 피터도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암살단에 있는 이들에게서 소름 끼치고 기분이 나쁜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뭐지? 이 소름 끼치는 것은?"
"이건 살기야."
어느새 옆으로 온 그레이가 얘기해주었다.
"살기?"
"그래. 어떤 사람이든 죽이려고 하는 마음이 있으면 살기를 띠게 돼있어. 하지만 이 살기는 정제되면 될수록 무기로 사용할 수 있지. 짐승의 낮은 울음소리는 사람을 움직이게 못 한다는 이야기 알고 있어?"
"알고 있지. 그런데?"
"살기도 그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돼. 이런 살기는 대체로 많은 이들을 죽이거나 죽이는데 익숙해진 이들일수록 더욱 강하게 띄지."
"그렇구나."
"그런데 저들은 대체 누구길래 이런 강한 살기를 뿜는 거지?"
"강해?"
"그래. 지금 보면 어느 정도 무력에 일가견이 있는 이들이 모두 당황해하지? 그 이유가 저들의 살기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야. 저들 중 절반 이상이 나보다 강하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
"그 정도야?"
피터는 그레이가 페티스에서 뽑힌 검사들 중에서 1등을 할 정도로 강한 남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저들 중 절반 이상이 그레이보다 세다고 들으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왜소한 남자는 수많은 살기를 집중적으로 받아서 안색이 시퍼렇게 변하고 몸이 와들와들 떨고 있었지만 이를 악물며 앞으로 한 발짝씩 걸어갔다.
"이 자식 제법인데?"
"쓸만한 녀석이야. 이 녀석 저희 팀에 넣는게 어떻겠습니까? 길드장님?"
"이제 길드장이 아니다. 단장이라고 얘기해라."
"알겠습니다. 단장님."
암살단의 단장으로 불리는 남자는 왜소한 사내에게 다가와 얘기했다.
"흐음...B급 정도의 실력 같군. 우리 암살단에 들어올 생각이 있는 건가?"
"들,들어가겠습니다."
"알겠다. 네 이름은 뭐지?"
"제 이름은 파톤입니다."
"파톤, 너는 오늘부터 암살단의 B급 암살자다. 명심하도록."
"알겠습니다."
피터는 그레이가 암살단의 무력에 관해서 얘기했던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과연 저들의 정체는 무엇인가? 그레이가 말한 정도의 무력을 어떻게 가지고 있는 것인가? 그런 생각이 무럭무럭 솟아오르고 있을 떄 듀로크가 앞으로 걸어와서 얘기했다.
"모두 지금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마라. 다치고 싶지 않으면."
듀로크는 얘기한 후에 한 손으로 지팡이를 잡고 있는 상태에서 다른 한 손을 바닥에 대었다. 그리고 처음에는 듀로크의 근처에 있는 대기가 일렁이는 것처럼 보였는데 시간이 지나자 주변의 땅들이 모두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뭐,뭐야?"
"땅,땅이 흔들리고 있어?!"
무력에 일가견이 없는 이들은 모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는 채 두려워했다. 하지만 그들을 제외하고 마나를 느낄 줄 아는 이들은 모두 경악해서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이,이,이 마나량은...대체?!"
"말,말도 안 돼.."
"이,이것이 9서클?"
듀로크는 다른 이들이 경악하든 뭐라고 하든 상관없이 계속해서 마나를 불어넣었다. 그러자 바닥에 있던 하얀 돌에서 마법진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한 마법진은 어느새 열 개, 수십 개로 늘어나서 주변의 공간을 가득 채웠다.
"지,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뭐하긴? 텔레포트진을 발동시키는 거잖아? 도시 하나씩 하면 어느 세월에 해? 한꺼번에 하면 되지."
"예?!"
"설,설마?"
피터는 텔레포트진을 발동시켰던 마법사와 뤼나티크가 왜 그렇게 놀라워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뤼나티크는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고 있는 모양인지 친절하면서도 흥분한 목소리로 얘기해주었다.
"기본적으로 6서클 마법사는 3명까지 텔레포트를 시킬 수 있다네. 그리고 1서클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몇 배의 인원을 이동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되네. 그런데 지금 듀로크님은 43개의 도시에서 뽑은 인재들. 즉, 2000여 명에 육박하는 인원들을 모두 텔레포트 시키려고 한다는 거네. 무슨 말인지 알겠나?!"
뤼나티크는 매우 흥분한 기색이었다. 피터는 친절한 뤼나티크의 설명을 듣고 듀로크가 얼마나 대단하고 경이적인 일을 벌이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텔레포트진 발동!"
드드드드드....
듀로크의 힘찬 목소리와 함께 수십 개의 마법진이 발동되어 주위를 빛으로 물들였다. 수십 개의 마법진이 동시에 발동되어서 그런지 대기와 땅이 미칠 듯이 요동치기 시작하여 피터는 자신의 몸을 주체하지 못했다. 피터는 정신이 없는 와중에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검사들도 검을 땅에 박으면서 버티려고 했지만 그러지 못하는 이들도 많았고 마법사들도 마법을 사용해서 자신의 몸을 주체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실제로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났는지 모를 때 시야를 모두 가릴 정도로 강한 빛이 눈을 덮쳤다. 감았던 눈을 떠보니 어느새 2000여 명의 인원이 텔레포트에 성공하여 주위를 가득 채우고 있었고 텔레포트 해온 인물들도 옆에 수많은 이들이 있어서 그런지 놀라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모두들 라이언 왕국에 잘 왔다. 지금부터 자신에 맞는 깃발 앞에 모이기 바란다. 첫번째 깃발은...."
듀로크는 조금 전에 했었던 설명을 똑같이 얘기헸다. 듀로크의 설명을 들은 2000여 명의 인원은 텔레포트를 해온 놀라움이 어느새 사라져버려서 자신에 맞는 깃발을 향해 이동했다. 2000여 명이 동시에 움직여서 많은 혼란이 일어났지만 5분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자신에 맞는 깃발을 향해 모두 이동할 수 있었다.
단, 암살단의 깃발을 향해 이동하려는 인물들은 똑같이 암살자들의 살기를 받아내며 일종의 검사를 받고 들어갔다. 듀로크는 2000여 명의 인원이 얼추 정리되자 목소리에 마나를 불어넣어 얘기하였다.
"먼저 자네들에게 이후의 일에 대해서 얘기하기 전에 소개시켜줄 인물이 있다. 바로 벨치스 국왕이지."
듀로크의 말에 인재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우물쭈물하기 시작했고 듀로크는 그런 광경을 보며 소리쳤다.
"모두 예를 갖추어라!"
탁!
"컥!"
"뭐,뭐야?!"
"몸,몸이 멋대로.."
듀로크가 지팡이로 바닥을 치자 2000여 명의 인원이 모두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수그렸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이 하고 싶어서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었다. 위에서 누가 누르는 것과 같은 압박감으로 인해서 자동으로 자세를 취하게 되었다.
"듀로크. 이만 됐다."
탁!
"헉!"
"우아악!"
"아이고, 내 몸이야."
벨치스 국왕의 말에 듀로크는 2000여 명을 향해 누르고 있던 압박감을 없애버렸고 그로 인해서 엉덩방아를 찧는 이들도 있고 자신의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쓰러지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이들에게도 공통점이 있었으니 바로 듀로크가 했다는 것을 알고 경외감 혹은 존경심, 공포감을 느끼는 것이었다.
"모두 자세를 갖추어라!"
듀로크의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그들은 빠르게 자세를 잡았고 그제야 듀로크는 만족을 하며 국왕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크흠. 모두 라이언 왕국에 잘 왔다. 나는 라이언 왕국의 국왕인 벨치스 국왕이라고 한다."
벨치스 국왕은 이렇게 많은 인원에게 얘기하는 것이 얼마 만인지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오랜만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긴장도 느끼지 않았다. 듀로크가 옆에 있어서인지 아니면 오늘의 변덕인지 몰라도 국왕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하기로 하였다.
"다들 마음속으로 생각해본 적이 있었을 것이다. 왜 라이언 왕국은 다른 왕국에 비해서 떨어지는 것인가? 항상 비교당하며 살아와야 하는가?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을 것이다."
국왕의 말에 많은 이들이 당황하거나 부끄러운 표정을 짓거나 고개를 수그렸다. 하지만 국왕은 그들을 이해한다는 듯이 얘기하였다.
"그런 생각을 한 것에 이해한다. 국왕인 나도 그런 생각을 해봤고 나의 마음에 화살로 박혀 있어서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나의 국민들인 자네들에게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든 나의 무력함이 부끄러울 뿐이다."
"아,아닙니다. 어찌 그런 말씀을.."
"저희가 부족해서 그런 겁니다! 그런 얘기를 하지 마십쇼!"
국왕의 진실된 얘기는 청중들에게 제대로 전해지고 있었다. 그 예로 눈물을 글썽이는 이들도 있고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래. 나의 잘못일 수도 아니면 조상님들의 잘못일 수도, 자네들의 잘못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하지만! 이제부터는 다르다. 지금 옆에 있는 이들을 보아라. 이렇게 많은 인재들이 우리 왕국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약소국이라고? 다른 왕국에 떨어진다고? 엿이나 먹으라고 해라!"
국왕의 직설적인 욕에 모두가 굳어버렸다. 아니, 한 명을 제외하고.
"푸하하하하! 키키키킥. 좋은데? 아주 좋아."
듀로크만이 국왕의 말에 배를 부여잡으며 웃고 있었고 국왕은 그런 듀로크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굳어있는 청중들을 향해 얘기했다.
"우리들은 오늘부터 약소국이 아니다. 다른 왕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다! 아니, 타왕국보다 강력한 왕국으로 변하리라는 것을 나는 자신 있게 얘기하겠다!"
청중들은 이미 국왕의 말을 멍하니 듣고 있었다.
"우리는 썩은 귀족들을 없애버렸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나온 재산과 물자, 병력으로 왕국을 강대하게 만들 수 있으며 듀로크 같은 인재가 우리의 곁에 있다. 정신 차려라, 그리고 깨달아라! 우리는 오늘부터 약소국이! 아니다!"
"....."
"이제부터 우리는 고개를 수그리고 살아가지 않아도 된다. 더 이상 부끄러워하고 수치스러워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 라이언 왕국은 누구보다 강력한 왕국이 될 것이고 역사의 기록 속에 새겨질 것이다! 위대한 라이언 왕국이라고!"
"와아아아아!!"
"벨치스 전하 만세!"
"만세!!"
벨치스 국왕의 열변이 끝나고 청중들은 모두 소리를 질렀다. 많은 이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회한인지 기쁨인지 아니면 환희인지 모를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열변을 토하고 헉헉거리는 국왕은 듀로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듀로크는 그런 국왕을 향해 엄지를 올렸고 국왕은 다시 미소를 지었다.
"오늘 일은 잊지 못할 것이다. 듀로크."
"그래?"
"그렇다. 그리고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군. 지금까지 마음에 응어리져 있던 것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지금 기분이...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말이 맞겠군."
"그럼 안 되지. 라이언 왕국은 이제 시작인 것을. 지금보다 더한 것을 보게 될 거다."
"듀로크, 자네는 나의 영웅이다. 그것만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영웅? 아직 영웅이란 말을 하기에는 일러. 그럼, 나는 영웅이 되려고 노력해볼까나?"
듀로크는 청중들을 향해 걸어갔고 국왕은 그런 듀로크의 등을 보며 얘기했다.
"지금 말은 빈말이 아니네. 듀로크, 자네는 나의 영웅이네."
듀로크는 등을 돌리지 않고 국왕을 향해 손을 흔들었고 국왕은 미소를 지으며 왕성을 향해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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