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장 격변하는 왕국(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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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격변하는 왕국(14)
웅성웅성.
1000여 명의 오크들과 100여 명의 뱀파이어들이 한곳에 모여있었다. 그렇게 많은 인원이 모인 이유는 바로 새로운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서 로그가 집합을 시켰기 때문이었다.
"취익~ 오늘 뭐 때문에 모인지 아는가?"
"취칙~ 모르겠다."
"취이익~ 뱀파이어들은 알고 있나?"
"모르겠는데? 넌 알아?"
"아니. 나도 처음 들어."
뱀파이어들과 오크들은 한동안 같이 훈련한 덕분에 사이가 급격히 가까워져서 친한 친구같이 지내고 있었다. 그것을 보여주듯이 100여 명의 뱀파이어들이 1000여 명의 오크들 사이사이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오크들과 친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에게서 전과 또 다른 점이 있었는데 바로 무기와 갑옷이었다. 그동안 드워프들과 오크들이 시간을 투자한 결과 1000여 명의 오크들에게 무기와 갑옷을 모두 줄 수 있었고 거기에 더해서 뱀파이어들은 마법봉에다가 로브까지 착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취익! 친위대 오크들이다!"
"취치칙! 그들의 위엄이 느껴진다!"
"휘이익!."
100여 명의 친위대 오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의 무기와 갑옷은 드워프들이 직접 제작한 것으로 1000여 명의 오크들이 가진 것보다 훨씬 질이 좋은 것으로 부르는게 값인 드워프제였다.
그리고 친위대 오크들의 뒤를 따라서 3명의 인물이 나타났는데 바로 로그와 그란, 아르셰였다. 그란의 무기인 도끼는 쿠로딘이 직접 땀과 피를 흘리며 만든 것으로 만들어진 무기 중에서 제일 좋은 것이었다. 도끼는 미스릴과 아다만티움의 재질로 만들어졌고 갑옷은 7서클 마법까지 막아주는 마방진이 박혀있으며 외견 또한 상당히 고급스러웠다.
로그는 평범한 모험가의 복장을 하고 있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검도 5서클에 해당하는 노바 마법이 걸려있었다. 아르셰는 화려한 로브와 마법봉을 통해서 자신의 미모와 실력을 뽐내고 있었다.
로그와 아르셰는 그란에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란은 자신을 쳐다보는 뱀파이어와 오크들을 향해 얘기했다.
"취익~ 오늘 이렇게 모여줘서 고맙다. 이렇게 모인 이유는 다름이 아니고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취이익~ 새로운 시도란 뭐지?"
"취칙~ 그,그것은 로그가 설명해줄 것이다."
그란은 자신이 해야 할 말은 다했다는 것을 알고 로그에게 넘겨주었다.
"저희가 할 새로운 시도란 바로 몬스터의 숲에 나가서 와이번의 새끼를 잡아오는 것입니다."
"취익! 와,와이번?!"
"와이번이라고?"
웅성웅성.
와이번이라는 말에 오크들과 뱀파이어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와이번은 단단한 가죽을 가지고 있어서 무기가 가죽을 뚫기 힘들뿐더러 가죽에 마법내성도 있어서 마법도 잘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 와이번은 오크들과 뱀파이어들에게 천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오크와 뱀파이어들은 웅성되었지만 그들과 다르게 친위대 오크들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평소와 다를바 없는 표정을 보여주고 있었다.
"조용!!"
그란의 커다란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오크들과 뱀파이어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한순간에 멎었다.
"취익! 두려워하지 마라! 우리는 충분히 와이번을 상대할 수 있다. 나와 친위대 오크들을 믿어라! 나와 로그의 말을 믿고 따라라! 그러면 우리는 이길 것이다!"
그란의 진실된 말은 오크들과 뱀파이어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앞으로 나가서 싸우라고 하지도 않고 자신을 믿으라는 확신에 찬 말이 그들에게 믿음으로 와닿고 있었다. 더구나 무덤덤하게 평소와 같은 모습을 유지하는 친위대 오크들의 모습도 크게 작용했다.
"취익~ 와이번따위 도마뱀에 불과하다. 도마뱀 새끼가 뭐가 무섭단 말이냐?"
이어서 말하는 그란의 말이 결정타로 작용했다.
"취이익!! 맞다! 와이번 두렵지 않다!"
"취칙! 우리는 용감한 오크다! 와이번 죽일 것이다! 도마뱀 구이 먹고 싶다!"
"와이번과 한번 싸워보자고!"
"그래! 우리가 못 잡을게 어딨어?!"
로그는 기세가 적절하게 오른 것을 확인하고 그들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이어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오크들과 뱀파이어들을 향해 얘기했다.
"그럼 이제부터 계획을 설명하겠습니다."
몬스터의 숲에 있는 어떤 산맥. 그곳에서 사는 생명체는 한정되어 있다. 그 생명체의 정체는 바로 와이번으로 와이번의 산맥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숫자가 서식하고 있었다. 백마리가 넘는 와이번들 중 새끼 와이번을 제외한 나머지 와이번들은 모두 자식을 위하거나 혹은 자신을 위해서 사냥을 하러 갔다.
그래서 현재 와이번 서식지에는 새끼 와이번들과 몇몇의 어른 와이번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와이번들이 평화를 누리고 있을 때 어른 와이번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었다.
"키에엑?"
"키야악~"
"키엑."
어른 와이번들은 서로 울음소리로 소통하고 날개를 펼쳐서 이동했다. 새끼 와이번들은 무슨 일이 벌어진지 알지 못한 채 평소와 같이 먹이를 달라고 울음소리를 낼 뿐이었다. 약 1분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어른 와이번들이 모두 사라지고 새끼 와이번만이 남은 상태에서 그곳을 향해 다가오는 인원들이 있었다.
"취익! 지금이다! 투입!"
약 200여 명의 오크들과 50여 명의 뱀파이어가 순식간에 나타나서 와이번 새끼들을 덮치었고 와이번 새끼들은 무슨 일이 일어난지 모르는 상태로 봉변을 당했다.
"취이익! 빨리 잡아라!"
"취칙! 와이번들이 난리를 친다. 뱀파이어들 빨리 해라!"
"하고 있으니까 조용히 하라고."
"키에엑!!"
"쿠에엑!"
3인 1조로 2명의 오크들이 커다란 자루로 와이번 새끼를 붙잡고 1명의 뱀파이어가 그사이에 슬립 마법을 연창해서 와이번 새끼들을 무력화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와이번 새끼라 하더라도 마법내성이 있어서 슬립 마법이 곧바로 통하지 않을뿐더러 덩치도 소만해서 2명의 오크들이 붙잡는데 애를 쓰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와이번 새끼들을 붙잡는 숫자는 점점 늘어만 갔고 어른 와이번들을 유인하고 온 이들까지 합류하자 모든 와이번 새끼들을 잡을 수 있었다.
"취이익~ 로그. 모든 와이번 새끼들을 잡은 것 같다. 이제 돌아가면 될 것 같다."
"그렇군요. 하지만 일이 그렇게 쉽게만은 흘러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취이익~ 그런 것 같군."
로그와 그란은 일이 그저 순조롭게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왜냐하면 상당 숫자의 와이번들이 서식지를 향해 돌아오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취이익! 모두 전투 준비!"
와이번 새끼들을 데리고 갈 200여 명의 오크들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들은 모두 로그가 미리 얘기했던대로 모두 모습을 숨기고 와이번들이 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도망치지 않고 싸우는 것을 선택한 이유는 쫓기는 와중에 1000여 명이 넘는 이들을 통제하며 도망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고 와이번 새끼들을 가지고 가는 이들은 더욱 느리기 때문이었다.
"뱀파이어들도 모두 마법을 쏠 준비해라!"
아르셰가 뱀파이어들에게 지시를 하자 뱀파이어들도 모두 조용히 마법을 영창한 채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1000여 명이 넘는 이들이 짧은 시간 동안 몸을 숨기고 기다리자 와이번들의 날갯소리가 멀리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왔다."
"취이익~ 온 것 같다."
200마리가 넘는 와이번들이 점점 다가오자 그들의 날갯소리만으로 청각을 마비시킬 정도로 엄청난 소음을 발생시켰다. 동시에 소형 드래곤이라고 할 수 있는 와이번이 떼거지로 몰려오는 장면은 그만큼 장관이 아닐 수 없었다. 와이번들은 발에 하나씩 식량을 들고 있었는데 새끼 와이번에게 주려고 가져온 것으로 추정되었다. 하지만 새끼 와이번들이 보이지 않자 와이번들이 괴상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고 그에 맞혀서 그란이 소리를 질렀다.
"취이익! 지금이다!
"우와아아!!"
제일 선두에는 그란과 로그가, 그 뒤를 친위대 오크들이 달려갔고 이어서 1000여 명의 오크가 함성을 지르며 와이번 떼를 향해 돌진했다. 와이번들은 갑작스러운 습격에 당황하면서도 위협적인 소리를 지르며 전투태세에 들어갔다.
"취이익~ 먼저 가겠다."
그란은 도끼를 꺼내 들고 앞으로 돌진하였다. 소드마스터를 코앞에 바라보고 있는 그란은 무의식적으로 발에 마나를 담아서 엄청난 돌진력을 만들었다.
퍼어억!!
"키에에엑!!"
와이번의 두꺼운 목과 가죽을 그란은 도끼로 한 번에 자르고 지나갔다. 무지막지한 힘과 쿠로딘이 직접 만든 도끼, 그리고 소드마스터에 필견하는 마나가 와이번의 가죽과 두께를 가볍게 무시하게 만들어준 것이다.
"취이익~ 다음."
퍼어억!!
그란이 한번 휘두를 때마다 한 마리의 와이번이 죽어 나갔다. 와이번들은 본능적으로 그란을 위험하다고 판단하여 그란의 곁에 있지 않으려고 하였다. 로그는 검을 들어서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며 가까이 오는 와이번들을 검으로 베어 나갔다. 검에 베인 와이번들은 정확히 두 쪽이 되서 쓰러졌고 그렇게 로그에게 두 쪽이 난 와이번만 벌써 10마리가 넘어가고 있었다.
친위대 오크들은 2인 1개 조로 1마리의 와이번을 상대로 싸우는 중이었다. 지금까지 했던 훈련이 쓸모없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듯이 그들은 오크임에도 불구하고 2명이서 1마리의 와이번을 오히려 압박하고 있었다.
"뱀파이어들. 일제히 마법 발사!"
아르셰의 명령에 맞혀서 100여 명의 뱀파이어들이 일제히 마법을 발사했다. 화염, 냉기, 전격 등 갖가지 수십 개의 마법이 와이번들을 향해 날아갔다. 4,5서클에 해당하는 마법은 와이번들에게 치명타를 줄 수 없었지만 적절한 타격과 방해를 할 수는 있었다.
그리고 그때에 맞혀서 1000여 명의 오크가 와이번들을 향해 일제히 달려들어서 진정한 난전이 시작되었다.
"키에에엑!"
"취이익!"
"취익~ 날아간다!"
"크아아아!!"
와이번의 날개에 부딪혀서 날아가는 오크들도 있고 와이번에게 물려서 고통스러워하는 오크들도 있었다. 그러는 반면 수십 명의 오크에게 둘러싸여서 마치 개미떼에게 당하는 곤충처럼 죽어가는 와이번도 있고 장기전으로 인해서 가죽이 너덜너덜해져서 죽는 와이번도 있었다.
난전으로 인해 서로 간의 피해가 늘어나 갔지만 상황은 오크들에게 유리하게 흘러갔다. 드워프들이 만든 갑옷이 와이번의 공격을 상당히 약화시켜 주었고 그란과 로그, 그리고 친위대 오크들의 활약도 상당했다. 거기에 승부의 결정타를 가하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뱀파이어들의 마법이었다.
"스트렝스!"
"헤이스트!"
100여 명의 뱀파이어가 친위대 오크들에게 신체강화 마법을 걸어주었다. 안 그래도 2인 1개 조로 와이번 1마리를 이기고 있었는데 신체강화 마법까지 더하자 와이번을 압도하기 시작하여 순식간에 밀어내었다.
결국 20여 마리의 와이번이 남은 상황에서 와이번들은 날개를 펼쳐서 도망갔고 오크들과 뱀파이어들은 승리에 취해 소리를 질렀다.
"우와아아아!"
"이겼다!"
로그는 함성을 지르고 승리에 어느 정도 취하게 놔둔 다음에 빠르게 와이번 새끼들을 데리고 후퇴할 준비를 하였다. 이날, 50여 마리의 오크와 1명의 뱀파이어를 잃었지만 100여 마리의 와이번 새끼들을 데리고 올 수 있었고 뱀파이어와 오크들에게 와이번들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해주었다.
또 돌아가던 도중 오크들이 계속 군침을 흘리며 와이번 새끼들을 바라보고 있어서 로그가 겨우 통제했지만 그것은 아주 사소한 일이었다. 그렇게 그란 왕국에서의 보람찬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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