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장 격변하는 왕국(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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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격변하는 왕국(12)
"마법단장이라니 뭔 소리야?"
"말 그대로인데? 라이언 왕국의 마법병단을 만들 예정인데 네가 장을 맡으라고."
"나보고 코흘리개들을 봐주면서 뒤치닥거리를 하라고?"
"너, 나한테 빛 하나 있었지?"
"...이럴 때 사용하기냐?"
"그럼 언제 사용하라고? 코흘리개들을 어엿한 마법사로 만들어서 성취감을 느끼도록 해. 클레아를 키워봤으면 알잖아?"
"...젠장. 알겠다고!"
나르샤는 결국 수긍하면서 듀로크는 벨리온에게 고개를 돌렸고 벨리온은 아무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내리며 그냥 수긍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수긍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벨리온을 봐. 멋지잖아? 누구랑 확연히 다르군."
"미안하네! 속이 좁아서!"
성격은 저 모양이지만 그래도 외모가 엘프인 모양인지라 삐진 모습이 조금은 귀여워 보인다고 생각하는 듀로크였다. 듀로크는 이내 미소를 짓고 나르샤의 등을 탁탁 쳐주며 위로해주었다.
"그래도 키우는 맛이 있을 거야. 내가 봤을 때 쓸만한 녀석들이 조금씩 있었거든."
"...알겠다고."
아직도 뾰로통해 있는 나르샤를 보고 듀로크는 크게 웃음을 터트렸고 곧이어 르와 제이슨을 찾으러 간다며 사라졌다. 듀로크가 사라지자 나르샤와 벨리온은 서로를 쳐다보며 얘기했다.
"짜증나는데 한판 할래?"
"그러도록 하지."
나르샤와 벨리온은 대련을 통해서 짜증을 해결하기로 결정했다.
"어디보자, 르의 기운이...저기 있군."
듀로크는 르의 기운이 느껴지는 곳으로 빠르게 플라이 마법으로 이동했다. 날아가면서 보니 암살자들이 이동한 경로가 뚜렷이 보이는 것처럼 시체들이 줄을 이루고 있었다. 줄을 이루고 있다가 갑자기 끊김 곳이 있었는데 그곳이 바로 르의 기운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별 문제없었나?"
"듀로크님."
듀로크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1명의 암살자가 목이 돌아가서 죽어있었고 제이슨은 눈만 깜빡거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여자로 추측되는 암살자는 기절을 한 모양인지 조용히 누워있었고 다른 암살자 한 명의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다.
그는 한팔을 제외하고 두 다리와 한개의 팔이 떨어져 나가 있었는데 아직도 죽지 않은 채 고통에 허덕이고 있었다.
"르, 한바탕 치렀나 보군."
"예. 생각보다 강한 이들이여서 야수화하지 않고는 이길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흐음...아직도 죽지 않았군.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예? 무슨?"
듀로크는 재차 살아있는 것을 확인하고 퍼펙트 힐 마법을 사용했다. 듀로크가 퍼펙트 힐 마법을 사용하자 떨어져 있던 팔과 다리가 제자리를 향해 이동했고 동시에 분쇄되어 있던 잔해들도 자신의 자리를 찾아갔다. 먼저 뼈가 붙고 근육의 하나하나가 다시 이어지며 피부가 재생성되었다.
고통에 허덕이던 남자도 점차 편안한 표정으로 변하면서 안색도 정상적으로 돌아왔고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손발을 한번씩 움직여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손발이 제대로 붙어있으면서 움직이는 것이 믿겨지지 않는 모양인지 한동안 멍하니 가만히 있었다.
"어이, 정신 차렸냐?"
"...내가 지금 꿈을 꾸는 것은 아니겠지?"
"이렇게 생생한 꿈 꿔봤어? 아니면 맞아서 아닌 것을 확인할래?"
"...사양하지. 그보다 이런 괴물같은 능력을 가진 당신은 누구지?"
"나? 나는 듀로크라고 한다."
"나는 이츠라고 한다. 나를 치료해준 것에 감사를 표하며..."
이츠는 듀로크에게 악수를 권하며 감사를 표하려고 했다. 그러다가 뭔가 위화감이 들어 움직임을 멈추고 생각에 빠졌다.
'잠깐..듀로크라는 말을 어디서 들은 것 같은...'
이츠는 기억을 되돌리며 자신이 어디서 들었는지 회상해보았다. 그리고 그 이름을 어디서 들었는지 기억해낸 이츠는 경악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너,넌! 목표인 듀로크?!"
"맞아. 내가 그 목표인 듀로크다."
"어,어째서?"
"어째서 너를 치료해줬냐고? 적인데?"
이츠는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누워있는 동안 많은 일이 있었거든. 네가 속하고 있는 암살단이 내 밑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그러니까 너는 내 부하가 된 것이라고 할 수 있지."
"뭐?"
이츠는 듀로크가 하는 말을 믿을 수 없었다.
"네가 내 부하가 됐으니까 부려 먹기 위해서는 정상적인 몸을 가져야 하지 않겠어? 그래서 치료해준 거야."
"나,나는 못 믿겠다. 네가 하는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 모르지 않나?!"
"믿지 않는 것은 네 자유지. 하지만 쉐이드는 며칠 안에 돌아올 거다. 그때 얘기해보면 알게 되겠지."
"...알겠다."
"쉐이드가 올 때까지 맘대로 하라고. 대신, 왕국에 피해가 없이 행동하도록. 내 말을 듣지 않는다면...아까보다 더한 고통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츠는 듀로크가 진짜로 그렇게 행동하리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기에 침을 꿀꺽 삼키고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숨겼다.
"듀로크님, 아까 하신 말씀이 진짜입니까?"
"진짜야. 암살단이 필요하긴 했는데 이렇게 직접 왔으니 꿀꺽할 수밖에 없잖아?"
"그들이 듀로크님의 말을 순순히 들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순순히 듣지는 않겠지. 하지만 마음 속에서 충성심이 우러나오게 만들면 된다. 그렇게 만드는데에는 시간과 돈,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알겠습니다. 솔직히 저는 조금 불안하지만 듀로크님이 결정하신 것이니 믿겠습니다."
"고맙군. 그런데 이 여자는 어떻게 해야 하나?"
"제이슨도 치료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고 보니 깜빡하고 있었군."
듀로크는 이츠를 치료하고 대화를 나누다 보니 제이슨을 치료하는 것을 잊고 있었고 그는 그것을 나무라는 듯이 눈을 쉼없이 깜빡이며 불만을 표현하고 있었다.
"알겠다고. 그만 깜빡여. 리커버리."
듀로크는 제이슨뿐만 아니라 여자 암살자에게도 리커버리를 사용했고 제이슨은 치료되자마자 벌떡 일어나서 듀로크를 향해 얘기했다.
"듀로크님! 너무하시는거 아닙니까?"
"뭘 너무해? 치료해줬으면 고맙다고 할 것이지. 아까 이츠란 녀석과 같은 상태로 만들어줄까?"
제이슨은 듀로크의 말에 입을 꽉 깨물며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와아~ 듀로크님, 너무 감사합니다~ 듀로크님 아니였으면 저는 계속 누워있었을 겁니다."
"그래, 고마워하라고."
듀로크는 제이슨의 이마에서 혈관이 튀어나와 있는 것을 보았지만 못 본 척을 하며 지나갔다.
"으...으음..."
"이 녀석 일어나려 하는 모양인데? 어떻게 할까나..."
"조심하십쇼. 듀로크님. 제가 싸워봤는데 한 성깔 하는 여자입니다."
"한 성깔 하는 엘프녀가 내 근처에 있어서 말이지. 괜찮을 거야."
듀로크는 씁쓸하게 웃으며 여자 암살자가 일어나는 것을 기다렸다. 여자 암살자는 이내 눈을 뜨고 주위를 살핀 후에 벌떡 일어났지만 이미 밧줄에 몸이 묶여있어서 발버둥치는 것밖에 하지 못했다.
"워,워. 진정하라고."
"무슨 속셈이지? 너는 대체 누구고?"
"질문은 하나씩 하라고. 이츠라는 녀석에게 얘기했는데 또 얘기해야 하다니...어떻게 된 일이냐면..."
듀로크는 이츠에게 얘기했던 것을 또 알려주었고 여자 암살자의 반응은 이츠와 다른게 없었다.
"그럴 리가...그럴 리가 없어."
"너도 믿지 못하는군. 왜 못 믿는 거야?"
"쉐이드님은 절대자이시다. 너 따위에게 당할 분이 아니란 말이다."
"쉐이드가 쓸만한 것은 맞는데 미안하지만 그 녀석은 나도 아니고 다른 녀석들한테도 이기지 못했다. 너희들 암살단 전체가 덤비고도 말이야."
"믿을 수 없다! 거짓말이야!"
"휴...귀찮군. 제이슨."
"옙!"
"이 녀석은 너에게 맡기마. 알아서 데리고 있어라."
"예?!"
"르. 가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잠,잠시만요! 듀로크님!"
듀로크와 르는 플라이 마법으로 사라졌고 제이슨과 여자 암살자 그리고...존재감 없이 있는 릭만이 남아있었다. 제이슨은 뒤통수를 긁적이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난처해 했다.
"젠장. 어떻게 해야 하지?"
"....."
"우선...당신 이름이 뭐야?"
"...이 상황에서 보통 그런 걸 물어보나?"
"그럼 어쩌라고? 뭘 얘기해야 하는데?"
"딱히 정해진 것은 없겠지. 내 이름은 앨런이야. 넌?"
"나는 제이슨이라고 한다. 앨런, 지금 네가 하고 싶은 것은 뭐지?"
"음..먼저 이것을 풀어달라는 거?"
"풀어주면 공격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 있나?
"음..노력은 해볼게."
"확답을 주지 않는다면 나는 풀어주지 않을 거다."
"...빨리 안 풀어?! 야, 이 개자식아! 지금 안 풀면 **해서 **할 거다! 그리고 **한 다음에 **하기 전에 빨리 풀어!"
제이슨은 차마 말하기 힘들 정도로 저속한 욕을 하며 난리를 치는 앨런을 보고 골머리를 앓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하는 사이에 앨런의 욕의 강도는 점점 높아졌고 제이슨은 참다 참다가 끝내 소리를 질렀다.
"닥쳐! 이 년아! 좋게 해주고 싶어도 네가 그렇게 행동하면 가능하겠냐?!"
"...그럼 어떻게 해야 풀어줄 건데?"
"말했잖아...풀어줄테니 가만히만 있으라고."
"..알겠어."
"약속한 거다?"
끄덕.
제이슨은 앨런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밧줄을 풀었다. 그리고 그 순간 제이슨은 살기를 느끼고 가지고 있던 검을 들어 막았다.
챙!
"...말한지 얼마나 됐다고 이 모양이지?"
"흥! 내가 지킬 거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겠지?"
"설마..혹시나 하는 일말의 의심이 있었을 뿐이지."
"그래? 그럼 나도 일말의 미안함이 있었을 뿐이야."
채채채채챙!
"나..집에 가도 되지?"
릭은 자신을 무시하고 싸우는 둘을 보고 울고 싶은 심정을 느꼈다. 그렇다고 함부로 움직였다간 둘의 싸움에 휘말려서 죽을까봐 심장이 쫄깃거리면서 그 둘의 싸움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제이슨과 앨런의 싸움은 상당한 시간을 소모했다. 그 둘은 한번 싸우고 난 뒤여서 서로의 싸움 방식과 장단점을 알고 있었기에 확연히 차이가 나는 실력을 가지지 않은 이상 싸움이 짧게 끝날 수가 없었다.
그것을 증명하듯이 그들의 몸에는 수많은 생채기만 생길 뿐이지 커다란 상처를 입지는 않았다.
"헉,헉..생각보다 더 하는군."
"헉...헉..너야말로. 짐승남에 어울리게 상당히 열혈적이야."
제이슨은 앨런의 농담에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그제야 머리가 식혀져 돌아가기 시작한 제이슨은 앨런을 향해 얘기했다.
"이봐. 이렇게 계속 싸울 수는 없잖아? 충분히 몸을 굴렸으니 미래에 대해서 대화하는게 어때?"
"...들어보도록 할까?"
"나는 딱히 당신을 제재할 생각 없어. 그저 위해를 가하지만 않으면 되는 것뿐이야."
"....."
"왜 그렇게 고민하는 건데? 설마 듀로크님이 거짓말을 해서 너를 꿰이게 할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그렇다면?"
"믿지 못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 하지만 네 길드장이 얼마나 쎌지는 몰라도 듀로크님한테는 안될 거다."
"어디서 그런 확신이 나오는 거지?"
"왜냐하면 듀로크님은 상상을 초월하는 무력을 가지고 있거든."
"무슨?"
"말 그대로야. 예를 들어서 우리가 소드마스터와 만나면 그들이 어느 정도로 센지 알 수 있잖아? 그런데 듀로크님은...상상이 안 가. 정도껏 차이가 나야 그 차이를 알 수 있으니까."
"흐음...흥미가 생기는데?"
"뭐? 제대로 들은 거냐?"
"왜? 나는 우리 길드장이 최강이라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그와 비교할 수 없는 최강자라는 말이잖아? 재밌네, 재밌어."
앨런은 매우 흥분된다는 듯이 고양된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고 제이슨은 그런 앨런을 이해하지 못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변태녀였군."
"네 말을 듣고 결정했어. 나는 그 듀로크라는 자의 옆에서 그를 관찰하기로."
"뭐?"
"내가 암살단에 들어간 것도 길드장의 무력에 반해서였지. 암살자임에도 다른 소드마스터와 정면으로 부딪쳐도 밀리지 않는 실력...그런 모습에 반해서 나도 나중에 저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그 길드장을 갖고 놀 정도의 실력자라면...흐으."
앨런은 소름 돋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제이슨은 그런 앨런을 보고 다시 한번 머리를 감싸며 앞으로 자신의 미래가 암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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