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장 격변하는 왕국(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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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격변하는 왕국(11)
"크으...좋구만."
"확실히 좋은 술이군."
듀로크는 베아트리스의 창고에 있던 술 중 하나를 꺼내서 국왕과 함께 마시고 있었다. 창고에 있는 술은 기본적으로 100년 이상의 숙성을 거친 술들로 주도에 그렇게 많은 경험을 갖고 있지 않은 듀로크라도 좋은 술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친구와 같이 먹는 술은 맛이 더욱 기가 막히지."
"맞는 말이야."
"그런데 하나 물어봐도 되겠나?"
"물어봐."
"자네가 나를 찾아온 것은 그저 술을 마시러 온 것은 아닐 것 같은데... 내 예상이 맞는가?"
"흐음? 아직 감이 죽지는 않았나 보네? 맞아."
"뭔지 물어봐도 되겠나?"
"말해도 괜찮겠지. 나는 지금 암살자들을 기다리는 중이야."
"...암살자 말인가?"
국왕은 듀로크가 하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되물었다.
"그래. 내가 귀족들에게 암살자를 보내서 실패할 시 다 죽인다고 경고를 했지만 가만히 앉아서 당하려 하지 않는 녀석은 분명히 있을 거야. 그래서 나는 암살자들이 오는 것을 기다리는 중이지. 여기에 있는 이유는 당신을 지키기 위해서고."
"왜 암살자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가?"
"그들을 이용하기 위해서. 상대와 싸우려고 할 때 제일 악수는 서로 피를 보며 싸우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피를 흘리지 않고 승리를 취하는 것이지.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마지막으로는?"
"상대를 나의 편으로 만드는 것이야."
국왕은 듀로크를 쳐다보았다. 가면에 얼굴이 가려져 있지만 그의 눈빛에서 현자와 같은 심오한 깊이가 느껴지는 듯했다.
"자네 혹시 현자라는 별명을 가진 적 없나?"
"풉!"
듀로크는 국왕의 말에 사례가 걸려 술을 뿜어내었고 한동안 기침을 하고 나서야 국왕을 향해 얘기했다.
"크흠. 그 이야기는 그만하도록 하지. 기다리던 이들이 온 모양이니까."
"그 암살자들 말인가? 지금?"
"그래. 밑에서 들리는 소리가 나르샤와 벨리온이 상대하고 있는 모양이야. 그 녀석들한테 덤비다니 암살자들이 불쌍해 보이는구만. 갔다 올 테니 여기 있도록 해."
"알겠네."
"그 녀석들이 여기 올 가능성도 있으니까 방에 마법을 걸어서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못하게 해둘 테니까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자네만 믿도록 하지. 그저 까먹지만 말아 주게나."
"큭. 걱정마, 까먹지 않고 있을 테니. 당신은 여기서 술을 마시면서 휴식만 취하고 있으라고."
듀로크는 그 말을 끝으로 방에서 나와서 마법을 걸어두고 암살자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듀로크의 마나가 개방되어 주위의 공기를 지배했다. 암살자들이 듀로크가 뿜어내는 기운에 버티지 못하고 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아서 부들부들 떨었고 부상 당한 암살자들도 마찬가지였다. A급은 한쪽 무릎을 꿇고 있었고 S급은 겨우 다리를 떨면서 버티고 있었다.
그나마 쉐이드가 초연한 척을 했지만 그도 내심 버티기 힘들어하고 있었다. 처음 돌격 때의 충격으로 인해서 제대로 된 컨디션이 아닌게 컸다. 더구나 제대로 된 컨디션이였더라도 이런 엄청난 기운에는 버틸 자신이 없다고 생각하는 쉐이드였다.
"그,그만해라!"
"호오? 암살자여서 그런지 꽤 버티는군. 그만할지 안 할지는 당신들의 선택에 따라 달렸지. 어떻게 하겠나?"
"크윽."
쉐이드는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정해져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을 선택하는 것은 자신들의 미래가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먼저 대화를 하자. 우리들에게 그렇게 선택지를 주지 않는다면 우리도 이판사판으로 할 수밖에 없다."
"너희들이 발버둥 친다고 해서 뭔가 변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쿠쿠쿠쿠.
"크으윽!"
"으윽."
"컥!"
듀로크의 기운이 한층 강대해지면서 고통스러워하는 이들이 더욱 증가했다. 쉐이드도 다리가 덜덜 떨리는 것을 느꼈지만 입술을 깨물며 얘기했다.
"우리가 죽을 각오로 한다면 너희들 중 하나는 무조건 길동무로 잡을 것이다! 못할 거라고 생각하나?!"
쉐이드는 듀로크를 쳐다보았다. 듀로크도 쉐이드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고 서로 눈을 바라보면서 시간이 지나갔다. 쉐이드의 눈빛을 바라본 듀로크는 지팡이를 잡으며 뿜어내던 기운을 잠재우고 쉐이드를 향해 얘기했다.
"이제야 내 말을 들을 준비가 된 모양이군. 내 제안을 들어보겠나?"
"듣도록 하지."
쉐이드는 듀로크에게 그렇게 얘기했지만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했다. 왜냐하면 자신도 여기서 죽기 싫을뿐더러 말한 대로 한 명을 길동무로 삼을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듀로크가 기운을 잠재운 사이에 암살자들은 자신의 몸을 추스리고 있었다.
"너희들은 암살 의뢰를 받고 이렇게 들어왔겠지. 아마 나를 죽여달라라고 했을 것이다. 맞나?"
"...맞다."
쉐이드는 지금은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얘기해야 할 때라는 것을 알고 사실대로 얘기했다.
"암살을 실패할 시 모두 전멸될 각오 정도는 했겠지. 우리 3명이면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고. 하지만 그래서는 우리한테도 이득이 없고 너희들도 선택하고 싶지 않은 거잖아? 그러니까 네게 제안하겠다."
"...얘기해라."
"너희 암살단 전체가 내 휘하에 들어와라."
"...뭐라고?"
"뭐?"
"듀로크?"
쉐이드와 암살자들은 물론 나르샤와 벨리온조차 듀로크의 말에 어이가 없어서 멍하니 행동했다. 쉐이드는 듀로크라는 자가 미친 건지 아니면 배포가 큰 건지 알 수가 없었지만 얘기를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휘하에 들어간다면 우리가 받는 혜택은?"
"쉐이드님!"
"조용히 해라!"
쉐이드는 만류하는 암살자들을 조용히 시키고 듀로크의 말을 기다렸다.
"너희들을 살려주마. 그리고 지금 다쳐있는 이들을 모두 치료해주고 너희들에게 모두 질 좋은 무기들과 장비를 주며 월급까지 주겠다. 동시에 왕국의 정통 부대로 명예까지 임명해주겠다."
"...왜 그렇게까지 해주는 거지?"
듀로크가 말하는 제안은 지금 상황에서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제안이었다. 오히려 너무나 좋은 제안에 불안감을 느끼는 쉐이드였다.
"마침 암살단이 필요한 참이였거든. 그리고 그렇게 일방적으로 좋은 것도 아니야. 너희들이 제대로 지켜줄지 모르기 때문에 제약을 걸 예정이거든."
"제약?"
"그래. 이게 보이나?"
듀로크는 손에 올려둔 하나의 벌레를 보여주었다. 크기는 엄지손가락과 비슷했고 검은색의 빛깔을 띠고 있으며 다리가 많은 것이 누가 봐도 독충으로 볼 것 같은 모습을 갖고 있었다.
"이건 고독이라고 내가 만들어낸 마법 생명체로 상대에게 제약을 걸기 위해서 만든 것이다."
"...그래서?"
"너는 이것을 먹어라."
"싫다면?"
"모두 몰살당하는 수밖에 없겠지."
"....."
쉐이드는 고민에 빠졌다. 저 벌레를 먹으면 자신에게는 미래가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듀로크가 얘기한 것이 사실이라면 몰살이냐, 먹고 복종하느냐, 이 두 가지 선택지에서 자신이 고를 것은 정해져 있었다. 그렇기에 쉐이드는 듀로크의 손에 있는 벌레를 입에 넣고 곧바로 삼켰다.
"길드장님!"
암살자들은 쉐이드가 주저하지 않고 먹는 것을 보고 감동했다. 자신들을 위해서 제약을 받으면서까지 벌레를 먹는 것을 보고 감동하지 않는 이는 없을 것이다.
"먹었다. 다음은?"
"그 벌레는 너의 위치를 나에게 알려주는 동시에 모든 감각을 몇십 배에서 몇백 배까지 올려줄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지."
"감각?"
"이렇게 말이야."
듀로크는 떨어져 있는 단검을 들어서 아주 조금. 단검의 끝 부분의 몇 밀리만 쉐이드의 팔 부분에 찔렀다.
"크아아아아악!!!"
마치 지옥에서 울부짖는 듯한 목소리였다. 쉐이드는 고통에 온몸의 핏줄이란 핏줄은 다 올라왔고 몸은 부들부들 떨며 몸부림쳤다.
"헉! 헉!"
"어때? 느낌이 색다르지? 감각을 수십 배로 올리면 고통도 수십 배로 올라가지. 감상은?"
"크으윽...아주...화끈하군."
다시는 느껴보고 싶지 않은 고통이였다. 고문에 당하는 것을 대비해서 고통을 받는 훈련을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참을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런 상태에서 고문을 받는다면...상상만해도 끔찍하다고 생각하는 쉐이드였다.
"네가 나의 명령에 불복하거나 도망칠 시 나는 지금과 똑같이 감각을 올릴 것이다. 감각을 수십 배로 올리면 사는게 사는게 아니겠지. 그렇다고 벌레를 제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지금쯤 뇌에 자리를 잡았을 테니까."
쉐이드는 마계에서 사는 곤충으로 상대를 조종하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암살단을 이끄는 이로써 그런 방법이 있다는 것 정도는 숙지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 듀로크가 얘기하는 것은 거의 그것과 동일한 방법이었다. 그렇기에 쉐이드는 이 상황에 순응하기로 결정했다.
"알겠다. 당신에게 복종하겠다."
"좋군. 그럼 나부터 약속을 지켜야겠지? 퍼펙트 힐!"
듀로크가 마법을 사용하자 150명의 암살자들을 모두 감쌀 정도로 환한 빛덩어리들이 주위를 감싸았다. 경상을 입은 암살자들의 상처는 순식간에 아물었고 중상을 입은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떨어져 있는 팔이 원래의 주인을 찾아가서 붙고 분쇄되어 있는 고기,뼈 잔해들이 원상태로 조합되어 돌아갔다.
쓰러져 있던 이들이 일어나면서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자신의 손발을 움직여 보았다. 자신들이 흘렸던 피들이 없었더라면 조금 전까지 아비규환의 장소였다는 것을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도,도대체 무슨 마법이란 말인가?! 아무리 고위급 회복 마법이라도 분쇄된 잔해들이 다시 원상태로 변할 수는 없다. 이건...시간을 되돌렸다고 할 정도인데. 대체 저 듀로크라는 자는 정체가 뭐지?'
듀로크의 퍼펙트 힐은 9서클 마법으로 존재하는 회복 마법 중 최고위의 마법이지만 쉐이드가 그것을 알 리는 없었다.
"자, 첫 번째 약속은 지켰고 두 번째 약속은 너희들이 길드를 정리하고 다시 와야 지켜지겠지."
"당,당신의 정체는 뭐지?"
쉐이드의 질문은 암살자 모두가 공통으로 생각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듀로크는 간단하게 얘기해주지는 않았다.
"내 정체는 나랑 같이 일하면서 차차 알아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여기서 첫 번째로 너에게 명령을 내리겠다."
"...말해봐라."
쉐이드는 듀로크가 무슨 명령을 내릴지 침을 삼키며 긴장했다.
"첫 번째는 너희들 암살단의 거주지를 왕성으로 옮길 것. 물론 가지고 있던 물자들과 서류들도 몽땅 다 가져와야 한다. 두번째는 너희들에게 암살을 의뢰했던 귀족들을 죽이고 올 것. 이상."
"그,그것 뿐인가?"
쉐이드는 긴장해서 들었는데 오히려 너무 쉬워서 김이 빠졌다.
"도리에 맞는 일을 시켜야지. 나는 좋은 상관이라고? 지금은 별로라고 생각하겠지만 나중에는 내 밑으로 들어온 것을 축복이였다고 생각하게 변할 것이다."
"그럼 좋겠군."
쉐이드는 듀로크가 진심으로 이야기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죽은 이들은 내 능력으로도 살릴 수 없으니 데려가도 좋다. 그리고 밖에 있는 녀석들 중 다친 이들을 데려온다면 치료해주도록 하지."
"고맙군. 당신의 첫번째 명령, 이행하도록 하겠다."
"그럼 가봐."
듀로크의 말에 쉐이드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와 동시에 150여 명의 암살자들과 과다출혈로 죽은 몇 명의 시체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나르샤와 벨리온은 암살자들이 사라진 것을 느끼고 듀로크에게 이야기했다.
"그냥 보내도 되는 거냐?"
"그러게. 그 벌레는 실제로 그렇게 만든게 아니지 않나?"
"역시 들켰나?"
"당연하지. 하지만 그 녀석들에게는 그게 진실이겠지만."
듀로크가 쉐이드에게 먹인 벌레는 그저 평범한 벌레들을 뭉쳐서 만든 곤충이였다. 그저 듀로크가 센시빌리티의 마법을 쉐이드가 눈치채지 못하게 걸어놓은 다음에 칼을 댔을 뿐이었다.
"뭐, 믿는 사람 마음이지 않겠어? 그 녀석이 그렇게 믿는다면 그게 맞겠지. 그보다 저 녀석들과 싸워보니까 어땠어?"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였나? 저들을 휘하에 두려고?"
"70% 정도는."
"무서운 녀석. 너의 질문에 대한 대답 말인데 쓸만했어. 상당히 훈련이 잘되어 있는 집단이야. 거기다 집단을 이끄는 리더는 계기만 있다면 우리보다는 아니지만 상당한 물건이 될 가능성이 큰 녀석이더라고."
"맞아. 그 녀석이 공격했을 때는 한순간이였지만 당할 뻔했으니까. 다른 녀석들도 틈을 계속 노리는 것이 상당히 걸리적거렸어."
"그래? 너희들이 그렇다면 맞겠지. 이로서 왕국에 새로운 전력이 보강됐으니 좋군. 그보다 너희들이 미루고 있었던 것을 할 시간이 왔다."
"무슨?"
"뭐?"
듀로크의 말에 나르샤와 벨리온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는데 이어서 나온 말에 그들은 또 말을 잃었다.
"벨리온, 너는 귀족이 되고. 나르샤, 너는 마법단장이 되라."
쉐이드와 암살자들은 왕성에 접근했던 속도 그 이상으로 왕성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그들의 표정과 움직임 속에서 괴물에게 쫓기는 듯한 분위기를 띠고 있었다.
"쉐이드님."
"...뭐냐?"
"그...말대로 이행할 겁니까?"
"....."
"설마, 아니시겠죠?"
"모두 멈춰라."
쉐이드는 이동하던 암살자들을 멈추게 하고 그들을 쳐다보았다. 그들의 얼굴에서 방금 전에 있었던 공포와 믿을 수 없다는 감정이 뚜렷하게 나오고 있었다. 공포에 대한 훈련을 받는 암살자들이 그렇게 대놓고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은 상당히 큰 문제였다.
"모두 방금 전에 있었던 일을 보았을 것이다. 우리가 전체로 덤벼도 이기지 못하는 괴물들. 그리고 그 괴물들 중에서도 상상하기도 힘들 정도의 괴물인 듀로크를."
암살자들은 방금 전에 있었던 일들을 기억하기도 싫다는 표정이였다.
"나는 그들과 싸우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그리고 느낀 바를 말하기 전에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나는 듀로크의 명령을 따를 예정이다."
"쉐이드님!"
"진심이십니까?"
비관적인 반응, 약한 살기까지 띠는 격한 반응. 쉐이드는 이러한 반응을 충분히 예상했기에 생각해두었던 말을 풀어내었다.
"내가 명령을 따를 이유를 말하겠다. 첫 번째, 나는 우리에게 임무를 맡긴 귀족들에게 따끔한 맛을 보여줄 작정이었는데 그렇게 하라고 하니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두 번째, 나는 듀로크의 벌레를 먹었기 때문에 반항할 수 없다."
"그,그건...알지만..."
"다른 할 말 있는가?"
암살자들은 입을 열고 얘기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자신들을 위해서 벌레를 삼킨 쉐이드에게 뭐라고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이게 제일 중요한데 나는 그에게서 부끄러움을 느꼈다."
"예?"
"무슨...말입니까?"
암살자들은 예상하지 못한 말이 들려오자 당황했다. 그들은 쉐이드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우리가 자신을 노렸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치료해주고 휘하에 두려고 한다. 어느 누가 그럴 수 있단 말이냐? 네가 그럴 수 있나?"
쉐이드는 한 명의 암살자를 보았다. 쉐이드와 눈이 마주친 암살자는 시선을 피했다.
"아니면 네가 그럴 수 있나?"
쉐이드는 다른 이를 보았지만 그도 다를 바 없었다.
"나도 마찬가지로 그럴 수 없다. 그런데 그는 마치 당연한 것처럼 행동하며 얘기했다. 나는 그의 그런 점에 비교되어 부끄럽다."
"....."
"지금 나의 심장은 걷잡을 수 없이 뛰고 있다. 이 암살단의 길드장을 맡고 감정이 메말랐었다. 암살을 해도, 술을 먹어도, 여자를 안아도,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그런데 그를 만나고부터 왜인지 모르겠지만 나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있다."
"....."
"나는 그 원인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나는 그에게서 부끄러움을 받지 않고 싶다. 자의든, 타의든 나는 그를 따르려고 한다."
쉐이드는 거짓 없이 자신이 느낀 바를 모두 얘기했다.
"나의 의견에 반대하는 이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길드에서 나가고 싶은 이들도 있겠지. 모두 좋다. 나에게 반대하고 나가고 싶어도. 하지만...그것은 모두 나를 이겼을 때만 좋다는 의미다."
쉐이드는 살기를 뿜어내었다.
"나가고 싶다면 나를 이기고 나가라. 나에게 반대한다면 나를 짓누르고 얘기해라. 나를 이기기 전까지는 나의 의견에 따라라. 알겠나?!"
쉐이드의 살기는 다른 암살자들과 비교해서도 발군이었다. 그의 살기는 듀로크의 기세와는 차이가 났지만 살기에 내성이 생긴 암살자들조차 안색이 새파랗게 변할 정도였다. 그의 무력과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광경이었다.
그의 살기와 카리스마에 암살자들은 결국 고개를 들지 못하고 수긍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자, 빠르게 이동하도록 하지. 해야 할 일이 많으니까."
쉐이드의 말에 다시 암살단은 움직이기 시작했고 듀로크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쉐이드가 반하면서 일이 순조롭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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