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장 격변하는 왕국(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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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격변하는 왕국(9)
"이거 생각보다 일이 심각하게 돌아가는 것 같은데? 안 그래? 르."
"우리도 합류해야 할 것 같군."
"당,당신들! 무,무슨 이야기 하는 거야?"
제이슨은 당황해하는 릭을 향해 얘기했다.
"지금 누가 싸우고 있는지 몰라도 여러 군데에서 전투가 펼쳐진 것이 느껴진다. 그런데 문제는 일방적으로 전투가 끝나고 있다는 거야."
"그게..무슨 뜻이지?"
"한순간에 끝난다는 것은 압도적인 실력 차로 인해서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다는 말이다. 내가 아무리 긍정적으로 보고 싶어도 왕국의 경비병이 압도적으로 이길 것 같지는 않단 말이야? 그렇다는 것은 경비병들이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다는 말이겠지."
"그,그런 무모한 짓을?! 누,누가 왕국을 공격한다는 거야?"
"무모하다고? 나는 전혀 무모하지 않은 것 같은데? 너희 경비병들이 실체를 더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그건..."
릭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자기 자신도 잘 알고 있을뿐더러 누구든지 한번 보면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릭은 자신은 아니라고 반론하지 못하는 것이 화가 났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무력한 것에 후회가 되었다.
"제이슨, 그쯤 해둬라. 싸워야 할 것 같으니까."
"뭐?"
제이슨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때 르는 주먹을 들어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향해 휘둘렀다. 릭의 시점에서는 르가 허공을 향해 엄청나게 빠른 주먹을 날리는 것 같았다. 그런데 결과는 놀랍게도 묵직한 타격음과 함께 한 명의 인물이 나타났다.
퍼어억!
"크아악!"
허공에서 나타난 인물은 비명과 함께 피를 뿌리며 20미터 가량을 날아갔다. 그리고 이어서 르는 또다시 허공을 향해 주먹을 뻗었고 이번에는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쾅!
"크으윽.."
르의 주먹에 부딪히면서 상대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움직이기 편하고 어둠 속에서 잘 보이지 않는 검은 옷을 입고 있었고 두 손에는 팔보다 조금 조그마한 단검을 들고 있었다. 누가 봐도 암살자로 보이는 상대는 두 단검을 르의 건틀릿과 대치한 상대로 힘겨루기를 하고 있었다.
"르!"
"제이슨! 한 명 더 있다!"
"뭐?!"
챙!
제이슨은 르의 경고와 함께 무의식적으로 검을 들었고 동시에 검에서 반발력을 느꼈다. 이어서 제이슨이 허공을 향해 또 검을 휘둘렀지만 이번엔 아무런 느낌도 나지 않았다.
서걱.
"크윽."
제이슨이 검을 휘두른 사이에 허벅지에 조그마한 검상이 생겼지만 그는 멈추지 않고 검을 한번 더 휘둘렀다.
스윽. 서걱.
다시 한 번 팔에 검상이 생겼지만 제이슨은 검이 옷깃에 스친 것을 느끼고 공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리고 제이슨은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가라앉히며 신경을 곤두세운 상태에서 때를 기다렸다.
"....."
검을 들고 미동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이슨은 그저 기다렸다. 상대가 조바심을 느낄 때까지 침착하게 기다렸다. 그리고 어느 순간 언제 그랬다는 듯이 한순간에 움직여서 검을 휘둘렀다.
서걱.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었군."
제이슨은 정확히 옷을 갈라내어서 암살자의 모습을 드러내게 하였고 암살자는 제이슨을 향해 얘기했다.
"놀랍네. 투명화가 부여된 마법천을 입고 있는데도 이렇게까지 하다니 말이야."
"...여자였나?"
제이슨은 상대가 여자였다는 것에 놀랐고 암살자는 그런 제이슨의 말에 눈썹을 올리며 얘기했다.
"여자면 안 되는 이유가 있나? 걱정하지 마. 너는 여자에게 죽은 부끄러운 이가 될 테니까."
"흥. 웃기는군. 싸움은 이제 시작이다."
"과연 그럴까?"
"뭐?"
핑~
"뭐,뭐야?"
제이슨은 한순간 시야가 흐려지고 몸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손이 찌릿찌릿하고 신경이 무디어지는 것이 몸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독,독인가?"
"이제야 독이 통하는 거야? 굉장한 신체능력이네. 웬만한 성인 남성은 스치는 순간 기절할 정도로 강력한 마비독인데."
"큭, 이 년이..."
"년이라고 말하는 것도 지금뿐이니까 열심히 해봐."
여자 암살자는 철로 만들어진 채찍을 들어서 휘두를 준비를 하였다. 채찍에서 뚝뚝 액체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제이슨은 한 번이라도 더 상처를 입는 순간 그야말로 끝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이제 그만 쉬라고. 짐승남."
쉬익!
채찍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제이슨을 향해 곧장 날아왔고 제이슨은 피하고 싶어도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제이슨은 비장의 수를 쓰기로 하였다.
"순순히 당할 성 싶냐?! 체인 라이트닝!"
제이슨의 검신에서 빛이 나며 숨겨져 있던 마법진이 모습을 드러내며 발동되었고 전기로 이루어져 있는 무수한 마법의 사슬이 검에서 뿜어져 나와 여자 암살자를 향해 날아갔다.
지지지직!
"꺄아아악!!"
체인 라이트닝이 기사를 향해 공격했다면 효율이 많이 떨어졌을 것이다. 왜냐하면 기사들의 갑옷에는 기본적으로 마방진이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암살자는 기본적으로 움직이기 편한 복장을 입고 있기 때문에 마방진이 없을뿐더러 철로 되어있는 채찍은 전기가 잘 통했다. 그 결과, 체인 라이트닝에 맞은 여자 암살자는 비명을 지르며 바로 쓰러졌다.
제이슨은 잘 움직이지도 않는 몸을 이끌고 다가가서 여자 암살자의 상태를 확인했다.
눈을 까뒤집고 의식이 없는 것이 기절한게 확실했고 손목의 맥이 잡히는 것을 통해 죽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제이슨은 검을 들어서 여자 암살자를 죽일까 고민했지만 갈수록 몸이 말을 듣지 않고 여자를 죽이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결국 그대로 두기로 하였다.
"어이, 경비병."
"으,응?"
"난 몸이 말을 안 들으니까 이 녀석 좀 묶어줄래?"
"죽,죽이지 않는 건가?"
"여자를 죽이는 것은 마음에 걸려서 말이지. 하여튼 부탁 좀 한다. 나는 이제 꼼짝도 하기 싫어."
"당신의 동료는 도,도와주지 않아도 되는 건가?"
"르? 오히려 르를 상대하는 녀석을 불쌍하게 여겨야지."
"그,그런가?"
"지켜보라고."
제이슨은 그 말을 끝으로 그대로 바닥에 뻗어버렸다.
'이게 아닌데...'
S급 암살자인 이츠는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A급은 시작하자마자 맞아서 날아갔고 다른 S급인 앨런은 상대와 함께 전투불능이 되었다. 더구나 지금 상대하는 녀석은 투명화를 눈치챘을뿐더러 대치하는 와중에 느껴지는 힘을 통해 상당한 강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젠장. 접근전은 내 전문이 아닌데...'
이츠는 암살자들이 대부분 접근전에 약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암살자란 한 번의 공격으로 상대의 목숨을 끊는 이들로 공격이 실패한다면 그 싸움은 거의 졌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였다. 하지만 암살로 소드마스터 초급을 죽일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고 있는 이츠는 익스퍼트 정도는 접근전으로도 상대할 수 있었다.
'문제는...이녀석이 익스퍼트 이상인 것 같다는 거지.'
쾅!
"크윽.."
쾅!
"윽!"
이츠는 르가 수없이 휘두르는 주먹에 맞대응하기 위해서 두 단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르의 주먹에 실려 있는 힘으로 인해서 이츠는 자신의 체력이 조금씩 깎여나가면서 동시에 밀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한순간의 틈이라도 있다면 어떻게 하겠는데..이렇게 쉼 없이 공격해온다면 진다.'
이츠가 어떻게 그 틈을 만들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다른 한 명의 움직임을 보고 방법을 생각해내었다. 그와 동시에 이츠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알아차렸다.
쾅!
이츠는 주먹과 부딪히면서 일부러 뒤로 밀려났고 그와 동시에 품속에서 갖고 다니던 단검 6개를 잡고 투척했다.
채채채챙!
단검은 르의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주먹에 부딪혀서 산산조각이 났다. 하지만 이츠는 그렇게 될 것을 예상했고 그렇게 하기를 바랬다.
푸욱.
"윽!"
르는 단발마의 비명을 질렀고 이츠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들고 있던 두 단검으로 르의 양쪽 겨드랑이를 자르고 지나갔고 르는 뒤늦게나마 발로 이츠를 걷어찼다. 이츠는 발에 가격당해 날아갔지만 미소를 지으며 일어났다.
"잘했다. 티엘. 당한 줄 알았는데?"
"지,지금도 죽을 것 같습니다."
티엘은 A급 암살자로 처음 르한테 맞아 나가떨어진 이였다. 지금도 처음 맞은 타격 때문에 입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공격하여 틈을 만들어주었다. 이츠는 티엘이 일어나는 것을 눈치채고 르에게 단검을 날려서 틈을 만들었고 그 사이에 티엘은 자신의 무기인 갈고리를 던져서 르의 어깨를 가격한 것이다.
"흐흐. 이제 저 녀석은 팔을 들지도 못할 것이다. 정확히 팔 힘줄을 잘랐으니까."
"그,그럼 지금 처리하도록 하죠."
르는 이츠가 말한 대로 팔을 올리지 못했고 그사이에 이츠와 티엘이 돌격했다. 제3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피할 수 없는 정체 절명의 상황 속에서 르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몸속에서 자고 있는 짐승을 깨우며 다가오는 둘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크아아아아!!"
"으윽!"
"뭐,뭐야?!"
르의 기세가 돌변하자 이츠와 티엘은 돌격하던 것을 멈추고 지켜보았다. 살기에 친숙한 그들도 피부에 찌릿찌릿하게 느낄 정도로 르의 기세는 엄청나서 자신들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야?!"
"모,모르겠습니다."
르의 온몸에서 털이 나고 얼굴이 늑대로 변하고 손과 발에서 손톱과 발톱이 튀어나왔다. 눈이 광전사를 생각나게 하는 붉은 눈으로 변했고 회복력이 대폭 증가하여 잘린 팔의 힘줄이 아물어가고 있었다.
"저,저 모습은 늑,늑대인간인가?"
"늑,늑대인간이요?"
"크아아아아!!"
르가 땅을 박차고 이츠와 티엘을 향해 날아갔다. 야수화해서 늘어난 신체능력으로 인해 민첩이 전문인 암살자인 이츠와 티엘도 반응하지 못할 정도로 빨랐다.
퍼어억! 뿌드득!
"티엘!"
르의 주먹에 얼굴을 맞은 티엘은 머리가 그대로 180도 돌아가서 절명해버렸다. 이츠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두 단검으로 르의 목을 향해 휘둘렀다. 하지만 르가 팔을 들어서 목을 방어해서 이츠의 단검은 목표지점인 목을 찌르지 못하고 팔에 깊숙이 들어갔다.
뿌드드득.
"크르르르..."
이츠는 단검으로 뼈를 깎고 근육을 가르고 있는데도 오히려 미소를 짓는 르를 보고 질려버렸다. 지금까지 수많은 상대를 만나서 죽였지만 이런 존재는 처음이였다.
퍽!
"우웨엑!!"
배에 정통으로 주먹을 맞은 이츠는 토사물과 함께 피를 입으로 게어내었다. 그사이에 르는 팔에 박혀있던 두 단검을 뽑아내어서 주먹에 힘을 주었다. 엄청난 강도를 가진 아만타디움의 건틀릿에다가 늑대인간의 힘까지 합쳐진 결과 두 단검은 가볍게 으스러졌다.
르는 으스러진 단검의 가루를 이츠에 뿌리며 얘기했다.
"크르르...이것이 끝이 아니겠지?...빨리 덤비라고...나는 준비되어 있으니까. 서로서로를 찌르는 피의 향연을 즐겨보자고."
"괴,괴물자식."
이츠는 르의 눈빛에서 진심이라는 것을 느끼고 공포를 느꼈다. 진심으로 서로 물고 뜯는 것을 즐기고 원하고 있다는 것을.
"크르르...괴물? 틀린 말은 아니지...하지만...나를 괴물로 만든 것은...바로...너희들이지 않나?"
"괴물은 괴물답게 행동하라고! 개소리 지껄이지 말고!"
이츠는 품속에 숨겨두고 있던 표창을 꺼내 들어서 르의 얼굴에 던졌다. 하지만 르는 표창을 이빨로 씹어서 부숴버리고 파편을 뱉어내는 동시에 이츠의 팔을 부여잡아 있는 힘껏 힘을 주었다.
뿌뜨득. 콰지직.
"끄아아아악!!"
이츠의 오른쪽 팔이 르의 무지막지한 힘에 의해서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근육과 뼈, 핏줄들이 뜯겨나가고 잘린 단면에서 피가 분수같이 뿜어져 나왔다. 이츠가 고통을 채 다 받기 전에 르는 왼쪽 팔을 다시 잡았고 오른쪽 팔과 똑같이 몸에서 뜯어내었다.
"으아아악!! 죽여줘!!"
"크르르...아직 많이 남았잖아?...10개의 발가락....두 개의 발...머리...아직도...13번이나 남았으니...기대하라고."
"크으으..."
이츠는 엄청난 고통과 공포 속에서 의식을 잃었고 지금 의식을 잃는 것에 고마움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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