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장 격변하는 왕국(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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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격변하는 왕국(6)
나는 여관에서 예상외로 쓸만한 인원들이 많은 것을 보고 기분이 조금 업되어 있었다. 그들은 아직 제련되지 않은 보석과 같은 것으로 충분한 시간을 걸치면 왕국의 버팀대 혹은 디딤돌이 될 것이다.
그렇게 기분이 좋은 상태로 여관에서 나오자마자 나는 쥬디아가 있는 여관으로 텔레포트 하였다. 그리고 눈을 뜨자 어느 때처럼 4명이 나를 둘러싸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어서 오십쇼, 듀로크님."
"그래. 별일 없었냐?"
"별일 이라면...혹시 듀로크님이 쥬디아님에게 길드원들을 모두 모이라고 하셨었습니까?"
"...맞다. 그랬었지. 그래서?"
"예. 쥬디아님이 모두 모이게 하셨는데 듀로크님이 오지 않으셔서 허무하게 해산했다고 합니다."
"그런 일이 있었으면 통신을 하지 그러지?"
"듀로크님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였습니다."
어느새 쥬디아가 문을 열고 들어오며 얘기했다.
"미안한걸. 그건 내 실수니까. 오늘은 제대로 얘기할 거니까 지금이라도 집합시킬래?"
"알겠습니다. 단, 이번에는 부디 지켜주시길."
"염려 마. 실수는 한 번이면 족하니까."
쥬디아는 그 말을 끝으로 나갔고 나는 4명을 향해 얘기했다.
"너희들 내가 요새 뭐 하는지 알고 있어?"
"소문은 들었습니다. 왕국을 바꾸고 계신다고."
"또?"
"새로 인재를 뽑는다고 들었습니다."
"맞아. 그것 때문에 얘기할게 있는데 나는 이 시프 길드를 그라니움으로 옮길 예정이야."
"그라니움? 그 땅은 예이츠 후작의 영지로 아주 좋은 땅이라고 들었습니다."
"잘 아는군. 그리고 이제부터가 본 이야기인데 너희들에게도 해줬으면 하는 일이 있어."
내가 부탁 조로 얘기하자 4명은 서로의 얼굴을 본 후에 한번 웃고 얘기했다.
"듀로크님이 왜 저희에게 부탁합니까? 그냥 명령조로 얘기하셔도 됩니다."
"저희들은 그저 듀로크님의 명령을 따를 뿐입니다."
"은혜를 입었으니 신경 쓰지 마세요."
"크르르...은혜...입었다. 걱정..하지마라."
나는 4명이 진심으로 얘기하는 것을 알고 쓴웃음을 지었다. 자신을 믿어주는 존재가 있다는게 이렇게 든든하다는 것을 모르고 살아온 것이 후회가 됐기 때문이었다.
"고맙군. 그러면 얘기하지. 르."
"예!"
"너는 라이언 왕국의 기사단장이 돼서 기사들을 훈련시키고 이끌어라."
"....."
내 말이 끝나는 동시에 침묵이 흘렀다. 그들의 얼굴에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 담겨 있었고 나는 너무 무리한 요구를 했나 싶었지만 그들이 조금 전에 말한 것도 있었기에 계속 이야기하기로 했다.
"대답은?"
"알,알겠습니다."
"제이슨."
"예!"
"너는 라이언 왕국의 부기사단장이 돼서 르와 함께 기사들을 훈련하고 이끌어라."
"알겠습니다!"
"밀리나, 쿠르."
"예!"
"크르르.."
"너희 둘은 그라니움의 영지를 지키도록 해라. 쥬디아를 지키는 것은 물론, 무력이 필요할 때 너희들이 나서라."
"알겠습니다."
"크르르...알겠다."
"이상."
내 이야기가 끝나자 4명은 서로를 한번씩 쳐다보고 르가 대표로 얘기했다.
"하나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물론."
"듀로크님은 정말 예상할 수 없는 인물이십니다. 그리고 지금 듀로크님이 말씀하신 것은 저희에게 오히려 혜택입니다. 저희가 오히려 부탁해야지, 저희에게 부탁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 그럼 다행이군. 하여튼 하겠지?"
"하겠습니다."
"당연히 해야죠. 제 인생에서 최고의 기회입니다!"
"그래, 열심히 하라고. 그럼 빨리 짐을 싸라."
"예? 지금 바로 갑니까?"
"먼저 너희들이 왕국을 순찰하면서 쓸만한 녀석들을 골라. 맘에 안 드는 녀석들은 다 자를 테니까."
"알겠습니다. 준비하죠."
"르. 너는 이런 상황에서도 침착하네."
"제이슨, 내가 항상 침착한 것은 아니다. 침착하게 보일 뿐이지."
"멜리나와 쿠르도 준비할게 있으면 준비해라. 길드를 통쨰로 옮기려고 한다면 바쁠 테니까."
"예."
"크르르...알겠다."
"그럼 별로 시간이 남지 않았지만 헤어지기 전에 우정을 나누고 있어라. 이번에 헤어지면 한동안 만나기 힘들 테니까."
"듀로크님도 같이 하시지 않겠습니까?"
"맞습니다. 한번도 같이 하신 적 없지 않습니까?"
르가 먼저 나에게 권유를 했고 옆에서 제이슨이 거들었다. 나는 밀리나와 쿠르를 바라보았고 그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저도 듀로크님과 한번 같이 마셔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술..먹고 싶다...같이."
나는 술 얘기에 최근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고 쓴웃음을 지으며 얘기했다.
"후회하지 말라고? 이래 봬도 나는 술 때문에 따끔한 일을 겪어서 웬만해서 취하지 않을 거니까."
나는 결국 쥬디아가 준비가 되었다고 할 때까지 그들과 함께 즐거운 술판을 벌였다.
"듀로크님. 준비됐습니까?"
"아, 잠깐만..."
나는 정화마법을 써서 두통을 없애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방안에는 술 냄새가 풀풀 풍기는 4명이 쓰러져 있었고 주변에는 각종 술병이 널브러져 있었다. 나는 쓰러져있는 4명을 일으킬 생각을 하지 않고 그냥 무시하며 밖으로 나왔다.
"듀로크님. 괜찮으십니까?"
"그래. 하지만 치열한 술 배틀이였어. 멜리나는 약할 줄 알았지만 역시 제이슨은 덩치값을 했고 르와 쿠르는 종족상 그런 건지 장난이 아니더군."
"방안에서 나오는 술 냄새 때문에 들어가지도 못할 정도였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루미나는 잘 있나?"
"예. 저희 길드원들과 많이 친숙해져 녹아들었습니다. 이제 길드원이라고 봐도 아무런 지장이 없을 정도입니다."
"다행이군. 그럼 가도록 하지."
계단을 내려가자 처음 길드에 와서 얘기했을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인원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 그래도 좁은 여관에 이렇게 많은 인물이 들어와 있어서 더욱 꽉 차 보였다.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거야?"
"듀로크님을 보고 싶은 길드원들이 많아서 그렇습니다."
"흐음...그래도 많은 것 같은데?"
"듀로크님이 9서클이라는 것을 듣고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잠깐...내가 9서클이라고 얘기한지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저희 길드의 정보력을 과소평가 하시면 안됩니다. 이래 봬도 라이언 왕국에서 탑클래스에 드는 정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가 확실히 과소평가한 것 같군. 그사이에 소식을 듣고 올 줄이야. 반응은 어땠어?"
"더 이상 사기가 올라가지 않을 정도입니다. 다들 듀로크님이 9서클이라는 것을 알고 이 길드에 있는 것을 영광으로 여기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 그러면 말하기도 쉽겠군."
나는 9서클이라고 밝힌 것이 이렇게 곧바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기에 미소를 지으며 계단을 내려갔다.
"듀로크님이다!"
"듀로크님!"
"제 평생의 영광입니다! 듀로크님!"
내 모습을 보자마자 안 그래도 꽉 차있던 인원들이 난리를 쳐 여관이 들썩거렸다. 나는 그런 이들을 향해 손을 들어서 진정시키고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모두 모이느라 수고했다. 오늘 모이게 한 이유는 다름 아닌 너희들의 신변에 영향을 끼칠 일이어서 미리 얘기하고자 온 것이다."
"무슨 일이십니까?"
"저희는 듀로크님을 따라갈 겁니다!"
"얘기해주십쇼!"
그들의 눈빛에서 절대적인 믿음과 신뢰 및 존경의 감정이 들어가 있는 것이 보였다. 언젠가 내가 오크라는 것을 밝히고 동맹관계를 맺으려면 나의 지명도와 유명도가 높을수록 좋으니까 그들의 눈빛이 조금 부담스러워도 참기로 하였다.
"그라니움이라는 영지를 알 것이다. 그 영지는 원래 예이츠 후작의 영지였지만 지금은 예이츠 후작이 없는 관계로 빈 영지이다. 그래서 나는 이 시프 길드의 길드장인 쥬디아를 그라니움의 영주로 임명한다."
"....."
침묵이 흘렀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계속 이야기했다.
"또한 쥬디아를 왕국의 정보장으로 임명한다."
"듀,듀로크님!"
뒤에서 쥬디아가 당황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무시했다.
"오늘부터 쥬디아를 자작으로 임명하며 시프 길드는 본거지를 그라니움으로 옮긴다. 길드원들은 물론 가족들까지 그라니움으로 이동한다.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길드원들이 모두 동시에 복창했다.
"이동하는데 드는 비용은 걱정하지 마라. 내가 모두 대줄 테니까."
"와아아아!!!"
"그리고 이것은 모두 쥬디아가 계획한 거니까 쥬디아에게 고마워해라. 쥬디아 자작 만세."
"쥬디아 자작 만세!!"
길드원들이 일제히 만세를 하면서 쥬디아에게 달라붙어 헹가래를 치려고 했다.
"그럼 난 이만."
"듀,듀로크님!!"
나는 쥬디아에게 몰려가는 이들과 쥬디아의 비명을 무시하고 2층으로 올라갔다.
어두운 공간 속에 몇 개의 수정구만이 존재하였다. 그때 갑자기 아무것도 비치지 않고 있는 수정구에서 일시에 인물들의 윤곽이 보이면서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빠진 자는 없는가?"
"없습니다."
"그럼 정기 회의를 시작하겠다. 다들 최근에 있었던 일을 알고 있겠지?"
"그 멍청한 예이츠 후작을 말하시는 건지요? 그 녀석은 너무 성급했습니다."
"확실히 멍청했어. 자신의 입장을 생각하지도 않고 덤비니 그 모양이지. 준비를 어떻게 했길래 한 명에게 당한 거야?"
"그,그렇습니다. 라,라이언 왕국에 쏟은 노,노력을 생각하면 타,타격이 큰 편입니다."
"킥킥, 나는 그럴 줄 알았다고."
"조용! 모두 조용히 해라."
위압감이 담긴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지금까지 입을 열던 이들이 단번에 조용해졌다.
"예이츠 후작이 당한 것은 그 녀석이 준비를 소홀히 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8서클 흑마법사에 소드마스터 중급, 암살자 10명을 이끌고 갔다. 그런데 당한 것이다."
"말도 안 됩니다. 그 정도의 무력이라면 저조차도 상대가 불가능한데 그 9서클 마법사가 그걸 상대했다는 겁니까?"
"그렇다. 나는 예이츠 후작이 죽기 전에 그 듀로크란 자와 얘기해봤다. 그 결과, 그는 아직 나보다는 약하지만 나에 버금가는 무력을 가진 것을 확인했다. 그렇기에 오늘 나는 너희들에게 경고를 하기 위해서 모이라고 한 것이다."
"경고..말씀이십니까?"
"아직 우리의 힘은 완벽하지 않고 라이언 왕국이 성장한다면 우리를 막는 장애물의 하나가 될 것이다. 그러니 몬스터의 숲에 마정석을 더 심어두어라. 마왕님의 부활을 앞당기면서 우리의 힘을 모을 시기이다."
"하,하나 질문이 있,있습니다."
"허가한다."
"누,누가 봐도 놓,놓칠 수 없는 기,기회가 찾아올 경,경우에는 어,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참아라. 지금은 참을 시기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놓치지 못하는 기회라고 생각된다면 나에게 보고하도록. 알겠나?"
"알,알겠습니다."
"그럼 마정석을 심는 것은 누가 하겠나?"
"제가 하겠습니다."
"그러도록. 들키지 않고 은밀히 하는 것을 잊지 마라."
"알겠습니다."
"20년에 걸쳐서 부활시킬 것을 10년으로 줄이도록 한다. 위험부담이 있어서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듀로크라는 장애물이 생각보다 클 거라고 예상되니 어쩔 수 없다."
"미래시로 보신 겁니까?"
"정확하지는 않다. 미래가 불완전하게 보이는 경우는 드문데 그 듀로크라는 자가 관련된 미래는 제대로 보이지가 않더군. 이상으로 회의를 마치겠다. 다른 할 말이 있는가?"
"없습니다."
"그럼 다들 내가 한 말을 기억하고 행동과 결과로 보여주길 바란다."
"알겠습니다!"
수정구로 얘기하는데도 위압감이 그들에게까지 전해졌고 그렇게 위압감을 뿜어내던 그는 이내 모습을 감추었다. 그제야 남은 이들은 한숨을 쉬며 대화의 창을 열었다.
"듀로크라는 자가 그렇게 강한가?"
"라자드님이 그렇게 얘기하셨으니 맞겠지."
"나는 라자드님이 그렇게 말하셨지만 믿기지 않는군. 8서클 흑마법사, 소드마스터 중급, 암살자 10명이면 까놓고 얘기해서 여기서 상위 2명이 나선다고 해도 힘들 정도잖아? 라자드님이 잘못 아신게 아닐까?"
"그 라자드님이? 미래시까지 가지고 있는 라자드님이 잘못 아셨다는 거냐? 웃기는 소리를 하는군."
"그럼 네 녀석은 그 말을 믿는 거냐?! 한낱 마법사가 그들을 몽땅 몰살시켰다는 거냐?!"
"라자드님이 언제 그 듀로크라는 자가 혼자 몰살시켰다고 했지? 그만한 자라면 분명 동료도 있을 터. 동료와 함께였다면 가능하겠지."
"그래도 나는 믿기 힘들다. 예이츠 후작이 보낸 전력은 우리 한 명 한 명의 무력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을 수준이다. 그것을 한 명의 피해도 내지 않고 몰살시켰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믿을 수 없다."
"믿는 안 믿든 네 자유지. 하지만 그 듀로크라는 자가 상당한 것은 확실하다. 모두 주의하는게 좋을 거다."
"큭, 네가 얘기하지 않아도 잘 안다. 그보다 네 녀석은 마정석 심는 거나 신경 쓰시지."
"킥킥, 나는 너희들이 언젠가 만나서 싸우면 누가 이길지 정말 궁금해. 과연 누가 이길까? 아~ 기대돼."
"닥쳐! 이중인격녀. 네년도 언젠가는 내가 입을 뭉개주지."
"킥킥, 기대할게."
"싸,싸움은 그만하도록 하죠. 저,저는 저번에 얘기했던 계,계획을 진행하도록 하,하겠습니다."
"그럼 나는 라자드님이 얘기하셨던 대로 마정석을 심을 계획을 실행하겠다."
"나도 알아서 계획을 진행하도록 할게~"
"예이츠 후작 같은 얼간이는 다시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군."
"그 말에는 나도 동의한다."
"얼간이라면 알아서 죽겠지. 나는 이만 가보겠다. 누군가와 달리 바빠서 말이지."
"나중에 보자고~"
"다음 소식 때 보도록 하겠다."
이렇게 회의는 끝이 났고 라자드의 손길은 아주 조금씩, 그리고 착실하게 뻗어 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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